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구에서 가장 선명한 모니터, 델 울트라샤프 UP2715K
[IT동아 이상우 기자] IT 기기를 구매할 때, 구매자는 여러 기준을 세우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는다. 가격이나 크기 등이 대표적인 기준이다. 하지만 조금 더 전문적인 작업에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려면 성능이나 기능을 다른 조건보다 더 중시하게 된다. 특히 전문가용 모니터를 구매하는 데 있어서 모니터의 선명함, 색 정확도, 사용 편의성 등의 성능과 기능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다.
델이 얼마 전 내놓은 27인치 모니터 '델 울트라샤프 UP2715K(이하 UP2715K)'는 이런 전문가를 위한 고성능 모니터다. 2015년 1월 기준, 현존 출시 제품 중 해상도가 가장 높으며, 색공간은 Adobe RGB 99%, sRGB 100%를 지원한다. 표현할 수 있는 색상은 무려 10억 7,374만 가지나 된다.
지구에서 가장 선명한 모니터
UP2715K는 5K 해상도(5,120 x 2,880)를 지원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풀HD 해상도(1,920 x 1,080)와 비교하면 7배 높으며, UHD 해상도(3,840 x 2,160)보다 1.77배 정도 높은 해상도다.
*애플이 최근 내놓은 '아이맥 레티나 5K'는 모니터가 아니라 일체형 컴퓨터다. 기존 아이맥 제품군은 맥 프로, 맥북 프로, 맥북 에어 등과 연결해 모니터로 활용할 수 있지만, 아이맥 레티나 5K는 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우선 해상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해상도란 화면을 얼마나 많은 화소(픽셀)로 구성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픽셀 하나는 RGB 세 가지 보조 화소(서브픽셀)로 구성돼 있다. 5,120 x 2,880이라는 수치는 가로(행)에는 5,120개의 화소가, 세로(열)에는 2,880개의 화소가 빼곡하게 박혀있다는 의미다. 즉 5K 해상도는 약 1,470만 개의 화소로 구성된다.
해상가 높으면 어떤 점이 유리할까? 화면을 구성하는 점이 많아지기 때문에 사진이나 그림을 더 선명하게 표시할 수 있다. 27인치 풀HD 모니터와 5K 모니터를 비교해보자. 풀HD 해상도는 27인치의 면적을 약 207만 개의 점으로 채우는 반면, 5K 해상도는 1,470만 개로 채운다. 같은 면적을 더 많은 화소로 구성하려면 그만큼 화소가 작아야 하고, 오밀조밀하게 모여야 한다. 두 모니터로 같은 사진을 볼 때 후자가 훨씬 더 세밀한 모습을 표현할 수 있다.
<27인치 5K 모니터와 24인치 풀HD 모니터를 비교한 모습>
그런데 인간의 눈은 얼마나 세밀한 화소를 구분할 수 있을까? 국내 한 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모니터와 눈의 거리가 50~60cm 일 때, 185ppi(인치당 화소 수) 이상은 돼야 선명하다고 느낀다. 다시 말해 이보다 선명도가 낮으면 글씨나 그림의 테두리가 마치 계단처럼 보인다는 의미다. UP2715K의 선명도는 218ppi며, 일반 모니터가 90~110ppi인 것과 비교하면 아주 선명하다. 실제로 모니터에 1,400만 화소 이상의 사진을 열어놓으면 모니터를 통해 본다는 느낌이 아니라 창문 너머로 실제 모습을 본다는 느낌이다.
<화면에 고해상도 사진을 열어놓고 카메라로 직접 촬영한 모습이다>
해상도에 걸맞은 그래픽카드가 필요
사실 현존하는 그래픽카드 대부분은 이 해상도를 감당하기 어렵다. 심지어 입출력 방식 역시 이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 때문에 UP2715K는 조금 특별한 방법을 통해 연결해야 한다.
우선 입출력 방식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우리가 흔히 쓰는 입출력 방식은 D-SUB, DVI, HDMI(1.4, 2.0) 등이다. 그리고 전문가용 모니터는 대부분 올바른 해상도, 색상 정보, 주사율을 표시하기 위해 DP(1.2a)를 사용한다. 그런데, DP 1.2a 역시 대역폭의 한계로 이 해상도를 단독으로 출력할 수 없다. 만약 DP 케이블(미니DP) 하나만 연결한다면 UP2715K에 표시되는 해상도는 UHD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에서 독특한 연결 방식을 적용했다. DP 케이블 2개를 이용해 화면 하나를 출력하는, 일명 '듀얼 DP'다. 화면 표시 영역을 좌우로 나눈 뒤, 각 케이블이 2,560 x 2,880씩 나눠서 출력한다. 듀얼 모니터를 구성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그리고 이런 독특한 출력 방식 때문에 모니터 기본 구성품으로 DP to DP, DP to 미니DP 케이블을 2개씩 제공하며, UHD 출력 전용으로 미니DP 케이블 하나를 별도로 제공한다.
이와는 별도로 USB 3.0 업스트림 케이블을 제공하는데, 이 케이블로 모니터와 PC를 연결하면 모니터 뒤에 있는 USB 단자를 USB 허브처럼 사용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래픽카드 역시 2개의 DP 단자를 갖춰야 한다. 게임용 그래픽카드는 대부분 DP 단자를 하나 정도만 갖추고 있으며, AMD 파이어 프로 같은 전문가용 그래픽카드는 돼야 2개 이상의 DP 단자를 갖추고 있다. 필자가 이번 리뷰를 위해 사용한 그래픽카드는 AMD 라데온 R9 295X2다. 게임용 그래픽카드로는 드물게 미니DP 단자를 4개나 갖췄으며, 쓰로틀링을 막기 위해 수냉식 냉각장치까지 부착한 모델이다.
진정한 선명함을 보려면 윈도8.1 이상이 필요
고해상도 모니터를 한 번쯤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텍스트나 아이콘이 깨알같이 보이는 현상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 모니터 역시 윈도7 이하 운영체제에서 사용한다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윈도7의 경우 텍스트나 아이콘 등을 150%까지 확대해 표시하는 기능이 있지만, 일반 모니터보다 몇 배는 해상도가 높은 제품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게다가 단순히 확대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각종 텍스트를 살펴보면 외곽선에서 계단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윈도 8.1부터는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화면 배율을 최대 250%까지 확대할 수 있으며, 화소 4개를 하나로 모아서 텍스트나 이미지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스케일링 기술도 탑재했다(애플의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같은 개념이다). 만약 윈도 8.1 이상의 운영체제에서 배율을 200%로 한다면, 아이콘이나 텍스트 등의 크기는 27인치 QHD 모니터를 사용할 때와 동일하다. 게다가 화질은 4배나 선명해진다.
다만 이러한 기능은 몇몇 소프트웨어 내부에서는 지원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포토샵CC를 실행하면 각종 메뉴나 도구 등의 인터페이스가 깨알처럼 보인다.
UP2715K는 해상도 외에도 전문가의 수준에 맞춘 성능과 기능을 갖췄다. 우선 색 재현율이다. 색 재현율은 모니터가 색상을 얼마나 정확하고 다양하게 표현하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현재 널리 쓰이는 표준 규격은 sRGB와 Adobe RGB 두 종류가 있다. 다음 그림을 보자.
위 그림에서 다양한 색상이 있는 발굽 모양은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색상을 표시해놓은 것으로, 1931년 국제 조명위원회가 만든 규격이다. 그리고 내부에 있는 삼각형은 각 규격이 전체 색상에서 얼마나 많은 색상을 표현하는지 표시해놓은 것이다. 즉 모니터가 sRGB 100%를 지원한다는 말은 위 그림에서 파란 삼각형 안에 있는 모든 색상을 표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Adobe RGB는 sRGB보다 녹색 영역을 더 풍부하게 표현하는데, UP2715K의 경우 이 Adobe RGB 색상을 99%까지 재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볼 수 있는 색상도 더 다양해진다(참고: http://it.donga.com/14333/).
색 심도 역시 우수하다. 보통 6~8비트 색 심도를 지원하는 모니터와 다르게, UP2715K는 10비트를 지원한다. 색 심도란 모니터의 화소가 표현할 수 있는 색의 단계다. 이 단계는 앞서 말한 것처럼 비트(bit)라는 단위로 표현한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1비트는 0과 1 두 가지 정보를 표현할 수 있다. 모니터의 화소에 대입하면 화소를 켜거나 끄는 것에 해당한다. 그런데 각 화소는 RGB 세 가지 보조 화소로 구성돼 있다. 즉 1비트는 총 8가지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2의 세제곱). 연장선상에서 2비트는 64가지 색상(4의 세제곱)을, 3비트는 512가지 색상(8의 세제곱)을 표현한다. 즉 10비트 패널을 사용한 UP2715K는 약 10억 7,374만가지(1024의 세제곱) 색상 단계를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1비트 컬러 모니터가 표현할 수 있는 색상은 8가지다>
가장 어두운 부분과 가장 밝은 곳의 차이인 명암비는 1,000:1로 다른 전문가용 모니터와 비슷하거나 조금 모자란다. 모니터 응답속도는 8ms(8/1000초)로 최근 등장하는 LCD 모니터보다 0.002초 정도 느린 편이지만, 크게 느낄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게임이나 동영상 감상 등을 위한 모니터가 아니니 응답속도는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델 UP2715K는 팩토리 캘리브레이션(공장 출고 시 색 교정을 거치는 작업)을 지원하며, 이 결과를 표로 만들어 제품에 동봉한다. 색 정확도에 관한 신뢰도를 높이는 셈이다. 물론 사용자가 직접 색 교정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을 지원한다. 여기에는 'X-rite iDisplay Pro'라는 장비가 필요하다.
사용자 편의를 위한 4가지 조절 기능
UP2715K의 스탠드는 틸트(기울기 조절), 스위블(좌우 회전), 엘리베이션(높낮이), 피벗(시계방향 회전) 등 4가지 조절기능을 갖췄다. 우선 틸트와 엘리베이션은 모니터를 사용자 눈높이나 자세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다. 전문 작업의 경우 앉은 자세로 모니터를 장시간 사용해야 하는데, 이 때 목이나 허리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모니터를 눈높이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스위블 역시 유용하다. 스탠드는 고정된 상태로 화면만 좌우로 움직여, 작업 내용을 옆자리에 있는 동료에게 보여주기 수월하다.
피벗은 세로로 긴 사진이나 포스터 등을 편집/제작할 때 특히 유용하다. 보통 카메라를 세워서 촬영한 사진을 일반 모니터에서 보면, 화면 가운데 사진이 나타나고, 좌우로 검은 여백이 크게 나타난다. 이때 피벗 기능을 이용해 화면을 세우면, 세로로 촬영한 사진을 화면에 꽉 채워 한눈에 볼 수 있다.
여기에 델 모니터 제품군의 독특한 장점 역시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다. 델 모니터 제품군(그리고 일부 PC 제품군)의 장점 중 하나는 조립/분해 시 도구가 필요없는 점이다. 델 UP2715K 역시 드라이버나 나사가 없어도, 스탠드에 모니터 본체를 끼우기만 하면 아주 견고하게 고정된다. 전세계 모니터 시장 점유율 1위(IDC, 2014년) 기업만의 노하우라 할 수 있다.
게임 구동은 어려워
사실 필자가 이 모니터를 사용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은 '이 모니터로 게임을 하면 어떨까'다. 전문가용 모니터는 높은 해상도와 함께 색 표현력 뛰어나 게임 그래픽을 더 섬세하게 표현하고, 사용자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모니터로 게임을 구동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현존 그래픽카드 성능이 5K 해상도를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버겁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필자가 사용한 그래픽 카드는 R9 295X2다. AMD의 그래픽카드 중 최상위급 제품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필자가 실행해본 게임은 현존 해상도 대부분을 지원하는 '월드 오브 탱크'다. 그래픽 설정을 높음으로 맞추고 해상도를 5K로 설정하니 초당 화면 표시 수(fps)는 14~15정도였다. 정상적으로 게임을 진행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래픽 설정을 중간으로 낮추면 20fps 이상, 낮음으로 낮추면 30fps 이상으로 나타난다. 결국 이 모니터로 게임을 하려면 그래픽 성능이나 해상도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우수한 내장 스피커 성능
UP2715K는 16W 하만/카돈 스피커 2개를 내장했다. DP1.2a 규격은 자체적으로 음성을 전달하기 때문에 별도의 케이블이 필요 없다. 내장 스피커 성능은 아주 우수하다. 기본적인 출력이 높기 때문에 일반 내장 스피커보다 더 '우렁찬' 소리를 들려준다. 대부분의 음역을 선명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음향 전문가나 동영상 편집자가 비교적 정확한 소리를 들으며 작업할 수 있다. 물론 고해상도 동영상 콘텐츠를 감상하는데도 나쁘지 않다.
고해상도 모니터가 필요한 사람은?
이런 초고해상도 모니터는 어떤 사람에게 필요할까? 당연히 일반 사용자는 아니다. UP2715K는 '보는 것'이 아주 중요한 직종에는 대부분 어울린다.
사진작가를 예로 들어보자.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모니터로 볼 때 모니터가 지원하는 해상도가 낮다면 사진의 선명함이 떨어진다. 게다가 모니터가 색상을 정확하게 표현할 능력이 모자란다면 실제와는 다른 색을 보게 된다.
의사 등의 직업군도 의료사진 판독을 위해 고성능 모니터가 필요하다. 내시경 등의 장비로 몸 속을 들여다볼 때 이를 표현하는 모니터가 색상을 정밀하게 표현하지 못 하면, 괴사한 조직인지 정상적인 조직인지 정확히 판별하기 어렵다.
이밖에 그래픽 디자이너나 동영상 전문가 등 색 정확도, 선명도 등이 모두 필요한 사람에게도 어울린다.
하지만 단순 동영상 감상이나 문서 작업에 사용하고 싶다면, 이 제품을 추천하지 않는다. 5K 해상도와 각종 성능/기능은 이런 사용자에게 오버스펙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성능이 괜찮은 풀HD 모니터를 다중 디스플레이로 구성해서 쓰는 게 훨씬 이득이다.
실제로 이 제품은 일반 사용자가 쓰기에는 조금 까다로운 제품이다. 필자가 지금까지 소개했던 모니터 중 가장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던 제품이기도 하다. 필자가 사용하는 그래픽카드는 GTX 650Ti로, DP 단자를 하나만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해상도를 출력할 수 없었다. 때문에 AMD에 요청해 그래픽카드를 잠깐 대여했다.
그래픽카드를 설치하려니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기존에 업무용으로 사용하던 파워 서플라이로는 R9 295X2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케이블이 부족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오버클러킹용 파워 서플라이를 가져와 설치했다.
그래픽카드를 설치하고 DP 케이블 2개로 5K 해상도를 출력하는 데 성공했지만, 윈도7은 스케일링 기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선명함을 느낄 수 없었다. 결국 윈도10 테크니컬 프리뷰 버전을 설치해야 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제품은 하드웨어적 성능이 갖춰진 전문가에게 어울리며, 일반 사용자가 사용하려면 제법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델의 모든 것을 담은 모니터
I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델은 2014년 모니터 시장 점유율 15%로 1위를 차지한 기업이다. 델 울트라샤프 UP2715K는 이런 델의 기술을 집약한 제품이다. 공식 출고 가격은 249만 원. 일반인에겐 아주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용 모니터와 비교했을 때 독보적인 성능과 기능을 갖춘 제품이다. 이 제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알맞은 가격이라 할 수 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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