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성능과 휴대성 모두 잡은 노트북, HP 엔비 13-D042TU
[IT동아 김영우 기자]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하다가는 모두 놓치고 만다는 격언은 잘 알려져 있다. 노트북도 마찬가지다. 성능과 휴대성은 노트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이를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고성능을 추구하려고 하면 부품의 크기나 발열 때문에 본체가 커지기 마련이고,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를 간소화하면 성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결국 둘 중의 한쪽에만 특화되거나 그것도 아니면 전반적으로 어중간한 형태의 제품이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곤 한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를 어느 정도 극복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다. 이번에 소개할 신제품인 HP 엔비(ENVY) 13 시리즈 같은 제품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시리즈의 대표 모델인 ENVY 13-D042TU 제품의 경우, 최신 프로세서인 6세대 코어 i7-6500U(스카이레이크)에 8GB 메모리, 512GB SSD 및 QHD+급의 13.3인치 화면을 갖추고 있으면서 12.9mm의 얇은 두께와 1.27Kg의 가벼운 무게를 실현한 제품이다.
두께 12.9mm의 슬림함과 풀 알루미늄 재질의 적절한 만남
HP 엔비 13의 외형은 누가 봐도 호감을 가질 만 하다. 고급스런 풀 알루미늄 재질로 본체를 구성했으며, 모서리나 가장자리 부분도 '엣지' 있게 다듬었다. 무엇보다 화면을 접은 상태에서 제품 두께가 어지간한 스마트폰 수준인 12.9mm 밖에 되지 않는데, 이는 역대 HP 노트북 중에서 가장 얇은 것이라고 한다.
사실 예전에 나온 타사의 저성능 노트북 중에 이보다 더 얇은 것이 없지는 않았으나, 코어 i5나 i7급의 제품 중에 두께가 13mm 이하인 제품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무게도 1.27Kg이면 가지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으니 휴대성 측면에선 아주 좋다.
적절한 반발력의 키보드, 간편하게 보안성 높이는 지문 인식 센서까지
얇은 제품 치고는 키보드도 제법 만족스럽다. 눌리는 깊이는 그다지 깊지 않지만 반발력이 적당해서 몇몇 슬림형 노트북처럼 전자 계산기 두드리는 느낌은 나지 않는다. 그리고 키보드 내부에 백라이트를 탑재해 어두운 곳에서 작업할 때 유용하다. 키보드 하단의 구성도 눈에 띈다. 클릭버튼이 일체화된 터치패드는 공간을 넓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형태의 터치패드 중에는 클릭을 한 상태에서 커서를 움직이면 오작동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HP 엔비 13의 터치패드는 어지간해서 그런 일이 없다.
키보드 우측 하단에는 지문인식 센서도 달려있다. 이를 통해 시스템 부팅 시의 암호 입력을 지문 인식으로 대신할 수 있으며, 자주 쓰는 웹 사이트(구글, 네이버 등)의 계정 정보를 사용자의 지문 정보에 연결, 편리하게 로그인 하는 것도 가능하다. 개인 사용자에게는 편의성, 기업 사용자에게는 보안성 면에서 유용할 것이다.
간소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측면 포트 구성
측면 인터페이스 구성은 간소하면서도 있을 것은 다 있다. USB 포트는 3개를 제공하며, 모두 3.0 규격이라 외장하드와 같은 외부 저장장치의 성능을 온전히 쓸 수 있다. 특히 좌측의 번개 마크가 달린 포트는 노트북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전력이 공급되기 때문에 외부 기기를 충전하는 용도로 쓰기에 좋다.
그 외에 음성 입/출력 포트 및 HDMI 포트, SD카드 슬롯을 1개씩 갖추고 있다. 특히 이런 슬림형 노트북에는 크기를 줄인 소형 포트를 탑재하는 일이 많아 모니터와 같은 와부기기를 연결할 때 포트 규격을 변경하는 변환 젠더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HP 엔비 13의 USB와 HDMI 포트는 표준 규격이기 때문에 젠더 없이 곧장 외부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유선랜 포트가 달려있지 않은 점은 약간 아쉽지만, 대신 USB 포트에 연결해 쓸 수 있는 외장형 랜 포트를 제공하며, 내장된 무선랜이 최신 규격인 802.11ac 규격이고 블루투스 4.0 기능을 지원하는 건 장점이다. 802.11ac 규격을 지원하는 디링크 DIR-850L 공유기에 접속해보니 최대 속도 866.7Mbps 모드로 이용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뱅앤올룹슨 기술 적용한 사운드에도 주목할 만
HP 엔비 13에서 강조하는 또 한가지의 특징은 바로 사운드다. 고급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옵룹슨(Bang & Olufsen)의 기술이 탑재되었다고 하는데, 이를 키보드 우측 상단의 로고로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기본 제공되는 뱅앤옵룹슨 사운드 강화 소프트웨어를 통해 음악, 음성, 영화와 같은 장르별로 특화된 사운드 튜닝도 가능하다.
키보드 좌우 측에 달린 스테레오 스피커를 통해 팝, 가요,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감상해 보니 노트북용 소형 스피커 치고는 고~중역 사이의 구분이 명료하며, 소리의 입체감이 상당하다. 크기의 한계가 있다 보니 저음은 그다지 강한 편이 아니지만 대신 출력 자체는 의외로 강한 편이라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본체 스피커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헤드폰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뱅앤옵룹슨의 헤드폰(별매)을 연결해보니 본체 내장 스피커에서 조금 아쉬웠던 저음을 온전하게 들을 수 있으며, 입체감도 훨씬 강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다른 브랜드의 헤드폰을 이용해도 제법 괜찮은 사운드를 즐길 수 있지만, 뱅앤옵룹슨 헤드폰과의 궁합이 특히 좋게 느껴졌다.
13.3인치 크기, 3200 x 1800 초고해상도 화면 탑재
HP 엔비 13의 또 한가지의 자랑거리라면 역시 화면이다. 13.3 인치급의 소형 노트북임에도 불구하고 화면 해상도가 일반적인 풀HD급(1920 x 1080)을 한층 능가하는 QHD+급(3200 x 1800)에 달한다. 작은 화면에서 이 정도의 고해상도가 과연 필요한가 싶을 정도인데, 최근에는 WQHD급이나 UHD(4K)급 멀티미디어 콘텐츠도 제법 나오고 있으니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런 해상도의 노트북을 미리 구비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 제품에 기본 탑재된 윈도우10 운영체제는 초고해상도 모드를 쓰더라도 아이콘이나 글씨의 크기를 적절하게 조정하는 기능도 제공하므로 불편은 없다. 시야각도 좋아서 옆쪽이나 위쪽, 아래쪽에서 보더라도 이미지의 왜곡은 거의 없다.
최신 스카이레이크 코어 i7 프로세서, 512GB 고용량 SSD로 성능 강화
슬림한 외형에 비해 내부 사양은 제법이다. 리뷰에 이용한 ENVY 13-D042TU 모델의 경우, 인텔의 최신 프로세서인 6세대 코어 i7-6500U(스카이레이크)를 탑재하고 있다. 인텔 프로세서 중에 모델명이 U로 끝나는 제품은 성능보다는 전력 효율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코어 i7급 정도라면 저전력 노트북용 프로세서 중에서도 최상위급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상황에서도 성능 부족을 호소할 일은 없을 것이다. GPU(그래픽처리장치)도 인텔 내장 규격 제품 중에서도 상위급인 HD 520을 갖추고 있어 멀티미디어 능력 면에서도 기대할 만하다.
시스템 메모리도 8GB(DDG3 규격)로 넉넉하며, 저장장치 역시 속도가 빠른 SSD(M.2 규격)를 512GB나 갖췄다. 슬림형 노트북은 구조상 사용자가 별도로 내부 부품을 업그레이드 하기가 여의치 않으니 초기 비용이 좀더 들더라도 차라리 처음부터 높은 사양을 갖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전반적인 반응 속도, 멀티미디어 구동능력 만족스러워
제품의 대략을 살펴봤으니 이제는 직접 써보며 성능을 가늠해 볼 차례다. SSD를 탑재한 제품답게 부팅 속도나 프로그램 속도를 비롯한 전반적인 이용 감각은 쾌적한 편이다. 특히 윈도우10 부팅의 경우, 전원 버튼을 누르고 십 수초 만에 완료된다.
프로세서의 성능이 뒷받침되니 멀티미디어 구동 능력도 제법이다. 풀HD급 동영상은 물론, 3,840 x 2,160 해상도의 4K UHD급 동영상도 끊김 없이 구동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특히 UHD급의 신형 TV에 연결해 콘텐츠를 구동하고자 할 때 유용할 것이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게임 구동 능력도 제법
슬림형 노트북을 게임 전용으로 사는 경우는 별로 없고, 엔비 13에는 ‘지포스’나 ‘라데온’ 같은 게임용으로 널리 쓰이는 GPU도 달려있지 않다, 하지만 요즘은 인텔 내장 GPU의 성능도 상당한 수준이라 의외로 괜찮은 게임 구동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찌되었건 신형 노트북을 샀다면 게임 성능 역시 기대가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니 말이다.
일단 국민 게임이라 불리는 리그오브레전드(LOL)을 구동해봤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화면 해상도인 1920 x 1080 모드에서 그래픽 품질을 ‘높음’으로 맞추고 3:3 대전을 20여분 정도 진행해보니 유닛의 수가 적을 때는 평균 100 프레임 이내, 유닛의 수가 많을 때는 평균 70 프레임 이내로 플레이가 가능했다. 이 정도면 대단히 쾌적한 수준이다.
좀 더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MMORPG인 ‘파이널판타지14’도 플레이 해봤다. 화면 해상도 1920 x 1080, 그래픽을 표준품질(노트북PC)로 맞춘 상태에서 20여분 정도 사냥과 퀘스트 진행을 해보니 전반적으로 평균 20~30 프레임 사이로 플레이가 가능했다. 아주 쾌적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게임 자체를 즐기기엔 무리가 없었다.
발열, 배터리 사용 시간은?
게임을 플레이 하는 도중에 본체의 온도도 측정해봤다. 작은 본체에 제법 높은 사양을 구현하다 보면 발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분배해 배출하느냐다. HP 엔비 13의 경우, 키보드 상단 부분의 온도는 상당하다. 디지털 온도계로 측정해보니 최대 섭씨 50도 수준이다. 다만, 키보드 하단과 측면의 온도는 섭씨 30도 정도의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노트북 구조 상, 키보드 하단이나 측면에 손이 많이 닿기 마련이다. 발열 자체는 높은 편이지만 전반적인 열 배출 설계는 양호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휴대성을 강조하는 슬림형 노트북이라면 배터리 유지 성능도 중요하다. 이전에 나온 몇몇 슬림형 노트북은 두께를 무리하게 줄이느라 배터리 용량까지 줄어들어 실제 사용 시간이 2시간 남짓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HP 엔비 13역시 우려를 할 만하다.
윈도우10의 전원정책을 초기값인 'HP권장'으로 설정한 뒤, 배터리 100% 충전 상태에서 외부 전원을 뽑고 HD급 동영상을 반복 구동하며 배터리가 유지 시간을 측정해봤다. 측정 결과 약 5시간 30분 정도 후에 배터리 경고 메시지가 뜨는 것을 확인했다. 사용자의 사용 환경에 따라 배터리 사용 시간은 달라질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정도 수준이라면 제법 쓸만하다고 할 수 있다.
고급형 노트북의 미덕이란?
신형 HP 엔비 13 시리즈는 CPU나 메모리, SSD 용량, 운영체제 탑재 등의 사양 차이에 따라 몇 가지 모델로 나뉜다. 이번에 리뷰한 ENVY 13-D042TU는 코어 i7-6500U(스카이레이크) 프로세서에 8GB 메모리, 512GB SSD 및 윈도우10 운영체제를 갖추고 있어 HP 엔비 13 시리즈 중에서도 상위 모델에 속한다. 2015년 10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가 145만원 정도이니 싼 노트북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내부 사양이나 휴대성, 디자인을 비롯한 전반적인 구성을 따져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가격이다. 무엇보다도 휴대성이 높으면서도 상당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 그리고 화면의 품질이나 부가 기능, 그리고 전력 효율과 같이 겉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요소도 제법 충실하게 구성했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고급형 노트북이 가져야 할 미덕이 바로 이런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