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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의 3D 프린터의 세계] (8) 3D 프린팅, 이렇게 접근하라 ②

이문규

[IT동아]

싣는 순서
(1) 3D프린팅은 뜬구름 같은 거품? Vs. 산업혁명의 기폭제? (http://it.donga.com/20140/)
(2)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① (http://it.donga.com/20186/)
(3)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② (http://it.donga.com/20251/)
(4)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③ (http://it.donga.com/20300/)
(5) 3D프린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④ (http://it.donga.com/20352/)
(6) 3D프린팅 역사 제대로 알기 (http://it.donga.com/20408/)
(7) 3D프린팅 이렇게 접근하라 ① (http://it.donga.com/20495/)
(8) 3D프린팅 이렇게 접근하라 ②
(9) 배워라! 새로운 배움만이 새로운 길을 연다.

앞선 연재에서 언급하였듯, 3D프린팅은 앞으로 세상을 이끌 주요 트렌드 중 하나다. 그러니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만 관심을 갖되 3D프린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산업용 3D 프린터와 개인용 3D프린터 전반을 우선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갑작스런 3D프린팅 붐으로 인해 제대로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교육 요구가 크게 발생했다. 미비한 상태였지만 수요가 있었으니 그런 대로 교육은 진행됐다. 그러다 보니 상황과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창업을 시도한 이들도 있었고, 기대와 달리 별 수익을 내지 못해 문을 닫거나 중고로 3D프린터를 내 놓은 곳도 적지 않았다. 물론 나름대로 고민과 결단으로 스타트업을 꾸려 직접 실행해 옮긴 점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꼭 재기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한다).

필자가 3D프린팅 관련 경진대회에서 심사위원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그럴 듯한 모델링과 함께 제품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 제법 잘 된 응모작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기존 제품에 아이디어를 가미한 것이었다. 부족한 게 보였지만, 응모자는 하루이틀 준비한 게 아닌 듯 싶었다. 제출한 프레젠테이션 외에 더 어필할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어 본선에 올라 추가 고민이 반영되면 좋을 것 같았다. 이에 해당 작품의 점수를 상대적으로 높게 부여했다(다른 심사위원들도 비슷한 평가를 했기에 그들은 본선에 올랐다).

스타트업 융합콘텐츠 경진대회
<스타트업 융합컨텐츠 경진대회 모습>

1박 2일로 진행되는 본선 당일이 됐다. 해당 작품의 주인공을 직접 만났다. 첫째 날은 참가 동기와 출품한 내용에 대해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날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밤새 추가 아이디어나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이튿날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앞서 언급한 아이디어 상품을 제출한 응모자와도 이야기 나누었다. 솔직히 기대와 달리 제품 수준이 매우 미흡했다. 예선 통과 후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있었건만 보강은 거의 없었다. 이유를 알고 보니 이 응모자는 이런 류의 직업과 전혀 상관없는 이였고, 단지 멋진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라 이걸 제품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에, 비용을 주고 전문 업체에 맡겨 모델링을 한 것이다.

그는 제품과 관련해 마케팅 자료를 작성하고, 양산 금형을 만들기 위해 중국 양산처와 미팅까지 한 상태였다. 이미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필자의 경험상 제품의 결함이 너무나도 많이 보였다. 판매 불가 수준이었다. 그가 하루라도 빨리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는 게 필요하기에 예상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전달했다. 생각치 못한 문제점이라고 말했던 그는 너무 놀라 눈물까지 글썽였고 그날 저녁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필자는 여러 가지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뭘까? 우선 아이디어 유출을 우려하여 혼자 '이 정도면 되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어처구니 없게도, 모델링 의뢰 등 관련 전문가들을 만났을 텐데 어느 누구도 제품 결함을 언급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받기로 한 돈만 받고 작업만 해준 것이다.

현재 여러 교육 과정을 통해 3D프린팅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몇 시간 혹은 몇 주의 교육으로 3D프린팅에 대해 잘 알 수 있을까? 필자 생각으로는 신입사원이 OJT(On the Job Training)를 막 수료한 수준이 아닐까 한다. 다만 3D 프린팅 관련 업무를 기존부터 하고 있었다면 상황은 다르다. 예를 들어, 일반 2D프린터를 판매, 유통한 경험이 있다면, 3D프린터 판매, 유통도 그와 동일해 다른 사람보다 한결 유리하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없는 이가 3D프린팅 교육을 받은 직후 3D프린팅 판매 유통업을 한다면 이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또 한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3D 프린팅이 발달한 외국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 외국의 경우 3D프린팅 저변확대가 이루어지면서 스타트업이 자연스레 발생하는데, 우리나라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타트업 창업만 권장하는 분위기다. 이를 테면, 외국의 경우 학교에서 사용해 봤든 관심이 많아 배웠든, 3D프린팅을 직접 겪은 이들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형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3D프린팅을 접해 본 이들이 적어, 3D프린팅 응용에 관한 화두보다는 창업을 부추기는 형태의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단기간 교육을 받고 무작정 창업해 실패를 겪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렇다면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3D프린팅, 과연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큰 틀에서 보면 초중고교 및 대학교 단계에서 3D프린팅에 대한 교육이 지금보다 더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창업에 대한 부담 없이 3D프린팅을 접한 학생들은 순수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성이 맞는 학생들은 기업에 진출하여 3D 프린팅 산업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할 것이 분명하다. 선진 외국처럼 많은 학생들이 3D프린팅을 접하고 활용하면 3D프린팅 시장 규모가 자연히 커질 것이다. 결국 생태계를 명확히 만들어 줌으로써, 3D프린팅 소재, 제품, 유통이 활기를 띠게 하고, 이를 통해 허리가 튼튼한 산업으로 자리잡도록 유도해야 한다.

아래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 위치한 NuVu 고등학교(Experimental high school) 내의 디자인 스튜디오의 모습이다.

미국 누부 고등학교 디자인 스튜디오
< 미국 NuVu 고등학교 (Experimental high school) - https://cambridge.nuvustudio.com >

이 학교 학생들은 일상 생활에 대해 배우고 연구하는 창의적인 학습을 한다. 아래는 실제 소방관을 초청하여 '방화복 등의 도구와 생체 특성(Wearables and Biometric)' 에 관한 인사이트를 얻는 모습니다. (소방관 뒤쪽으로 3D프린터가 보인다.)

누부 고등학교를 방문한 소방관
< NuVu 고등학교에 방문한 소방관들이 교육하는 모습 - https://cambridge.nuvustudio.com >

수업 시간에 인사이트를 얻은 학생들은 자유로운 창작 활동으로 결과물을 만든다. 물론 이때 3D프린터를 매우 유용한 도구로 활용한다. 학생들이기에 이 기기를 얼마에 팔아 얼마의 수익을 얻어야 하는가는 두 번째 관점이다. 우선은 창의적인 생각을 펼쳐내어 소방관들에게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 내는 쪽에 집중한다.

아래는 소방관이 다녀간 지 불과 10일 후 학생들이 만들어 낸 소방관 보호 기기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구매해서 사용할 수 있는 아두이노 보드를 활용했고, 목에 거는 형태를 만들기 위하여 3D프린터로 넥피스(Neck Piece)를 만들었다. 아마도 이 기기는 교육을 진행한 소방관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당연히 실제 효과나 상품성 여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눈 여겨 봐야할 점은, 학생들이 직접 3D프린터를 도구로 활용하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하는 사회 분위기다.

고등학생이 3D프린터로 만든 소방관 보호 기기
< 고등학생들이 고안한 소방관 보호 기기 - https://cambridge.nuvustudio.com >

미국과 유럽은 이런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위 고등학교처럼 특수 학교뿐 아니라 일반 학교, 일반 수업에서도 3D프린터가 활용된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창작 도구가 해외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빨리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드론을 만들거나 RC카를 만드는 교육이 하나 둘 생기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며, 3D프린팅의 보편화를 위해 많은 분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보다 더 많은 3D프린팅 활용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반드시 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이런 교육을 학교에서 진행하도록 해야 하며, 교육이 가능한 강사를 더 많이 육성해야 한다.

3D프린팅을 단순한 제조 도구로만 활용하란 법은 없다. 예를 들어 마케팅 도구로도 이용할 수 있다. 일본의 혼다(Honda)는 2013년 매출 120조 원, 순이익 5조 원의 실적을 낸 공룡 기업이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제조 판매가 주력 사업이며, 직원 수는 18만 명이 넘는다.  이런 혼다가 홈페이지에 주요 컨셉 모델들의 3D모델링 데이터를 올려 놓았다. 

3D모델링 데이터를 게재한 혼다 홈페이지
< 3D모델링 데이터가 게재된 혼다 홈페이지 - www.honda-3d.com >

혼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3D프린팅이 가능한 모델링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다. 물론 혼다 마케팅 방식의 일환이고, 실제 제품을 단순화한 디자인 모델링이라 별것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조 기업의 특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면, 제조사에서 실행하기 어려운 발상이라 여길 것이다. 이유는 데이터 보안을 매우 중요시하는 제조사들의 문화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런 사고를 가능하게 한 걸까?

혼다는 회사의 기본 철학으로 '개인에 대한 존중(Respect for the individual)', '사고 팔고 만드는 즐거움(The Three Joys : buying, selling, creating)'이라는 두 가지 항목을 갖고 있다.  더불어 2014년 6월 타카노부 이토(Takanobu Ito) 혼다 CEO는 홈페이지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기쁨과 유용성을 주는 진정한 글로벌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홈페이지를 통한 3D모델링 공유는 단순 이벤트가 아니다. 회사의 기본 철학과 CEO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고심해서 내놓은 혼다의 전략적 마케팅이다. 3D 모델링 공유는 CEO가 언급한 '글로벌 회사 지향'에 부합한다. 3D프린팅 모형차를 원하는 모든 고객에게 실제 모형차를 전달하기란 불가능할 뿐더러 비용 대비 효과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혼다에서 공유한 데이터로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혼다의 모형차를 간직할 수 있다. 일반 광고 비용과는 비교도 안 되는 적은 비용으로 CEO의 의지와 철학을 독특하게 실현한 것이다.
 
지면 관계상 여기서는 교육과 마케팅을 예로 들었지만, 3D프린팅의 활용 방법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생각해보라. 지금 전세계 방방곡곡에서 2D프린팅이 얼마나 폭 넓게 활용되고 있는가? 그 자체로는 문서를 출력하는 도구에 불과하지만, 인쇄하는 내용에 따라 회의 자료, 전단지, 책, 카드, 포장재, 명함, 달력, 사진, 안내판 등 생각만 바꾼다면 이 모든 것을 3D프린터로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아두이노처럼 동작이 가능한 도구와 결합하면 2D프린터에서 꿈도 못 꾸는 여러 기능성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지금 당신의 전문 분야에 3D프린팅을 접목해보라. 3D프린팅을 접해보고 상상을 구체화하라. 처음부터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하나 둘 해결해보라.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 보일 것이다. 

글 / 김영준 (3dbiz@naver.com)
한국 3D프린팅비즈니스코칭센터(K3DBC) 대표 겸 창의 혁신 강사.
새로움에 도전하기를 즐거워 하는 사람. 20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18년 간 3D 설계 및 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 현재 3D프린팅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고자 3D프린팅 관련 서적을 출간했다(<3D프린팅 스타트업, 라온북>)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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