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은 다른 현실로 가는 첫 단계' 엔비디아 코리아 이용덕 지사장
[IT동아 강형석 기자]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에 대한 업계와 시장의 관심이 4K UHD 시장 만큼이나 뜨겁다. 단순히 디스플레이에 보이는 영상을 보며 즐기는 것에서 벗어나 또 다른 세상에 내가 있는 듯한 느낌으로 콘텐츠에 몰입할 수 있어서다. 아직 삼성 기어VR이나 구글의 카드보드 등 아직 휴대폰으로 즐기는 가상현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오큘러스 리프트, 소니 프로젝트 모피어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등 다양한 장치에 대응하는 기기도 개발 및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엔비디아는 3D 그래픽 관련 기술을 대거 보유한 기업 중 하나다. 스스로를 '비주얼 컴퓨팅(Visual Computing)' 기업이라고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엔비디아는 전세계 PC용 외장 그래픽 프로세서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한 '지포스(GeForce)'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극장에서 보는 영화들의 컴퓨터 그래픽 효과 상당수는 엔비디아 전문가용 그래픽 프로세서를 통해 그려낸 것들이 많다.
이렇게 엔비디아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또 다른 현실을 구현하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의 가상현실 역시 상용화와 함께 시장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도록 여러 소프트웨어 개발사들과 함께 준비하는 일도 하고 있다.
기자가 만나 본 이용덕 엔비디아 코리아 지사장도 가상현실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감을 드러냈다. 장비 없이 가상현실을 즐길 그 날을 기대하고 있다는 그가 생각하는 가상현실의 가능성과 비전이 무엇인지 들어볼 수 있었다.
< 엔비디아 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이용덕 지사장. >
2016년에 열릴 VR시대 '기대감 크다'
지난 5월, 방한한 구라브 아가왈(Gaurav Agarwal) 엔비디아 지포스 제품 마케팅 부장은 "2015년이 4K의 원년이라면 2016년은 가상현실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었다. 그만큼 가상현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동시에 엔비디아가 게임웍스(Gameworks) VR을 통해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용덕 지사장도 2016년이 가상현실 원년이 될 것이라는 부분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이것은 제대로 만들어진 현실감 넘치는 컨텐츠가 시장에 많이 나오면서 엔비디아의 이름을 함께 알리는 것에 초점을 둔 기준의 원년이라는 의미란다. 향후 많은 즐길거리가 나올 것이고 엔비디아 역시 많은 지원 및 기술 개발을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VR은 크게 가벼운(캐주얼) 부분과 기술적인 부분이 있는데, 엔비디아는 기술적으로 가상현실을 실현하는데 가장 근접한 것들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긴밀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든 개발사든 모두 기대가 큰데, 2016년에는 정말 재미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가상현실은 과거 열풍이었던 3D 컨텐츠와 다른점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똑같이 현실적인 즐길거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은 동일한데, 뚜렷한 차이점이 궁금했다. 이용덕 지사장은 바로 '체험'이라고 말한다. 3D는 평면 디스플레이에서 단적인 입체감을 제공하는 것에 머물렀다면, 가상현실은 만들어진 세상에 직접 개입하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 큰 차이라고 강조했다.
가상현실은 한 걸음씩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3D와 증강현실(AR)에 이어 가상현실(VR)로 이어지는 과정인 셈이다. 가상현실도 아직 기술은 미약하지만 착실히 준비 중이라며, 기대해도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게임웍스 VR로 생태계 구축에 역량 집중
엔비디아는 3D 컨텐츠가 주목 받을 때, 이를 사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인 '3D 비전(Vision)'을 공개한 바 있다. 지포스 그래픽 프로세서와 3D 디스플레이, 3D 비전이 서로 상호효과를 낼 수 있었지만 3D 열풍이 서서히 식으면서 함께 잊혀졌다. 하지만 가상현실이 새롭게 주목 받으면서 엔비디아 역시 이에 대응하는 하드웨어를 준비하고 있을까? 3D 비전 외에도 쉴드 포터블이나 태블릿, 콘솔 등 시대에 맞춰 다양한 하드웨어 제품을 공개해 온 엔비디아라 생긴 의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엔비디아의 가상현실 장치는 당분간 보기 어려울 듯 하다. 이용덕 지사장은 본사의 계획은 알 수 없으나 하드웨어 보다는 지금의 게임웍스(Gameworks) VR 개발 솔루션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란다. 하지만 기회가 온다면 하드웨어를 가지고 시장에 뛰어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했다.
일단 엔비디아는 지포스 그래픽카드와 지포스 익스피리언스, 게임웍스 VR이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처음부터 함께 작업해 온 오큘러스와 주요 기술을 개발하고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강력한 하드웨어와 기술, 컨텐츠의 중심에 있는 게임웍스 VR로 가상현실 시장에서 개발자와 소비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한편, 가상현실 대응 기기를 개발하는 기술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그 광학구동계를 가지고 사람이 왜곡 적은 컨텐츠를 경험하게 만드는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게 이용덕 지사장의 설명이다. 현재 가상현실 기기는 사람의 눈처럼 렌즈 시야를 겹치게 해 공간감을 구현하는데, 렌즈 자체가 곡선이라 주변부로 갈수록 화면 왜곡이 발생한다.
엔비디아는 이를 보정하는 기술을 포함해 가상현실 컨텐츠 구현에 필요한 기술을 지원하는 '게임웍스 VR' 개발 솔루션을 공개해 제공 중이다. 현재 오큘러스를 비롯해 에픽 게임즈나 유니티, 크라이텍 등 유명 게임엔진 개발사들과 긴밀히 협력해 기술 적용 및 개발에 모든 역량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한다. 개발사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는 본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에는 지원 프로그램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거대한 가능성 품은 가상현실의 세계
이제 막 기지개를 펴는 단계에 불과한 가상현실 기술이지만 이용덕 지사장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를 통해 비용과 공간이 절약되고 사용자 체험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는 유통이나 건설, 의료 분야 등에서 가상현실 기술이 각광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느 건설사가 모델하우스에서 가상현실로 실내 인테리어나 시설을 보여준 적 있다고 들었습니다. 반응이 좋아서 다른 건설사에서도 이를 한다고 하더군요. 이 외에도 쇼핑이나 의료 분야에서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 정도로 가상현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 합니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국내 기업 여럿이 가상현실 시장 선점을 위해 뛰어들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아직 기술은 미비하지만 오큘러스 같은 기기가 여럿 등장하는 것도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설명. 이런 부분을 감안해 엔비디아 내부에서 시장 조사를 해보니 5년 후에는 420조 원 수준의 거대한 시장이 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런 거대한 시장을 위해 엔비디아는 게임웍스 VR에 기반한 컨텐츠로 시장을 알려 기술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다음 단계의 가상현실은 마치 영화에서 볼 법한 형태로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이용덕 지사장. 그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가상현실의 대부분 기술이 10~20년 이내에는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앞당기기 위해 엔비디아와 많은 개발사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