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모비, "국내 모바일 게임사가 미국시장 진출 전 알아둘 점은?"
[IT동아 안수영 기자]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마케터나 개발자라면, 한 번쯤은 해외 진출을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령, 한국에서 성공을 거뒀다면 해외에서의 성공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또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새로운 시도를 꾀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단, 해외 진출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어려운데,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란 더더욱 어려운 법이리라. 실제로 해외에서 고배를 마신 기업들의 사례도 많다.
하지만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도전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콘텐츠 경쟁력에 철저한 준비를 더한다면 해외 진출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국내 모바일 게임사가 해외 진출을 계획할 때 알아두어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해 알아보고자 인모비의 켈리 맥그래스 개발자 파트너십 총괄(Kelly McGrath, Head of Business Partnership)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켈리 맥그래스는 인모비 미국 지사에서 북미 모바일 게임의 시장 진출과 성장을 위한 컨설팅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과연 해외 시장 공략의 정점이라 불리는 미국 시장은 현재 어떠한 상황인지, 어떤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켈리 맥그래스는 미국 모바일 앱 시장의 현황에 정통한 전문가다. 그에게 현재 미국 시장의 흐름, 미국 모바일 사용자들의 게임 앱 다운로드 행태에 대해 물었다.
"미국 앱스토어 위주로 설명드리면, 게임 앱 상위권에 오르려면 하루 10만 다운로드 이상은 되어야 합니다. 보통 1건을 다운로드 하는 데에는 약 5~7달러(한화 약 5,900~8,200원)의 비용이 듭니다.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비용이 상당히 비싼 편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바일 게임 마케팅 비용이 수억 원씩 드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붙어 소요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미국 모바일 앱 시장은 크게 2가지 트렌드로 정리할 수 있는데요. 첫째는 브랜드 파트너십이 강세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젠가는 루니 툰과 파트너십을 맺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둘째는 미국 시장이 '미성숙한 생태계 내의 성숙한 모바일 게임 시장'이라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좋은 게임이 출시되면 경쟁이 치열하더라도 상위권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고, 인디 게임사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몇몇 게임사들이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어 그 틈새를 뚫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그는 이어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게임 장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미국의 경우, 수치상으로는 퍼즐게임 장르의 인기가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미국 앱스토어 상위권을 보면 슈퍼셀의 '헤이데이'와 같이 농사를 짓는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블리자드의 '하스스톤'과 같은 미드 코어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억력을 테스트하는 매칭 게임, 그리고 소셜 게임도 빼놓을 수 없지요. 즉, 정답이 있기보다는 다양한 장르가 성공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이 계속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미국과 한국처럼 스마트폰 시장이 자리잡은 국가에서는 새로운 앱을 적극적으로 검색하고 다운로드받는 사용자가 줄어드는 행태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바일 앱 개발사가 앱 다운로드 및 사용을 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의 경우, 출시 전부터 경쟁을 대비하는 추세다.
"아무래도 워낙 경쟁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광고뿐만 아니라 통합적 마케팅 전략을 택하는 미국 게임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국 게임사들이 그렇듯이, 미국 역시 TV 광고에 비용을 지출하거나 옥외 광고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투자를 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또한, 출시 전부터 게임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투자하는 '프리 런치'가 주된 흐름입니다. 한국에서 게임이 출시되기 전 사전 예약을 하거나 블로거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유사하다고 보면 됩니다. 보도자료를 통해 뉴스에 많이 알리는 것도 사전 마케팅 방법 중 하나입니다"
즉, 미국 현지의 모바일 게임 시장도 한국만큼 치열하다. 만약 한국을 비롯한 아태지역의 게임이나 모바일 앱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현지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게임 언어를 번역해서 출시하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예를 들면 미국 사용자들의 유료 결제 행태, 앱 다운로드 행태 등을 사전 조사하고 전략을 짜야 합니다. 또한, 미국과 비슷한 결제 및 다운로드 행태를 보이는 국가에서 작은 규모로 게임을 출시해보고,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큰 규모로 출시한다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호주, 영국, 캐나다 시장은 미국과 유사해 도전해보기 좋은 국가입니다. 한국 모바일 게임사 중에는 게임빌과 컴투스가 비교적 성공을 거둔 편인데요. 이들 게임사가 출시한 '홈런배틀', '골프스타', '에이스 피싱' 등이 미국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태지역의 모바일 게임이 미국 시장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현지화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게임이라도 현지화가 부족하면 실패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현지 상황을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각 국가마다 인기 있는 게임의 장르가 다릅니다. 일본에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게임을 보면 미드코어, 하드코어 게임이 많은데요, 미국에서 아직 이 장르를 좋아하는 사용자가 많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에서는 캐주얼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이 더 많은 편입니다"
그는 캐시슬라이드를 서비스하는 NBT 파트너스의 미국 지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한국의 앱 개발사에 조언을 주었다. 캐시슬라이드는 국내 시장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미국과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캐시슬라이드는 중국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는데, 미국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사용자들과 한국 사용자들의 모바일 사용 성향이 매우 달랐습니다. 캐시슬라이드(미국 버전명 Fronto)는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만 작동하는 서비스인데요, 한국은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높지만 미국 시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선인터넷 시설도 한국이 훨씬 잘 되어 있고, 한국과 미국의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가 좀 다릅니다. 미국의 경우, 데이터를 소비할수록 인터넷 속도가 느려집니다. 결국, 미국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캐시슬라이드 락스크린의 콘텐츠 큐레이션 용량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캐시슬라이드를 설치해두면 인터넷 속도가 자꾸 느려지기 때문이었죠. 결국 사용자들이 캐시슬라이드의 장점을 크게 느끼지 못했고, 이러한 사전조사가 부족해 미국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캐시슬라이드가 미국 시장에 진출했을 당시, 미국에서는 보상형/비보상형 스크린 시장이 거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용자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보상형 설치 광고가 하락하는 추세에 진출하는 바람에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이지요. 하지만, 캐시슬라이드가 미국에서 계속 안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캐시슬라이드가 사용자 행태에 집중하고 좋은 타이밍을 기다린다면, 다시 잘 될 것이라 봅니다"
만약 예산이 부족한 스타트업이라면 미국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수 있을까. 거대 브랜드와 자본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 스타트업들이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물론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자본이 중요하지만, 스타트업들은 넉넉한 비용을 지출하기가 어렵죠. 그렇다면 다른 시각에서 보아야 합니다. 첫째, 게임의 퀄리티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국내에서 먼저 게임을 출시해 사용자 반응과 행태를 데이터로 수집하세요. 이를 분석해서 다른 시장에 나간다면 과연 어떨지 추측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전조사가 필요합니다. 해외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에서 어떤 장르가 가장 인기를 끄는지, 광고를 한다면 가격이 저렴한 비수기가 언제인지 공략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만약 게임에 얽힌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다면 PR에 집중해보세요. 뉴스 노출은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접근도 효과적입니다. 사람들과 서로 네트워크를 맺고 서로의 앱을 설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로비오와 같은 대형 퍼블리셔와 첫 번째 게임을 같이 출시하는 것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퍼블리셔에 주게 될 테니, 손해를 볼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에는 인지도를 쌓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에 게임을 출시할 때는 이렇게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도전하면 어떨까 합니다.
이 외에는 인모비의 도움을 얻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스타트업들이 수많은 퍼블리셔를 만나고 관리하기가 어렵기에, 인모비가 중간 역할을 해 드립니다. 또한 스타트업 게임 개발자들이 해외 시장 진출에서 궁금한 점, 어려워하는 점은 인모비가 무료로 컨설팅해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모바일 앱 개발사에 "용기를 갖고 도전하라"고 전했다.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등 이미 성숙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비용도 많이 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많은 개발자 분들이 고민을 하실 겁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많이 쌓고, 현지 시장에 대한 사전조사에 공을 들인다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감을 갖고 다양한 시도를 해 보시길 바랍니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