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애플이 제안한 노트북의 새로운 기준, 맥북
[IT동아 강일용 기자] 애플 맥북이 부활했다. 지난 2011년 단종되고 4년 만이다. 시간이 흐른 탓일까. 정말 많은 부분이 변했다. 휴대하기 편해졌고 튼튼해졌다. 무엇보다 '무소음(Fanless)'으로 변한게 눈에 띈다. 무소음으로 돌아온 새로운 '맥북(Apple MacBook Early 2015)'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에어보다 작고 가볍다
예전 맥북은 평범한 13인치 노트북이었다. 맥북에 휴대성을 더하면 맥북 에어, 성능을 더하면 맥북 프로가 되는 식이다. 새로 태어난 맥북은 다르다. 작아졌고, 얇아졌으며, 가벼워졌다. 맥북의 가로 길이는 28cm, 세로 길이는 19.5cm에 불과하다. 두께는 1cm 내외다. 12인치 화면을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11인치 맥북 에어보다 작다. 크기만 작은 것이 아니다. 무게도 900g에 불과해, 1kg이 조금 넘는 11인치 맥북 에어보다 가볍다.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휴대할 수 있다. 맥북 에어가 가지고 있던 '휴대용 맥북'이란 타이틀을 빼앗아 온 것이다. 맥북 에어는 이제 휴대용 맥북 대신 보급형 맥북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소재도 일신했다. 예전 맥북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노트북이었다. 오래 사용하면 제품 하단에 균열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흠집도 심하게 났다. 새로 태어난 맥북은 아이폰, 아이패드와 마찬가지로 알루미늄 유니바디(알루미늄을 깎아서 만든 본체)로 구성돼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사용자에겐 익숙한 재질이다. 그만큼 튼튼해졌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2주 동안 제품을 험하게 사용했음에도 흠집은 생기지 않았다.
색상은 세 가지다. 맥북 에어, 맥북 프로와 동일한 은색에 어두운 회색(다크 그레이)과 로즈 골드가 추가됐다. 세 가지 색상 모두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지만, 그 가운데 로즈 골드가 군계일학이다. 옐로우 골드처럼 부담스럽지 않고 은은하면서 고급스럽다. 한국인의 취향에 딱 맞는 색상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리뷰용 맥북은 어두운 회색이었다)
맥북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애플 로고에 들어오는 LED 불빛은 사라졌다. 경첩에 있던 와이파이 모듈이 로고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애플 로고에 불빛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신기술을 아낌없이 투입
제품을 얇고 가볍게 만들기 위해 맥북에는 다양한 신기술이 투입되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0.5mm 정도의 두께를 차지하는 가위교차식(Scissor-Switch) 펜타그래프 키보드 대신 자체 개발한 나비식(Butterfly) 펜타그래프 키보드를 채택한 것이다. 이 새로운 키보드 덕분에 맥북은 0.5mm의 두께마저 제거할 수 있었다.
<키보드 배치는 기존 맥북 에어,
맥북 프로와 동일하다>
맥북 키보드의 키 피치(키와 키 사이 간격)는 풀사이즈 키보드와 동일한 19mm다. 키보드 양 옆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11인치 노트북보다 작음에도 불구하고 풀사이즈 키보드를 탑재하고 있다. 키 피치 탓에 오타가 발생하지 않고, 일반 사용자도 금방 적응할 수 있다. 제품 크기를 줄여도 사용자 경험을 해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애플 엔지니어들의 집념이 느껴진다.
다만 키 스트로크(키가 눌리는 깊이)가 매우 얕아 어색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맥북의 키 스트로크는 1mm에 불과하다. 키 스트로크가 5mm 수준인 일반 펜타그래프 키보드나 10mm 정도인 기계식, 멤브레인 키보드와 대조적인 모습. 키 스트로크를 희생해 얇은 두께를 얻었다고 이해하면 된다. 애플 역시 키 스트로크가 얕다는 것을 인지하고 키보드 밑에 알루미늄을 깔아 반탄력(키를 누르는 감각)을 향상시켰다. 덕분에 얕은 키 스트로크에도 불구하고 경쾌하게 사용할 수 있다. 키보드 누르는 소리도 조금 독특하다.
맥북 키보드는 나비식 펜타그래프 키보드의 특징 상 개인이 분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먼지 청소를 받고 싶다면 A/S 센터에 방문해야 한다.
트랙패드도 키보드처럼 새로 태어났다. 사용자가 얼마나 힘껏 눌렀는지 감지하는 '포스 터치 트랙패드(Force Touch Trackpad)'를 채택한 것. 포스 터치 트랙패드는 사용자가 힘껏 누르면 강하게 반응하고, 살짝 누르면 약하게 반응하는 기술이다. 레노버 노트북에 자주 사용되는 트랙 포인트(빨콩) 기술을 트랙패드에 접목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예를 들어보자. 동영상 재생시 빨리 감기 버튼을 눌렀다고. 예전엔 빨리 감기 버튼을 얼마나 많이 눌렀는지 여부에 따라 감는 속도가 달라졌다. 포스 터치 트랙패드는 다르다. 얼마나 힘껏 눌렀는지 여부에 따라 감는 속도가 달라진다. 살살 누르면 2배속 또는 4배속으로 동영상을 감고, 세게 누르면 8배속 또는 16배속으로 동영상을 감는다. 애플은 맥북 출시와 함께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해 OS X 요세미티의 모든 버튼이 압력을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만드는 기업만이 할 수 있는 발 빠른 대응이다.
다만 트랙패드의 키 스트로크 역시 키보드처럼 1mm 수준으로 매우 얕아졌다. 깊숙히 눌리는 기존 맥북의 다이빙 보드 트랙패드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매우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주의하자. (맥북에 처음 입문한 사용자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본체 크기를 최대한 줄이고, 나머지 부분을 배터리로 가득 채운 것도 인상적이다. 맥북의 로직보드(메인보드) 크기는 아이패드의 로직보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나머지는 배터리로 가득 채워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렸다. 남는 공간을 모두 활용하기 위해 배터리를 계단 형태로 쌓았다.
무게 배치도 매우 신경썼다. 대부분의 휴대용 노트북은 한손으로 열면 상판과 하판이 같이 들린다. 맥북은 다르다. 상판만 열리고 하판은 바닥에 찰싹 붙어있다. 상판의 무게를 최대한 가볍게하고, 무게의 대부분을 하판에 배치했기 때문. 사소하지만 나름 편리한 부분이다.
두 번째 무소음 맥
이렇게 많은 특징도 맥북의 가장 큰 특징인 '무소음'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맥북은 프로세서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방열팬을 제거하고, 대신 열을 하판 전체에 골고루 전달해 식히는 팬리스 노트북이다. 게다가 HDD 대신 SSD를 채택해 저장장치에서도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키보드를 누르는 소리를 제외하면 제품 사용 도중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 무소음 노트북이란 뜻. 때문에 카페, 사무실 뿐만 아니라 도서관, 연구소 같이 정숙해야 하는 공간에서도 사용 할 수 있다.
맥북은 무소음으로 제작된 두 번째 맥이다. 맥북 이전에 '파워맥 G4 큐브'라는 무소음 제품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왜 사용자들은 무소음 맥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을까. 발열 때문에 프로세서 성능저하가 심해(스로틀링 현상) 제품이 금방 사장됐기 때문이다.
맥북은 어떨까. 일단 발열 자체는 매우 준수하다. 6시간 넘게 사용했는데, 하판이 조금 뜨거울 뿐 팜레스트는 여전히 미지근했다. 일반 노트북보다 시원할 정도다. 발열을 잡기 위해 애플이 얼마나 신경써서 설계했는지 느껴진다.
스로틀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2시간 연속 사용하면 성능이 약간 저하되는 것이 사실. 벤치마크 점수(기크벤치3)를 통해 확인해보니 2150점에서 1800점 수준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후 6시간 넘게 사용했음에도 더이상의 성능 저하는 없었다. 최대 성능을 제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사용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 두 번째 무소음 맥이지만, 진정한 무소음 맥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맥북은 무소음 노트북을 실현하기 위해 인텔 코어 M 프로세서(브로드웰)를 탑재했다. 어떤 프로세서를 탑재했는지 애플이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크벤치3를 통해 확인해보니 하위 모델의 경우 인텔 코어M-5Y31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벤치마크 점수는 싱글 코어 2153점, 듀얼 코어 3988점으로 나타났다. 인텔 코어M-5Y31 프로세서는 인텔 코어 i5-4200U(하스웰 저전력), 인텔 코어 i7-720QM(린필드 쿼드코어 모바일), 인텔 코어2 쿼드 Q8200(코어 시리즈 쿼드코어 데스크톱)과 대등한 성능을 갖추고 있는 것. 태블릿PC에 사용되는 아톰, ARM 모바일 프로세서보다 성능이 월등하다.
맥북의 전력 소모량은 29W다. 휴대용 노트북이 45W, 일반 노트북이 60W 정도를 소모하는 점을 감안하면 전력 소모량이 얼마나 적은지 실감할 수 있다.
다만 절대적인 성능은 최근 노트북보다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맥북 전에 맥북 프로 레티나를 사용했었는데, '바람개비(앱을 실행할 때 잠시 기다려 달라는 OS X의 아이콘)'를 보는 빈도가 부쩍 늘어났다. 대용량 사진을 3장 이상 띄우고 편집 작업을 진행하면 바람개비를 만날 수 있었다.
무선을 향한 애플의 집착
무소음 외에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 하나 더 있다. '무선(Wireless)'에 더욱 근접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맥북은 USB, HDMI, D-SUB, DP, LAN, 전원 등 다양한 단자를 USB-C 단자 하나로 통합한 최초의 노트북이다. 쉽게 말하겠다. 맥북에는 오직 하나의 USB-C 단자와 마이크/스피커 단자만 존재한다. 다른 단자는 없다. USB-C 단자 하나로 전원 충전, 외부 액세서리 연결, 화면 출력을 모두 수행한다.
애플은 어떻게 형태와 규격이 전혀 다른 단자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었을까. 비밀은 USB-C 단자에 있다.
*USB-C 단자란?
지난해 8월 USB 단자(Universal Serial Bus, 범용 직렬 단자)의 규격을 결정하는 USB 프로모터 그룹이 USB 3.0의 후속인 USB 3.1의 성능을 확정하고, 새로운 연결방식인 'USB-C' 단자를 공개했다. 지난 2008년 USB 3.0을 공개한 이래 6년만에 등장한 신 규격이다. 이름만 보면 소소한 업데이트 같지만, 지금까지의 USB 역사에서 가장 큰 혁신이다.
USB 3.1의 전송속도는 기존 USB 3.0보다 2배 더 빠르다. USB 3.0의 초당 데이터 전송속도는 최대 5Gbps(1초 당 625MB)였으나, USB 3.1은 최대 10Gbps(1초 당 1.25GB)로 강화됐다. HDD뿐만 아니라 SSD의 속도까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빨라진 것. 이를 단순히 전송속도가 2배 빨라진 것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주변기기나 외부 저장장치 연결용 단자라는 기존의 편견을 벗고, 디스플레이 연결까지 감당할 수 있는 규격으로 거듭난 것이다. 기존 USB 단자는 전송속도(대역폭)의 한계 탓에 HD 해상도의 소형 보조 디스플레이(USB 모니터) 정도만 연결할 수 있었다. 풀HD를 넘는 고해상도 모니터를 연결하는 것은 엄두도 못 냈다. 하지만 USB 3.1은 다르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영상 전송 규격 HDMI 1.4의 경우 10.2G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다. USB 3.1의 전송속도도 이와 같다. 때문에 USB 3.1은 QHD나 UHD 해상도의 모니터 연결용 단자로 활용할 수 있다.
연결된 기기에 전달할 수 있는 전압(V)의 최대치도 4배 증가한다. USB 3.0은 5V가 한계였으나, USB 3.1은 12V 또는 20V를 전달할 수 있다. 전류의 세기도 2A에서 5A로 확장된다. 때문에 USB 3.1은 최대 100W의 전력을 송신할 수 있다. 기존 USB 3.0은 10W밖에 감당하지 못했다. 때문에 3.5인치 외장하드, NAS 등을 PC와 연결하려면 외부 전력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제 달라진다. USB 3.1은 외부 전력이 없어도 3.5인치 외장하드와 NAS를 감당할 수 있다. NAS는 보통 36W(12V, 3A)의 전력을 요구한다. 3.5인치 외장하드는 이보다 더 적다.
이는 디스플레이에도 해당된다. 24인치 모니터 역시 평균 36W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USB 3.1로 화면을 출력할 경우 모니터에 별도의 전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된다. 노트북의 전력 요구량도 NAS나 모니터와 비슷하다. 지금은 마이크로 USB 단자를 통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충전하는게 고작이지만, USB 3.1이 상용화될 경우 USB 단자로 노트북을 충전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왜 이렇게 데이터와 전력 전송량을 강화한 걸까. '올인원(All-in-One, 통합) 단자'가 되기 위해서다. 마우스, 외장하드 등 일반 주변기기뿐만 아니라 모니터나 노트북처럼 독립된 제품과의 연결마저 모두 감당하려는 것이다. PS/2, 패러렐 포트, IEEE 1394 등이 사라져서 과거에 비하면 많이 간단해졌지만, 여전히 PC와 노트북에는 HDMI, LAN, 전원 등 다양한 단자가 붙어있다. USB 단자의 궁극적인 진화 방향은 이렇게 다양한 단자를 모두 대체하려는 것에 있다.
USB 3.1은 A, B, C 등 세 가지 형태의 커넥터(Connector)와 마운트(Mount)를 제공한다. A와 B는 USB 3.0과 함께 등장한 규격이다. A는 우리가 가장 널리 사용하는 USB 형태 그대로다. 커넥터와 마운트의 색상만 USB 3.0처럼 파랄 뿐이다. USB 1.1 및 2.0과 고스란히 호환된다. PC, 노트북, 모니터, TV 등 우리 주변 어디서나 흔히 찾아볼 수 있다. B는 USB- 마이크로 B와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등장한 규격이다. 외장하드나 갤럭시노트3 등 일부 스마트폰에 채택된 바 있다.
USB-C는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규격이다. 앞과 뒤의 구분이 없는 것이 특징.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 도입된 라이트닝 단자처럼 방향을 마음대로 바꿔가며 꽂아도 된다. 게다가 연결 부위가 외부에 노출돼 사용자가 감전될 위험이 있는 라이트닝 단자와 달리 연결 부위가 커넥터 속에 감춰져 있다. 편리하면서 안전하다. 크기도 스마트폰 등에 널리 사용되는 USB-마이크로 B와 유사하다.
USB-C는 USB-B의 실패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나온 규격이다. 원래 USB 프로모터 그룹은 대형 제품에는 A, 소형 제품에는 B가 채택되길 기대했다. A는 아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다. 반면 B는 소형 제품에 사용하기엔 쓸데없이 길었다.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해 형태도 매우 괴상했다. USB-마이크로 B 옆에 혹을 하나 붙여 놓은 생김새였다. 이를 깨달은 USB 프로모터 그룹은 B보다 작으면서, 라이트닝 단자만큼 편리한 규격을 연구했다. 그 결과가 USB-C다.
맥북이 바로 USB-C를 적용한 최초의 제품이다. 사실 애플은 최신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것으로 유명한 회사다. 마우스, GUI(그래픽 사용자 환경), 파이어와이어, 썬더볼트, PCI 익스프레스 기반 보조저장장치 등 최신 컴퓨터 기술을 자사의 제품에 재빠르게 채택해 제품의 가치를 올려왔다.
맥북은 무선을 향한 애플의 집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터넷 연결은 와이파이로, 저장공간 확장은 클라우드로 하면 된다. 화면 출력은 애플TV를 통한 미러링을 활용하면 된다. 마우스와 키보드는 이미 본체에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연결할 필요가 없다. 전원 충전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무선으로 할 수 있다. 전원 충전마저 무선으로 가능했으면, 애플은 단자 자체를 없애버리지 않았을까? 자기 공진식 무선 충전이 활성화되면, 그때 우리는 단자가 아예 없는 맥북을 만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맥북에 적용된 USB-C는 전원 단자와 USB-C 의 역할만 한다. 일반 USB 케이블과 연결하려면 USB-C to USB 어댑터(별매)가 필요하고, DP로 출력하려면 USB-C to DP 케이블이 필요하다. USB-C는 DP 1.2a를 품고 있다. 때문에 어댑터 없이 케이블만 있으면 바로 화면 신호를 송출할 수 있다. 다만 시중에 출시된 USB-C to DP 케이블은 애플과 벨킨의 것뿐이니 어댑터를 구매하는 것과 가격에서 별 다른 차이가 없다. HDMI 또는 VGA 단자와 연결하는 것 역시 고가의 전용 어댑터(별매)가 필요하니 참고할 것.
주의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맥북의 USB-C는 1세대 버전이다. 형태나 전력 전송 등은 앞에서 설명한 그대로다. 다만 데이터 전송 속도는 USB 3.0 수준(5Gbps)이다. 10Gbps의 속도는 USB-C 2세대부터 가능해질 전망이다.
<맥북의 전원 어댑터, 스마트폰용
전원 어댑터보다 약간 더 큰 정도에 불과하다>
SSD의 성능을 모두 끌어내다
프로세서 성능은 일반 노트북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보조 저장장치의 성능이 월등해 체감상 성능차이가 없는 것도 특징. 맥북은 SSD를 SATA 방식 대신 미니 PCI 익스프레스를 활용해 연결했다. 덕분에 SATA의 낮은 대역폭 때문에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다른 노트북들과 달리 SSD의 모든 성능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맥북에 탑재된 SSD는 읽기 속도 773.3MB/s, 쓰기 속도 433.5 MB/s로 측정됐다. 시중의 고급 SSD가 읽기 속도 500MB/s, 쓰기 속도 300MB/s 내외로 측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약 1.5배 정도 성능이 더 뛰어난 것. 빠른 부팅(4초), 빠른 앱 실행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앱을 실행할 때 멈칫대는 일 없이 빠르고 부드럽게 실행된다.
휴대용 노트북에 들어온 레티나 디스플레이
맥북은 휴대용 노트북임에도 맥북 에어와 달리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제공해 그림이나 글씨를 한층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크기 12인치 해상도 2,304x1,440의 광시야각 IPS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선명도는 맥북 프로 레티나와 대등한 226ppi다. 16:10 화면비를 탑재해 웹 서핑이나 문서 작업을 한층 쾌적하게 할 수 있는 것도 특징.
체감 해상도는 1,440x900, 1280x800, 1,152x720, 1,024x640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사용자 취향에 맞춰 선택하면 되며, 2,304x1,440 해상도로 화소를 1:1 매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화면은 매우 밝고 화사하다. 화면 밝기를 100%로 올리면 눈부셔서 사용할 수 없을 지경이다. 화면 밝기를 50%로 낮춰도 어지간한 노트북보다 밝고 화사할 정도. 거기다 선명하고, 색감 왜곡도 없으니 눈이 즐겁다.
배터리로 오래 사용하고 싶으면 크롬을 자제할 것
이제 많은 사용자가 궁금해할 배터리 사용시간에 대해 알아보자. 화면 밝기를 50%로 맞추고 웹 서핑과 문서 작성을 진행했다. 그 결과 4시간 30분 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 인터넷만 할 경우 배터리 사용시간이 9시간에 이른다는 애플의 발표와는 많이 동떨어진 결과다.
왜 이렇게 배터리 사용시간이 부족한지 고민하다가 구글 크롬 웹 브라우저의 전력 소모량이 너무 많다는 점을 발견했다. 때문에 크롬 웹 브라우저 사용을 중단하고 사파리로 웹 서핑을 진행했다. 같은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사용시간이 5시간 45분까지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맥북을 배터리만으로 사용하고 싶다면 크롬 대신 사파리를 사용해야 하겠다. 화면 밝기 역시 50%도 너무 밝다. 30%만 되어도 가독성에 지장이 없으니 참고할 것. 화면 밝기를 낮추고 사파리만으로 웹 서핑을 한다면 6시간 넘게 사용할 수 있으니 애플의 발표만은 못해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배터리 사용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래도 아이패드처럼 전원 어댑터 없이 하루를 버티는 것은 무리다. 애플은 맥북을 공개하면서 아이패드처럼 전원 어댑터 없이 사용하면 된다고 강조했지만, 이는 현실과 거리가 먼 발언이었다. 전원 어댑터를 반드시 함께 들고 다니자. 본체와 전원 어댑터를 함께 들고다녀도 무게가 1.1kg이 채 되지 않는다.
실험정신이 넘치는 제품, 도전정신 가득한 사용자에게 어울려
맥북은 여러모로 실험정신이 넘치는 제품이다. 기존의 휴대용 노트북보다 더 휴대하기 편하게 변한 점. 모든 단자를 하나로 합친 점, 과감히 무소음을 채택한 점, 최고 수준의 디스플레이를 과감하게 투입한 점 등 혁신을 위한 애플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얻은 것이 많은 만큼 잃은 것도 많다. 무소음은 성능 저하를 불렀고, 단자 통합은 불편함을 불렀다.
애플의 실험정신에 동참할 수 있는 도전정신 가득한 사용자, 노트북은 휴대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용자, 아름다운 노트북을 원하는 사용자라면 당연히 맥북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이 세 가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맥북을 쳐다보지도 말 것. 맥북은 무난한 제품이 아니다. 압도적인 장점으로 수많은 단점을 극복하는 제품이다.
맥북은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국내 판매를 시작한 상태다. 보급형 모델이 159만 원, 고급형 모델이 199만 원이다. 프로세서와 저장장치 용량 외에는 차이가 없으며, 부품이 모두 로직보드에 붙어있는 온보드 타입의 제품이라 개인이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운영체제는 OS X 요세미티이고, 아이워크(페이지즈, 키노트, 넘버즈) 앱을 무료로 함께 제공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