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태블릿PC를 닮은 올인원PC, HP 20-e000kr
[IT동아 이상우 기자] 기술의 발전은 IT기기의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노트북을 예로 들면 프로세서의 전력 소모나 발열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과거보다 얇고 가벼우면서 성능은 오히려 좋은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PC 본체 역시 마찬가지다. 책상 위에 놓고 쓰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던 데스크톱은 이제 스마트폰 만큼 작아져, 모니터에 끼워놓고 사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이러한 변화는 올인원PC에서도 나타났다. 본체가 PC의 역할과 모니터의 역할을 동시에 해야하는 만큼 크고 두꺼울 수 밖에 없던 제품이 이제는 모니터 하나 만큼 얇아졌다. 이를 바탕으로 올인원PC를 놓는 위치나 공간에 관한 제약도 크게 줄었다. 디자인 적인 부분도 많이 달라졌다.
HP가 출시한 올인원PC(모델명: HP 20-e000kr)는 이런 맥락의 제품이다. 성능이 눈에 띄게 높은 제품은 아니지만, 독특한 디자인과 작은 부피로 일반 가정은 물론 학교나 관공서 등에 배치해놓고 쓰기 좋은 제품이다. 우선 외형을 살펴보면, 모니터 형태의 기존 올인원PC와 다르게 '태블릿PC' 형태로 제작 됐다. 책상 위에 놓고 사용하면 마치 태블릿PC를 거치대에 올려놓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연결해 사용하는 모양새다(물론 화면 터치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단순히 어딘가에 올려놓으면 되기 때문에 설치하는 위치나 공간을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되며, 독특한 디자인을 활용해 인테리어 소품으로 쓸 수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성능 자체는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 인텔 셀러론 N3050 프로세서를 탑재했으며, 메모리 2GB, 32GB M.2 SSD 등을 갖췄다. 화면 크기는 20인치, 해상도는 1,600 x 900이며 윈도우10 운영체제를 기본 제공한다. 이런 제품은 주로 학교나 관공서 내 교육용 자재로 활용되기에 성능을 그리 강조하지 않아 고사양 3D 게임을 즐기는 건 애당초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기 자체의 목적을 생각하면 그리 떨어지는 성능은 아니다. 일반적인 인터넷 사용이나 문서 작성 혹은 동영상(인터넷 강의 등) 시청, 교육용 소프트웨어 실행 등에는 무리 없는 수준이다. MKV 형식 등의 고화질 동영상을 재생하는 데도 끊김 없이 부드럽게 잘 재생된다. 얼마 전 대입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외국어 학습이나 취미 활동 등에 활용하면 좋겠다.
냉각팬과 방열구는 있지만, 소음은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 수준이다. 일반적인 사용 환경이라면 체감상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보다 적은 소음이 발생했다. 애초에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작업을 할 일이 드물며, 프로세서 자체의 소모 전력이나 발열도 적기 때문에 소음이나 발열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다만 다소 아쉬운 부분은 성능이 아니라 저장장치 용량이다. 기본 32GB에 윈도우10 운영체제를 설치하고 나면 사용자가 실제로 쓸 수 있는 공간은 약 14GB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주 사용 목적이 교육용, 강의용이기에 저장장치 용량이 대단히 클 필요는 없지만, 이러저러한 교육 자료를 대량으로 저장해 두고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용량 큰 파일은 USB 메모리나 외장 하드를 연결해 사용하는 게 좋겠다.
측면에 있는 SD카드 슬롯과 USB 단자를 통해 용량을 확장할 수 있다. 측면에는 USB 단자 3개, SD카드 슬롯, HDMI 단자 등 다양한 입출력 단자를 갖춰 확장성이 높은 편이다. 인터넷 클라우드 저장소 서비스인 '드롭박스'가 기본 앱으로 설치돼 있어, 간단한 회원 가입만 마치면 25GB의 클라우드 저장소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드롭박스 외에도 네이버 클라우드, 구글 드라이브, MS 원드라이브 등의 클라우드 서비스도 20-e000kr 올인원PC로 사용하기에 유용하다.
제품 디자인과 어울리게 다양한 무선 기능도 지원한다. 블루투스와 와이파이를 지원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본체와 연결된 케이블을 단 한 가닥만 남겨놓을 수도 있다. 기본 구성품인 키보드와 마우스는 유선으로 연결하는데, 무선 키보드와 무선 마우스가 제공된다면 사용 환경을 좀더 간결하게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무선보다는 유선 연결이 고장/에러의 소지가 적긴 하다. 다만 유선 키보드/마우스를 연결해야 하니 본체에 3개의 USB 단자 중 두 개를 차지하게 된다. 부득이하게 무선 키보드/마우스를 사용해야 한다면, 이 제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등에는 USB 동글로 작동하는 무선키보드/마우스 등을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으니 구매 전 꼼꼼히 검색해 보길 권장한다.
스피커는 전면에 두 개가 있다. HP는 여기에 DTS 음장 기술을 적용해 음질을 높이려는 시도를 했다. 이를 통해 각종 음장 효과 설정이나 녹음 장치의 입력 레벨 등을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 전면 상단에는 웹캠과 마이크가 있어 화상통화 등도 문제 없이 할 수 있다.
측면에는 ODD가 설치될 법한 공간도 보인다. 제품 가격에 따라 추가 구성품으로 ODD를 설치할 수 있을 듯하다. 아울러 올인원PC라 내부 부품 업그레이드가 그리 만만치 않다. 내부 메모리 슬롯이 하나 밖에 없어 메모리를 추가할 수 없으며, SATA 등 저장장치를 위한 별도 단자도 없다. 교육용 PC는 대량으로 도입되니 개별 업그레이드보다는 일괄 설치/관리가 필요하겠다. 참고로 제품 판매처를 통해 메모리 용량을 높일 수 있으니 작업 목적과 패턴을 고려해 구매 시 사양을 선택하면 된다.
제품 가격은 2015년 11월 말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39만 9,000원이다. 운영체제를 포함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일반 가정에서 웹 서핑 등을 위한 보조PC로 손색 없다. 뿐만 아니라 소음이 거의 없는 점과 부피가 작아서 배치가 쉬운 점 등을 통해 도서관, 학교, 관공서, 매장 등에 설치해 여러 사람이 쓰는 공용PC로 쓰기 적합하다. 특히 최신 PC라 윈도우10이 기본 설치돼 있으니 윈도우10 활용 교육에 유용하리라 본다(모든 신제품, 신기술이 그러하듯, 윈도우10도 적응하면 제법 쓸 만하다).
글 / IT동아 이상우 기자(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