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려 하는 애벌빨래는 그만" 삼성 세탁기 등 신제품 발표

나진희 najin@itdonga.com

[IT동아 나진희 기자] 삼성전자가 2015년 생활가전 사업부를 이끌어갈 네 개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일반 세탁기, 드럼 세탁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제품 등이 그것이다.

이 중 단연 주인공은 일반 세탁기 '액티브워시'다. 3일 삼성전자가 개최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도 이 제품이 비중있게 다뤄졌다. 전년도 제품에서 약간의 기능만 업그레이드한 '2015년 모델'인 다른 신제품들에 비해 액티브워시는 '애벌빨래(본세탁 전 대강 하는 빨래)'가 가능한 '빌트인 싱크'를 더한 아이디어 제품이기 때문.

빨래판을 세탁통 위에, '액티브워시'

삼성 액티브워시
삼성 액티브워시

세탁통 위에 걸쳐진 반투명한 플라스틱 소재의 빌트인 싱크를 처음 봤을 땐 빨래 중 내용물을 볼 수 있도록 만든 투명 덮개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이 덮개는 사실 애벌빨래를 위한 빨래판 역할을 한다. 세탁기를 돌리기 전 좀 더 깨끗하게 빨아야하는 세탁물을 이 빌트인 싱크 위에 놓고 대강 빨래를 한 후 덮개를 들어올려 세탁통 안에 던져넣는 방식이다. '워터젯' 버튼을 누르면 빨래판 옆에서 물도 나온다. 빨래하고 남은 물은 그대로 세탁통에 흘려넣는다. 원한다면 헹굼물을 배수시킬 수도 있다.

삼성 액티브워시
삼성 액티브워시

돌리고 짜고 비비고 내려치는 등 세탁기의 세척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지만, 두 손으로 박박 비벼빠는 '손빨래'의 세척력에는 아직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수고롭지만 세탁기에 돌리기 전 셔츠 옷깃과 소매, 양말, 속옷 등 얼룩이 진 부분을 손수 빨래판에 문질러 1차로 때를 빼는 애벌빨래를 하는 사용자가 많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의 92.4%가 월 14.8회 손빨래를 한다. 이는 미국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 조사 결과, 미국 사용자 85% 이상이 애벌빨래를 한다. 액티브워시의 애벌빨래 기능이 세계적으로 각광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럽을 제외한 전세계 국가에서 이 기능이 매력적일 것"이라 전했다.

애벌빨래 시 허리에 오는
부담
애벌빨래 시 허리에 오는 부담

애벌빨래를 세탁기 윗부분에 대고 서서 하는 것은 편리함 이외에도 또다른 이점이 있다. 바로 허리 통증 감소다. 보통 애벌빨래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빨래판에 옷 등을 문대야 한다. 자연히 구부정한 허리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쪼그려 앉지 않고 애벌빨래를 서서 하면 척추 세움근에 오는 부하량이 43% 감소한다. 거기다 압박력은 31%, 복원력은 54% 낮아진다. 확실히 앉아서 하는 것보다 서서하는 게 허리에 좋은 것이다.

이외에도 액티브워시는 전작들의 이점도 고스란히 가져왔다. 일반 세탁기의 단점인 빨래 꼬임을 최소화하고자 '워블테크' 기술을 적용했다. 세탁통이 돌아갈 때 물줄기가 좌우뿐 아니라 상하로도 움직여 빨랫감의 엉킴을 줄이고 옷감 손상을 막는다.

다이아몬드 필터
다이아몬드 필터

세탁통 내부에는 두 개의 다이아몬드 필터도 부착되어 있다. 보풀, 실밥 등의 먼지가 필터 안에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특허받은 구조가 적용됐다. 사용자 스스로 이를 탈부착해 필터를 청소하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액티브워시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윤부근 CE부문 대표이사는 "올 한해 액티브워시는 2~3백만 대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 "금년도 전체 세탁기 판매 목표는 1,000만 대를 넘어 1,500만 대 수준"이라 밝혔다.

물의 오염 수준을 인지하는 '버블샷 2015' 드럼 세탁기

버블샷 2015
버블샷 2015

2015년형 드럼세탁기 '버블샷 2015'는 세탁물의 무게 및 물의 오염 정도를 감지하는 '오토워시' 기능을 갖췄다. 20일 치 분량의 세제를 넣어두면 세탁물 무게에 따라 알아서 그 양을 조절해 세제를 투하하고, 헹굼물이 탁하면 자동으로 세탁시간 및 헹굼 횟수를 추가한다.

경제적인 '에코버블' 모드도 탑재했다. 15도의 찬물에서도 풍부한 거품을 만들어 마치 40도 표준 세탁 코스에서 세척한 듯한 효과를 낸다. 전기는 기존 표준 모드의 20% 정도만 소모하며 59분 만에 세탁을 끝낸다.

'패딩케어' 모드는 숨이 죽은 아웃도어 패딩 제품에 35분간 열풍을 가해 원래 부피에 가깝게 되살린다. 평소 아웃도어 의류를 자주 입는 사용자라면 애용할 만한 기능이다.

3개의 바람문, '스마트에어컨 Q9000'

'스마트에어컨 Q9000(이하 Q9000)'은 전면 세 개의 바람문을 조절해 8가지 바람을 만들어낸다. 바람문을 개별로 제어할 수 있어 세 개 중 하나만 구동할 땐 에너지를 80%까지 절감할 수 있다.

다만, LG전자의 신제품 '휘센 듀얼 에어컨'에 비해 사용자가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적은 점은 아쉽다. 듀얼 에어컨은 바람 배출구가 두 개뿐이지만 사용자가 각각의 바람 방향 및 세기까지 조절할 수 있다. '더 자유로운 두 개'와 '제한된 세 개' 중의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김연아와 에어컨 신제품
김연아와 에어컨 신제품

최근 프리미엄 에어컨 제품들은 냉방 기능 외에 공기 청정, 제습 기능을 함께 갖춘 것들이 많다. Q9000은 전년도 제품에 비해 특히 공기청정 기능에 힘을 실었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냄새 등을 감지하는 'PM10'/'PM2.5'/가스센서의 '트리플 청정센서' 시스템을 구축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0.1~0.3마이크로미터 먼지까지 99.9% 제거한다.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닥터 기능으로 갖춰 신종플루를 유발하는 H1H1 바이러스도 99.9% 없앤다. Q9000의 제습 용량은 최대 110L다.

공기청정기 '블루스카이 AX7000'

'블루스카이 AX7000(이하 AX7000)'은 거실에 놓는 공기청정기 제품이다. 제품 전면으로 공기를 빨아들여 이를 정화한 후 위와 양옆으로 내보낸다.

에어컨 모델과 마찬가지로 트리플 청정 센서를 갖췄다. 공기청정기이니만큼 청정 기능은 에어컨보다 뛰어나며 소음도 적다. 0.02나노미터의 미세먼지까지 잡아낸다.

블루스카이
AX7000
블루스카이 AX7000
행사장에서는 제품 시연도 있었다. 제품이 들어있는 투명한 상자 안을 뿌연 연기로 채운 후 청정 기능을 켰다. 그러자 제품을 구동한 지 단 몇 초 만에 연기가 모두 사라졌다. 물론 청정 기능은 제품을 사용하는 공간의 크기 및 공기 오염 정도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

블루스카이 AX7000
블루스카이 AX7000

공기 청정도는 디스플레이에서 숫자와 색깔로 표시한다(에어컨도 마찬가지). 빨강, 노랑, 초록, 파랑 네 가지 색은 환경부의 미세먼지 예보 등급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블루스카이 AX7000
블루스카이 AX7000

훌륭한 청정 능력에도 불구하고 AX7000의 '공기청정기스러운' 디자인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삼성전자 에어컨, 드럼 세탁기 등이 미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반면, AX7000 모델은 삼성전자 로고를 지워놓으면 어느 회사 제품인지 감이 오지 않을 정도로 개성이 없다. 공기를 빨아들이는 필터가 위치한 전면의 수많은 구멍은 어떤 분위기의 홈인테리어와 매치해도 부조화스러울 느낌이다. 365일 써야하는 공기청정기의 제품 특성을 생각했을 때 디자인을 크게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지갑을 열기 전 머뭇거릴 만하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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