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패션을 입다 - 아는오빠와 멋진언니의 '패셔너블 IT'
[IT동아 권명관 기자] 'IT와 패션의 만남', 'IT와 패션의 융합', 'IT와 패션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최근 IT는 패션에 빠졌다. 스마트폰 보급과 뒤를 이어 등장한 태블릿PC, 그리고 '입는다'는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 시계, 스마트 밴드 등 다양한 스마트 기기의 등장은 무미건조했던 제품의 디자인을 바꾸고 있다. 사실 IT와 패션의 만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새롭게 등장한 트렌드처럼 언급되지만, 이미 IT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패션과의 만남을 꾀했다.
지난 2006년 패션 산업이 이종 산업과 제휴한 77건 중에서 IT 제품과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달한다. 일반 휴대폰이 명품을 입었던 사실을 기억하는지. LG전자의 경우, 2007년부터 명품 패션업체 프라다와 함께 제휴, 간결한 디자인을 특징으로 '프라다폰'을 주기적으로 선보인 바 있다. 특히, 2009년 선보였던 프라다폰2와 블루투스로 연결해 간단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손목시계 모양의 '프라다링크'는 기술과 패션을 접목한 독특한 형태로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가 뱅앤올룹슨과 제휴해 선보인 '세린폰', '세리나타', 조르지오아르마니 제휴해 선보인 '아르마니폰' 등도 있었으며, 팬택계열은 명품 라이터 제조사 듀퐁과 함께 '듀퐁폰' 등을 출시한 바 있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프라다폰2와 프라다링크, 듀퐁폰, 세리나타, 아르마니폰 >
더욱 가까워진 스마트 기기와 패션
과거부터 이어졌던 IT와 패션의 만남(달리 생각하면 새삼스러울 것 없는 두 이종 산업의 만남)을 최근 다시금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스마트 기기 등장 이후 변화한 활용 방법,사용자 경험 때문이다.
스마트 기기는 제품 사용자와 떨어져 있는 거리가 '제로(0)'에 가깝다. 이제 사람들은 IT 제품을 '휴대'하는 것이 아니라 '착용'하듯 사용한다. 사용자와 24시간을 함께하는 기기로, 용도나 필요에 따라 제품을 선택해 사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스마트 기기는 사람들이 자신을 어필하는 패션 아이템 또는 개성을 표출하는 또 하나의 도구로 변화했다. 이제 이메일을 보내고, 인터넷을 검색하는 등 기능적 요소만을 강조하는 IT 기기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시대다.
기술과 패션의 만남은 시장 성숙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제품군의 수명과도 일치한다. 새로운 IT 제품(기술)이 등장하면, 사람들은 그 안에서 기능성, 도구성, 편리성 등을 찾는다. 이는 기기의 성능과 밀접하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면, 도입 초창기 사람들은 어떤 프로세서를 탑재했는지, 저장 용량이나 메모리 용량은 얼마인지,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따졌다. 제조사 역시 제품의 성능, 기능적인 측면을 전면에 내세워 가치를 알렸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4,000만 명 시대다. 한마디로 누구나 스마트폰 1대쯤은 다 사용하는 성숙기에 이르렀다. 스마트폰 성능도 어느덧 상향 평준화됐다. A 스마트폰과 B 스마트폰의 성능과 기능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이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IT 기기, IT 제품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제품의 등장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보편화되기 마련이다.
이 때 등장하는 요소가 디자인, 패션이다. 사람들은 똑 같은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과 다른 무엇을 원한다. 앞서 언급했던 휴대폰 제조사와 명품 패션 브랜드와의 제휴도 휴대폰 시장이 성숙기에 이르러 나타난 사례다. '어차피 다 똑 같은 휴대폰인데 뭐'라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다른 제품과 다른 것은 무엇?'을 내세울 때 패션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법이다.
얼마 전, LG전자가 출시한 'LG G4'를 보자. G4는 뒷면에 가죽을 덧대 '패션'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성숙 시장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에 나름의 차별점을 내세운 것이다. 그 이전에는 어땠나. LG전자의 주력 스마트폰 라인업 'G 시리즈'는 매번 출시할 때마다 보다 높은 성능, 보다 밝은 화면, 보다 큰 해상도 등을 특징으로 어필했다. 하지만, 이제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성능은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만족'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성능 상향 평준화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이제 스마트 기기는 성능보다 차별화할 수 있는 무언가가 꼭 필요하다.
기술과 패션, 하나로 디자인해야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해보면 어떨까.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 시계, 스마트 안경, 스마트 밴드 등 다양한 스마트 모바일 기기는, 어쩌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여러 패션 아이템 속에 그 기술만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을지 모른다. 반지 안에 들어 있는 센서를 통해 생체 데이터를 측정,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스마트 링'이 결혼 선물로 인기를 끌 수 있고, 깜빡하면 잊어버리는 우산이나 목도리, 장갑 등에는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센서가 기본으로 탑재될 수 있다. 목걸이, 렌즈, 벨트, 신발 등 생활 속에서 착용하는 - 이미 패션 아이템으로 사용하는 - 다양한 제품도 기술과 자연스럽게 만나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전달할 것이다.
향후 IT와 패션의 경계선은 더욱 모호해질 전망이다. 단순히 디자인과 브랜드를 제휴하는 형태는 이제 필요 없다. IT와 패션은 다른 영역이지만, 사용자가 바라보는 제품은 결국 하나다. IT 제품을 성능(기술)과 외형(패션)을 분류해 따로 개발했다면, 이제는 두 가지를 하나로 포함한 디자인을 만들어야 한다.
주목할 것은 IT와 패션의 만남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인텔은 디자인 하우스 '오프닝 세레모니', '바니스 뉴욕', 미국 패션 디자이너협회 등과 기술 개발 및 도입을 협력했으며, 구글은 구글 글래스를 개발하며 세계 안경 시장 1위 업체인 '록소티카'와 디자인/개발/유통 등을 위한 제휴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외에도 애플, 구글은 패션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마케팅, 제품 기획자 등을 직접 영입해 화제를 이끈 바 있다.
IT와 패션, 트렌드를 읽어야
물론, '멋진 디자인', '이쁜 디자인'이라는 것은 상당히 애매모호한 문제다. 'UHD를 지원하는가'라는 성능적 기준은 '예', '아니오'로 나뉠 수 있지만, '멋진 디자인'이라는 기준을 '예', '아니오'로 나줄 수 없지 않은가. 그만큼 패션이라는 것은, 다분히 추상적이고, 개인적인 문제임에 틀림없다. 글쎄. 정답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아닐까.
이에 평소 출퇴근 및 미팅 시 등산복을 애용하는 IT동아 이상우 기자와 34년 평생 본인 나이보다 절대 어리다는 말을 듣지 못한 IT동아 강형석 기자가 현재 패션 블로그 '유진's Special Life(http://blog.naver.com/yujingoon)'의 유진(본명 유진, 닉네임과 본명이 같다), 뷰티 블로그 '체리의 코스메홀릭(http://blog.naver.com/adi1113)'의 체리(본명 차예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의 황당한 대화는 '아는오빠 멋진언니들의 패셔너블 IT' 기획 기사를 통해 전달할 예정이다.
IT와 패션의 성공적인 만남은 기술과 기능 중심의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과 기능이라도 사용자가 원하는 (패션) 트렌드에서 벗어나 있다면 실패할 공산이 크다. 패션 아이템에 무리하게 기능을 탑재해 디자인을 헤치고, 배터리 문제 등을 야기시키기 보다는 꼭 필요한 기능만을 담은 디자인을 우선시 해야하지 않을까. IT 기업과 디자인, 패션 업계의 다양한 교류와 대화 등을 비롯해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과 환경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