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스타트업이 되도록 '매쉬업 앤젤스'

김태우 tk@gamedonga.co.kr

[IT동아 김태우 기자] 스타트업 설립 단계에서 소요되는 자금은 보통 창업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 자금으로 기본적인 기능이 구현된 제품이나 서비스, 즉 최소존속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 구축까지 추가로 자금이 필요하다면 투자를 받아야 한다. 이때 엔젤이나 엑셀러레이터를 찾게 된다.

투자와 관련해 온라인에서 기사를 살펴보면, 자주 보이는 단어가 엔젤 투자, VC(벤처캐피탈) 투자 등이 있다. 이 둘의 차이점은 돈의 소유 여부다. 엔젤 투자자는 자신의 돈을 투자하는 사람이며, 벤처캐피탈은 남의 돈을 가지고 투자하는 집단이다.

미국의 경우 엔젤 투자와 VC 투자 비중이 비슷한 수준이지만, 국내는 엔젤 투자자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 탓에 정부에서도 엔젤 투자자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엔젤 투자만 하는 그룹이 올해 초 국내에 생겼다. 총 5명의 파트너가 뭉쳐서 만든 '매쉬업 엔젤스'가 그것이다.

매쉬업엔젤스
매쉬업엔젤스

매쉬업 엔젤스는 2010년 탄생한 민간 엑셀러레이터 '프라이머'를 이끌던 이택경 대표가 나와서 만든 초기벤처투자 및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엔젤 투자는 자신의 돈을 투자하다 보니 성향상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게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으며, 조언자로 참여해 도움을 주고자 한다. 매쉬업 엔젤스도 파트너 개개인이 엔젤 투자를 한다. 법인도 아니고 투자조합이 결성되어 있지도 않다. 엔젤 투자자 그룹인 셈. 이 때문에 투자는 원하는 파트너만 참가하면 된다. 기본적으로 파트너 2명의 동의가 있으면 투자가 진행된다. 운영 방식이 상당히 독특하다.

투자 금액은 5,000만 원에서 3억 원 정도로, 평균 1억 원 수준이다. 그런데 요즘은 스타트업들의 희망 금액이 다소 높아졌다. 매쉬업 엔젤스 최윤경 팀장은 "미팅 후 의향을 물으면 대부분 추세처럼 3~5억 원 정도로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기업 가치를 높게 부른다는 뜻인데, 스타트업들에게 돈이 많이 몰리고 있다 보니 생기는 현상으로 보인다.

단순 투자만 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 이후에는 해당 스타트업의 뿌리가 튼튼해 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조언도 하고, 사람도 연결해 주며, 문제가 생기면 머리를 맞대고 고민도 해준다. 최윤경 팀장은 "스타트업에 꼭 필요한 지원만 해주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수행해야 할 것도 많고, 서류 작업도 잔뜩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서비스 업그레이드할 시간이 없어진다. 매쉬업 엔젤스는 꼭 필요한 지원을 하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인 설립 등 초기 서류 작업을 비롯한 법률, 세무 등의 문제까지. 몰라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다양한 일을 매쉬업 엔젤스를 통해 해결할 수 있어, 스타트업은 서비스 개발에 시간을 더 쏟을 수 있다.

특히 이택경 대표는 프라이머때부터 다양한 스타트업을 만나 본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의 고민을 해결해 주고 있다. 큰 그림을 보고 방향을 제시하는 등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것.

매쉬업엔젤스
매쉬업엔젤스
▲ 매쉬업 엔젤스 이택경 대표 파트너

지금까지 투자한 스타트업은 모두 35개. 매쉬업 엔젤스를 시작하고 나서는 17개로 그전에 이택경 대표가 개인 투자한 스타트업을 모두 포트폴리오에 포함했다. 이들 또한 매쉬업 엔젤스에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니의파우치, 눔(Noom), 리멤버, 사운들리, 커플릿, 버튼대리 등 제법 알만한 스타트업들이 매쉬업 엔젤스에서 투자를 받았다.

최윤경 팀장은 "오래된 팀은 제법 성장해서 도와주지 않아도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다"며, "가끔 중요한 결정할 때 연락오는 정도"라고 한다. 스타트업들 간 네트워킹을 중요하게 생각해 정기적으로 워크샵을 하고 있으며, 비공개로 데모데이도 진행한단다.

투자하는 스타트업은 다양하다. 다만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에 한다고 최윤경 팀장은 말한다. 게임 분야 투자를 안 하는 이유다. 스타트업을 선정하는 내부 기준은 없지만, 초기 투자인 탓에 팀 자체를 중시한다. 아직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한 해 투자 스타트업 수는 10~15개 사이. 최윤경 팀장은 "지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해야지 뽑아 놓고 그냥 둔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냐며 "그래서 요즘은 더 신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올해는 이미 목표를 초과했다. 16개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 그만큼 괜찮은 스타트업이 많았다는 의미일 터.

국내는 아직 엔젤 투자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상태다. 그렇기에 매쉬업 엔젤스의 출현은 반가운 일다. 투자 성적도 좋은 편이다. 매쉬업 엔젤스 포트폴리오에 있는 35개 스타트업 중에서 사업을 접은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척박한 국내 엔젤 투자 생태계가 매쉬업 엔젤스 덕에 앞으로 더 활성화 대기를 기대해 본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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