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최저가' 무선 레이저 복합기, 브라더 DCP-1610W 써보니
[IT동아 김영우 기자] '동급 최저가 제품'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참 느낌이 묘하다. 비슷한 제품 중에 가장 싸다고 하니 확실히 매력적이긴 한데, 품질 면에선 아무래도 불안을 느끼는 것이 사람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시된 브라더(Brother)의 흑백 레이저 복합기인 ‘DCP-1610W’를 처음 보는 필자의 시선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단 이 제품의 대략적인 면모를 살펴보면, 프린터와 복사기, 스캐너의 기능을 모두 갖춘 복합기이며, 잉크젯이 아닌 레이저(흑백) 방식이다. 여기에 와이파이(WiFi) 기능을 탑재,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여러 대의 PC나 모바일 기기로 접속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가격이다. 2015년 2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12만 8,200원에 불과하다. 이는 지금 팔리고 있는 와이파이 탑재 레이저 복합기 중에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과연 쓸만한 제품일지 살펴보자. 참고로 이 제품은 2013년에 나온 보급형 흑백 복합기인 'DCP-1510'에 와이파이 기능을 더한 것이다. DCP-1510 역시 당시엔 동급 최저가 제품이긴 했다.
소규모 사무실에 어울리는 심플한 디자인과 크기
브라더 DCP-1610W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사실 딱히 멋지거나 화려하진 않다. 전형적인 보급형 흑백 복합기의 형태다. 대신 크기는 상당히 작은 편이다. 높이가 255mm, 좌우 및 전후 너비는 각각 384mm와 340mm로, 책상 위에 올려두고 써도 크게 부담되진 않을 것 같다. 제품의 콘셉트답게 소규모 사무실에 어울리는 형태다.
전면 상단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간략하면서도 직관적이다. 컬러 LCD나 터치스크린과 같은 사치스러운 장치는 없지만, 메뉴 이동키 및 전원, 시작, 중지 버튼, 그리고 복사나 스캔, 와이파이와 같은 주요 기능 키를 따로 준비해 편하게 조작이 가능하다. 굳이 흠을 잡자면 LCD의 출력 메시지가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눈에 띄는 점이라면 신분증(ID) 복사용 버튼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신분증을 스캐너에 올려두고 이 버튼을 누르면 우선 신분증 한쪽 면을 스캔 한 뒤, 신분증 반대편을 스캔 하라고 지시한다. 이 지시에 따라 신분증을 뒤집은 후 다시 버튼을 누르면 용지 한 장에 신분증 양쪽이 함께 인쇄된 결과물이 출력된다. 용지를 여러 번 넣을 필요가 없으니 신분증 복사가 잦은 환경이라면 편리하다.
고급 기능 거의 없지만 가격 생각하면 '납득'
용지는 본체 하단 적재함에 넣고 본체 중간 부분으로 출력하는 형태다. 하단 용지 적재함은 본체와 분리가 되지 않고 일체화된 형태이긴 하지만, 일반 A4용지 기준 최대 150매를 넣을 수 있는 넉넉함이 장점이다. 그리고 내부의 용지 가이드가 제법 긴 편이라 급지 중에 용지가 틀어짐을 방지한다. 그 외에 본체와 함께 제공되는 별도의 보조 지지대를 꽂으면 긴 쪽(long edge) A5 규격의 용지도 넣을 수 있는 등, 저렴한 제품 치고는 제법 충실하게 구성했다.
최상단의 스캐너는 평범한 A4 사이즈의 평판 스캐너다, 스캔 해상도는 600 x 1,200dpi로 무난한 수준이다. ADF(자동급지장치)와 같은 사치스런 부가 기능은 없기 때문에 수십여 장 이상을 연속으로 스캔하거나 복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제품의 가격대를 생각해 본다면 이해 할만 하다.
제품 후면에는 본체에 달려있는(분리 불가) 전원 케이블 및 PC연결용 USB 포트 1개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썰렁한 느낌이다. 유선랜 포트라던가 외부 저장장치(USB메모리나 외장하드) 연결용 USB 포트 같은 것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 가격대 제품에 그런 것까지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제성 좋은 분리형 토너 구조, 양심적인 용량의 번들 카트리지
제품의 전반적인 외형을 살펴봤으니 이제는 직접 써 볼 차례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역시 토너 삽입이다. 용지 출력부와 입력부 사이의 손잡이를 잡아 위로 열어 토너 카트리지를 넣을 수 있다. DCP-1610W용 토너 카트리지는 TN-1000 규격으로, A4 기준 최대 1,000매까지 출력이 가능하다. 인터넷 최저가 기준 3만 7,000원에 팔리고 있는데, 이 정도면 제법 비용대비 효율이 좋은 편이다.
그리고 최근 출시되는 레이저 프린터나 복합기 중에는 토너와 드럼이 일체형으로 나오는 제품이 제법 많은데, DCP-1610W는 분리형이다. 때문에 토너를 다 쓰더라도 드럼까지 교체할 필요 없이 토너 카트리지만 교체하면 되므로 경제성이 좋다. 그리고 시중에 팔리는 상당수의 프린터나 복합기 제품에 들어있는 번들용 토너 카트리지는 일반 카트리지보다 용량이 적은 경우가 많은데, DCP-1610W에 들어있는 번들 토너 카트리지는 일반 카트리지와 동일한 것이다. 이런 우직함은 칭찬할 만 하다.
와이파이 기능 통해 복수의 기기에서 동시 접속 가능
토너를 넣었으면 PC와 연결해 사용해 볼 차례다. 평범하게 USB 케이블을 이용해 유선 연결을 해도 되겠지만 DCP-1610W의 특징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와이파이를 이용한 무선 연결을 해 보자. 공유기에 연결된 PC 전체가 DCP-1610W로 동시 접속이 가능하므로, 여러 대의 PC에서 복합기를 공유하고자 하는 사무실 환경에서 이 기능을 활용하면 특히 편리하다.
무선 연결을 하기 위해선 유무선공유기가 필수다. 이 때는 PC와 DCP-1610W가 같은 공유기에 접속, 네트워크를 공유해야 한다. PC와 공유기가 유선이나 무선으로 이미 연결된 상태라면 DCP-1610W만 공유기에 접속해 주면 된다. DCP-1610W 본체의 메뉴 버튼을 눌러 네트워크 설정으로 이동, 공유기 신호를 잡고 와이파이 접속 암호를 입력하는 과정은 다소 번거로운 편이다. DCP-1610W 본체에 숫자 입력키나 터치스크린이 없어서 일일이 방향키를 여러 번 눌러 와이파이 암호를 입력해야 하기 때문.
이것이 번거롭다면 사용자가 현재 사용하는 공유기에 WPS(제품에 따라서는 AOSS) 버튼이 있는지를 확인하자. 만약 WPS 기능을 지원하는 공유기라면 한층 편하게 연결할 수 있다. 공유기의 WPS 버튼을 눌러 간단 접속 모드를 활성화 한 후, DCP-1610W 본체의 와이파이(WiFi) 버튼만 눌러주면 귀찮은 과정을 생략하고 간단하게 접속할 수 있다.
PC 없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곧장 출력 가능
만약 DCP-1610W가 공유기에 연결되었다면 같은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접속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같은 모바일 기기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구글플레이스토어나 애플앱스토어에 있는 Brother iPrint&Scan 앱을 설치하면 PC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모바일기기에 저장된 문서나 사진을 곧장 출력할 수 있다.
흑백 복합기라는 특성상, 사진을 출력할 일은 그다지 없겠지만 문서 출력 기능은 제법 유용하다. 다만, MS워드 문서(doc, docx)나 애크로뱃 문서(PDF), 텍스트(txt) 문서 등은 문제가 없지만, 아래아한글 문서(hwp)는 브라더 모바일 앱에서 호환되지 않는 것이 좀 아쉽다.
출력 속도나 품질은 평범 & 무난
PC 연결을 마친 후 문서를 직접 출력해 봤다. 제조사에서 밝힌 최대 출력 속도는 20ppm으로, 요즘 나오는 보급형 레이저 복합기의 평균 수준은 된다. MS 워드로 작성한 일반적인 A4 문서를 초기값인 600 DPI 모드에서 출력해보니 완전 절전 모드 상태에서 깨어나 최초 1페이지를 출력하는데 약 22초, 대기 모드에서는 10 초 정도가 걸렸으며, 다음부터는 2~3초 정도에 1페이지씩 꾸준하게 출력되는 것을 확인했다. 스캔 속도의 경우, 기본값인 300 DPI 상태에서 A4 컬러 문서를 1장 스캔 하는데20초 정도가 소요되었다. 문서 출력이나 스캔 속도는 평범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본체 버튼을 이용한 복사 속도는 상당히 빠르게 느껴진다. 평판스캐너에 원고를 올려 두고 본체의 '시작' 버튼을 누르면 10초만에 원고의 스캔과 복사본의 출력이 완료된다. 흑백 복합기의 특성 상, 직접 복사를 할 때는 컬러 스캔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의 스캔속도 단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출력 품질을 살펴보니 글자의 외곽선에 아주 약간의 번짐이 느껴지긴 하지만,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기본값인 600 모드보다 고품질인 1200 DPI 모드에선 어느 정도 나아지긴 하지만 고품질일수록 토너의 소모량이 증가한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굳이 1200 DPI 모드를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사실, 어지간히 까다롭지 않은 사용자가 아니라면 300 DPI 수준으로도 크게 불만은 없을 것이다.
보급형 제품의 미덕에 와이파이 기능 더해
브라더의 DCP-1610W는 앞서 말한 것처럼 2015년 2얼 현재,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와이파이 기능을 갖춘 흑백 레이저 복합기 중에 가장 저렴한 제품이다. 실제로 써보니 기본적인 성능이 무난한 편이고, 경제성 면에서도 딱히 흠 잡을 곳은 없는 것 같다.
고급 제품은 필요 없지만, 그래도 요즘 복합기에 와이파이 기능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브라더 DCP-1610W를 눈 여겨 볼만하다. 10만원 약간 넘는 제품이니, 큰 기대 없이 사더라도 최소한 ‘본전’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다.
- 해당 기사에 대한 의견은 IT동아 페이스북(www.facebook.com/itdonga)으로도 받고 있습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