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TV의 대형화의 기수, 그러나 이제는 볼 수 없는 - PDP
[용어로 보는 IT 2015년 개정판] 일반적으로 모든 물질은 기체나, 액체, 그리고 고체의 3가지 중 한가지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3가지에 해당하지 않는 제 4의 형태가 있다. 바로 ‘플라즈마(Plasma)’다. 모든 물질의 기반이 되는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상태에서 전자의 수가 변하면 이온(ion)화를 시작한다.한 개 이상의 전자를얻으면 음이온, 반대로 한 개 이상의 전자를 잃으면 양이온의 상태가 된다. 이렇게 이온화된 기체(플라즈마)는 외부의 전기 자극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과정에서 강한 빛을 발하게 할 수 있다.
<플라즈마 현상을 이용한 장식품, 플라즈마 볼>
플라즈마를 이용한 화면 표시장치, PDP(Plasma Display Panel)
‘불꽃’이 대표적인 플라즈마의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번개나 태양광, 혹은 극지방의 오로라가 바로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플라즈마 현상이다. 그리고 플라즈마 현상을 응용해 만든 인류의 발명품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네온사인과 형광등, 그리고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lasma Display Panel, 이하 PDP)이다.
오늘날 사용하는 PDP는 2장의 유리판 사이에 가스 튜브를 배열하여 화면을 구성한다. 가스 튜브에는 네온이나 아르곤이 주입되며, 이 튜브에 연결된 전극으로 전압을 가해 플라즈마 현상을 유도한다. 이로 인해 발생한 자외선을 3원색에 해당하는 형광층에 통과시켜 가시광선으로 변환, 컬러 화면을 표시하게 된다. PDP는 TV의 화면 표시 기술로 주로 쓰이며, CRT(브라운관)에 비해 얇고 큰 화면을 구현하는데 용이해서 TV의 대형화, 슬림화에 큰 기여를 했다.
<PDP의 구조.<출처: (CC)Jari Laamanen at Wikipedia.org>>
1927년부터 시작된 PDP의 역사
PDP의 역사는 생각 이상으로 오래되었다. 1927년에 미국의 벨 시스템(Bell system)이 처음으로 플라즈마를 이용한 화면 표시 장치의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으며, 1936년에는 헝가리의 칼만 티아니(Kalman Tihanyi, 1897~1947)가 이를 한층 발전시켜 두께가 얇은 평판 TV의 원리를 고안했다. 다만, 이러한 초기형 PDP들은 단순히 가능성만을 제시했을 뿐,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실제로 제품화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그리고 이 시기에 또 다른 화면 표시 기술인 CRT(브라운관)가 본격적으로 제품화, 대중화를 시작했기 때문에 PDP는 실현 가능성이 적은 단순한 기술 이론 중의 하나로만 평가되곤 했다.
<칼만 티아니가 1936년에 고안한 플라즈마 평판 TV의 개념도>
<초기형 단색 PDP가 탑재된 플라토 V(PLATO V) 컴퓨터(1981년). <출처: (CC)Mtnman79 at
Wikipedia.org>>
그러던 PDP가 본격적으로 실용화의 물꼬를 튼 것은 1964년이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도널드 비처(Donald Bitzer, 1934~)와 진 슬로토우(H. Gene Slottow)가 오늘날의 것과 유사한 원리의 PDP를 개발했다. 이 단색 PDP는 오웬스 일리노이(Owens-Illinois), IBM 등의 업체를 통해 상품화되었다. 1970년대 들어 단색 PDP는 주로 전문가용 컴퓨터를 위한 모니터로 보급되었고, 두께를 얇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 1980년대부터는 노트북 컴퓨터용 모니터로도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PDP에 비해 소비전력이 적고 컬러 화면도 구현할 수 있는 LCD(액정 디스플레이)가 본격적으로 생산되면서 PDP는 쓰임새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장 위기에 처한 PDP를 다시 살려낸 것은 일본 업체들이었다. 1980년대에 들어 고화질 텔레비전 방송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당시 TV 시장을 주도하던 일본업체들은 LCD에 비해 대형화면을 구현하는 데 유리하고 CRT보다 얇게 만들 수 있는 PDP에 다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특히 NHK 방송기술연구소, 후지츠(Fujitsu) 등은 1980년대 초반부터 고화질 컬러 PDP의 연구를 시작해 매년 시험제품을 공개했으며, 1992년에는 후지츠가 완전한 컬러 표시가 가능한 세계 최초의 21인치 PDP TV를 개발해 이듬해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1993년에 오리온전기가 처음으로 PDP TV를 내놓았다.
우수한 색감과 시야각, 그리고 빠른 응답속도가 장점
1990년대 말을 즈음해 PDP TV의 크기는 40인치 이상으로 커졌으며, HD급의 고화질 제품도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전까지 TV 시장의 주류를 이루던 CRT가 서서히 퇴출되고 이를 대신해 PDP와 LCD가 그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PDP와 LCD는 두께가 얇은 평판 디스플레이 방식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동작 원리는 완전히 다르다. PDP가 플라즈마 방전을 일으키는 가스 튜브로 화면을 구성하는 반면, LCD는 전기 신호에 따라 결정 구조가 바뀌는 액정, 그리고 여기에 빛을 쪼여주는 백라이트(후방 조명)로 화면을 구성한다.
PDP의 대표적인 장점이라면 LCD에 비해 색상표현능력이 우수하다는 점이다. LCD의 액정이 백라이트의 빛에 의존하는데 비해, PDP의 가스 튜브는 자체적으로 빛을 내기 때문이다. 또한, LCD는 각 화면 액정의 분자 배열을 바꾸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화면을 표현하므로, 분자의 재배열 속도를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화면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화면에 잔상이 생기곤 한다, 하지만 PDP는 이런 문제가 없으므로 LCD에 비해 화면 응답속도가 한층 빠르고 잔상 또한 적다.
이러한 구조 특성 때문에 화면의 시야각 역시 PDP가 우세하다. LCD는 화면을 좌우 측이나 상하 측에서 보면 이미지의 형태나 색상이 왜곡되곤 하는데, PDP는 이런 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와 함께, PDP는 대형화에 유리하다. 화면이 커질수록 생산 단가가 급격히 높아지는 LCD에 비해 PDP는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 단가로 큰 화면을 구현할 수 있어 같은 화면 크기라면 PDP를 LCD에 비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소비전력과 발열, 그리고 번인(Burn-in) 현상에 유의해야
<PDP는 같은 장면을 장시간 표시하면 그 장면이 화면에 새겨져 버리는 ‘번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출처: (CC)Eirik
Solheim at eirikso.com>>
하지만 PDP는 단점 또한 적지 않다. 특히 전기 방전으로 빛을 낸다는 기본적인 구조 때문에 많은 전력을 소비하며, 화면의 밝기를 높일수록 전력 소비량 역시 급격히 증가한다. 이로 인해 열도 많이 발생하므로 PDP TV 중의 상당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팬을 내장하는 경우가 많아 냉각팬의 작동으로 인한 소음 역시 PDP의 단점으로 부각되곤 했다.
이와 함께, PDP는 LCD에 비해 사용 수명이 짧다는 점을 지적 받기도 한다. 특히 PDP는 움직이지 않는 장면이 표시된 상태에서 장시간 방치하면 해당 장면이 화면에 새겨진 것처럼 흔적이 남는 ‘번인(Burn-in)’ 현상이 종종 발생할 수 있다. 번인 현상이 일어난 PDP는 다른 장면을 보더라도 이전에 보던 장면의 흔적이 보이곤 한다. 가벼운 번인 형상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정지 화면 표시 기간이 매우 길었다면 영구히 제거할 수 없는 흔적이 남기도 한다. 번인 현상은 특히 PC나 비디오 게임기를 PDP에 연결해 사용했을 때 자주 발생한다. 이 때문에 PC용 모니터로 PDP를 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PDP와 LCD는 대략적인 특징과 장단점은 위와 같다. 하지만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인해 2012년 현재 출시되는 PDP 중에는 LCD와 소비전력 차이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으며, 열 발생 역시 억제해 냉각팬을 생략한 모델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PDP 최대의 단점으로 지적 받던 번인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번인 제거 메뉴를 추가하거나, 일정 주기마다 화면을 조금씩 움직여 표시하도록 하여 번인 현상을 최소화하는 모드를 지원하기도 한다. LCD 역시 시야각을 넓히는 광시야각 기술을 도입하거나, 순간적으로 화면의 응답 속도를 증폭시키는 오버드라이브(over drive) 회로를 추가하는 등의 개선 노력을 해온 결과, PDP와 LCD의 특성 차이는 크게 줄어들었다.
LCD에 시장 주도권 빼앗겨 시장에서 완전 소멸
PDP는 대형화에 유리하다는 장점을 앞세워 평판 TV의 보급이 본격적으로 시작 되던 2000년대 초반에는 40인치 이상 대형 평판 TV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형 제품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상대적으로 빠르게 기술이 향상된 LCD의 부상으로 인해 2005년 즈음부터 PDP는 LCD에게 평판 TV 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주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파나소닉 등의 일부 TV 제조사가 PDP를 출시하며 시장 반등을 노렸으나, 결국 2014년을 기점으로 국내외 대부분의 TV 제조사가 PDP 생산을 모두 중단했다. PDP 기술력 개선이 어려웠고, 결정적으로 LCD TV에 가격 경쟁력마저 떨어졌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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