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벼운 무게, 묵직한 존재감... LG전자 '그램 14'
[IT동아 나진희 기자] LG전자가 진정 노트북다운 노트북을 출시했다. 1kg도 안 되는 무게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그램'의 후속작, '그램14(14Z950)'가 그 주인공이다.
IT시장에서만큼은 아우가 형을 뛰어넘는 일이 당연한 순리다. 그램14는 전작의 가벼운 무게와 두께는 그대로 계승하면서 화면 크기, 성능, 배터리 효율 등은 키운 제품이다. 휴대성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
약 2주간 써보니 그램14는 기자의 어깨는 물론 마음의 부담까지 내려놓게 하는 제품이었다. 얇고 가볍다는 게 이리도 좋은 것이었다니. 휴대성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노트북의 사용 반경을 넓혔다.
태블릿PC에 필적하는 휴대성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냈다. 그램14를 들이고 난 후 집에 있던 노트북 2대는 2주간 한 번도 바깥 구경을 하지 못 했다. 취재를 위해 외출을 할 때면 자연히 가벼운 그램에 손이 갔다. 무거운 DSLR 카메라를 가방에 넣은 날이면 특히 더 그랬다.
기자가 평소 쓰는 노트북은 레노버 씽크패드 E330(이하 E330)과 애플 맥북 15인치 레티나(이하 맥북) 등 두 모델이다. 보급형 노트북인 E330은 13인치급임에도 3cm에 가까운 두께와 1.8kg의 육중한 무게를 자랑한다. 맥북은 어떤가. 기자가 15인치 맥북을 사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모두 "그거 절대 못 들고 다닌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맥북의 두께는 1.8cm로 얇은 편이지만 무게가 2kg이다. 맥 OS X 관련 기사를 쓸 때만 어쩔 수 없이 어깨에 이고지고 집을 나서곤 했다.
그램14의 두께는 1.34cm, 무게는 980g이다. 공식 무게는 980g이지만 직접 재보니 960g이었다. 가벼움은 960g이란 숫자를 보는 것보다 손으로 들어봤을 때 더 실감할 수 있었다.
그 휴대성은 체감 측면에선 노트북이라기보단 태블릿PC 같았다(물론 그램14가 아이패드에어2 등보다 2배 정도 무겁고 두꺼운 게 사실이다). 태블릿PC를 어디든 들고 다니듯 그램14도 외출할 때 항상 동행했다. 어디서든 작업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주는 편리함은 경험해 본다면 포기할 수 없는 요인이 될 것이다.
처음 그램14를 받았던 날이 떠오른다. 상자에서 제품을 빼는 순간 '혹시 배터리가 안 부착되어있나' 싶어 바닥면을 봤었다. 하지만 그램14의 배터리는 내장형이다. 그 정도로 가볍다.
상대방에게 화면을 보여주고자 제품을 들어 올릴 땐 한 손으로도 가뿐했다. 든 손의 손목이 시큰댄다거나 노트북이 휘청휘청 흔들리는 일도 없었다.
어떤 날은 천 가방에 이것저것 넣어 집을 나서다 가방이 너무 가벼워 '내가 그램을 안 챙겼나'싶어 가방 안을 뒤적여보기도 했다. 이 정도면 기자가 느낀 가벼움이 어느 정도일지 충분히 감이 오리라.
시커멓고 두꺼운 충전기도 잊어라. 그램14의 충전기는 작고 가볍다. 우동 면발보다 굵은 선이나 벽돌같이 무거운 어댑터대신 얇은 선과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어댑터를 채용했다. 직접 재보니 충전기의 무게는 150g. 참고로 기자의 E330 충전기 무게는 430g이다. 그램14의 배터리가 별로 없을 땐 주저하지 않고 충전기를 챙겼다. 가방에 충전기 하나 더 넣는다고 해서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깔끔한 디자인, 불이 들어오는 로고
<그램과 그램14>
디자인은 LG전자 노트북 특유의 깔끔한 느낌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특히 전체적인 모양새는 전작과 거의 비슷하다. 기자는 흰색 모델을 리뷰했는데 상판, 하판, 키보드는 흰색이고 디스플레이 베젤만 검은색이다. '블랙 앤 화이트'의 조화는 언제나 옳다. 다만, 무광 재질이라 얼룩이 잘 묻는다. 깨끗한 흰색을 유지하려면 파우치나 보호 필름은 필수다.
그램14는 흰색 외에도 검은색, 금색 모델도 나온다. 스마트폰, 태블릿PC의 최신 트렌드 색상인 금색을 입은 걸 보니 그램14의 성격이 PC라기보단 모바일 기기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카페에서 '허세용' 노트북으로 쓰려면 상판에 붙은 제조사 로고에 불이 들어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주로 맥북을 타깃으로 하는 말일 거다). 그램14도 상판 가운데에 떡하니 LG 로고가 붙었고 불까지 들어온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카페 안에서 그램14의 존재감을 높이는 데에는 한몫할 듯싶다.
소재는 카본마그네슘과 리튬마그네슘 합금이다. 덮개와 키보드는 자동차 휠 등에 쓰이는 카본마그네슘이, 바닥에는 항공우주소재인 리튬마그네슘이 쓰였다. LG전자는 견고하며 가벼운 소재 덕에 제품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램과 그램14의 키 크기는 차이가 없다>
흰색 키보드는 보기에는 예쁜데 혹시 때가 탈까 걱정이 드는 게 사실. 2주간 거의 매일 1시간 이상 써왔는데 아직 눈으로 보기에 변색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얇은 노트북은 키감이 '꽝'인 제품이 많다. 다행히 그램14는 괜찮은 편이었다. 종일 키보드 두드리는 게 일인 기자는 키보드를 많이 가린다.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이 경쾌하게 움직이는 날은 글도 술술 나오는 것 같고, 어째 누르는 감이 답답한 날은 글의 진도도 자꾸만 막히는 것 같다. 그래서 사무실에서 기계식 키보드를 쓰며, 같은 이유로 노트북 중 키감이 괜찮다는 씽크패드를 구매했다.
그램14의 키감은 보통이다. 'Shift' 등 특정 키가 너무 작아 자꾸 오타가 나는 일도 없었다.
옆면이 1.34cm로 얇은데도 웬만한 포트가 다 모여있다. USB3.0 2개(1개는 급속 충전 가능), HDMI, 이어폰, 랜선 연결잭용 마이크로USB, 마이크로SD, 슬림 스타일 켄싱턴락 등을 지원한다. 고가의 노트북이다 보니 도난 방지용 켄싱턴락 기능이 꽤 마음에 들었다(케이블을 따로 구매해야하긴 하지만).
다만, SD 메모리가 아니라 마이크로SD 메모리 단자를 채택한 점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다. 평소 DSLR 카메라 등을 쓰기에 대부분 SD 메모리를 사용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SD메모리 리더기를 구매해 사진을 옮겼다. 물론 최근 마이크로SD 메모리를 쓰는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미러리스 카메라 등이나 와이파이(Wi-fi) 기능을 지원하는 카메라 등이 나오고 있으므로 시대를 역행하는 느낌은 아니다.
편견을 깨는 성능
휴대성과 성능이 반비례한다는 고정관념은 그램14 앞에 무색했다(물론 여기엔 '가격'이라는 변수가 강하게 작용한다). 사실 초기 울트라북 모델들이 이러한 고정관념에 일조하긴 했다. 몇백만 원짜리 울트라북은 얇고 가벼웠지만 그 성능은 '돈값'을 못했다.
취재용으로 그램14를 사용하며 성능에 부족함을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미지가 많은 웹 페이지를 열어도, 프로그램을 여러 개 실행해도 버벅이거나 느려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저장 장치로 SSD를 썼기에 부팅도 무척 빨랐다.
특히 디스플레이의 블루라이트를 줄여줘 눈의 피로도를 낮추는 '리더 모드'를 애용했다. 평소 새하얀 문서창을 보며 작업을 하는지라 눈이 뻑뻑할 때가 많았다. 펑션키에 등록되어있는 '리더 모드'는 색상 표현을 좀 더 부드럽게 해줘 확실히 자극적인 느낌이 덜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기자의 사용 용도는 '라이트 유저' 수준이지 않은가. 웹 서핑, 간단한 이미지 작업, 동영상 감상 등은 요즘 출시되는 웬만한 노트북에서도 다 무리가 없다. 그래서 직접 몇 가지 실험을 해봤다.
게임, '중옵' 정도면 OK
이렇게 가벼운 노트북에 게임 실행까지 바라면 욕심인 걸까? 직접 설치해 구동해보니 결과물은 예상외였다. 참고로 모든 게임은 와이파이 연결 및 배터리 상태로 진행했다.
워게이밍의 온라인 게임 '월드오브탱크'를 설치해 실행했다. 월드오브탱크는 상당히 고사양 온라인 게임으로 요구 사양이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블레이드앤소울'과 비슷한 수준이다.
해상도는 풀HD, 그래픽 설정은 '낮음'으로 맞췄을 때 초당 화면 표시 수가 40프레임 정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게임을 즐겨하는 동료 기자는 '이 정도면 쾌적하게 게임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 평가했다.
국민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도 해봤다. 가장 높은 설정일 때 30프레임 정도, 중간 옵션일 때 45프레임이 나왔다. 설정을 상당히 낮게 맞추면 괜찮은 사양의 데스크톱PC 수준으로 게임할 수도 있다.
이는 진화한 5세대 인텔 i5-5200U(코드명 브로드웰) 덕이 크다. 내장 그래픽 성능이 강화됐기 때문에 별도의 외장 그래픽 카드 없이도 게임을 무난하게 실행할 수 있다.
포토샵, 프리미어 등 그래픽 프로그램
사진 크기 및 레벨 조정 등 포토샵을 이용한 간단한 이미지 편집은 당연히 수월하다(어도비 포토샵 CC 체험판 이용). 그래서 해상도 4,928 x 3,280에 파일 크기가 약 6MB 정도인 '큰' 이미지들을 불러왔다. 한번에 30장을 열었는데 로딩 속도가 그다지 많이 느려지지 않았고, 처리 속도가 오래 걸리는 '스팟 복구 브러시 도구'를 썼을 때도 내장 그래픽치곤 준수한 처리 속도를 보여줬다. 전문적인 이미지 작업용 노트북이라 할 수는 없지만 가끔하는 무거운 작업 정도는 괜찮을 듯싶다.
동영상 편집은 어떨까.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 CC 체험판에서 4K 동영상(441MB, 3분)을 불러와 기본 설정 그대로(AVI, NTSC DV 24p) 내보내는 데에 31분 정도 걸렸다. 프리미어 등 영상 편집용 전문 프로그램을 쓰려면 인내심이 필요해 보인다.
4K 동영상도 당연히 재생
사실 100만 원이 넘는 노트북 입장에선 이런 실험을 했다는 게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하지만 혹시라도 궁금해할 독자를 위해 언급한다. 결론적으로, 기본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로도 4K 동영상을 매끄럽게 재생했다. 영상이 끊기거나, 소리와 영상이 어긋나는 경우는 없었다.
준수한 성능
리뷰용으로 전달받은 14Z950-GT54K 모델은 5세대 인텔 i5-5200U(2.2GHz)에 4GB 메모리, 128GB SSD를 탑재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윈도8.1을 포함한다. 인터넷 최저가는 130~160만 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
SSD 메모리 용량이 넉넉하지 않다. 몇몇 인터넷 쇼핑몰에선 14만 원 정도를 추가하면 256GB SSD로 업그레이드해주기도 한다. 자신의 평소 사용 패턴이나 외장하드 유무를 고려해 선택하면 되겠다.
배터리 사용 시간은? 화면 밝기를 60%로 설정하고 와이파이에 연결해 웹 서핑, 문서 작업, 이미지 편집 등을 하자 약 4시간 30분 동안 쓸 수 있었다. 물론 여러 설정을 적절하게 조절하면 사용 시간은 더 늘어난다. LG전자가 밝히는 최대 사용 시간은 벤치마크 테스트 기준 10시간 30분이다. 완전히 충전하는 데에는 약 1시간 40분이 걸렸다.
LG전자 그램14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LG전자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