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를 닮아가는 노트북, 가볍거나 오래가거나
[IT동아 이상우 기자]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전통적인 PC 시장(데스크톱, 노트북 등)은 꾸준히 감소하지만, 울트라모바일(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윈도8 제품 및 맥북 등을 포함)의 빠른 성장에 힘입어 전체 PC 시장은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태블릿PC(안드로이드 및 iOS) 시장 역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그 성장세는 과거와 비교해 눈에 띄게 둔화됐다.
사실 태블릿PC가 등장한 초기에는 화면 크기가 커서 스마트폰보다 생산성이 좋으며, 휴대성 및 배터리 지속시간 등이 노트북보다 우월해 두 시장을 모두 잠식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하지만 시장은 이러한 예측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갔다. 태블릿PC의 장점을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흡수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화면이 커지면서 7~8인치 태블릿PC 필요성이 줄어들었으며, 노트북 역시 태블릿PC의 장점인 휴대성과 배터리 지속시간을 가져왔다. 6시간에서 9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성능을 갖추면서 무게는 1kg 내외인 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전반적인 성능까지 향상돼, 여러 고성능 소프트웨어까지 구동할 수준이 됐다. 즉 노트북의 생산성에 휴대성과 배터리 성능이 더해진 셈이다. 이러한 바탕에는 프로세서 기술의 발전이 있다.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IT 전시회 IFA 2014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이 새로운 프로세서 출시를 공식 발표했으며, 여러 PC 제조사는 이를 이용해 혁신적인 노트북을 선보였다.
에이수스가 공개한 젠북 UX305는 두께 12.3mm에 무게는 1.2kg에 불과한 13인치 노트북이다. 화면 해상도가 일반 노트북보다 높은 QHD+임에도 불구하고 동영상 재생 시 배터리 지속시간은 8시간 가까이 된다. 게다가 냉각 팬이 없는 무소음 노트북이다.
같은 행사에서 레노버가 공개한 씽크패드 헬릭스 2세대는 11.3인치 크기의 2-in-1 PC다. 태블릿PC만 사용했을 때 두께는 9.6mm, 무게는 795g, 배터리 지속시간은 약 8시간이다. 키보드 독과 연결하면 두께 25mm, 무게 1.7kg으로 늘어나지만, 배터리 지속시간 역시 12시간으로 대폭 상승한다. 이 역시 무소음 노트북이다. 이밖에 HP, 델, 에이서 등 글로벌 PC 제조사가 이전 제품보다 얇고 가벼우며 배터리 성능까지 향상시킨 제품을 선보였다.
이 제품의 공통점은 인텔이 내놓은 '코어 M 프로세서'를 탑재했다는 점이다. 코어 M 프로세서는 14나노 공정으로 제작한 인텔 5세대 코어 프로세서(브로드웰) 중 냉각팬이 없는 제품을 위한 저전력/저발열 프로세서를 부르는 명칭이다. 내부 부품 중 냉각팬을 제거했기 때문에 소음이 없는 것은 물론, 전체적인 부피도 줄일 수 있게 됐다.
TDP(열 설계 전력, 프로세서가 최대한으로 소비하는 전력량)는 4.5W로, 인텔 아톰 베이트레일과 비슷한 수준이다. TDP가 낮은 덕에 배터리 지속 시간이 길며 발열도 비교적 적다. 인텔에 따르면 코어 M 프로세서는 이전 세대(하스웰)의 동급 프로세서와 비교했을 때 평균 배터리 지속시간이 약 20%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냉각팬을 제거한 내부 공간에 배터리를 추가한다면 지속시간은 훨씬 늘어난다.
소모 전력은 줄었지만, 성능은 오히려 높아졌다. 인텔이 밝힌 바로는 동급 하스웰과 비교해 연산 능력이 50%, 내장 그래픽 성능이 40% 향상됐다. 실제로 최근에는 전문가용 노트북에도 이를 탑재한 제품도 등장했다. 애플 맥북, HP 엘리트북 폴리오 1020 등이 있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헬릭스 2세대 역시 레노버의 대표적인 업무용 노트북 제품군인 '씽크패드'다(참고기사: http://it.donga.com/20737/).
인텔은 코어 M 프로세서를 선보인 이후, 올해 1월에는 이보다 성능이 높은 5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선보였다. 코어 M 프로세서와 동일한 14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제작해 이전 세대(하스웰, 22나노) 프로세서보다 성능을 높임과 동시에 전력 소모량이나 발열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모든 사양이 동일하지만, 프로세서만 각각 하스웰과 브로드웰로 다른 모델 둘을 놓고 동영상을 재생해본 결과 브로드웰을 탑재한 제품의 배터리 지속시간이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오래갔다(참고기사: http://it.donga.com/20524/).
브로드웰을 탑재한 모델의 대표주자는 LG전자가 올해 출시한 '그램 14(모델명: 14Z950)다. 과거 LG전자가 출시한 그램(모델명: 13Z940)의 후속작으로, 화면 크기가 1인치 커졌지만 무게는 980g을 그대로 유지했다. 배터리 지속시간 역시 이전 제품과 비교해서 늘어났다. 14인치 화면과 넓은 키보드를 통해 업무 생산성을 챙김과 동시에 가벼운 무게와 향상된 배터리 성능으로 태블릿PC의 휴대성까지 가져온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내장 그래픽 성능이다. 브로드웰은 하스웰과 비교해 그래픽 성능이 약 22% 향상됐다. 실제로 그램 14에서 게임을 구동해보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그래픽 설정을 '중간'으로 맞추면 초당 화면 표시 수는 20~30 프레임 정도로 나타나는 반면, 그램 14에서는 40~50 프레임 정도다. 뿐만 아니라 이전 모델에서는 실행이 불가능했던 고사양 온라인 게임도 그래픽 설정을 아주 낮추면 쾌적하게 구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참고기사: http://it.donga.com/20369/).
브로드웰의 등장은 전문가용 노트북 시장에도 큰 변화를 줬다. 얼마 전 레노버가 내놓은 '씽크패드 카본 X1 3세대' 제품이 대표적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씽크패드 시리즈는 대표적인 업무용 노트북이다. 강력한 성능과 함꼐 혹한의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과 사용 편의성을 갖췄다. 따라서 일반 노트북보다 조금 더 부피가 크고 무거운 편이었다.
하지만 레노버가 올해 초 내놓은 씽크패드 카본 X1 3세대는 5세대 인텔 코어 i7-5500U 프로세서와 8GB 메모리를 탑재했다. 이전 세대의 동급 프로세서와 비교하면 TDP는 15W로 동일하지만, 다이 크기를 줄였으며, 그래픽 성능은 오히려 향상됐다. 즉 높은 성능과 내구성을 유지하면서도 부피는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무게는 약 1.3kg, 두께는 가장 두꺼운 곳이 15mm에 불과하다. 게다가 배터리는 사용 환경에 따라 최대 10시간 까지 지속된다.
전통적인 PC 시장의 규모는 확실히 줄었다. 데스크톱의 경우 교체 시기가 비교적 길며, 이미 많은 사용자가 다양한 기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PC 교체에 관한 요구가 그다지 크지 않다. 이런 전망에도 PC 시장은 2-in-1 PC, 울트라북 등 기존 PC의 장점과 새로 등장한 모바일 기기의 장점을 합친 제품을 통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프로세서 기술 발전은 PC가 특정 폼팩터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