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의 새로운 방향 – ③ 끝나지 않을 명제 '가격·용량·성능'
[IT동아 강형석 기자] 지난 수십 년 동안 하드디스크(이하 HDD)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은 지속적인 혁신이 더해져 왔다. 다를 것 없는 외형에 가려 있어도 플래터의 소재와 밀도, 데이터를 읽고 쓰는 헤드 기술, HDD 내부를 채운 공기가 헬륨으로 변화하는 기술 혁신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그 결과 HDD는 단일 드라이브로 10테라바이트(TB) 용량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고작 5메가바이트(MB) 수준의 용량에서 출발한 HDD가 무려 10TB까지 발전한 것이다. 수치로 보자면, 무려 260만 배의 용량 증가다. 꾸준한 기술 발전이 있었기에 첨단화 되고 디지털화 된 세상이 만들어내는 막대한 데이터를 담아내는 수단으로 HDD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술의 발전은 저렴한 가격에 더 방대한 저장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이제는 누구나 흔히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Social network Service) 서비스인 페이스북만 살펴봐도 디지털 세상에 사는 우리가 누리는 수혜가 어떤 것인지 가늠할 수 있다.
일일 평균 20억 장 이상의 이미지가 등록되는 페이스북, 만일 데이터를 저장하고 유지하는 비용이 과거처럼 높았다면, 우리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짜릿함을 맛보지 못했거나, 아니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지 하나 등록하는데 비용이 발생한다면, 서비스를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을까?
기가바이트(GB)당 저장 비용은 현재 30원 수준까지 하락해 타 저장장치 대비 최저 수준이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데이터 폭증 시대에 HDD가 이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한 HDD는 우리가 즐기는 디지털·모바일 생활의 근간이 된 기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드디스크에도 '급'이 있다구요?
거대한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장치,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꺼내 쓸 수 있는 성능. 마지막까지 저장장치에 따라다니게 될 가치 판단의 기준은 언제나 가격과 용량, 그리고 성능이다. 현재 디지털 세상을 담아내는 도구로써 HDD가 많은 비율로 사용되고 있는 이유 역시 이 같은 명제를 충족시킨 저장장치 중 HDD가 유일하기 때문일 것이다.
각종 클라우드 서비스와 SNS의 부상이 맞물리며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데이터의 양은 과거에 비할 바가 아니다. 특히 개개인의 데이터 관리에 따르는 불편을 브로드밴드와 클라우드 서비스로 해결하는 시대로 발전하며, 데이터의 효과적인 저장 수단으로 다시금 HDD가 부상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 개인적으로 HDD를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이나 매장을 살펴보면 무엇인지 알기 힘든 HDD가 시중에 잔뜩 출시돼 있는 느낌이다. 가격비교 사이트의 리스트를 잔뜩 메운 복잡한 HDD 제품들을 살펴보면, 도대체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제조사들 역시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WD는 이미 오랜 기간 컬러 마케팅으로 각 제품군의 특징을 구분하는 방식을 사용해 오고 있다. 예컨대, 빠른 성능을 필요로 하는 데스크톱 HDD는 블랙, 저렴한 가격에 조금 더 넓은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HDD는 그린, 그리고 성능과 용량의 적정한 조율이 필요한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블루 등이 그것이다.
최근 클라우드, 각종 보안 감시용 드라이브 시장이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레드, 퍼플 등의 컬러가 추가되며 색상과 용도를 맞추는 것이 조금은 희석된 느낌이다. 두 세가지 컬러일 때는 좀 더 명확한 구분이 가능했지만, 컬러 수가 늘어나자 과거의 명확한 구분이 조금은 어려워진 듯 하다.
씨게이트는 HDD 제품명과 용도가 명확히 맞아 떨어지는 느낌은 아니었다. 최근 이를 개선하기 위함인지 라인업을 새로이 조정 중이다. 씨게이트의 데스크톱 라인업은 전통의 바라쿠다 시리즈가 유지되고 있지만, 새로 출시되는 제품들은 데스크탑(Desktop) HDD, Desktop SSHD등 '데스크탑'이라는 이름을 제품명으로 사용해 시인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 외에 NAS 전용 라인업 역시 제품명 자체를 'NAS', 'Enterprise NAS'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보안·감시 전용 드라이브 역시 보안, 감시의 의미를 지닌 '서베일런스(Surveillance)'를 그대로 사용한다.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나니, 직관적인 작명으로 보다 명확한 느낌을 주는 분위기다.
왜 이렇게 다양한 제품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이는 HDD를 활용하는 시스템의 종류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데스크탑과 서버 정도로 분류되던 과거와 달리, 대부분 작업이 디지털화 되자 이를 저장하기 위한 각종 시스템 역시 그만큼 다양해진 것이다. 우리의 혼란이 시작되는 이유는, 이런 각각의 시스템에 쓰이는 저장장치마다 그 특징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로, 대규모 서버나 클라우드 시스템에 탑재되는 HDD는 성능과 용량, 안정성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 수십, 수백 개의 HDD가 동시에 동작하는 환경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진동과 발열에도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의 명령에 즉각 응답할 수 있는 레이드(RAID)에 최적화하는 것도 일반적이다.
반면, 개인 차원에서 2~8개 가량의 HDD를 활용해 구축되는 NAS는 비교적 가격에 민감한 제품이다. 따라서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되, 2~8 대 가량의 HDD가 동시에 구동하는 환경에서 문제가 없어야 한다.
거의 동일한 외형에 왜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지 의심스러울 수도 있지만 사용 환경에 따라 요구하는 기준이 다르고, 이런 환경에서 정상 동작하기 위한 각각의 기준점에서 제품이 생산되며 가격과 등급의 차이 역시 점차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떤 하드디스크를 선택해야 하나요?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HDD 선택법은 가장 비싼 제품을 구매하는 것일 수 있다. 가격이 높은 제품일수록 당연히 그에 걸맞은 높은 수준의 부품과 기술적 노하우가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최악의 환경에서도 더 높은 신뢰성으로 보답하게 된다. 물론 이에 따르는 비용의 지출은 부차적 문제일 수 있다.
가장 쉬운 HDD 선택법은 제조사의 가이드를 믿는 것이다. 예를 들어, NAS를 이용해 개인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고 싶다면 씨게이트 NAS HDD나 WD의 RED 제품군 중 필요한 용량의 제품을 구매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의 선택은 소비자들이 각 HDD의 특성을 모두 파악하고 면밀히 분석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더라도 제품 선택에 실패할 확률을 크게 낮춘다. 다만, 이 방식으로는 정말 적절한 제품을 구매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낼 수 없으므로, 간단하게라도 HDD의 특징들을 살펴보고 확인하는 과정 역시 필요해 보인다.
자신조차 모르는 어딘가에 내 소중한 데이터를 맡겨두는 기업형 클라우드 서비스의 단점들이 하나 둘 드러나며, 최근 NAS를 이용한 개인 클라우드가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추세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2-베이, 또는 4-베이 NAS를 이용해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축한다고 가정해 보자.
NAS는 기본적으로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장비이기 때문에 아무리 빠른 시스템을 구축한다 해도 네트워크 속도를 넘어서는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제조사들은 데이터를 담는 플래터를 돌리는 모터의 회전속도를 낮추고, 보다 정교한 밸런싱을 통해 진동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NAS용 HDD를 만들어내고 있다. 낮은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여러 대의 HDD가 사용되는 환경에서 진동으로 인한 데이터 입출력 오류의 발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 이해하면 쉽다. 씨게이트 NAS HDD, WD RED, HGST Deskstar NAS 시리즈 등은 모두 이런 기준에서 만들어진 HDD로 볼 수 있다.
반면, NAS를 이용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높은 수준의 HDD를 고려해야 한다. 백본망을 타고 동시다발적으로 밀려오는 대규모 트래픽에 대응하려면 성능도 뛰어나야 한다. 빠른 성능을 발휘하려면 당연히 모터의 회전속도가 높아야 한다. 이 경우 자연스레 진동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인용 NAS와 달리 훨씬 많은 숫자의 HDD가 동시에 동작해야 하는 환경에서 이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HDD 제조사들은 이 문제를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극복하고 있다. 훨씬 정교하고 빠른 스핀들 모터를 두 개 장착해 자기 디스크의 균형을 유지하고, 동작으로 발생하는 진동을 센서를 통해 감지하고, 데이터를 읽고 쓰는 헤드를 진동에 맞게 조정하는 등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안정성과 성능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 신뢰성 높은 부품을 사용해 평균고장간격(MTBF)을 200만 시간까지 늘리는 등 최고의 성능과 신뢰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개인 차원에서 접근하기엔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최고의 성능과 신뢰성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제품군이기도 하다. 씨게이트 엔터프라이즈(Enterprise) NAS, HGST 울트라스타(Ultrastar) 시리즈 등의 HDD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각종 영상보안 시스템, 또는 제품의 생산단계마다 자동화된 솔루션으로 생산 중인 제품의 불량을 확인해야 하는 머신비전 시스템은 어떨까? 이런 시스템은 끊임 없이 밀려드는 데이터를 빠르고 안전하게 저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촬영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저장하려면 이 같은 능력은 필수적이다.
제조사들은 HDD의 예비 공간(버퍼)을 늘리고, 알고리즘의 최적화를 통해 쓰기 성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WD의 퍼플(Purple), 제품명 자체가 보안/감시의 의미를 담고 있는 씨게이트의 서베일런스 등은 바로 이런 영역에 특화된 HDD다. 특히, 최근 서베일런스 HDD에는 RV센서를 더해 진동에 더 정교하게 대응하는 추세다.
데스크탑에 장착되는 HDD들은 진동이 발생하는 경우 약간의 지연 시간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경우 사용자는 약간 기다림이 필요하겠지만, 원하는 작업을 무리 없이 마칠 수 있다. 반면, NAS나 보안/감시 시스템에서 쓰기 지연은 데이터의 손실이나 스토리지 시스템의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이 영역의 HDD들이 진동에 더욱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수의 HDD들이 동시에 사용되는 환경을 고려, 발열을 억제하고 RAID에 최적화된 것 역시 하나의 특징이다.
제품 만큼이나 사후지원도 꼼꼼히
최근의 HDD는 하나의 드라이브로 큰 용량을 제공하고 있다. 최대 10TB의 용량을 저장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읽고 쓰는 데이터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때문에 HDD를 선택함에 있어 마지막까지 관심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안정성'이다. 이 부분이 무너지면 결국 소비자는 정해진 보증기간 내에서 사후지원을 받아야 한다. 이 때 대부분은 제품을 1:1 무상교체 방식으로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고장난 HDD 내에 고스란히 담긴 데이터는 복구 받을 수 없다. 이에 소비자들은 데이터를 복구하기 위해 사설 업체를 찾거나 꾸준히 백업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다. 반면, 씨게이트가 최근 도입한 '+Rescue'는 차별화를 꾀해 주목 받은 바 있다. 단순히 HDD를 교체해주는 것을 넘어, 데이터의 복구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해 준다. 복구율은 현존 최고 수준인 90%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자는 손상된 HDD의 교체 외에 복원된 데이터가 담긴 외장 하드디스크를 받게 된다. 물론 무료는 아니다. HDD 구입 시 발생하는 가격 상승이 존재하지만 외장하드 비용 정도라고 이해하면 된다. 데이터 자체가 증거가 되는 보안·감시 시장 및 데이터 보관이 중요한 환경에서 +Rescue는 가치가 충분할 것이다.
그 외 하드디스크 제조사의 사후지원도 큰 불편을 느낄 수준은 아니다. 모두 소비자가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고 최대한 저장장치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교환에 필요한 HDD의 수량을 여유롭게 확보하고 있다. 환경에 따라 선택지가 다양하니 소비자들은 제품 만큼이나 사후지원도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