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아마존? 경쟁은 두렵지 않다. 고객의 실망이 두렵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2015년 3월 17일, 쿠팡이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의 사업 모델 변화와 향후 사업전략에 대해서 설명했다. 쿠팡 김범석 대표이사가 직접 나섰다. 그는 "가만 돌이켜보면 쿠팡이 공식적으로, 이렇게 기자분들을 모시고 발표하는 자리는 정만 오랜만이다. 지난 2011년 8월에 공식 기자간담회를 열었으니… 어느새 3년 만이다"라며, "이 자리를 빌어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쿠팡은 아마존이 두렵지 않다고. 아마존 국내 진출 소식과 함께 쿠팡을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꽤 많다. 그래서 이 자리를 준비했다. 앞으로 쿠팡이 추구하는 바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겠다"라고 인사말을 대신했다.
아마존 국내 출시? 두렵지 않다
김범석 대표이사가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먼저, 쿠팡에 대해서, 쿠팡이 어떤 회사인지 말하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쿠팡을 소셜커머스 업체라고 많이 말씀하신다. 소셜커머스. 글쎄. 요즘은 잘 모르겠다. 소셜커머스가 뭔지… 잘 모르겠다. 초창기 그루폰이 국내에서 최초로 (소셜커머스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때, 당시 소셜커머스라고 불리는 업체 수는 300여 개가 넘었다. 그 많던 소셜커머스는 지금 남아 있지 않다"라고 말을 이었다.
"과연, 소셜커머스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고민했다. 처음 쿠팡 서비스를 시작한 시기는 2010년 8월이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커머스 사업을 위해서 갖춰야 할 경쟁력을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바로 고객경험과 상품의 다양성이다. 고객경험이 의미하는 바는 서비스다. 고객이 받을 수 있는, 친절하고 일관성된 서비스를 말한다. 또 다른 경쟁력은 상품 수다. 광범위하고, 다양하고, 품질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것. 이 두가지가 커머스 사업의 주요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고객경험을 높게 생각하는 커머스 업체는 주로 오프라인 매장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곳에 가면 일관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커머스와 비교해 매장 내 비치할 수 있는 상품 수가 제한적이다. 그래서 이들은 일관된 서비스를 유지하며, 어떻게 상품을 늘릴 수 있을까라고 고민한다.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커머스(이커머스)의 장점은 다양하고 많은 상품 수다. 반대로 오프라인과 달리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구매부터 배송까지, 모든 것을 쿠팡이 한다
"한가지 사람들이 자주 오해하는 것이 있어 설명하고 싶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C2C 즉, 위탁커머스, 위탁 플랫폼 사업이다. 위탁 플랫폼의 고민은 상품 수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보다 빠르게 배송하고,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다 좋은 상품을 전달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국내에 B2C 모델(다이렉트 커머스)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아마존이 가장 대표적인 B2C 커머스 업체인데, 국내 사업 모델과 다르게 접근한다. 아마존은 상품을 직접 매입하고, 미국 내 최대 물류 시스템을 직접 구축했으며, 2일 안에 배송할 수 있는 전국망을 직접 만들었다."
"최근 쿠팡도 이렇게 변화하고 있다. 상품 위탁 판매에서 직접 매입으로, 당일 배송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으로 준비 중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쿠팡 물류 센터 을 공개한다. 좀더 설명을 보태면, 대구/인천/덕평/파주의 물류센터는,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광명 이케아 매장의 3.5배 크기다. 지금 공사 중인 인천 물류센터 크기가 완성되면 전체 쿠팡 물류센터의 크기는 5.7배에 이른다. 현재 경기, 인천, 대구 등 전국 7개 물류센터를 보유 중이며, 전국 단위 배송캠프도 구축했다. 배송 트럭은 1,000여 대에 이른다. 쿠팡의 직간접 직원 수를 모두 더하면 5,500명에 달한다. 그래서 오히려 주변에서 많이 걱정하신다(웃음)."
참고로 설명하면, 현재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최대 규모의 물류 시스템을 보유 중이다. 경기, 인천, 대구 등 7개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며, 쿠팡맨 1,000여 명을 채용해 쿠팡이 직접 매입한 상품에 대해서 쿠팡맨들이 직접 배송하고 있다. 5,500여 명의 직원은 고용한 1,000여 명의 쿠팡맨과 물류센터, 전국 배송캠프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배송 직후 상품 박스를 대신 수거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 중이다.
"아마존엔 없고, 쿠팡에만 있는 것이 있다. '쿠팡맨'이다. 쿠팡맨의 시작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쿠팡 출범은 2010년 8월이었다. 당시 직원은 100명 정도였지만, 콜센터 인원은 50명에 달했다. 지금도 기억난다. 주변에서 이렇게 조언했었다. 초기에는 단기적인 수익을 빨리 올릴 고민을 해야지 왜 콜센터에 인원을 투입하느냐라고. 하지만, 우리는 고객과의 접점을, 고객과의 대화를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연이 있었다. 구매자 중 한 명이 신발을 구매했는데, 구매 후 해외로 오래 나갈 일이 생겨서 못 받겠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직원이 직접 공항에 나가 신발을 전달했다. 그 때 받은 고객과의 감동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아마 최초의 쿠팡맨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조금씩 직원이 직접 배송해보기 시작했다. 고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직원들도, 고객들도 서로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며 조금씩 무언가를 느끼기 시작했다. 쿠팡맨 서비스는 2014년 3월부터 시작했다. 모두들 무모한 도전이라 했지만, 우리는 고객을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했다. 맞는 말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무모한 도전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우리는 경쟁이 두렵지 않다. 고객의 실망이 두렵다
"쿠팡은 이커머스의 서비스를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는 것에서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겠다. 물류센터부터 쿠팡맨 서비스까지 시작한 이유다. 사용자가 직접 상품을 받기 전까지, 일련의 모든 과정을 쿠팡의 서비스라고 생각하겠다. 이를 '한국형 다이렉트 커머스'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쿠팡은 경쟁이 두렵지 않다. 때문에 아마존의 국내 출시 소식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고객의 실망이 두렵다. 쿠팡이 추구하는 목적지, 목표는 이렇다. 언젠가 고객에게 이런 말을 듣고 싶다. '쿠팡이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이보다 보람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 노력하겠다."
이어서 김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는 "2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새롭게 도입하겠다. 기저귀, 생활용품 등 주부고객들이 급하게 필요한 상품들을 대상으로 주문 후 2시간 내 배송하는 서비스다. 우선 경기도 일산 지역을 대상으로 올 상반기 내 시범 서비스로 시작한다"라고 발표했다.
그의 말마따나 쿠팡이 시도하는 "2시간 내 배송 서비스"는 상품을 직접 매입하고, 전국 단위 물류 인프라와 배송 시스템까지 갖춰야 시도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장에서 발표에 나선 김범석 대표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7,000명이던 회원 수는 2,560만 명(2015년 1월 기준)으로 늘어났고, 연 거래액은 2조 원을 넘어섰다(2014년 기준). 자산운용사 블랙룩 등으로부터 약 4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 등도 있었다. 마지막 기자 간담회에서 나온 "현재의 적자 구조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도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적자가 맞습니다. 2013년 1,463억의 매출을 올렸으며, 42억 원의 영업적자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곳에 투자했고, 꾸준하게 BEP(손익분기점)를 맞춰 왔습니다. 작년 물류센터 구축으로 인한 영향이 컸습니다. 아마 여러분들이 예상하는 금액보다 훨씬 많아서 놀라실 겁니다(웃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괜히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고객분들의 실망이 두려울 뿐입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는 쿠팡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해당 기사에 대한 의견은 IT동아 페이스북(www.facebook.com/itdonga)으로도 받고 있습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