[리뷰] 고음질 음원의 세계에 어서오세요~ 소니 XBA-300AP
[IT동아 강형석 기자] 제법 쌀쌀해지면서 이어폰을 쓰는게 조금 부담스러운 시기다. 기자도 겨울로 접어드는 이 시기에 자연스레 이어폰보다 헤드폰에 손이 간다. 밖에서도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길을 걷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무래도 귀를 덮어주는 형태이기에 보온효과(?)와 함께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인 음악을 듣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어서다. (정말 마약이 아닌건 아시리라.)
비록 싸늘한 계절이긴 하지만 귀에 물리적인 부담 없이 음악을 들을 때에는 헤드폰 보다 이어폰이 낫다. 최근에는 무손실 음원에 대한 요구도 조금씩 늘면서, 고해상도 오디오(HRA-High Resolution Audio)에 대한 열망도 커지는 듯 하다. 대응 제품 수가 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소니 XBA-300AP도 무손실 음원의 세계에 발을 들일 소비자를 겨냥한 HRA 이어폰이다. HRA 입문이라고 하기에 가격이 조금 높아도 황동 도관과 마그네슘 합금에 기반한 뛰어난 마감, 트리플 밸런스드 아마추어 유닛, 분리형 케이블 도입 등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 줄 다양한 요소를 가득 품고 있다.
기존 XBA 시리즈 이어폰 계보 잇는 디자인
외모는 여느 XBA-A 시리즈와 비슷하다. 둥글게 만드는 타 이어폰과 달리 투박한 느낌은 있지만 괴리감이 들 정도는 아니다.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디자인은 개인적 취향이 가미되니 가급적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어폰은 ㄱ자 형태로 유닛부와 도관의 각이 약 120~130도 가량이어서 착용감 자체는 뛰어나다. 도관의 위치 때문에 이어폰을 ㄱ자 혹은 ㄴ자로 써도 자연스럽다. 케이블을 아래로 늘어뜨리거나 귀 뒤로 넘겨 착용할 수 있다는 얘기. 하지만 미관상 ㄱ자 형태로 쓰는 것이 좋겠다.
< 이어폰은 ㄱ자 혹은 ㄴ자로 써도 어색하지 않기에 취향껏 착용하면 된다. >
그 이유는 바로 하우징에 있다. 하우징이 살짝 투명해 속이 보이는 구조다. 소니 로고가 인쇄된 부분에는 밸런스드 아마추어(Balanced Amateur) 유닛을 감싼 하우징이 보이고, 반대로는 배선과 납땜의 흔적이 보인다. 밸런스드 아마추어 유닛이 보이는 부분은 낫지만 납땜이 보이는 부분은 깔끔해 보이지 않아 조금 신경 쓰인다.
< 내부에는 마그네슘 합금 하우징, 도관은 황동 재질을 썼다. >
XBA-300AP는 케이블 교체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하우징과 케이블 연결부를 돌린 다음 당기면 분리된다. 케이블이 쉽게 분리되지 않도록 잠금장치를 만들었기 때문인데, 몇 번 해보면 금방 적응된다.
분리형 케이블은 단선이 발생했을 때 교체가 쉽다. 일반 이어폰은 케이블 단선이 발생하면 쓸 수 없으나 분리형은 케이블만 교체하면 다시 쓸 수 있다. 이어폰 생명연장의 꿈이 실현된다는 얘기. 여기에 오디오 매니아들이 좋아할 커스텀 케이블(금 또는 은도금)을 자유롭게 쓴다는 부분도 장점으로 꼽는다.
< 분리형 케이블을 쓰는 XBA-300AP. 연결 단자 규격은 동일하지만 단자부 형태가 조금 다르다. >
그런데 XBA-300AP의 연결부는 다른 이어폰과 비교해 조금 넓다. 아무래도 소니의 정품 액세서리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참고로 소니 스토어에는 이 제품 출시 기념 이벤트를 하는데, 교체 케이블이 사은품에 포함되어 있다.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변신시켜주는 케이블은 물론이고, 심지어 PHA-3의 좌우분리 출력에 대응하는 케이블도 있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이어폰 중간에는 리모컨이 달려 있다. 아이폰이나 아이팟,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연결했을 때, 간단한 조작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한 번 누르면 통화(재생)/정지, 두 번 누르면 다음 곡, 세 번을 누르면 이전 곡이 재생되는 식이다. 조금 헷갈릴 수 있지만 몇 번 눌러보면 적응된다.
균형감 있는 사운드, 통화 기능은 덤
소니 XBA-300AP를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췄는지 알아봤다. 항상 언급하는 것이지만 소리라는게 매우 주관적이기에 기자의 생각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때문에 구매 전 청음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맞는지 반드시 확인하자. 이번 청음에는 소니 NW-A25와 블랙베리 패스포트, 아이팟 터치(5세대) 등이 도움을 주었다.
소니 NW-A25와 아이팟 터치에는 무손실 음원(FLAC) 파일을 넣어 재생했으며, 블랙베리 패스포트는 320Kbps 대역의 MP3 음원을 썼다. 아이팟 터치에는 온쿄 HD 플레이어 앱을 설치, 이를 통해 무손실 음원을 재생했다.
고해상도 오디오를 말하는 HRA는 24비트, 192kHz 샘플링 주파수를 말한다. 비트 레이트만 해도 9,200Kbps 이상이다. MP3의 최대 비트 레이트가 320Kbps(16비트, 44.1kHz)이니 30배 가까운 차이다. 어쩔 수 없이 용량은 커지지만 많은 소리 정보를 담을 수 있으며, 리시버(이어폰, 스피커) 성능에 따라 느껴지는 음질 차이가 존재한다. 물론, 이를 재생하는 플레이어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XBA-300AP는 어느 수준의 실력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청음한 결과, 이어폰 자체의 성격은 ‘해상력’에 초점을 맞춘 듯한 인상이다. 고음 처리는 여느 프리미엄 이어폰들과 비교해도 아쉬움 없는 느낌이다. 반면, 저음은 표현이 살짝 약한 편이라는 점을 감안하자. 그 동안 B모사 또는 D모사 등 저음이 강한 제품 위주로 사용해 왔다면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마치 강렬한 자극을 주는 음식만 먹다가 밋밋한 음식을 먹었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달까?
공간감을 표현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이 정도면 실내나 실외 어디서든 음악 감상을 하는데 무리 없어 보인다. 무손실 음원이나 320Kbps 음원을 각각 들어봤을 때, 선명함의 차이는 느껴졌으나 이어폰 성향 자체를 바꾸지 않았다.
조금 약한 듯한 느낌의 중저음 표현이 섬세한 디테일을 원하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소니 XBA-300AP가 고가 제품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를 겨냥한 게 아니라, 저가 또는 10만 원대 이어폰을 사용했던 또는 고해상도 음원을 이제 접하려는 소비자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 소니 XBA-300AP의 구조. (이미지 - 소니코리아) >
이어폰은 3개의 밸런스드 아마추어(BA) 유닛으로 이뤄져 있다. 각각 풀레인지와 우퍼, 트위터 기능을 담당하는데, 이들 BA 유닛이 내는 소리는 리지드 마운트 하우징을 거쳐 황동 도관을 지나 귀로 전달된다. BA 유닛에는 T형태의 아마추어에 진동판을 직접 연결, 손실을 줄인 T-셰이프 밸런스드 아마추어(T-Shape BA)를 적용했다. 트위터는 HD 슈퍼 트위터라는 이름으로 알루미늄 소재의 진동판과 보이스 코일, 마그넷을 위아래로 배치해 고음역대 재생을 담당한다.
구조상으로 보면 흠잡을 곳 없어 보이지만, 음질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인 요소가 많으니 각각의 몫으로 남겨놓아야 할 것 같다.
고해상도 음원에 어서오세요
이 제품의 가격은 34만 9,000원이다. 가격만 보면 XBA-A2와 A3 사이에 놓이게 되는데, 만족도 측면에서 보면 XBA-A3가 가격 대비 만족도가 조금 더 나은 느낌이다. XBA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MDR 라인업으로 전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약간 아쉬움은 있지만 소니 XBA-300AP는 고해상도 음원(HRA)에 입문하려는 소비자에게 알맞은 이어폰이다. 음원에 따른 음질차이가 뚜렷한 편이어서 만족도는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통화 기능도 갖췄기 때문에 번거로움도 줄여준다. 소니 XBA 시리즈 특유의 독특한 디자인은 호불호가 있겠지만 적응되면 편안한 착용감과 뛰어난 차음성도 경험할 수 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