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과 협력이 바로 안드로이드 웨어의 미래"
[샌프란시스코=IT동아 강일용 기자] 스마트 시계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구글, 애플, 삼성전자 등 3사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그리고 사용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안드로이드 웨어, 애플 워치, 타이젠 등 3사의 스마트워치 플랫폼에 유용한 신 기능을 속속 추가되고 있는 것이 현재 시장 상황. 구글 안드로이드 웨어에는 어떤 기능이 추가될까. 데이비드 싱글턴 구글 안드로이드 웨어 총괄이사를 만나 안드로이드 웨어의 미래에 대해 물어봤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 중인 구글 데이비드 싱글턴 안드로이드 웨어 총괄이사. 왼손에 안드로이드 웨어 가운데 하나인 모토360을 착용하고 있다>
현재 스마트 시계는 스마트폰을 시계로 옮긴 정도의 기능과 활용성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안드로이드 웨어는 사용자에게 어떤 차별점을
제공할 수 있는가?
- 스마트 시계는 스마트폰의 복제품이 아니다. 스마트 시계는 착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폰과 큰 차이가 있다. 전화와 시계의 사용자 경험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구글은 지난 11개월 동안 총 4번의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안드로이드 웨어에 제공했다. 이 업데이트를 통해 GPS 연동, 오프라인 음악 재생, 블루투스 헤드셋을 접촉하면 바로 음악이 재생되는 기능 등을 추가했다. 이를 활용하면 운동을 하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격렬한 운동을 할 때 스마트폰을 휴대할 수는 없지만 스마트 시계는 착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낸 기능이다.
스마트 시계에 탑재된 센서를 최대한 활용해 스마트 시계만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골프, 농구 등 운동을 할 때 내가 얼마나 움직였는지(칼로리를 소모했는지) 많은 사용자가 궁금해한다. 하지만 결과를 측정하자고 스마트폰을 들고 운동할 수는 없다. 답은 언제나 입고 다닐 수 있는 스마트 시계에 있다. 스마트 시계의 센서와 개발자들이 창의적인 앱이 사용자의 움직임을 측정하고, 궁금해하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 골프를 즐길 때 얼마나 골프채를 잘 휘둘렀는지, 농구를 즐길 때 얼마나 많이 뛰어다녔는지 모두 알려준다는 뜻이다. 지금은 운동과 건강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실시간 레이더 기능을 통해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동서남북 어디에서 비나 눈이 오는지(날씨가 나쁜지) 알려주는 기능처럼 운동과 관계 없으면서 동시에 스마트 시계만이 가능한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안드로이드 웨어는 다른 스마트 시계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점이 하나 더 있다. 자이로스코프, 마이크, 심박센서, 마이크 등 하드웨어의 모든 기능을 개발자들에게 제한없이 모두 공개한다는 것이다. 개발자는 안드로이드 웨어 운영체제와 기기의 모든 기능을 활용해 앱을 제작할 수 있다. (주: 개발자들이 운영체제와 기기의 기능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는 애플 워치를 겨냥한 발언이다) 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기능을 갖춘 앱이 속속 추가되고 있다.
구글 I/O 2015에서 안드로이드 웨어의 신기능 'Always On(항상 켜기)'이 발표됐다. 항상 켜기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인가? 스마트 시계의 화면을 항상 켜놓으면 전력 소모가 심하지 않을까?
- 항상 켜기는 굉장히 심사숙고해서 추가한 기능이다. 말 그대로 스마트 시계의 화면이 항상 켜져 있는 것이다. 이를 활용하면 안드로이드 웨어를 기존의 아날로그 시계(기계식, 쿼츠)와 유사한 감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항상 켜기를 이용하면 배터리 소모량이 증가하지 않을까. 당연히 할 수 있는 걱정이다. 때문에 전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웨어가 검은색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전력 소모가 줄어드는 OLED 화면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서 착안해 항상 켜기를 활성화시키면 화면이 흑백으로 바뀌도록 했다. 또한 항상 켜기를 활성화시키면 안드로이드 웨어가 인터랙티브 모드(고성능)에서 로우 파워 모드(저전력)로 변경된다. 로우 파워 모드에선 스마트 시계 속 모바일 프로세서 사용이 완전히 차단되며, 전력 소모가 줄어든다. 두 가지 설정을 통해 항상 켜기를 사용하더라도 전력 소모량을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유지할 수 있었다. 프로세서가 꺼져 있어도 센서를 통한 데이터 수신은 계속 받는다. 필요할 때만 프로세서를 활성화시켜 앱과 정보를 업데이트한다. 또, 쇼핑 리스트처럼 깨울 필요가 전혀 없는 앱이나 기능은 아예 꺼지도록 설정했다.
언제나 배터리 사용시간 증가에 중점을 두고 안드로이드 웨어를 개발했다. 로우 파워 모드, 프로세서 사용 차단, 업데이트 주기 설정 등 모든 전력 관리 기능을 사용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시계는 시간을 확인한다는 본래 목적보다 지위과 재력을 상징하는 '명품'에 더 가깝다. 전체 생산량의 2%에 불과한 스위스 시계가 전체
수익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안드로이드 웨어와 스마트 시계는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구글은 안드로이드 웨어를 선보이면서 어떻게 해야 스위스 명품 시계와 경쟁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다양성'이다. 안드로이드 웨어는 단순한 스마트 시계가 아니다.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에 더 가깝다. 안드로이드 웨어는 사용자의 취향과 상황에 맞춘 다양한 제품과 스트랩(시계 끈)이 준비되어 있다. 사용자는 자기 취향과 처한 상황 맞춰 제품과 스트랩을 선택하면 된다. 동그란 시계도 있고, 네모난 시계도 있다. 가죽으로 된 클래식한 스트랩도 있고, 반짝반짝 빛나는 패셔너블한 스트랩도 있다. 일할 때는 단정한 스트랩을 차고, 운동할 때는 스포티한 스트랩을 착용하면 된다. 앞으로도 구글은 삼성전자, LG전자, 에이수스, 모토로라 등 여러 파트너와 협력해 더욱 다양한 스마트 시계를 출시할 것이다.
<안드로이드 웨어는 다양한 기기와 스트랩이 준비되어 있다>
협력은 가전 업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스위스 명품 시계업체와도 협력한다. 얼마 전 구글은 스마트 시계를 개발하기 위해 태그호이어 및 인텔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안드로이드 웨어 플랫폼에 일어난 일대 혁신이다. 세 회사는 자사의 핵심 기술력을 적용한 스마트 시계를 개발하기 위해 뭉쳤다. 가전 업체가 개발한 안드로이드 웨어는 전자 제품에 더 가깝다. 반면 태그호이어가 출시할 안드로이드 웨어는 스위스 명품 시계에 더 가까울 것이다. 태그호이어의 디자인과 기계식 명품 시계 위에 인텔의 프로세서 기술력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웨어를 심을 계획이다. 아날로그 명품 시계와 디지털 스마트 시계가 비로소 하나가 되는 것이다.
사물인터넷 시대에 스마트 시계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리라 보는가?
- 사물인터넷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스마트 시계의 활용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리모콘의 사례를 들어보자. TV를 조작하려면 리모콘이 필요하다. 하지만 채널을 돌리기 위해 리모콘을 찾으면 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길이 없다. 이때 스마트 시계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스마트 시계에 리모콘 앱을 설치하고 리모콘 대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TV만이 아니다. 집안에 있는 모든 가전을 스마트 시계로 충분히 조작할 수 있다. 포드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포드가 개발한 앱을 안드로이드 웨어에 설치하면 내 차가 어디에 주차되어 있는지 찾을 수 있다. 또한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 대비해 에어콘이나 히터를 미리 틀어놓을 수도 있다.
사물인터넷은 모든 기기가 서로 보완해주는 관계다. 대표란 없다. 현재 사물인터넷의 중심으로 스마트폰이 각광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손에 스마트폰이 하나씩 들려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시계도 마찬가지다. 우리 손목에 차인 스마트 시계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사물인터넷 시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날 것이다.
구글 I/O 2015에서 작은 센서만으로 사용자의 손짓을 인식할 수 있는 '솔리(Soli)'라는 기술이 공개됐다. 스마트 시계에
적합한 인터페이스로 보이는데, 이것이 언제쯤이면 안드로이드 웨어에 적용되겠는가?
- 솔리는 구글 어드밴스트 리처치 그룹(ATAP)의 작품이다. 그들의 작품은 리서치, 즉 미래를 내다보는 기술이다. 안드로이드 웨어 개발팀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때문에 솔리가 언제쯤 안드로이드 웨어에 적용될지는 나조차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솔리가 상용화되는 몇 년후에는 솔리와 안드로이드 웨어의 만남을 기대해 볼 수 있으리라 본다.
현재 어떤 안드로이드 웨어를 사용하고 있는가?
- 현재 시중에 출시된 7종의 안드로이드 웨어 스마트 시계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이를 상황에 맞춰 바꿔가며 착용하고 있다. 주말에 운동을 하거나 자전거를 탈 때에는 소니 스마트워치3를 선호한다. 고무 스트랩 덕분에 착용감이 훌륭하고, 화면이 밝아서 야외에서도 시인성이 뛰어나다. 오늘 같이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는 모토로라 모토360을 착용하고 나온다. 원형 디자인이 격식있는 복장에 잘 어울린다. 스트랩도 안드로이드 로고를 새긴 것으로 맞춤 주문했다(웃음).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