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그후] '제로(0)클럽'으로 시끌시끌한 이유
지난 16일, SK텔레콤은 중고폰 선보상제도 '프리클럽'을 종료한다고 밝혔습니다. KT는 이에 대해 고심 중이며 LG유플러스는 상당히 난감한 입장을 내비쳤는데요. 올해 초만 해도 LG유플러스를 필두로 너나할 것 없이 중고폰 선보상제도를 연장하겠다고 발표한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중고폰 선보상제도는 나중에 받을 중고폰 판매 가격을 미리 당겨 받아 할부금을 깎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18개월이 흐르면 지금 쓰는 휴대폰을 반납해야 합니다. 선보상액 수준은 34~38만 원 정도입니다.
이 제도는 '제로클럽'이라는 이름으로 LG유플러스가 먼저 시행했습니다. 대상 휴대폰은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 갤럭시노트4, 갤럭시노트S5 등 고급 휴대폰입니다. LG유플러스에 탄력받은 SK텔레콤, KT도 '프리클럽', '스펀지 제로플랜'이란 이름으로 비슷한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조삼모사'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어쨌건 결과는 좋아보였습니다. 역시 가장 득을 본 건 LG유플러스였죠. LG유플러스는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이후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가입자가 늘었는데요. 아이폰6 가입자 중 절반이 제로클럽으로 가입했답니다. 가수 지드래곤을 내세워 공격적인 광고 마케팅을 펼친 결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내 몇 가지 문제점이 제기됐습니다. 일단 18개월 동안 누적 기본요금이 80만 원 이상이어야 합니다. 최소 6만 2,000원 이상의 요금제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거죠. 둘째, 만약 휴대폰을 분실하거나 파손하면 소비자가 이를 보상해야 합니다. 18개월 동안 휴대폰을 애지중지 떠받들어야 합니다. 거기다 반납 시 휴대폰 상태에 대한 기준도 애매합니다. 그때 돼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며 보상하라고 하면 소비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가 칼을 뽑았습니다. 방통위는 대리점에서 선보상 조건으로 고가 요금제로 유인하거나 이용자 차별 행위를 했는지를 두고 조사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면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죠.
SK텔레콤은 여기에 꼬리를 내렸습니다. 제일 먼저 중고폰 선보상제도를 종료하겠다는 소식에 방통위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중고폰 선보상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것은 관련 위반 행위를 시정하겠다는 의미"라면서 "과징금을 경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조금 더 기다릴 듯싶습니다. 조사 결과 법령을 위반한 것이 드러나면 시정 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