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니 스마트워치3, 이걸 쓸 만큼 우리 일상은 스마트한가?
[IT동아 이문규 기자] 스마트폰의 일부 기능을 손목시계에 넣어 일상의 편의를 돕는 이른 바 '스마트시계(혹은 스마트워치)' 제품이 올 한해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스마트시계는 몸에 입고 걸고 차는 '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로 분류되어, 작년부터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소니 등 주요 제조사를 통해 심심찮게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기어' 시리즈로, LG전자는 'G워치' 시리즈를 이미 출시했고, 애플은 곧 출시될(4월 예정) '애플 워치'로 승부수를 띄운다. 아울러 소니 역시 '스마트워치'를 브랜드 이름으로 채택한 제품 시리즈를 이전부터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엑스페리아 Z3 스마트폰과 함께 '스마트워치3'를 선보이며 소니의 존재감을 재인식시켰다.
최근 출시된 소니 스마트워치3를 한달 넘게 사용하면서(정확히는, 익숙해지면서) 이 같은 손목시계형 스마트기기가 과연 우리 일상에 얼마나 필요하고, 또 얼마나 유용할지 생각해 봤다. 과연 우리 일상은 웨어러블 기기가 필요할 만큼 스마트해졌나? 혹은 독자 여러분과 일상은 그만큼 스마트해졌는가?
손목시계에 가까워진 스마트워치3
스마트시계는 일반 손목시계와의 이질감 때문에 아직까지는 누가 봐도 디지털기기라는 게 딱 티가 난다. 그나마 최근에는 손목시계와 거의 흡사한 디자인의 제품이 나오기도 한다. 스마트워치3도 전작에 비해서는 디자인이 손목시계에 좀더 가까워졌다. 물론 스마트시계의 존재조차 모르는 이를 제외하고 웬만한 사람들은 한 눈에 스마트시계임을 파악한다(누군가가 알아 봐 주길 바란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딱히 나무랄 데 없고,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모양의 시계 본체를 고무 재질의 끈(스트랩)이 감싸고 있다. 본체는 끈에서 떼어낼 수 있으니 스마트워치3를 지원하는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끈을 구매해 바꿔 찰 수 있다(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수가 많지 않다). 손목 끈은 손목 굵기에 맞게 길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시계 본체 우측에는 기본 작동 버튼이, 뒷면에는 충전용 마이크로USB 단자가 있다. 방수, 방진 기능을 제공하기에 충전 단자를 고무 커버로 여닫게 했다. 아무래도 디지털 시계는 물기에 더욱 민감하기에 방수 기능이 필수이긴 하다. 참고로 스마트워치3는 방수/방진 테스트에서 최고 등급(IP68)을 받았다.
무난하고 일반적인 디자인이기에 거부감은 전혀 없지만, 그만큼 다른 스마트워치 제품과의 차별점도 딱히 없다. 평소 비즈니스 캐주얼 스타일(자켓+셔츠+데님)을 고수하는 본 리뷰어를 비롯, 정장이나 수트 스타일에도 곧잘 어울리나, 스포츠 캐주얼이나 가볍고 발랄한 스타일에는 끈 교체가 필요하겠다. 지금의 시계는 시계 본연의 목적보다 패션과 코디를 위한 아이템으로 인식되는 바 향후 디자인과 패션을 고려한 제품이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작은 크기의 디지털시계지만 그 안에는 프로세서도 있고 메모리도 있다. 사양표에는 4GB의 메모리를 내장하고 있다 하는데 사용하며 느끼는 메모리 용량의 체감은 그다지 크지 않다(물론 메모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메모리 용량이 넉넉하니 음악 파일 등을 저장해 스마트폰에 독립적으로 재생할 수도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아울러, 스마트워치3와 같은 스마트워치는 대개 기본적으로 블루투스로 연결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워치의 경우, 스마트폰 제조사를 가리지 않고 안드로이드폰이라면 블루투스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제조사 고유의 특정 기능을 위해 스마트워치와 동일한 제조사의 스마트폰을 사용해도 좋다. 본 리뷰어는 소니의 엑스페리아 Z3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했다.
스마트워치3, 사용해 보니 이럴 땐 좋다
1) 전화나 문자메시지(메신저 포함), 메일이 올 때 스마트폰을 주머니나 가방에서 꺼내 확인하지 않아도 되니 그거 하나는 정말 편하다. 특히 회의, 미팅 중에는 더욱 그러하다. 주소록은 기본적으로 스마트폰과 동기화되니, 전화 거는 사람이 누구인지 즉시 확인할 수 있으며 스마트워치로 전화 수신을 거부하며 간단한 거부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단 미리 등록된 메시지). 자켓 주머니에 넣은 상태로 전철이나 버스에 앉아 있는 경우에도 몸을 비비적거리며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되니 좋다. 책을 읽든 꾸벅 졸든 스마트폰에 휘둘리지 않고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시간 확인하느라 스마트폰을 켜지 않아도 되니 그것 역시 좋다(본 리뷰어는 평소에 손목시계를 차지 않는다).
이외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라인 등의 메신저도 정상적으로 호환되니 톡/라인 메시지가 오면 스마트워치로 바로 확인하고 음성 입력으로 응답도 가능하다(아무래도 글자 입력이 안 되니). 요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음성 입력 인식률이 좋아 나름대로 사용할 만하다.
주머니에 있든 가방에 있든 걸려 오는 전화를 거의 놓치지 않고 받거나 대응할 수 있으니 전화 통화가 잦은 본 리뷰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하긴 하다. 또한 충전하느라 책상에 올려 둔 채로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되니(단 반경 10미터 이내) 이 역시 편리하고 좋다. 참고로 스마트워치3로 전화 통화는 불가능하다.
2) 스마트워치3는 하루 동안의 걸음수를 기록한다(만보계 역할이다). 사용해 보지 않을 때는 그저 그런가 보다 했는데, 막상 매일의 걸음수가 하루하루 쌓이는 걸 보니 걸음수가 적은 날에는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최근 일주일간 본 리뷰어는 최대 약 11,000 걸음, 하루 평균 약 5,500 걸음(근무일 기준)을 걸은 것으로 기록됐다. 역시 사람은 수치 앞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나 보다. 전날보다 걸음수가 적으면 다음날에는 더 많이 걸어야겠다는 작은 다짐이 생긴다. 열심히 걸은 만큼 건강해 진다니 나쁠 거 없다.
걸음수 외 엑스페리아 Z3와 함께 사용하는 경우 '라이프로그(Lifelog)' 앱을 통해 좀더 다양한 건강 정보(운동량, 칼로리 소모량,
수면 주기 등) 및 스마트폰 사용 패턴(SNS 사용시간, 게임 사용시간 등)을 기록, 저장할 수 있다. 다만 라이프로그 가입 시 아이핀
인증을 거쳐야 하니 좀 번거롭긴 하다. 더구나 아이핀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PC로 아이핀 홈페이지에 들어가 우선 가입 후에 라이프로그에
등록해야 한다(요즘은 회원 가입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는 판국인데). 일반 안드로이드폰이라면 '구글 피트니스(Google Fit)' 앱을
사용해도 좋다. 걸음수와 함께 심장박동수도 기록되니 심장 관련 질환이 있는 사용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다.
3) 지인들에게 혹은 주변인들에게 마치 자신이 '디지털 시대의 오피니언 리더'인양, '트렌드 얼리어답터'인양 비춰지는 것도 나름대로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들의 시선과 관심을 잠깐이라도 끌 수 있다는 점에서 IT 액세서리로서는 의미는 있다. 어찌 보면 이러한 스마트시계는 일반 손목시계와는 확연히 다른 디지털 스타일의 디자인을 채택하는 것도 괜찮겠다.
4)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 스마트워치에서 음악을 재생 혹은 멈추거나 이전 곡/다음 곡을 제어할 수 있으니 이 역시도 유용하다. 볼륨 조절도 된다.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전철/버스에서 책 읽거나 졸 때, 스마트폰 머리맡에 두고 음악 들으며 잠잘 때 딱 좋다. 기본 음악 앱은 물론이고 멜론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도 제어된다.
여담1) 스마트워치3의 배터리 사용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일반적인 손목시계의 용도로만 사용한다면(즉 쓸데 없이 만지작거리며 배터리를 소모하지 않는다면), 한번 완전충전 후 이틀 정도는 충분히 사용한다.
여담2) 스마트워치3에는 웨어러블 기기 전용 구글 안드로이드웨어 운영체제가 들어 있다. 그 덕에 충실한 음성 입력 기능을 제공하는데, 시계 화면에 대고 '오케이, 구글(OK, google)'을 말하면 자동으로 음성 입력 대기 상태가 된다. 이 상태에서 여러 명령을 음성으로 실행할 수 있는데, 이 '오케이, 구글'이란 말이 왜 이렇게 어색하고 남세스러운지 모르겠다(차라리 '키트, 도와줘'가 자연스러울까).
여담3) 그래도 한달 남짓 억지로라도 사용해 보니, 사용하기 전과는 사뭇 달라진 일상을 체감할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은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걸그룹 노래 가사처럼, '있다 없으니까' 허전하고 가끔 생각난다(다만 없다고 불편한 건 아니다). 있음 좋고 없음 말고다. 그래도 있었으면 좋겠다.
여담4) 소니 스마트워치3는 2015년 2월 초 현재 29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스마트시계 제품군이 예전보다는 가격대가 한결 낮아지긴 했지만, 스마트시계의 명확한 용도가 각인되지 않는 이상 널리 판매되기에는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 그래도 다가올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 등의 각종 '데이'와 생일 선물로는 나름대로 괜찮아 보인다(일단 식상하진 않으니까).
우리는 정말 스마트워치가 필요할까?
아침 출근준비 시간.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가방과 장비를 챙긴다. 구두 신고 가방 들고 현관문을 막 나서는 순간 손목이 허전함을 깨닫는다. 책상 위에서 충전 중인 스마트워치 생각이 났다. 순간 멈칫하고 고민한다. 다시 들어가야 하나 말마야 하나. 집에서 10미터.이상 나왔다면(혹은 엘리베이터를 탔다면) 고민의 여지가 없다. 그냥 출근한다. 하지만 지금은 현관 문앞이다. 스마트폰이라면 지각을 하더라도 무조건 되돌아 가겠지만, 결국 스마트워치를 그대로 두고 출근길에 오른다. 이것이 한달 남짓 사용해 본, 적응해본 '모든 스마트워치의 현 모습'이라 생각하며 발길을 재촉한다(스마트하게 집 잘 지키고 있어라, 스마트워치).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