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바라보는 가상현실, "가상을 현실로" - 리퀴드VR
"우리가 바라보는 가상현실은 실제와 가상을 구분할 수 없는 'Full Presence'를 바라봅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15년 3월 27일, AMD가 서울 CGV청담씨네시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MD의 가상현실(Virture Realirt, 이하 VR) 기술 '리퀴드VR(LiquidVR)'을 발표했다. 이날 현장에는 AMD 글로벌 제품 마케팅의 샤샤 마린코비치(Sasa Marinkovic) 담당이사와 AMD 소프트웨어 전략부문 테리 마케돈(Terry Markedon) 총괄이 직접 참석해 설명에 나섰다. 그들은 "AMD가 바라보는 가상현실은 가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반응하는, 또 하나의 세계다"라며, "가상현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을 준비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가상현실. 사실 가상현실은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개념이 아니다. 인공현실(artificial reality), 사이버 공간(cyberspace), 가상세계(virtual worlds), 가상환경(virtual environment), 합성환경(synthetic environment), 인공환경(artificial environment) 등 다양하게 불리며, 여러 산업군에서 이미 적용해 사용하고 있는 기술이다. 작은 의미로 본다면, 디아블로3, 리니지 등 온라인 게임도 가상현실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최근의 가상현실은 보다 현실적인, 시각을 포함해 청각, 촉각, 행동까지 적용한 개념으로 확장됐다. 직접 사람이 손을 뻗으면 가상현실 속의 '내'가 손을 뻗고, 시선을 좌우로 돌리면 그에 맞는 가상현실 속 세계를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문제는 남아 있다. 아직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성숙하지 않았다. 기어VR과 같은 하드웨어와 오큘러스와 같은 소프트웨어, 그리고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 등이 태부족하다. 결국 플랫폼이다.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개인을 위한) 가상현실은 폭발력을 갖추지 못했다.
"가상현실은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
AMD의 샤샤 이사가 말문을 열었다. 그는 "가상현실은 단순히 하나의 애플리케이션 즉,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새로운 플랫폼이라도 생각해야 한다. 특히, 가상현실은 다양한 영역, 여러 분야에서 사용될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TV, PC 등의 전반적인 사용 경험을 바꿀 것이다"라며, "지금까지 AMD는 사용자를 위해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 그래픽 품질을 향상시켰으며, 여러 모니터에서 동시에 화면을 볼 수 있는 기술 등을 개발했다. 이제는 가상현실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가상현실은 사용자가 가상현실이라고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실제와 같아야 한다. 'Full Presence'를 구현해야 한다. AMD는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사용자가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는 "완벽한 가상현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5초 정도 지나면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워야 한다. 사람들은 가상현실 기기를 사용하면서 단순히 시각적인 정보만 '본다'고 여기지만, 가상현실은 시각을 비롯해 청각, 제스처 등 모든 것을 실제처럼 연결해야 한다. 특히, 가상현실은 게임과 같은 일부 영역에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교육, 의료, 빅데이터 비쥬얼, 시뮬레이션, 엔터테인먼트 등 수많은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상현실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라고 본격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지연 속도를 줄여야 현실감을 높일 수 있다
샤샤 담당이사가 문제로 지적한 것은 바로 '지연 속도(Motion to Photon Latency)'다. 응답시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가상현실 기기를 머리에 착용하고, 시선을 좌로 돌렸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 가상현실은 새로운 이미지(좌측 시야)를 빠르게 불러와야 한다. 시선을 옮길 때마다 발생하는 지연 속도를 '0'에 가깝게 만들어야 가상현실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셈이다. 바로 현존감이다. 만약 이 지연속도에 작은 오차라도 발생할 경우, 사용자는 무의식적으로 이상함과 어색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작은 차이지만, 경험의 차이는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고 결국 멀미 현상을 유발한다.
그는 "가상현실의 지연 속도를 줄이기 위해 AMD가 준비한 기술이 바로 리퀴드VR이다. 우리는 리퀴드VR을 통해 가상현실에 필요한 '편안함(Comport)'과 '호환성(Compatibility)', 그리고 '콘텐츠(Compelling Content)' 확보에 나섰다. 편안함이라는 것은 멀미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고, 호환성은 여러 업체가 선보이고 있는 많은 가상현실 기기에 모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앞선 이 두 가지를 해결하고 나면 게임 개발사와 같은 업체들이 좋은 컨텐츠로 뒷받침해야 가상현실 플랫폼을 완성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리퀴드VR의 핵심 기술, '비동기식 쉐이더'
샤샤 담당이사는 리퀴드VR을 설명하며 지연 속도를 줄이기 위한 대표적인 4가지 기술 '최신 데이터 갱신(Latest data latch)', '비동기식 쉐이더(A싱크 쉐이더, Asynchronous shaders)', '멀티 GPU(Affinity multy-GPU)', '디스플레이 다이렉트 연결(Direct-to-display)'를 설명했다. 그는 "최신 데이터 갱신은 사용자가 머리에 착용한 가상현실 기기의 움직임을 추적해 가장 마지막의 이미지를 빠르게 불러오는 기술이다. 디스플레이에 출력되는 이미지가 지연되는 속도는 마지막 사용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의 가상현실 이미지를 불러올 때 발생한다. 이 과정을 빠르게 작업해 지연 속도를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비동기식 쉐이더는 중요한 내용이라 뒤에 좀더 자세히 설명하겠다"라며, "멀티 GPU는 두 개 이상의 GPU를 사용해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다. 2개의 GPU를 이용할 경우, 처리 작업을 나눠서 진행하는데, 이 때 작업을 교차로 진행한다. 비유하자면 1,3,5,7번째 작업 처리는 첫번째 GPU가, 2,4,6,8번째 작업 처리는 두번째 GPU가 담당하고 처리한 그래픽을 하나의 디스플레이에 표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가상현실 기기는 입체감을 표시하기 위해 2개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 이에 리퀴드VR의 멀티 GPU를 이용하면, 왼쪽 눈으로 보는 디스플레이와 오른쪽 눈으로 보는 디스플레이에 필요한 작업을 각각의 GPU가 담당해 처리한다. 때문에 보다 효율적으로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다이렉트 연결은 말 그대로 디스플레이와 GPU를 바로 연결해 처리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디스플레이에 표시하는 작업 단계에서 운영체제를 거쳐야 하는데,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GPU가 바로 그래픽 작업을 처리해 디스플레이로 표시하기 때문에 지연 속도를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비동기식 쉐이더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비동기식 쉐이더를 이용하면, 작업을 한번에 (순차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속도를 빠르게 올릴 수 있다"이다.
사용자가 가상현실 기기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는 그래픽은 여러 단계를 거친 결과물이다. PC를 예로 들면, CPU와 GPU, 메모리, 저장장치 등 각각의 부품에서 작업 명령을 내리고 이를 순차적으로 처리해 디스플레이로 조합된 정보를 최종 송출한다. 즉, 각 작업 처리는 나름의 순서대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처럼 순차적인 처리 방식은 지연 속도를 발생시킨다. CPU가 처리할 것, GPU가 처리할 것 등을 구분하기 때문에 앞 단계의 작업이 끝날 때까지 뒷 단계의 작업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 지하철을 탈 때 양쪽으로 줄을 서지만, 결국 탑승할 때는 한명씩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리퀴드VR의 비동기식 쉐이더는 이 여러 작업(컴퓨팅과 랜더링 등)을 동시에 처리한다. 각 작업 순서를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조절해 지연 속도 발생을 늦춘 것(이처럼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술적인 내용이 있지만, 너무 전문적인 내용이니 모든 것을 다 이해할 필요는 없다).
리퀴드VR에 대한 설명을 끝낸 AMD 샤샤 담당이사는 "우리는 미래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효율적인 APU를 선보일 것이며, CPU와 GPU가 함께 공존해 작업을 처리할 때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전에 선보인 프리싱크와 처리 속도를 보다 개선한 다이렉트X12, 그리고 리퀴드VR과 같은 기술 등 많은 것을 준비했다. AMD는 단순히 CPU, GPU, APU 등 하드웨어만 제조하는 업체가 아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한다"라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조합을 통해 더 나은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많이 지켜봐달라"라고 강조했다.
가상현실과 플랫폼, 그리고 리퀴드VR
AMD가 리퀴드VR을 통해 구축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가상현실 플랫폼' 과 '생태계' 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지원해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게임 개발사와 같은 협력사를 통해 콘텐츠를 확보한다. 이는 곧 생태계 구축을 위한 밑바탕이다. 그리고 가상현실 구현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꼽은 것이 '지연 속도' 의 제로(0)화 다. 사용자가 가상현실을 체험하면서 느낄 수 있는 멀미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 바탕이다.
사용자는 리퀴드VR을 설명하며 언급한 '최신 데이터 갱신', '비동기식 쉐이더', '멀티 GPU', '디스플레이 다이렉트 연결' 등 4가지 기술을 세세하게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이제는 체험할 차례다. AMD가 발표한 것처럼 실제로 가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몰입감 있는지 겪어보면 그만이다. 혹시 아는가. 집 안에 누워서 북극의 오로라를 간접 체험하거나, 왕좌의 게임 속 주인공처럼 판타지 세계 속에서 드래곤을 향해 칼을 휘두를 수 있을지. 만약 그 때가 온다면, 우리는 가상현실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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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