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도 워크스테이션으로 게임 한번 해볼까?
약 4년간 PC를 써온 A씨는 자꾸 다운되어 짜증을 유발하는 이 기계덩어리를 처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쩜 그렇게 중요한 순간마다 절묘한 타이밍으로 속을 긁어놓는지, 이 때문에 피해를 본 것만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이에 새로운 PC를 구입할 생각이지만, PC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자신에게 알맞은 PC를 찾기가 힘들었다. PC하면 생각나는 것은 오직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 브랜드뿐이고 CPU, 하드디스크, 메모리와 같은 부품 이름은 생소하다 못해 난생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브랜드 PC를 알아보던 중, 한가지 눈에 띄는 단어를 보게 되었다. 워크스테이션? 평소에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던 A씨는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대체 이 워크스테이션이라는 것은 뭘까?
워크스테이션이란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작업에 최적화된 전문가용 PC이다. 일반 PC가 주로 영화감상, 문서작성, 인터넷 서핑, 자료검색, 게임 등과 같은 방면에서 사용된다면, 워크스테이션은 과학 기술 연산, 공학 설계, 통계 처리, 금융 자료 분석, 2D/3D 그래픽 등 전문 분야에서 사용되는 제품이다. 이렇듯 워크스테이션이 일반 PC에 비해 가지는 장점에 대해서 알아보자.
워크스테이션이 일반 PC에 비해 가지는 장점
1. 멀티 프로세서 지원
최근 CPU들은 대부분 ‘멀티 코어 프로세서(Multi Core Processor)’이다. 이는 1개의 CPU 안에 두 개 이상의 코어를 집적해 만든다는 뜻으로, 흔히들 말하는 ‘듀얼 코어’와 ‘쿼드 코어’가 이에 해당된다. 이렇게 여러 개의 코어를 하나의 CPU안에 집적하면 동시에 여러 가지의 일을 하는 멀티처리작업에 효율적인 성능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3D 온라인게임을 하며, 인터넷 창을 여러 개 띄우고, 음악을 동시에 듣는 작업이 과거 ‘싱글 코어’에 비해 수월하다는 것이다.
멀티 코어 프로세서. 그림은 쿼드 코어이다
‘멀티 프로세서(Multi Processor)’는 앞서 말한 ‘멀티 코어 프로세서’와는 조금 다르다. 두 개 이상의 프로세서를 한 개의 PC 안에 탑재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프로세서를 두 개 이상 탑재하게 되면 멀티처리작업에 더욱 높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으며, 프로세서 일부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프로세서를 이용해 처리할 수 있어 신뢰성이 높다(두 개의 프로세서를 탑재했다고 해서 두 배의 성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이는 두 개의 프로세서가 병렬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멀티 프로세서
2. ECC 메모리 지원
워크스테이션은 메모리 기능 중에 ECC(Error Check Correct) 기능을 지원해 준다. 일반 PC에 비해 안정성을 보좌해주는 것으로, 데이터를 읽고 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 데이터를 찾아내 수정을 해주는 기능이다. 날이 갈수록 데이터의 용량이 많아지는 지금과 같은 PC환경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오류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3. ISV 인증
‘ISV(Independent Software Vender) 인증’이란 오토캐드, 카티아, 마야, 솔리드 웍스 등의 회사들이 자사 프로그램이 무리 없이 구동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승인하는 인증서이다(국내의 대표적인 인증 마크인 ‘K마크’와 유사한 것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워크스테이션이 아닌 일반 PC에서는 이러한 것이 적용되지 않는다. 별 것 아닌 생색내기 좋은 하나의 구실일 뿐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전에 장시간 많은 테스트를 거쳐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때에만 부여해주기 때문에 그 신뢰도는 꽤 높다.
4. 편리한 유지보수 – 워크스테이션의 섀시 기술
워크스테이션의 장점으로 또 하나를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섀시 기술이다. 대부분의 워크스테이션 제조사들은 제품을 수시로 열고, 닫고, 분해하고, 조립하는 작업, 즉 재구성하는 것에 많은 신경을 쓰며 만든다. 이는 PC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용자일수록 추가적인 부품을 PC에 연결하거나, 기존의 부품을 빼고 새로운 부품을 장착하는 경우 등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워크스테이션은 기본적인 케이스 설계에서부터 마감처리, 각 부품이 들어갈 위치와 추가확장을 할 수 있는 슬롯의 배치, 튼튼한 재질 등을 처음부터 생각하고 제조한다. 이러한 섀시 기술은 일반 PC에 비해 확실히 편리하다.
워크스테이션이 바라보는 엔터테인먼트 시장
하지만 최근에 이르러 워크스테이션과 일반 PC간의 구분이 상당히 모호해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그 동안 PC 기술의 꾸준한 발전으로 두 제품의 성능 차이가 많이 좁혀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 사람들이 요구하는 일반 PC의 성능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고성능 일반 PC와 워크스테이션의 차이를 체감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렇듯 (일부 전문가만을 위한 PC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워크스테이션과 일반 PC의 성능간에 큰 차이가 없어지자, 제조사들은 역으로 워크스테이션을 일반 가정에 보급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워크스테이션 제조사 중 국내 판매량 1위 업체인 HP에서 진행했던 프로모션이 한 예이다. 자사의 워크스테이션에서 전문가용 그래픽 카드를 빼고 일반적인 멀티미디어 감상과 3D 게임에 적합한 그래픽 카드를 탑재해 ‘Z400 게이밍 에디션’을 선보인 것이다.
프로모션 당시 가장 중점으로 두었던 부분이 바로 ‘최신 GTX그래픽 카드’ 라는 부분
사실 워크스테이션이 전문가용 PC라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전문가용 그래픽 카드’를 탑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용 그래픽 카드인 엔비디아사의 쿼드로나 ATi사의 파이어GL 대신 일반 3D 게임과 동영상 감상에 적합한 그래픽 카드(지포스, 라데온)를 장착함으로써 워크스테이션의 장점을 가진 워크스테이션급 게이밍 PC를 만들어낸 것이다.
전문가용 그래픽 카드
유독 게이밍 PC에 워크스테이션을 접목하는 이유는, 일반 PC 사용자 가운데 유독 PC 성능에 민감한 사람이 바로 고 퀄리티의 3D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PMP나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를 들고 다니며 동영상 감상을 즐기는 사용자들도 고성능 PC를 사용할 경우 큰 이점이 있다. 이러한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로 동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인코딩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영상을 볼 수 있는데, 고성능의 PC일수록 인코딩 시간이 짧아져 효율적이기 때문이다(아이폰으로 동영상을 볼 경우 mp4 파일로 꼭 인코딩을 해줘야 하는 것과 같다).
인코딩 프로그램을 이용한 파일 변환 작업의 속도를 절감할 수 있다
또한 과거에는 이러한 워크스테이션을 구입하려면 몇 백만 원이 넘어가는 가격이 걸림돌이었지만, 이제는 그렇지도 않다. 워크스테이션 중에서도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 워크스테이션은 그리 비싸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보급형 워크스테이션이라도 그 성능은 일반 PC에 비해 월등하며, 워크스테이션의 장점 역시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이렇듯, 이제는 워크스테이션도 일반 PC가 자리잡고 있던 ‘가정’에서 충분히 사용할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잦은 시스템 오류와 답답한 기존의 일반 PC에 비해 높은 성능으로 만족감을 안겨 줄 수도 있다. 혹시 집에 있는 PC로 게임을 할 때, 자꾸 파란색 화면을 보여주며 답답하게 만든다면, 워크스테이션이라는 단어를 한번 떠올려 보도록 하자.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