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 렌즈 가뭄을 해소해 줄 2개의 렌즈
[IT동아 강형석 기자] 카메라 브랜드에는 각각의 프리미엄 성격을 드러내는 렌즈들이 있다. 니콘의 노란띠, 캐논의 빨간띠 등으로 대변되는 렌즈들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초점거리의 줌렌즈 또는 단렌즈 등에 고루 포진해 있는 고성능 렌즈는 사진 마니아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며 어느덧 해당 브랜드의 상징이 되었다.
지금 소개할 SEL35F14Z와 SEL90M28G는 소니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칼 자이스(Carl Zeiss)와 자사의 고급 렌즈 라인업인 G-렌즈 기반의 단렌즈다. 두 렌즈가 추가되면서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렌즈의 수가 늘었고, 그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칼 자이스의 숨결 느껴지는 'SEL35F14Z'
35mm의 초점거리와 f/1.4의 최대개방 조리개. SEL35F14Z(Distagon T FE 35mm F1.4 ZA)의 특징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칼 자이스의의 T(티스타) 코팅과 디스타곤(Distagon) 설계가 만나 프리미엄 단렌즈로 완성되었다. 가격도 199만 9,000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다. 물론 비슷한 니콘, 캐논의 동일 사양(초점거리, 조리개)의 렌즈가 200만 원대에 육박하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인다.
디자인은 여느 소니 칼 자이스 렌즈와 마찬가지다. 무광 처리된 외관은 묵직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측면에 있는 파란 방패의 자이스 로고가 이것이 칼 자이스 렌즈임을 수줍게 말해준다. 크기는 성인 남성이 한 손에 쥐기에는 조금 크고, 무게는 630g으로 묵직하다. 필터 구경은 72mm다.
렌즈 중앙은 수동 모드에서 초점을 조절하기 위한 초점링, 그 밑에는 수동 조리개 조절을 위한 링을 달아 어느 정도 손맛(?)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알아서 다 조절해주는 디지털의 냉정함과 달리 오랜 시간 렌즈를 깎아 온 칼 자이스가 잠시 쉬어가라고 만들어 놓은 작은 배려라고 생각하자.
측면에는 클릭 스위치가 마련되어 있다. 온/오프로 되어 있는데, 기능을 켜면 조리개 링을 돌릴 때 걸리는 느낌이 있는 반면, 끄면 부드럽게 조리개 링을 돌릴 수 있다. 조리개 링을 돌리며 발생하는 진동과 약간의 소음을 방지하는 목적이 있어 보인다. 동영상 촬영을 위한 기능이라고 봐야 하겠다.
재질의 차이일 수 있겠지만 휴대성을 강조한 미러리스 렌즈임에도 무거운 편에 속한다. 니콘의 니코르(NIKKOR) 35mm f/1.4G는 600g, 캐논 EF 35mm f/1.4L USM은 580g으로 가볍다. 물론 큰 차이 아닐 수 있지만 알파7 II의 본체 무게가 배터리와 메모리를 포함해 625g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조합이 일안반사식(DSLR)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되묻고 싶은 생각도 든다.
이 렌즈에 적용된 디스타곤 설계는 역망원(레트로포커스) 구조를 취한 광각 렌즈군의 통칭이다. 이 설계는 렌즈 후면부터 초점면까지의 거리인 백포커스(Back-Focus)를 길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일안반사식 렌즈에 많이 쓰였다. 35mm야 최근에는 거의 표준으로써 활용되지만 엄밀히 따지면 광각 영역에 포함되므로 디스타곤 구조를 취한 것이라 이해하면 되겠다.
렌즈는 총 8군 12매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 3매의 렌즈는 수차와 왜곡을 억제하는 비구면 렌즈를 썼다. 이 외에도 초음파 모터(SSM)을 탑재해 조용하고 빠른 초점 검출이 가능해졌다.
접사를 위한 매크로 렌즈 'SEL90M28G'
90mm의 초점거리, f/2.8의 조리개 값을 가진 SEL90M28G. 이 렌즈는 피사체의 디테일함을 최대한 표현하기 위한 '접사(매크로) 렌즈'다. 그 동안 소니 알파 미러리스 라인업에는 30mm f/3.5 렌즈 하나였다. 그것도 이 렌즈는 기존 NEX 시절의 물건이라 풀프레임 미러리스에는 쓸 수 없었다. SEL90M28G는 풀프레임을 위한 렌즈로 첫 선을 보인 것이라 하겠다. 기존 NEX나 A5000/6000 계열 미러리스에도 쓸 수 있다. 이 때 초점거리는 1.5배(135mm)가 된다.
디자인은 다소 투박하지만 접사에 필요한 것은 모두 담기 위한 흔적이 보인다. 수동과 자동 초점을 빠르게 전환하기 위한 초점링과 초점 고정버튼, 다양한 스위치가 있다. 기존 FE 렌즈와의 디자인 통일성을 위해 무광 처리되어 묵직한 느낌을 준다는 점도 포인트. 필터 구경은 62mm.
만듦새는 뛰어나다. 특히 수동 조작이 많은 접사 촬영 환경을 고려해, 빠르게 자동/수동을 전환하는 기능은 좋게 평가할 부분. 초점링을 위로 올리면 자동, 아래로 살짝 내리면 수동으로 초점을 잡는다. 크기는 성인 남성이 손에 쥐었을 때 알맞은 정도다. 무게는 602g이다.
렌즈 측면에는 2개의 스위치가 있다. 한 개는 초점거리를 전환하는 기능이다. 28~50cm/50cm~무한대/전영역으로 3가지 조절 가능하다. 촬영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하면 되겠다. 아래의 스위치는 렌즈 내에 있는 손떨림 방지(스테디샷)을 켜고 쓸 수 있다.
SEL35F14Z와 마찬가지로 이 렌즈 역시 600g을 넘는 거구다. 알파7 II와 조합하면 1.2kg에 달한다. 물론 DSLR과 비교하면 가벼운 편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DSLR 카메라의 무게인 850g 정도에 790g의 비슷한 렌즈를 탑재한 것과 비교하면 크기는 다를지언정 묵직한 차이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렌즈는 소니의 고급 라인업인 G-렌즈를 썼다. 11군 15매의 구성으로 ED 렌즈 1매, 슈퍼 ED 렌즈 1매, 비구면 렌즈 1매를 각각 배치해 수차를 억제하고 화질은 끌어올렸다. 나노 AR 코팅도 더해 빛에 의한 난반사를 줄이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28cm에서 1:1 배율로 촬영 가능하다는 점 역시 특징이다. 가격은 139만 9,000원이다.
뛰어난 화질에 만족도는 최고
이제 SEL35F14Z, SEL90M28G 두 렌즈의 성능을 확인할 차례. 카메라는 소니 알파7 II에 마운트한 다음, 촬영을 시작했다. 감도와 조리개, 셔터속도는 촬영 환경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절했으며, 화질이나 화이트밸런스 등 대부분의 설정은 기본 상태인 점 참고하자.
먼저 SEL90M28G의 결과물을 살펴보자. 촬영한 이미지는 약 30cm의 거리에서 촬영한 것으로 배율 1:1 대응이 가능하다는 부분이 장점. 조리개는 f/16, 감도는 ISO 100이다. 결과물을 확인하니 이 렌즈의 진가는 세밀함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촬영한 과일(감귤)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의 표현력은 최고 수준이 아닐까 평가해 본다.
자동 초점임에도 확실히 잡을 수 있는 환경이라면 제대로 잡아내는 점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일부 특정 환경에서는 초점거리 내여도 피사체를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 사실 접사용 렌즈에 자동초점으로 피사체를 잡아내는 경우는 드물다. 아마 대부분은 수동 초점으로 촬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필드에서 접사를 할 경우, 자동초점을 써야 하는 환경이 존재한다. 그 때의 대응력은 조금 아쉽다.
소음이나 조작감은 만족스럽다. 손 끝에서 느껴지는 질감의 감촉이나 스위치의 마감 등도 뛰어나다. 초점고정 버튼도 손가락이 잘 닿는 곳에 있어 쓰기 편하다.
SEL35F14Z의 결과물도 확인해 보자. 약간 흐린 상황이었지만 빛은 충분했기 때문에 조리개를 조금 조인 상태(f/2.8에서 촬영한 이미지다. 조리개를 최대 개방한 상태에서는 이미지 주변부에 비네팅처럼 광량저하 현상이 조금 보이지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이는 f/2 이상 조여주면 어느 정도 해결된다.
화질이나 배경 흐림 정도는 칼 자이스 렌즈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실망스러운 렌즈도 있지만 많은 칼 자이스 렌즈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여줘 왔다. 이 렌즈 또한 뛰어난 칼 자이스 렌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에 찰지게 감기는 렌즈 형상은 안정적인 촬영 자세를 취하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반셔터를 누르면 최소에서 무한대까지 한 번 이동한 다음에 초점을 검출하는 듯 하다. 이 때문에 정확하지만 검출 속도가 조금 느리다는 느낌을 준다.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에 단비 같은 존재
소니는 현재 총 11개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용 렌즈를 보유하고 있다. 말로는 13종이라고 하는데, 렌즈 앞에 부착하는 어댑터를 포함한 것이므로 제대로 된 교환렌즈의 개념이라 보기 어렵다. 심지어 13개 렌즈 중 일부는 소니 스토어에 없다. 판매되지 않는 물건이라는 얘기. 실제 스토어에 있는 풀프레임 대응 렌즈는 온라인 기준으로 8개에 불과하다.
지금 소개하는 두 렌즈를 제외하면 스토어에는 6개의 풀프레임 대응 렌즈로 운영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다른 DSLR 카메라 브랜드와 비교하면 열악한 수준이다. 물론, 확보한 제품군이 대부분 사진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것들이어서 아쉬움은 없지만 다양한 촬영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갈 길이 멀다.
소니의 입장에서는 지금 렌즈 말고 기존 알파마운트 기반의 렌즈들을 어댑터 조합으로 활용한다면 큰 문제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어댑터를 쓰면 부피가 커지고 무게가 증가한다. 알파마운트 렌즈가 있다면 모를까, 신규 사용자가 렌즈와 어댑터를 활용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묻고 싶다. 정작 알파마운트 렌즈들도 탄탄하다고 보기엔 한계가 따른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일단 SEL35F14Z와 SEL90M28G 두 렌즈가 가뭄인 알파 풀프레임 미러리스 렌즈군에 단비 같은 존재라는 점을 부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199만 9,000원, 139만 9,000원이라는 가격도 화질이나 브랜드(칼 자이스/G-렌즈)에 비하면 나름대로 합리적이니 말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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