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작업 효율, 게임 재미 배가시키는 멀티 디스플레이 기술
[IT동아 김영우 기자] 컴퓨터 모니터나 TV와 같은 디스플레이 기기의 효용성을 평가하고자 할 때 가장 대표적인 기준은 화질, 그리고 표시할 수 있는 정보량이다. 특히 컴퓨터 모니터의 경우는 후자 쪽이 중요하다. 하나의 화면에 최대한 많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표시할 수 있어야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니터의 정보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화면의 크기, 혹은 해상도(정밀도)를 키우는 것이다. 다만 이러자면 모니터의 값이 비싸지는데다 대중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수준 이상의 크기와 해상도를 갖춘 모니터는 종류도 많지 않다. 그리고 작업자의 시야각을 벗어날 정도로 키가 큰 대형 모니터는 업무 효율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는데다 책상 위에 올려놓기가 부담스럽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2대 이상의 화면을 조합해 하나처럼 이용하는 멀티 디스플레이(multi-display) 기술이다. 이는 이름 그대로 한 대의 컴퓨터 시스템에 복수의 모니터를 연결, 작업 공간 및 표시할 수 있는 정보량을 확장하는 기술이다. 이는 부담스러운 대형, 혹은 초고해상도 모니터가 아닌 일반적인 보급형 모니터로도 충분히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윈도우98과 G400의 등장 이후 보급 확대
멀티 디스플레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이를 동시에 지원해야 한다. 일반 PC용 운영체제 중에는 1998년에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98부터 멀티 디스플레이 기술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다만, 윈도우98 출시 당시에 쓰이던 그래픽카드(컴퓨터용 화면처리장치)는 1대의 모니터 출력만 가능했기 때문에 멀티 디스플레이를 이용하려면 한 대의 시스템에 복수의 그래픽카드를 꽂아야만 했다. 당연히 비용 면에서 부담스러웠고, 각기 다른 그래픽카드를 2대 이상 꽂는 경우엔 호환성이나 안정성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물론 산업용이나 기업용으로는1대로 복수의 화면 출력이 가능한 그래픽카드가 소수 나온 적이 있었고, 일반 그래픽카드에서도 멀티 디스플레이 모드의 구현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주변기기가 있긴 했지만, 가격이 비싼데다 판매량도 많지 않았다.
< 멀티 디스플레이 기술을 기본 탑재한 매트록스의 'G400' 그래픽카드(1999년)>
이러한 와중에 1999년, 매트록스(Matrox)사에서 그래픽카드 1대로 2대의 모니터를 연결해 멀티 디스플레이 모드를 구현할 수 있는 '밀레니엄 G400' 그래픽카드를 출시하는 것을 계기로 일반 PC 시장에서도 멀티 디스플레이 기술이 본격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후부터 매트록스 외에도 ATi(현재는 AMD), 엔비디아 등의 다른 그래픽카드 및 GPU(그래픽카드의 핵심 칩) 제조사에서도 자사 제품에 멀티 디스플레이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하기 시작했다.
현재 쓰는 대부분의 PC에서 이용 가능
2010년대 이후에 출시된 대부분의 PC는 멀티 디스플레이 기능을 지원한다. PC 후면의 그래픽카드, 혹은 메인보드에 있는 2개 이상의 영상 출력 포트에 각각 모니터를 연결한 후, 윈도우 운영체제의 화면 해상도 설정 메뉴에서 각각의 모니터가 인식된 것을 확인하자(만약 감지되지 않으면 케이블 상태를 점검하거나 '감지' 메뉴를 눌러주자). 그리고 여기서 '디스플레이 복제' 혹은 '디스플레이 확장'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 윈도우 화면 해상도 메뉴에서 멀티 디스플레이 관련 설정도 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복제 모드는 양쪽의 모니터에 동일한 화면을 표시하는 것이며, 디스플레이 확장 모드는 서로 연결된 각기 다른 화면을 표시하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확장 모드를 이용하면 양쪽에 각각 다른 콘텐츠를 띄우고 마우스를 통해 넘나드는 것도 가능하므로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주식 투자나 CCTV 모니터링과 같이 최대한 많은 정보를 화면 곳곳에 표시해야 하는 작업을 할 때 유용하다.
최대 지원 모니터 수는 그래픽카드의 사양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부분 2대까지는 지원한다. 만약 이 이상의 화면을 원한다면 그래픽카드를 추가로 장착하거나 메인보드에 달린 CPU 내장 그래픽용 포트를 활성화, 그래픽카드 + 내장그래픽 형식으로 연결 가능한 모니터의 수를 늘릴 수도 있다.
< 바이오스 설정에서 출력 우선순위를 내장(CPU) 그래픽으로 바꾸면 모니터를 추가 연결할 수 있다>
본래 별도의 그래픽카드가 장착된 PC 시스템은 자동으로 내장형 그래픽 포트가 비활성화된다. 하지만 메인보드의 바이오스 설정 메뉴로 들어가 내장 그래픽이 우선적으로 인식되도록 지정하면 양쪽의 그래픽 포트를 모두 쓸 수 있게 된다. 참고로 일부 메인보드는 내장 GPU 다중 모니터 설정까지 활성화해야 하며, 기종에 따라 이러한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정확한 사항은 PC 제조사나 메인보드 제조사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모니터 3~6대를 한 대처럼 묶어 실감나는 게임 즐기기
위와 같이 멀티 디스플레이 기술은 주로 기업이나 전문가 집단에서 업무용으로 주로 쓰였다. 하지만 2010년대를 즈음해 게임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도 멀티 디스플레이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기존보다 한층 발전한 형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2009년, AMD에서 자사의 신형 그래픽카드인 라데온 HD 5000 시리즈를 출시하며 해당 제품의 대표적인 차별화 기술로 강조한 AMD 아이피니티(AMD Eyefinity)다.
< AMD 아이피니티 기술을 이용해 6화면 게임을 구동하는 모습>
AMD 아이피니티는 단순히 모니터 수를 늘려 작업 공간을 확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복수의 모니터를 한 화면처럼 시스템에 인식시킨다. 동시 출력이 가능한 모니터의 수도 늘어나, 1대의 그래픽카드만 탑재한 단일 시스템에서 모니터 3~6대까지(모델에 따라 차이 있음) 출력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지원 모니터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보다 다양한 업무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3대 이상의 모니터를 이어 한층 실감나는 게임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레이싱 게임이나 FPS 게임 등에서 아이피니티 기술은 호평을 받았으며 2015년 현재 팔리고 있는 신형 라데온 시리즈에도 꾸준히 적용되고 있다.
한편, AMD의 경쟁사인 엔비디아 역시 2010년, 지포스 200 시리즈 그래픽 출시와 함께, 아이피니티에 대응하는 기술인 엔비디아 서라운드(Nvidia Surround)를 발표한 바 있다. 다만, 발표 초기에는 기술이 완전하지 않아 모니터 3대까지만 한 화면처럼 쓸 수 있었으며, 이조차도 2대의 그래픽카드를 PC 1대에 동시에 탑재해야 구현이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일부 모델은 그래픽카드 1대로 5대 모니터 출력에도 대응하는 등, 개선의 노력은 꾸준히 기울이고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