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본전' 생각 안 나는 초저가 노트북, 에이서 아스파이어 ES1-111M
[IT동아 기자] 한때 노트북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던 장르 중에 '넷북'이라는 것이 있었다. 2009년 즈음에 넷북은 10~11인치 남짓의 작은 화면과 1kg 근처의 가벼운 무게, 그리고30만원대 남짓의 저렴함 가격을 무기로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넷북 인기는 거짓말처럼 사그라지며 대부분 단종되었다.
넷북이 인기를 잃은 이유를 쉽게 설명하자면 한 마디로 '싼 게 비지떡'이었기 때문이다. 성능이 워낙 떨어지다 보니 부팅을 하거나 프로그램 하나를 실행하는 데도 너무 느려서 스트레스가 심했다. 본래 목적이었던 인터넷 서핑만 원활하게 하기에도 부족함이 있을 정도였다. 오늘 소개할 에이서 아스파이어(Acer Aspire) ES1-111M(이하 에이서 ES1)은 어찌 보면 과거에 인기를 끌던 넷북의 현대적인 재해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 넷북의 단점까지 계승하진 않았다. 높은 휴대성과 저렴한 가격(윈도 8.1 with bing 운영체제 포함 인터넷 최저가 26만 8,000원)을 제공하는 한편, 일상적인 PC 활용에서 느낄 수 있는 체감적인 성능은 제법 높은 것이 특징이다.
고급스런 느낌 없지만 가격 대비 구성은 충실
에이서 ES1의 외형은 누가 봐도 예전의 넷북을 떠올리게 한다. 11.6인치의 아담한 화면에 1.08Kg의 가벼운 무게를 갖추고 있어 휴대성은 상당히 좋다. 제품 두께도 상판을 덮은 상태에서 21.2mm로 슬림한 편이다. 물론 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 같은 고가의 재질을 쓰진 않았기 때문에 고급스런 느낌은 그다지 없지만, 제품의 가격을 생각해 본다면 누구라도 납득할 것이다.
소형 노트북 중에는 각종 연결 포트가 부족해서 외부장치 연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에이서 ES1는 포트의 수가 아주 많지는 않지만 종류는 다양한 편이다. 가장 많이 쓰는 USB 포트(2개), 이어폰이나 스피커를 연결하는 음성 출력 포트, 외부의 모니터나 TV, 프로젝터를 연결하는 HDMI 포트, 그리고 유선 인터넷 케이블을 연결하는 기가비트 LAN 포트, SD카드(SDXC 지원) 슬롯 등을 탑재했다.
눈에 띄는 점이라면 2개의 USB 포트 중에 1개는 고속 외장하드나 USB 메모리를 지원하는 USB 3.0 규격이라는 점, 그리고 별도의 변환케이블이나 젠더 없이 바로 쓸 수 있는 표준 규격의 HDMI 및 유선랜 포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저렴한 소형 노트북 치고는 충실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포트가 본체 후면에 모여있기 때문에 깔끔하게 선 정리가 가능한 점도 괜찮다.
키 너비 적절하고 화면도 무난, 다소 물렁한 키보드는 조금 아쉬워
키보드는 본체 크기를 감안하면 제법 쓸만하다. 각 키의 면적이 일반 키보드 못지 않고 한국 사람들이 자주 쓰는 오른쪽 시프트(shift)키도 넓은 편이다(대신 방향키는 작다). 외국산 노트북 중에는 오른쪽 시프트 키가 작은 경우가 제법 많은 편인데 이 제품은 그렇지 않다. 다만, 키를 누를 때 다소 물렁한 느낌이라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다.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1,366 x 768로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지만 11.6인치의 작은 화면이라면 굳이 풀HD급(1,920 x 1.080) 해상도를 적용할 필요는 없다. IPS나 VA와 같은 광시야각 패널을 적용했다는 제조사의 이야기는 없었지만, 화면 시야각도 딱히 나쁘지 않은 편이라 사용 중 불편함은 없었다.
소비 전력 대비 성능 효율 좋은 베이트레일 프로세서 탑재
내부적인 사양을 살펴보면 인텔 셀러론 N2940(베이트레일) 쿼드코어 프로세서에 2GB DDR3L 메모리, 그리고 인텔 HD 내장 그래픽에 32GB의 eMMC 저장장치를 탑재했다. 기존의 2GB 메모리를 빼내고 최대 8GB의 DDR3L 메모리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지만, 이 때는 본체 하단의 보증 스티커를 파손하고 하판을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A/S면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메모리 업그레이드를 생각하고 있다면 조금 귀찮더라도 에이서 서비스센터에 연락해 보는 것이 좋겠다.
베이트레일 계열 프로세서는 소비 전력이 전력이 매우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는 2009년 경의 넷북에 쓰이던 1세대 아톰 프로세서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의 초기형 아톰 프로세서는 소비 전력만큼이나 성능이 너무 떨어지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요즘 팔리는 베이트레일 계열 프로세서는 단순히 저전력을 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능 효율도 상당하다. 셀러론 N2940의 성능은 PASSMARK 벤치마크 기준 1,830점인데, 이는 한때 시장을 주름잡던 ‘코어2 듀오’와 유사한 수준의 성능이다. 정확히는 코어2 듀오 E8200(1,884점)과 비슷하다. 지금도 코어2 듀오급 PC를 쓰는 사용자가 제법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대략의 성능을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속도 빠른 편이지만 용량이 아쉬운 32GB eMMC
그리고 메모리나 저장장치 등의 성능이 코어2 듀오 시절보다 향상되었으니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성능은 더 나은 편이다. 특히 기존의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 보다 속도가 빠른 eMMC 저장장치를 탑재하고 있어서 부팅속도나 프로그램 실행 속도는 빠른 편이다. eMMC는 일종의 간이 SSD로, 주로 스마트폰이나 초소형 노트북과 같은 휴대용 장치에 주로 쓰이는 플래시메모리 기반 저장장치다.
다만, 내장된 eMMC의 용량이 32GB에 불과한데다 운영체제 및 초기 탑재 응용프로그램, 그리고 공장 초기화용 복구영역 등이 상당한 공간을 선점하고 있어서 사용자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빈 공간은 10GB 남짓이다. 고용량 동영상이나 게임 등의 콘텐츠를 설치해두고 쓰기엔 부족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탑재된 SD카드 슬롯이 SDXC 규격을 지원하기 때문에 64GB와 같은 고용량 SD카드도 호환된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성능도 '그럭저럭'
고성능을 추구하는 모델이 아니라지만 그래도 너무 성능이 떨어져도 곤란할 것이다. 문서 작성이나 인터넷 서핑 등을 원활하게 하기에는 문제가 없었으며, 동영상 구동 능력도 기대 이상이었다. H.264. 기반 MP4 파일의 경우 1,920 x 1,080 해상도의 풀HD급 동영상을 원활하게 구동했으며, 3,840 x 2,160 해상도의 4K UHD급 동영상 의의로 끊김 없이 구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에이서 ES1에 달린 디스플레이의 해상도가 1,366 x 768에 불과하기 때문에 풀HD나 4K 동영상을 구동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으나. HDMI를 통해 외부의 TV등을 연결해 쓸 때는 유용할 것이다.
게임 구동능력의 경우도 아주 높지는 않지만 아쉬운 대로 쓸만하다. 리그오브레전드(LOL)의 경우, 화면 해상도 1,366 x 768 및 그래픽 품질 '중간' 수준에서 20여분 정도 플레이를 해보니 캐릭터가 많지 않은 화면에선 평균 30~35프레임 전후, 전투가 격렬한 상황에선 20~25프레임 수준의 움직임을 나타냈다. 아주 원활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플레이 자체는 가능한 수준이다.
6시간 버티는 배터리 성능도 합격
내장된 배터리의 용량은 3셀 2,640mAh로 고용량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고효율 프로세서를 탑재한 덕분에 배터리 유지 시간도 쓸만하다. 윈도8.1운영체제의 전원 정책 '균형' 상태에서 배터리를 100% 충전한 후, 외부 전원을 빼고 HD급 MP4 동영상을 연속 구동해보니 약 6시간 정도를 사용할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제조사에서 밝힌 사양표에도 이 제품은 6시간 동안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다고 나와있었다. 제조사에서 밝힌 배터리 성능과 실제 테스트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에이서 ES1과 같은 경우는 사양표와 거의 같은 성능을 발휘해서 이 점이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졌다.
'본전' 생각 들지 않는 부담 없는 노트북
에이서 아스파이어 ES1-111M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편하게 쓰는 노트북'이라 할 수 있다. 고사양은 아니지만 인터넷 서핑이나 문서작성과 같은 일상적인 작업을 스트레스 없이 할 수 있으며, 휴대성도 높아서 가지고 다니기도 편하다. 여기에 가격도 20만원대 중후반이면 살 수 있으니 그야말로 '본전'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물론 저장장치의 공간이 넉넉하지 못하고 3D 게임 구동능력이 높지 않다는 점, 전반적인 디자인이나 재질이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다는 점 등은 조금 아쉽지만, 제품의 가격대를 생각해 본다면 납득할 만 하다. 에이서 ES1은 2009년 전후에 팔리던 넷북과 전반적인 콘셉트를 계승하면서도 상당수의 단점을 크게 개선한 제품이라고 평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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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