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대용량 데이터 저장장치의 대명사 -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용어로 보는 IT 2015 개정판] 컴퓨터의 주요 역할은 데이터의 연산 및 입출력, 그리고 저장이다. 그 중에서도 데이터의 저장 기능은 작업의 연속성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콘텐츠를 개발했다 해도 이를 지속적으로 보관해서 사용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이런 이유로 컴퓨터 개발 초기부터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초기 컴퓨터에서 사용하던 천공카드는 기록 용량이 작고 보관도 불편했다 <출처 : (cc) Stefan Kühn>>
초창기 컴퓨터에서는 종이에 일정한 패턴의 구멍을 뚫어 데이터를 기록하는 종이 테이프나 천공카드를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들은 많은 용량을 기록하기 어려운데다 보관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자성 물질로 코팅한 플라스틱 테이프를 이용하는 자기 테이프 기록 장치인데, 이는 비교적 대용량이라는 장점이 있었으나 데이터를 읽어 들이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불편했다. 용량이 크면서 속도도 빠른 데이터 저장장치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4.8MB의 대용량 저장장치, 하드디스크드라이브의 등장
1956년, 미국 IBM사에서 IBM 305 RAMAC이라는 새로운 컴퓨터를 개발했는데, 여기에는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전혀 새로운 형태의 저장 장치가 달려있었다. 이 장치는 전공카드나 테이프가 아니라 자성 물질로 덮인 플래터(Platter: 금속 디스크)를 여러 장 쌓아 올린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 장치는 당시에는 매우 큰 용량이었던 4.8M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었으며, 분당 1,200RPM으로 플래터를 회전시키며 고속으로 데이터를 읽거나 쓸 수 있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ard Disk Drive, 이하 HDD)다.
<IBM 305 RAMAC에 적용된 세계 최초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1956년) <출처: IBM 홈페이지>>
개발 당초에 이 장치는 자기 디스크 기억장치, 혹은 단순히 디스크 장치로 불리곤 했다. 그리고 1973년에 IBM에서 내놓은 IBM 3340 저장장치의 개발코드명이었던 윈체스터(Winchester)가 유명해지면서 윈체스터 디스크라고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을 전후해 휴대용 저장 장치인 플로피(Floppy: 부드러운)디스크가 많이 쓰이게 되면서 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하드(Hard: 단단한)디스크라는 용어가 등장, 컴퓨터 내부에 설치되는 대용량 자기 디스크 기반 저장 장치를 지칭하는 일반 명사가 되었다.
표준화, 그리고 대중화의 시작
다만, 개발 초기의 HDD는 기업용, 혹은 국가 기관용 대형 컴퓨터에만 쓰였기 때문에 가격이 자동차 몇 대 수준에 달할 정도로 비쌌으며, 크기도 컸다. IBM 305 RAMAC에 탑재된 최초의 HDD는 지름 24인치(약 60cm) 짜리 플래터 50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장치 전체의 크기가 소형 냉장고나 세탁기와 비슷할 정도였다.
<씨게이트 ST-506의 출시 이후, HDD의 대중화가 시작되었다>
PC(개인용 컴퓨터)에 HDD의 탑재가 일반화 된 것은 1980년에 미국의 씨게이트(Seagate)사가 개발한 ST-506의 출시 이후다. ST-506은 지름 5.25인치(약 13cm)의 플래터를 내장하고 5MB의 용량을 갖추고 있었다. ST-506는 PC에도 내장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았고 가격도 1,500달러 정도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다. ST-506이 인기를 끌면서 이후에 출시된 타사의 PC용 HDD도 ST-506와 호환되는 기본 설계 및 데이터 입출력 구조를 갖추게 되었고, 이는 HDD의 표준 규격으로 자리잡게 된다.
HDD의 기본적인 동작 원리
HDD는 자성 물질로 덮인 플래터를 회전시키고, 그 위에 헤드(Head)를 접근시켜 플래터 표면의 자기 배열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읽거나 쓴다. 플래터의 중심에는 플래터를 회전시키기 위한 스핀들 모터(Spindle Motor)가 위치하고 있으며, 스핀들 모터의 회전 속도가 높을수록 보다 빠르게 데이터의 읽기와 쓰기가 가능하다.
헤드는 직접 플래터와 접촉하지 않고 플래터 표면에 살짝 떠 있는 상태로 데이터를 읽거나 쓰는데, 플래터 표면과 헤드 사이의 여유 공간은 제품에 따라 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 미터)에서 나노미터 단위(10억 분의 1미터)까지 가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HDD가 동작하는 도중에는 헤드를 이동시키는 액츄에이터 암(Actuator Arm)의 매우 섬세한 움직임이 요구된다.
그래서 HDD가 한창 동작(회전)하는 도중에 외부 충격이 가해지거나 갑자기 전원이 차단되면 헤드가 플래터의 표면을 긁어 HDD가 고장 나기도 한다. 또한, 자성 물질로 데이터를 기록하는 플래터의 특성 때문에, HDD 주변에 자석이 있으면 기록된 데이터가 파괴되기도 한다.
따라서 HDD를 내장한 PC는 되도록 진동이 없는 곳에 설치하는 것이 좋으며, 방자(防磁) 처리가 되어있지 않은 스피커 등을 주변에 두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PC의 사용이 끝난 후에는 반드시 윈도우 종료 메뉴와 같은 파킹(Parking: 헤드를 기본 위치로 옮김) 기능을 이용해서 전원을 끄는 것이 좋다.
내 PC에 달린 HDD는 몇 인치?
1980년대까지는 플래터 지름 기준 5.25인치(약 13cm) 규격의 HDD가 시장의 주류를 이루었지만 점차 PC가 소형화됨에 따라 이보다 작은 HDD가 나오게 되었다. 2011년 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HDD는 3.5인치(약 9cm) 규격과 2.5인치(약 6.35cm) 규격, 그리고 1.8인치(약 4.5cm) 규격의 제품이다.
<크기에 따른 HDD의 구분>
데스크톱 PC에는 3.5인치 제품이 주로 쓰이며, 노트북 PC에는 주로 2.5인치 제품이, 그리고 일반적인 노트북 PC보다 작은 초소형 PC에는 1.8인치 제품이 쓰이기도 한다. 용량이나 성능(데이터 처리 속도)이 같다면 크기가 작은 규격의 HDD일수록 가격이 비싸다. 소형 HDD는 내부 공간의 한계 때문에 크기는 작으면서 상대적으로 정밀도가 높은 고가의 부품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체 내부 공간의 여유가 많은 데스크톱 PC에 일부러 2.5인치나 1.8인치 HDD를 탑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터페이스(연결 방식)의 차이에 따른 제품의 구분
같은 크기의 HDD라도 인터페이스(Interface), 즉 컴퓨터 메인보드(Mainboard: 주기판)와 연결되는 포트나 케이블의 규격에 따라 종류가 나뉘기도 한다. 따라서 새로운 HDD를 구매하려 한다면 현재 사용 중인 메인보드가 어떤 규격의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과거에는 일반 PC용 HDD는 PATA(parallel ATA, 기존의 IDE) 인터페이스를 주로 사용했으나, 현재는 SATA(Serial ATA) 인터페이스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서버나 워크스테이션 같은 전문가 및 기업용 컴퓨터에서는 SCSI(Small Computer System Interface)나 SAS(Serial Attached SCSI) 인터페이스의 HDD가 쓰이곤 한다.
SCSI나 SAS 규격의 제품은 PATA(기존 IDE)나 SATA 규격 제품에 비해 데이터 안정성이나 데이터 전송 속도가 우수하지만 가격 또한 훨씬 비싸다. 때문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HDD는 대부분 PATA나 SATA 규격 중 한 가지라고 봐도 무방하다. SATA 인터페이스가 처음 발표된 2003년을 기준으로 그보다 이전에 나온 PC는 대부분 PATA, 이후의 PC는 SATA 규격을 HDD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PATA와 SATA를 동시에 지원하는 메인보드를 갖춘 PC라면 IDE 보다는 SATA 규격 HDD를 쓰는 것이 성능 면에서 유리하다.
플래터의 회전 속도에 주목해야
같은 규격의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HDD라도 데이터를 읽거나 쓰는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HDD의 속도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플래터의 회전 속도다. 2011년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데스크톱 PC용 3.5인치 제품은 분당 7,200RPM, 노트북 PC용 2.5인치 제품은 분당 5,400RPM, 1.8인치 제품은 4,200RPM으로 회전하는 플래터를 탑재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전반적인 사양이 비슷하더라도 데스크톱 PC가 노트북 PC에 비해 운영체제 부팅이나 프로그램 실행 속도가 더 빠르게 느껴지곤 한다.
회전 속도가 빠른 제품일수록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지만, 예외적으로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사는 2007년, 회전 속도를 낮춘 대신에 가격 대비 큰 용량과 저소음, 저전력을 강조한 캐비어 그린(Caviar Green)을 내놓아 예상 이상의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리고 고성능이 필요한 서버나 워크스테이션용 HDD 중에는 분당 10,000RPM이나 15,000RPM의 사양을 가진 경우도 있는데, 이런 제품은 매우 가격이 비싸서 일반 PC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HDD의 성능을 결정짓는 또 하나의 요소, 버퍼
인터페이스의 종류나 플래터 회전 속도 차이 외에 HDD의 성능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또 하나의 요소는 HDD 내에 탑재된 버퍼(buffer) 메모리의 용량이다. 반도체 기반의 장치인 CPU나 램에 비해 자기 디스크 기반의 장치인 HDD는 데이터 처리 속도가 훨씬 느린데, 버퍼 메모리는 CPU나 램(RAM)에서 플래터로 데이터를 전송할 때, 혹은 그 반대의 경우에 그 중간에 위치하여 양쪽 장치의 속도 차이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버퍼 메모리가 크면 클수록 한 번에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서 데이터 전송 능력을 높일 수 있다.
<버퍼는 외부 장치와 HDD 사이의 속도 차이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며, 제조사에 따라서는 임시 저장 공간이라는 의미로 캐시(Cache)라
표기하기도 한다>
2011년 현재, 2.5인치 제품의 경우 2~8MB, 3.5인치 제품의 경우 16~64MB의 버퍼 메모리를 탑재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버퍼 메모리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외부 장치와의 속도 차이를 줄여주는 것이지 HDD 자체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플래터 회전 속도에 비해 전반적인 성능 향상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HDD와 SSD의 만남?
최근 저장장치 시장에서는 HDD와 비교해 속도가 아주 빠른 SSD(Solid State Drive,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한 저장장치)가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SSD는 1GB당 가격이 HDD의 5~10배에 이르기 때문에 용량이 큰 파일을 저장하기에는 불리하다.
이런 상황에서 속도와 용량을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도 등장했다. 저장장치 하나에 HDD와 SSD의 장점을 모두 담은 셈이다. *대표적인 것이 씨게이트의 SSHD와 웨스턴디지털(이하 WD)의 듀얼 드라이브다. 두 장치의 형태는 비슷하나, 개념은 조금 다르다. SSHD는 기본적으로 HDD 영역에 데이터를 저장하며, SSD 영역에는 자주 쓰는 일부 파일을 복사해서 빠르게 불러오는 방식이다.
*과거 삼성전자에서도 HHD(Hybrid Hard Disk, 하이브리드 하드 디스크)라는 이름으로 HDD와 SSD가 결합된 저장장치를 선보였지만, 개발을 중단했다.
이와 달리 듀얼 드라이브는 하나의 저장장치에 HDD와 SSD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즉 PC에 저장장치 하나만 연결해도 두 개의 저장장치를 연결해 사용하는 듯한 효과를 낸다. 노트북처럼 여러 개의 저장장치를 설치하기 어려운 PC 시스템에 어울리는 제품이다. 다만 두 개의 드라이브를 각각 구매하는 것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다.
표기 용량과 실제 용량에 차이가 나는 이유
컴퓨터를 사용하다 보면 운영체제 상에서 표기되는 HDD 용량이 제조사에서 밝힌 제품의 용량보다 적은 것으로 나와서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HDD 용량 표기방법에 독특한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본래 컴퓨터는 2진법으로 데이터 용량을 계산한다. 따라서 1GB라면 1,024MB = 1,024×1024kB = 1,024×1,024×1024byte즉, 10억 7,374만 1,824byte가 돼야 한다. 하지만 디스크 제조사들은 오래 전 플로피 디스크 시절부터 10진법으로 계산한 용량을 표기하는 것을 관행으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HDD에 표기된 1GB는 1,073,741,824byte가 아닌 1,000,000,000byte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예를 들어 시중에 판매되는 1TB 용량의 HDD를 설치하면, 윈도우와 같은 운영체제에서는 이를 약 931GB의 HDD가 탑재된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HDD 제조사 측에서는 자신들의 용량 표기는 엄연히 10진수 표기를 권장하고 있는 국제단위계(SI)의 표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며, 플로피 디스크 시절부터 관례화 된 것을 이제 와서 바꾸기는 어렵다는 해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용량을 최대한 크게 보이게 하기 위한 상술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속도의 한계 분명하지만 대용량이 주는 매력 만만치 않아
HDD가 PC의 필수 장치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영화나 음악, 게임과 같은 고품질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수월하게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대용량의 HDD가 개발된 덕분이다. 다만, 물리적으로 회전하는 디스크를 사용한다는 기본 원리는 개발 당초와 비교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CPU나 램, 그래픽카드와 같은 반도체 기반의 다른 주요 컴퓨터 장치에 비해 데이터 처리 속도가 훨씬 느린 것이 사실이다.
특히 속도가 빠르면서 안정적인 SSD가 등장하면서 HDD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SSD 역시 처음 등장했을 때와 비교하면 가격이 상당히 낮아져, 일반인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이 됐다. 하지만 HDD와 SSD의 공존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SSD 가격이 낮아지는 만큼, HDD의 저장 용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SSD가 단일 드라이브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TB 단위에 오래 전부터 진입했으며, 최근에는 기술 개선을 통해 10TB에 이르는 HDD까지 등장했다.
속도 면에서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고는 하지만, 대용량의 매력은 여전하기 때문에 HDD는 앞으로도 한동안은 컴퓨터의 주요 부품 중 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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