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무자비한 리뷰어의 일상 리뷰 < 세상의 모든 리뷰 >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이문규 기자] 본지는 IT 관련 제품에 관한 리뷰 기사를 집필해 전국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고 그에 객관적인 평가를 내림으로써 독자가 제품을 선택하는데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때문에 우리 같은 '리뷰어(reviewer)'는 제품을 냉철하고 공정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고, 그에 해당하는 타당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이는 본지 기자는 물론이고 제품을 평가하는 모든 형태의 리뷰어에게 해당된다.

얼마 전 모 운동화 제조사의 이염 문제(세탁 시 색상 빠짐)를 신랄하게 비판해 해당 운동화 구매자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은 블로거가 화제가 됐다. 그는 제조사의 교묘한 압박과 감언에 굴하지 않고 제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냄으로써 리뷰어로서의 기본 자질을 유감 없이 보여줬다. 그가 바로, 리뷰계의 정신병자임을 자처하는 '리뷰왕 김리뷰'다(http://blog.naver.com/rkttmdduq36). 그가 그 자신도 전혀 예상치 못한 리뷰 서적을 출간했다. <세상의 모든 리뷰>다.

세상의 모든 리뷰 표지
세상의 모든 리뷰 표지

이는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기록했던 일상형 리뷰 내용을 삽입 이미지와 함께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여기에는 리뷰어라는 벼슬(?)이 아니더라도 일반인이라면 흔히 접하고 겪을 수 있는 50여 개의 리뷰 소재를 담고 있다. 리뷰 소재라고 해봐야 별 거 없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손에 잡히는 일상의 모든 것을 리뷰하고 있다. '강의실 책상', '닭고기', '우산', '외국인', '배달', '화장실 수도꼭지', '서울말', '막장 드라마' 등등 시답잖은 소재도 다루고 있다.

김리뷰 블로그
김리뷰 블로그

하지만 그 분위기는 제법 진지하고 기발하다. 나름대로 시크(chic, 멋짐)하면서 일깨움도 들어있다. 또한 특에 박힌 어법을 벗어나 블로거 특유의 자유로운(하지만 격은 약간 떨어지는) 문체(은어, 비어 포함)를 유지하고 있어 재미 있게 읽힌다.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정교함은 부족하더라도, 읽으면서 '피-식' 웃게 하는 재치와 발랄함은 들어 있다. 또한 소재 하나의 분량이 그리 길지 않아 화장실에 앉아 읽기에 딱 알맞다.

273쪽 '한국말' -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
273쪽 '한국말' -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

저자 김리뷰가 제품을 냉철하게 평가했다면, 기자 역시 이 책을 그리 평가해야 하겠다. '세상의 모든 리뷰'라는 제목에서 김리뷰의 날카로운 리뷰 스타일을 접할 거라 예상했는데, 이 책은 다분히 신변잡기적 내용을 담고 있을 뿐,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과 정보는 솔직히 그리 많지 않다. 하나의 소재에 대해 김리뷰 자신이 나름대로 정의하고 풀이한 개인 단어사전이다. 그래도 각 소재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를 풀어내는 '썰력(說力)'은 인정할 만하다.

281쪽 '혼자하기'
281쪽 '혼자하기'

아울러 이 책은 밋밋한 구성을 극복하려,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 등을 판매하며 꽤 꿀을 빨고 있다고 자인하는, 의 웹툰작가 '김옥현(www.facebook.com/OKToon123)'이 삽화를 직접 그려 넣었다(그렇다. 이 삽화 없었으면 정말 밋밋할 뻔 했다. 참고로 김옥현 작가는 김리뷰의 악플러다).

참고로 책의 내용 중 대부분은 그의 블로거에서도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책 값을 14,000원이라는 요즘 신간에 비교해서 꽤 양심적인(?) 가격으로 책정했다. 어쨌든 매달 쏟아지는 천편일률적인 자기계발서, 자기치유서보다는 훨씬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책이다.

저자: 글 / 김리뷰, 그림 / 김옥현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RHK) - 도서정보 (클릭)
분량: 392쪽
가격: 14,000원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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