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년 비즈니스맨의 동반자, 레노버 '씽크패드 X1 카본' 3세대
[IT동아 이문규 기자] 본 리뷰어는 십수 년 전 서버/네트워크 엔지니어로 10여 년간 근무한 이력이 있다. 당시에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지금처럼 노트북을 휴대하고 이 사이트, 저 사이트 돌며 지원 업무를 해야 했다. 1990년 대 말 혹은 2000년 초 이들 IT전문가들이 선호하는 업무용 노트북의 최고봉은 누가 뭐래도 '씽크패드(ThinkPad)'였다. 당시에는 IBM이 생산, 판매했던 씽크패드는 그 이전부터 '비즈니스맨을 위한 최고의 노트북'으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했으며, 엔지니어의 가방에서 까만색의 씽크패드가 모습을 드러내면 왠지 모르게 그의 전문성에 믿음이 가기도 했다(정말 그런 분위기였다). 특히 당시 씽크패드 T43 모델은 엔지니어들에게 그야말로 선망의 노트북이었기에, 10년이 훌쩍 흐른 지금까지도 모델명이 머리에 새겨져 있다(아쉽게도 당시에 본 리뷰어는 T43을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투박하고 단조로운 외형에 본체 전체가 온통 까만색으로 덮여 있어, 디자인과는 담 쌓은 듯했던 씽크패드 고유의 모습은 그 주인이 IBM에서 레노버로 바뀐 지금도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용도와 사용자 취향에 맞추느라 디자인과 모양, 브렌드 이름까지 수시로 바꾸는 요즘의 노트북에 비해 씽크패드는 한결 같은 방향, 즉 '비즈니스맨에게 가장 적합한 노트북'이라는 외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여담으로, 씽크패드는 단일 노트북으로 전세계 1억 대가 팔렸다.
2015년 봄을 맞는 씽크패드는 까만색 몸체와 특유의 디자인(?)은 여전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라인이 매우 날렵해졌다. 노트북을 구성하는 여러 부품(CPU나 메모리, 하드디스크 등)의 크기가 더욱 작아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역시 한 눈에 씽크패드임을 알아챌 수 있는 단서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커버 상단 고유의 'ThinkPad' 로고, 그 어느 노트북도 따라 할 수 없는 찰진 키감의 키보드, 씽크패드의 아이덴티티 '빨콩(트랙포인트)'과 3버튼 터치패드가 그렇다.
이번에는 얼마 전 출시된 인텔의 5세대 코어 프로세서인 '브로드웰(코드명)' 신상품을 달고 나왔다. 본 리뷰어가 10여 년이 지난 후에야 직접 사용하게 된 씽크패드는 'X1 카본(Carbon)'이었다. 딱 작년 이 즈음 접한 후 1년 만에 다시 만났다(모델명: 20BS-000GKR). 여기서는 편의 상 '3세대 카본'이라 부르겠다(정식 이름은 '씽크패드 3세대 뉴 X1 카본'이다. 1년 전 모델은 인텔 4세대 코어 프로세서인 '하스웰'이 장착됐다 - http://it.donga.com/17643).
인텔 5세대 브로드웰 프로세서(노트북용)는 전작에 비해 내장 그래픽 성능이 월등이 대폭 향상됐고, 소비전력도 더 낮아져 배터리 사용 시간이 1.5배 늘어났다고 전해진다. 이미 CPU 처리 능력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지만, 인텔은 세계적인 CPU/반도체 업체니 좀더 개량된, 좀더 발전된 CPU를 개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브로드웰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http://it.donga.com/20174/ 참고).
여기서 '사족' 상식 하나! 올해 2015년은 인텔의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Gorden Moore)가 주장한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 세상에 나온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1965년). 무어의 법칙은 '하나의 칩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양이 2년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는 내용으로, 컴퓨터 관련 기술이 짧은 기간 내 빠르게 발전함을 의미한다. 자세한 정보는 이 곳-http://it.donga.com/20147/을 참고하길.
어쨌든 카본 2015년형에는 '브로드웰' 코어 i7-5500U(2.50GHz) 프로세서가 장착됐다. CPU 처리 능력은 의심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위 클래스다. 여기에 메모리는 8GB, SSD 256GB(PCI Express, 삼성) 등을 적용했다. 게이밍 성능은 크게 필요 없으니 브로드웰 내장 그래픽 칩을 사용해도 좋다(과한 그래픽 성능은 가격과 소비전력을 높일 뿐이다). 물론 그렇다 해서 게임 성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비즈니스맨이라 해서 게임 등지고 사는 건 아닐 테니, 대중적인 온라인 게임이라면 큰 지장 없이 즐길 만한 수준이다.
게임 외 문서 작성 프로그램(워드, 액셀, 파워포인트 등)이나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포토샵 등), 기타 업무 특정 프로그램 등은 몇 개를 띄워 놓든 웬만해서는 원활하게 실행해 낸다. '코어 i7 CPU + 메모리 8GB + SSD' 조합이니 당연한 결과다. 성능에 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조금도 없다.
디스플레이 부분도, 예전에는 씽크패드, 하면 디스플레이와는 거리가 먼 노트북으로 인식됐지만, 이번 3세대 카본은 IPS 패널에 WQHD 화질, 최대해상도 2,560 x 1,440을 지원한다. 화면 크기는 14인치(대각선 길이 35.5cm)라 최대해상도로 사용하면, (글씨 크기는 작아지지만) 좀더 넓은 화면으로 작업할 수 있다.
씽크패드는 화면이 180도로 젖혀지는 화면 또한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어느 각도로 화면을 고정하든 안정감 있게 지탱한다. 어느 장소에서 어떤 자세로 작업하든 화면을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면, 서버가 가득한 전산실이라면 바닥에 쪼그려 앉을 경우가 많은데, 이때 씽크패드의 180도 화면 각도는 큰 도움이 된다. 협소한 공간(비행기 이코노미석)에서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다.
씽크패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키보드'다. 전세계 그 어떤 노트북으로도 경험할 수 없는 노트북 키보드의 최고 정점이다. 당연히
써본 사람만이 공감한다. 데스크탑용 키보드를 방불케 하는 명확한 키감과 키 구성, 배치는 역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씽크패드가 오랜 시간,
'비즈니스용 노트북', '업무용 노트북'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이 키보드다(당연히 본 기사는 씽크패드의 키보드로
'리드미컬'하게 작성됐다).
키보드 상단의 기능 키(F1~F12)는 2세대 카본과 달리 버튼형으로 변경됐고(아마도 사용자들의 피드백이 반영됐으리라), ESC 키와 Fn 키(키보드 우측 하단)를 동시에 누르면 기능 키 ↔ 단축 버튼(볼륨 조절, 밝기 조절 등) 기능을 번갈아 설정할 수 있다. 아울러 화면이 14인치로 커지다 보니 키 배열도 이전 제품보다 훨씬 여유로워졌다. 이에 키 간격이 좀더 넓어졌고 좌측 캡스락(CapsLock) 키도 부활했다. 그 외 키보드 위에 물 등을 쏟았을 때 유입을 방지하는 구조와 어두운 환경에 유용한 키보드 백라이트 등도 비즈니스용 노트북 기능으로서 여전히 건재하다.
키보드와 함께 제공되는 이른 바 '빨콩(트랙포인트)'도 씽크패드 만의 아이덴티티(독자성)다. 처음 사용하면 그 유용함을 잘 모르는데,
이전부터 익숙한 사용자라면 빨콩의 위력에 공감한다. 마우스 없는 작업 환경에서 터치패드의 조작 한계를 극복하는 결정적인 대안이다. 특유의
키보드와 빨콩 기능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씽크패드 만의 자랑이다. 전세계 크고 작은 기업에서 씽크패드를 업무용 노트북으로 선정하는
까닭도 키보드와 빨콩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이번 카본에서는 빨콩 사용에 따른 마우스 좌우 버튼, 스크롤 버튼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
더없이 반가웠다(2세대 카본에서는 좌우 버튼이 축소됐고 스크롤 버튼도 없었다).
3세대 카본은 14인치 크기의 노트북임에도 무게는 1.3kg에 불과하고, 가장 두꺼운 뒤쪽이 약 1.5cm 정도라 백팩이든 메신저백이든 넣어
다니기에는 부담이 한결 적다. '카본' 의미대로 인공위성에 사용된다는 카본 파이어(Carbon Fiber) 소재를 전면에 둘러 무게는
줄이면서 내구성은 강화했다. 씽크패드는 다른 노트북처럼 지문이 덜 묻고 덜 지저분해지니 좋다. 검은색 카본 소재라 오물이 잘 들러 붙지
않고, 붙더라도 스~윽 닦으면 금방 사라진다.
3세대 카본은 배터리 내장형이라 교체는 안 되지만, 한번 완전 충전하면 꽤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다. 사양표에는 최대 10.9시간으로 표기돼 있는데, 10시간 동안 연속으로 사용해 본 적은 없지만, 한달 간 내/외부 업무에 사용해 보니 10시간까지는 못 되더라도 8~9시간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물론 이는 작업/처리 내용에 따라 다를 것이지만).
이외에 2세대 카본과 동일하게, USB 3.0 단자 두 개, 미니DP 단자 한 개, 이어폰 단자, HDMI 단자 한 개, 유선 랜용 단자 등이 제공되며, 전원 단자 옆 원링크 독(OneLink Dock) 커넥터를 통해 씽크패드 전용 도킹 기기(별도 구매)와 연결해 여러 가지 입출력 단자를 사용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최신 노트북이다 보니 D-Sub 단자(15핀)만 있는 구형 빔프로젝터와 연결하려면 별도의 젠더(HDMI-VGA)가 필요하다. 프리젠테이션이 잦은 사용자라면 따로 마련해야겠다.
추가로, 3세대 카본은 802.11ac 무선랜 규격을 지원하니 요즘 한창 뜨고 있는 '기가' 와이파이도 사용할 수 있고, 돌비(Dolby) 사운드도 내장돼서 나름대로 양질의 사운드도 들을 수 있다(최근에는 씽크패드도 멀티미디어에 신경을 쓰고 있다. 예전 씽크패드-3~4년 전-는 심지어 모노 사운드가 내장되기도 했다). 여기에 720p HD 해상도의 웹캠, 저전력 기술의 블루투스 4.0 등 2015년형 노트북이 갖춰야 할 기본 덕목도 빠짐 없이 갖췄다.
본 리뷰에 사용된 씽크패드 3세대 뉴 X1 카본 20BS-000GKR은 현재 인터넷 최저가 22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일반 사용자에게는 분명히 부담되는 가격이다. 하지만 씽크패드는 범용적인 보급형 노트북이 아니라, 비즈니스맨 노트북으로서 필요한 요소, 즉 탁월한 성능, 가벼운 무게, 든든한 내구성, 작업이 편한 키보드와 트랙포인트, 장시간 배터리 등을 모두 갖춘 프로형 노트북이다. 요즘의 노트북은 '다른 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기기'로 포장되고 있지만, 씽크패드는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철저히 사용자 자신을 위한 업무 도구'일 뿐이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