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에듀컨텐츠개발팀 "우리는 교육을, 컨텐츠를 개발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5월 14일(목), 경기도 성남 판교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본사를 찾았다. 잘 알다시피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등 국내외에서 경쟁력 있는 MMORPG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개발사. 하지만, 엔씨소프트를 단순하게 게임만 개발하는 전문 개발사로 치부할 수 없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보급 이후 엔씨소프트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사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앞세워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영유아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선보이고 있는 교육용 앱은 국내외의 호평을 이끌어 낸 것으로 유명하다.
엔씨소프트 내에서 교육용 앱을 기획 및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는 에듀컨텐츠개발팀이다. 지난 2011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총 11개의 앱을 출시했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패드 기술을 적극 활용한 앱이라는 점이다. 엔씨소프트의 송준서 팀장은 "우리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정보백과' 시리즈와 만 3~5세의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유아 학습' 시리즈를 주력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유명한 작가의 인기 도서와 캐릭터를 활용해 '인터랙티브 북'을 선보인다"라며, "우리는 교육용 앱을 '아이액션북'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는 단순히 교육 앱이 아닌, 모바일 기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문 컨텐츠'를 개발하고 있다고"라며 인사말을 대신했다.
국내외에서 인정 받은 '아이액션북'
먼저, 엔씨소프트가 선보인 아이액션북 앱을 살펴보자.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1년 8월 31일, '재미있는 야구백서'를 필두로 2012년 2월 2일, '누굴 닮았나?', 2012년 2월 15일 'Write My Name', 2012년 5월 17일 '타요의 우주여행', 2012년 10월 4일 '숲에서 만난 곤충(곤충백과 1편)', 2013년 1월 31일 '우리동네 곤충친구(곤충백과 2편)', 2013년 6월 28일 '물과 들에 사는 곤충(곤충백과 3편)', 2013년 9월 9일 '꼬물꼬물 수놀이(학습놀이 1편)', 2014년 3월 13일 '재미있는 물리백과: 자석과 전기(물리백과 1편)', 2014년 4월 17일 '꼬물꼬물 도형놀이(학습놀이 2편)', 2014년 12월 11일 '재미있는 물리백과: 빛과 소리(물리백과 2편)'를 차례대로 선보였다.
모두 아이패드용으로 개발했으며, 영유아를 대상으로 선보인 꼬물꼬물 놀이 시리즈만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셜(Universal) 앱이다. 아래와 같이 수상 내역도 화려하다. 주목할 점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더 많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
1. 재미있는 야구백서 - 한국 앱스토어 'App Store Rewind 2011',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 숲에서 만난 곤충 - 한국 앱스토어 '2012년을 빛낸 최고작', 워싱턴 포스트 'Best Apps for Kids', Asia Smartphone App Contest(Silver Award)
3. 우리동네 곤충친구 - Parents' Choice Award 2013(Gold Award)
4. 물과 들에 사는 곤충 - 한국 애플 앱스토어 '2013년을 빛낸 최고작', Favorite Website Awards(FWA) 'Mobile of the Day'
5. 꼬물꼬물 수놀이 - 한국 앱스토어 '2013년을 빛낸 최고작', 일본 앱스토어 '2014년을 빛낸 최고작'
6. 재미있는 물리백과: 자석과전기 – 한국과 일본 앱스토어 '2014년을 빛낸 최고작', Asia Smartphone Apps Contest, Parents' Choice Award
- 꼬물꼬물 도형놀이 - 한국 애플 앱스토어 '2014년을 빛낸 최고작', Asia Smartphone Apps Contest, Parents' Choice Award, Children's Technology Review
- 참고기사: 아이패드 속 잠자리채, '우리동네 곤충친구' - http://it.donga.com/13469/
아이액션북의 장점은 명확하다. 잠깐만 실행해 봐도 알 수 있다. 각 연령대에 맞춘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갖춰 영유아 및 초등학생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글과 텍스트로 정보를 담은 것이 아니라 동영상을 통해 전달력을 높였다. 무엇보다 해당 연령대의 아이들에게 제대로 정보를 알려준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인 기자의 아들도 1학년 때부터 '정보백과' 시리즈를 재미있게 즐기는 중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송 팀장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그는 "2010년 아이패드 출시 당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게임에도 관심이 높았지만, 아이패드의 장점은 우리 아이들이 지겨워 하는 공부를 보다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컨텐츠의 질이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담으면 뭐하나. 아이들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앱이 아니다. 우리는 컨텐츠를, 교육을 개발한다
IT동아: 참 신기하다. 분명 엔씨소프트는 국내 회사인데,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많이 받고 있다. 아, 그렇다고 국내에서 인기가 없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달라(웃음).
김유진 과장: 영유아 대상으로 선보인 Write My Name 앱이 생각난다. 이 앱은 글로벌을 대상으로, 영어로 출시했다. 아직 한국어 버전을 선보이지 않았지만, 조금씩 준비 중이다. 앱은 간단하다. 영어 알파벳을 배울 수 있는 앱이다. 우리는 영어라는 언어에 집중했다. 아마 그런 점이 해외에서 오히려 좋은 반응을 이끌지 않았나 싶다(웃음).
IT동아: 곤충백과, 물리백과 시리즈가 기억난다. 우리 아들도 요즘 백과 시리즈를 자주 들여다본다. 직접 실행해보고 나서 놀랐었다. 솔직히 이런 생각도 들었다. 대체 이렇게까지 퀄리티가 좋아야 하는지 말이다.
송준서 팀장: 하하. 백과 시리즈 중에 곤충백과의 자료는 대전 국립 중앙 과학관의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아마 동영상을 보고 놀라셨을 것이다. (맞다는 기자의 대답에) 동영상을 우리가 직접 촬영한 것은 아니다. 수 많은 곤충을 근접 촬영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기술이 필요한 법이다. 이에 해당 동영상을 보유하고 있는 프로덕션이나 작가님들을 수소문했다. 직접 촬영을 시도해봤지만… 이게 나름 다큐멘터리 장르라 쉽지 않더라(웃음).
물리백과 속 동영상도 재미있다. 물리백과 내 동영상은 우리 아이들이 집에 있는 도구를 이용해서 간단히 실험할 수 있다는 것을 소개한다. 패트병, 빈 캔 등이 주재료다. 무엇보다 재미있고, 친근하게 아이들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한다. 우리가 직접 콘티까지 짠다(웃음). 동영상 촬영 전에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의 교과서를 파악하고 각 교과과정에 맞춘 내용을 담는다.
이게… 처음에는 참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직접 물리를 설명하려고 하니 우리부터 알아야겠더라. 그 때부터였다. 어쩌겠는가. 직접 공부를 시작했다. 원자, 전자… 그렇게 공부하고, 기획한 동영상과 물리백과 내 내용을 관련 교수님들에게 감수를 받는다. 팀에서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이승일 대리는 물리 박사 다 됐다(웃음).
IT동아: 결국 정보를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는가. 그것이 핵심인 것 같다.
송준서 팀장: 딸 아이가 올해 7살이다. 가장 최근에 출시한 꼬물꼬물 도형놀이에 우리 딸 아이의 의견을 많이 담았다. 출시 전 비공식 테스터였던 셈이다(웃음). 앱을 직접 기획하고 개발한 우리들이 보기에는 정말 이쁘고, 정말 좋은데, 아이의 시선으로 보면 그게 또 다른가 보다. 우리 아이는 "하기 싫은데?"라는 한마디를 던지고, 아이패드를 저리 던져 버리더라. 그래서 많이 고민해야 한다. 어쩔 수 없다. 아이의 심정이 되어 보고,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 보고, 아이의 생각으로 고민해야 한다. 우리 딸 때문에 이승일 대리가 정말 고생 많이 했다(웃음).
IT동아: 영유아,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교육용 컨텐츠. 참… 재미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사명감 같은 것도 느낄 것 같고.
송준서 팀장: 맞다. 실제 그렇다. 크게 내색하지 않지만, 우리 모두 아이들을 위한 앱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사명감 같은 것도 있고. 물리백과 같은 경우, 원리를 많이 소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원리라는 것이 물리뿐만 아니라 어떤 과목, 어떤 분야이건 참 지루한 대목이다. 그걸 어떻게 하면 보다 쉽고, 보다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 이런 에피소드가 기억난다. 도형놀이를 출시하고 난 뒤, 미국에서 이런 연락을 받았다. 자, 한국에서는 변이 4개인 도형을 모두 사각형이라고 부르지 않나.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 정사각형, 직사각형, 마름모 등으로 나눠서 말하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단다. 그냥 사각형은 우리가 말하는 정사각형, 직사각형, 마름모 등을 제외한 것을 사각형이라고 하더라. 즉, 우리가 사각형이라고 앱에 넣은 도형은 정사각형이어야 한다고 알려준 것이다. 교육이라는 것은 현지의 문화와 생각도 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IT동아: 뭔가… 간단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오히려 짠해지는 기분이다.
사업팀 일동: 처음 아이액션앱을 개발하면서 우리는 수익을 바라보고 시작하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사회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개발하는 것도 아니다. 열정, 시간과 노력을 쏟을 뿐이다. 정보백과와 유아 학습 앱을 새로 선보일 때마다 약 4~5개월 정도 걸린다. 장시간 투자하는 이유가 있다. 말그대로 우리는 컨텐츠를 만든다.
물리백과 동영상을 찍을 때였다. 공원에서 패트병을 로켓처럼 발사하는 실험 영상을 찍으려고 준비하고 있다가, 공원 관리자에게 내쫓겼다. 몰랐다. 그 공원에서 촬영이나 그런 활동할 때는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웃음). 실험 영상을 찍기 위해 준비한 패트병이나 다른 준비물 등도 사내 게시판에서 공지를 올려 받는다. '자전거 빌려주실 분~'이라고 사내 게시판에 올리는… 뭐, 그런 식이다.
아, 공원 관리자에게만 쫓겨나지 않았다. 가끔 우리 팀원들을 보며 우리 회사 보안 분들이 묻곤 한다. "지금 뭐하시는 거냐" 또는 "직원 맞으시냐"라고 묻는다. 슬리퍼 신고서 빈 캔, 빈 병들 들고 회의실, 세미나실을 돌아다니니…. 어렵게 제작해서 만든다. 제발 좀 알아달라(웃음).
IT동아: 하하.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어떤 기획을 하고 있는지. 다음에 선보일 앱은 무엇인지.
송준서 팀장: 다양한 곳에서 연락을 주신다. 출판 업계에서 정보 백과와 유아 학습 앱을 오프라인 도서로도 선보이자는 제안이 있었고, 스마트TV로 아이액션앱을 선보일 수 없겠냐는 문의도 있었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iOS 이후 안드로이드로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런데, 우리는 기준이 하나 있다. 과연 우리가 개발한 콘텐츠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느냐라는 기준, 우리만의 퀄리티를 만족할 수 있느냐라는 기준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걸 만족할 수 없다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 우리 아이들이 보고,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 아닌가. 허투루 만들 수도, 허투루 선보일 수도 없는 법이다.
UI와 UX에 대해서 수십, 수백번 고민하는 이유다. 그만큼 고생하고 있다. 일단 알려드릴 수 있는 것은 올해 하반기 정보백과 3, 4편을 출시할 예정이다. 어떤 주제를 담을지, 전문가를 섭외하고, 원고 탈고하고, 성우 녹음하고… 할 일 정말 많다(웃음).
인터뷰는 그렇게 끝났다. 그들은 수익을 버리고 열정을 택했으며, 앱이 아닌 콘텐츠를 개발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마 오늘도 그들은 슬리퍼를 신고, 빈 캔을 바닥에 로비 바닥에 떨어뜨리며, 꼬마전구에 불빛을 밝히고 있을지 모른다. 혹 보안에게 회사에서 쫓겨나더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부탁하고 싶다. 다음 정보백과도 잘 만들어 달라고.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