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폰 기대하며 견디는 15개월 간의 희망고문
[IT동아 김영우 기자] 작년 10월 1일에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되었고, 벌써 9개월이 지났다. 공급자가 폰을 싸게 팔고 싶어도 이것이 불법이 되어버리는 이 법 때문에, 스마트폰 시장에는 전에 없던 독특(?)한 구매 문화가 나타났다. 일단 최신 스마트폰을 공짜, 혹은 파격적인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신형폰이나 프리미엄폰을 덜 구매하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건 자신이 구매하고자 하는 스마트폰이 출시된 지 몇 개월이나 지났는지 꼼꼼하게 헤아리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특히 해당 제품이 출시된 지 15개월에 가까워진다면 한층 주목도가 높아진다. 왜냐하면 출시된 지 15개월이 넘은 단말기는 단통법에서 지정한 보조금 상한선 규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단말기는 제한 없는 보조금을 받아 한층 적은 부담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이런 소위 '15개월의 마수'에서 벗어나, 높은 보조금을 등에 업고 다시 반짝 인기를 얻은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LG전자 G2(2014년 11월 이후),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3(2014년 12월 이후) 등이 있다. 그리고 이달 초에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 네오가 이러한 대열에 합류해 뒤늦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제품은 출고가에 근접하는 보조금이 투입된 덕분에 일정액 이상의 요금제에 가입하면 거의 공짜로 살 수 있다.
다만, 엄밀히 따져보면 '공짜'라고 하기에 다소 애매한 부분도 있다. 출고가가 낮아진 것이 아니라 보조금이 높아진 것이기 때문에, 약정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해지하거나 번호 이동을 하면 받은 보조금에 상응하는 호되게 비싼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출시된 지 15개월이 지났다고 해서 무조건 싸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 사이의 이해관계, 그리고 재고 상황 등이 맞아 떨어지지 않아 출시 15개월이 지나더라도 가격이 요지부동인 제품도 제법 많다. 이를테면 삼성전자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갤럭시 S5 같은 제품의 경우, 출시 15개월을 맞은 6월부터 싸게 풀리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많았으나 7월 10월 현재, 아직도 예전과 다름없는 고가에 팔리고 있다.
결국, 단통법으로 인해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그리고 소비자들 사이의 '눈치 싸움'만 심해졌다. 단말기가 출시된 지 15개월이 가까워질수록 경쟁사의 움직임을 항상 주시하고, 끊임 없이 대응 전략을 짜야 하는 이동통신사들의 고민이 심해졌으며, 비록 구형 제품일지라도 거기에 걸려있는 자사 제품의 평판 및 브랜드 관리를 해야 하는 제조사들이 받는 스트레스 역시 만만치 않다. 이런 와중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15개월 동안 '희망고문'을 당해야 하는 소비자들이다.
참고로, 오는 8월 중에는 LG전자의 G3, 9월 중에는 갤럭시S5 광대역 LTE-A 등의 제품이 출시 15개월을 맞이한다. 괜찮은 스마트폰이 싸게 풀리기를 기대하는 소비자라면 한 번 지켜볼 만은 하다. 물론 너무 큰 기대를 했다가는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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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