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세계, 모바일 안고 성큼
[IT동아 이상우 기자] HMD(Head Mounted Display)란 이름 그대로 머리에 쓰는 영상 출력기기다. 화면이 눈앞에 있기 때문에 비교적 작은 크기로도 대형 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를 통해 일반 디스플레이보다 압도적인 몰입감을 제공한다.
과거에는 이런 HMD가 단순히 화면을 눈앞에 보여주는 정도에 그쳤다. 다시 말해 단순히 TV나 모니터 화면을 눈앞에 가져다 놓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여기에 자이로 스코프나 가속도계 등의 센서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화면을 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가 고개를 돌리면 화면의 시점도 사용자의 머리를 따라 움직인다. 예를 들어 게임에서 자동차를 조작한다고 했을 때 손으로는 키보드(혹은 운전대 모양의 입력 장치)를 움직이면서 머리만 움직여 좌우를 볼 수 있다. 이는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모바일을 안고 다가온 가상현실
최근 HMD 형태의 가상현실 기기는 모바일, 즉 스마트폰과의 결합이다. 이전까지 HMD는 PC나 콘솔 게임기 등과 연결하는 형태가 대부분으로, 이를 연결하는 케이블 등이 필수다. 반면 스마트폰을 결합하는 제품은 영상과 음성 모두 스마트폰을 통해 출력하기 때문에 별도의 케이블이 필요 없다. 여기에 스마트폰에 기본 내장한 GPS, 지자계 센서 등을 추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후면 카메라를 이용한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능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
*증강현실: 디스플레이 기기를 통해 실제 세계위에 가상의 그래픽을 덧붙여 보여주는 기술. 예를 들어 증강현실 기능을 이용한 지도를 사용하면 카메라로 거리를 촬영할 때 3D 그래픽으로 자신이 가야할 목적지를 표시할 수 있다
현재 국내 등장한 스마트폰 결합형 가상현실 기기는 삼성전자가 공식 출시한 '기어 VR'과 LG전자가 선보인 'VR for G3' 등이 있다. 전자는 갤럭시노트4 시리즈를, 후자는 G3를 연결해 화면과 음성 출력 장치로 사용하는 제품이다.
두 제품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많이 다른 제품이다. 기어VR은 오큘러스 리프트를 기반으로, VR for G3는 구글 카드보드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오큘러스VR이 고안한 가상현실 기기로,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기술을 제공하고, 여기에 오큘러스VR의 소프트웨어 기술과 가상현실 콘텐츠를 더해 만든 제품이다. 가속도 센서, 자이로 센서, 지자기 센서, 근접 센서 등을 내장했으며, '오큘러스 스토어'를 통해 가상현실 콘텐츠와 360도 파노라마 동영상 등을 제공한다. 향후 게임 콘텐츠도 제공할 전망이다.
LCD 화면을 기본 내장한 오큘러스 리프트와 비교해 해상도도 한층 높다. 기존 오큘러스 리프트는 풀HD 콘텐츠를 절반으로 나눠 양쪽 눈에 각각 960 x 1,080씩 보여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방식은 같지만 기어VR의 화면인 갤럭시노트4는 QHD 해상도를 지원하기 때문에 양쪽 눈에 각각 1,280 x 1,440씩 보여줄 수 있다. 해상도가 높아진 만큼 선명도도 높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조금 더 몰입감 높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구글 카드보드는 저가형/보급형을 지향한 가상현실 기기다. 20달러 정도의 재료비와 약간의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면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스마트폰을 부착하면 그럴듯한 가상현실 기기가 완성된다. 오큘러스 리프트처럼 각종 센서를 내장하지는 않았지만, 스마트폰에 있는 센서를 이용해 이를 대체한다.
구글 스트리트뷰나 유튜브 등 기본적인 콘텐츠는 구글이 제공하지만, 서드 파티 개발사가 만든 애플리케이션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관련 개발 환경(API)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라면 누구나 이 API를 이용해 자신이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가상현실 앱으로 만들 수 있다. 사용자 역시 평소 이용하는 앱 장터 구글플레이에서 전용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다.
구글이 내세운 저가형 가상현실 기기와 공개 API 덕분인지 LG전자는 VR for G3를 신규 G3 구매자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다른 기업의 움직임은?
사실 가상현실(혹은 증강현실) 기기를 구상하는 기업은 생각보다 많다. 이들이 구상 중인 가상현실 기기는 어떤 형태일까? 소니는 지난해 '프로젝트 모피어스'라는 이름으로 가상현실 기기 제작 계획을 공개했다. 기본적인 개념은 오큘러스 리프트와 유사하다. 머리를 움직여 가상 공간에서 360도를 돌아볼 수 있다. 특히 오큘러스와 달리 소리의 움직임까지 신경 썼다.
모피어스는 기본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4(이하 PS4)를 위해 구상한 기기지만, 마음만 먹으면 자사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위한 맞춤형 기기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구글플레이의 앱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PS4 리모트 플레이' 기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애플 역시 이미 HMD 관련 특허를 출원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가상현실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내기도 했다. 아직 구체화한 계획이나 시제품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다음 'One more thing'은 가상현실 기기가 되지 않을까.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