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그후] 단통법, 친절한 Q&A

나진희 najin@itdonga.com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된 지도 벌써 100일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 모두 단통법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요? 아직도 헷갈리는 단통법 관련 규정을 Q&A 방식으로 풀어봤습니다.

Q. 단통법이 뭔가요?

투명하게 누구나 같은 혜택을 받으며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도록 지난해 10월 1일부터 시행된 법입니다. 가장 큰 노림수는 '불법 보조금 척결'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갑자기 새벽에 최신폰에 80~90만 원씩 보조금을 뿌려서 운 좋은 누구는 싸게 사고, 그쪽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휴대폰 출고가에 사고 그랬잖아요? 거기다 신규, 번호 이동만 보조금을 많이 주고 기기변경은 찬밥이었죠.

단통법
단통법

그런데 지금은 언제나 누구나 어느 대리점에서 사든 거의 같은 가격에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이동통신(이하 이통) 3사가 일주일마다 휴대폰 모델별 지원금을 공식 홈페이지, 대리점 등에 공개해야 하거든요.

쓸데없는 부가 서비스나 고액 요금제에 가입하도록 강제하던 것도 법으로 금지했어요. 그리고 중고 휴대폰이나 자급제 휴대폰처럼 일시불로 기계만 사서 개통하는 사람들도 지원금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요금 할인 제도를 신설했습니다. 약정으로 가입 시 매달 요금의 일정 비율을 할인해주는 겁니다.

Q. 좋아 보이네요. 그런데 왜 이렇게 다들 난리죠?

가장 큰 이유는 지원금(이전의 보조금과 같은 개념)이 30만 원까지이기 때문이죠. 여기에 대리점 등에서 자율적으로 15%까지 추가로 지원금을 줄 수 있는데 그걸 더해봤자 34만 5,000원입니다. 예전에 비해 정말 짜죠.

그럼 이통사가 모든 기종에 다 34만 5,000원을 줄까요? 당연히 아니죠. 겨우 몇만 원만 지원금을 책정한 휴대폰 모델들도 허다합니다. 몇몇 모델만 34만 5,000원을 주는 거죠.

거기다 같은 모델이라도 요금제에 따라 이 지원금 액수가 다릅니다. 비싼 요금제일수록 지원금이 더 많습니다. 남는 게 많으니까요.

이러니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휴대폰 가격은 확 올라갔습니다. 예전에 불법 보조금 시절에는 거의 공짜에 산 최신 휴대폰을 지금은 제값을 다 줘야 하니까요. 다들 같은 가격에 사게 되긴 했는데... 그 가격이 비싸졌다는 게 화가 나는 거죠.

어쨌건 이제 내가 80만 원 주고 산 휴대폰을 옆집 철수가 10만 원에 사서 배 아픈 일은 없어졌습니다.

Q. 그 지원금 상한이 올라갈 수는 없는 건가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현재 지원금 상한액은 30만 원입니다. 이 상한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고시로 정하는데요. 이 고시(고시 제2014-9호 이동통신단말장치 지원금 상한액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25~35만 원 사이에서 방통위가 지원금을 정해야 합니다. 이 고시는 법 시행 후 3년간 효력이 있으니 중간에 개정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높아져 봤자 35만 원입니다.

방통위가 시장 상황에 따라 6개월마다 25~35만 원 사이에서 조정할 수 있는데요. 급하게 조정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 안에 할 수도 있습니다.

Q. 요금 할인이 뭐죠? 지원금과 요금 할인 둘 다는 못 받나요?

요금 할인, 이거 참 좋은 혜택인데 생각보다 몰라서 못 받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난해 12월까지 이 요금 할인을 찾아서 받으신 분들이 10만여 명에 불과했다네요. 사실 대리점에서 별로 남는 게 없어서 가입을 꺼리기도 했고요.

먼저 요금 할인과 지원금을 동시에 받을 수는 없습니다. 양자택일이죠. 요금 할인은 지원금 못 받는 사람한테 주는 거거든요.

그동안은 꼭 이통사에서 약정 걸고 휴대폰을 할부로 구매해야 보조금도 받고 요금 할인도 받았잖아요. 단통법으로 이제 개통한 지 2년이 지난 중고 휴대폰이나 자급제 휴대폰을 직접 구매해 약정을 걸고 가입하는 사람도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아이폰6
아이폰6

예를 들어 제가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 아이폰6 언락폰을 구매했습니다. 공기계죠. 이걸로 이통사에 약정을 걸고 가입하면 약정 할인에 요금 할인까지 같이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지원금 못 받은 대신이죠. 현재 요금 할인율은 12%인데 이것도 방통위의 결정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15일부터 요금 할인으로 가입할 수 있는 약정 기간이 1년으로 줄었는데요. 반드시 2년이 아닌 1년으로 약정을 설정하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중간에 해지할 때 내는 위약금이 줄어듭니다. 단통법 이후 2년 약정으로 가입하신 분들도 1년으로 바꿀 수 있어요. 위약금 관련해서는 아래 좀 더 자세히 설명하죠.

그렇다고 요금 할인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일단 약정 기간 안에 유심 기변(유심만 빼서 다른 휴대폰에 꽂는 것)을 못 하고요. 지원금과 마찬가지로 중간에 해지하면 그동안 받은 할인 금액을 일정 부분 반환해야 합니다. 가입할 수 있는 휴대폰도 개통 이력이 없는 새 휴대폰이거나 개통한 지 2년이 지난 휴대폰이어야 해요. 지원금이랑 동시에 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랍니다.

Q. 그럼 가입할 때 뭘 받는 게 더 유리해요?

이건 휴대폰 모델마다 달라요. 모델마다 지원금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어떤 게 더 유리한지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는 좋은 웹 사이트를 소개해드리죠. '착한텔레콤(http://www.goodmobile.kr/goodmobile/buyer/main/compare_price.jsp)'은 휴대폰 모델별 이통사 및 알뜰폰 업체의 지원금을 요금제별로 정리해두었습니다.

Q. 휴대폰을 약정 중간에 해지하면 어떻게 되나요?

지금까지 받은 지원금이나 요금 할인 총액을 쓴 기간만큼 나눠서 다시 토해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위약금4죠.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토해내야 하는 비율이 조금씩 줄어들기는 합니다.

먼저 지원금입니다. 일단 현재는 KT로 가입하는 조건이 이 부분에서는 유리합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6개월 안에 해지하면 지원금 100%를 반납해야 합니다. 3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는데 3개월이 지났을 때 해지하면 30만 원을 전부 돌려줘야 합니다.

거기다 남은 기간도 24개월이 아닌 18개월로 계산합니다. 어찌 됐건 KT보다 중간에 해지할 때 내는 위약금이 더 많습니다.

반면, KT는 지원금을 24개월로 나눈 후 남은 기간만큼 곱해서 내면 됩니다. 3개월이 지났다면 약정이 21개월이 남았으므로 26만 2,500원((300.000 / 24)*21)을 내면 됩니다.

요금 할인을 받았을 때도 약정을 깨면 할인받은 금액을 돌려줘야 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죠.

돌려줘야하는 금액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비율이 줄어듭니다. KT를 예로 들어보죠. 6개월까지는 할인액의 100%, 7~12개월은 60%, 13~16개월은 30%, 17~20개월은 -20%, 21~24개월은 -40%입니다. 17개월부터는 오히려 위약금 총액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사실 그때까지 약정을 채우기가 쉽지 않긴 하죠.

이 비율은 이통사마다 다른데요. 공식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Q. 위약금은 폐지된 거 아니었어요?

아닙니다. 이통 3사가 폐지했다고 발표한 위약금은 사실 '위약금3'입니다. 이마저도 SK텔레콤, KT는 2014년 10월 1일 이후 가입자부터, LG유플러스는 12월 1일 가입자 이후부터 적용됩니다. 지원금이나 요금 할인을 받았을 때 내야하는 위약금4는 아직 건재하죠. 위약금3에 대해서는 아래 기사를 참고 바랍니다.

*참고 기사: 위약금1~4, 당신의 발목을 잡는 그것(http://it.donga.com/20153/)

Q. 얼마 전에 '갤럭시노트3가 거의 공짜'라고 난리던데 그건 어떻게 된거에요?

지원금에 상한이 없는 휴대폰 모델들이 있습니다. 바로 출시된 지 15개월이 지난 휴대폰들이에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도 이제 출시된 지 막 15개월이 흘렀거든요. 그러니 이통사들은 가입자를 끌어모으려고 80만 원이 넘는 지원금을 마구 뿌린 거죠. 오랜만에 시장은 화색이 돌았습니다.

Q. 그럼 구형폰에 지원금 많이 받으면 정말 좋은 거네요?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까 말했다시피 약정 중간에 해지하면 위약금을 내야하잖아요. '위약금4 = 지원금'입니다. 8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는데 1년 있다 해지하면 40만 원이 넘는 위약금을 내야해요. 꼬박 2년간 고장도 안 내고, 신제품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실사용'할 거라면 지원금은 많이 받을수록 좋기는 합니다.

방통위가 '위약금 폭탄'을 걱정해 최대로 갚아야 하는 위약금에 제한을 두자는 '위약금 상한제'를 제안했었는데요. 요즘 미운 털이 박힌 LG유플러스가('제로(0)클럽'으로 시끌시끌한 이유 http://it.donga.com/20213/) 지난 15일, 위약금 상한제를 업계 최초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사실 시작은 2월 중입니다.

*참고 기사: LG유플러스 '위약금 상한제' 최초 시행... 시작은 2월 중에(http://it.donga.com/20196/)

Q. 그런데 단통법 이전에 가입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에요?

솔직히 이분들은 행운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지금까지 말했던 복잡한 계산은 모두 잊으세요. 소급 적용되지 않습니다. 예전처럼 계속 쓰시면 됩니다.

Q. 정말 장점은 없는 건가요?

분명 장점은 있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단점이 너무 커서 그 장점이 잘 보이지 않을 뿐이죠. 요금 할인도 받을 수 있게 됐고, 다들 차별받지 않게 됐으며, 고가 요금제와 부가 서비스를 대리점이 강요하는 일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알뜰폰과 중고 휴대폰 시장도 성장하고 있고요. 무분별하게 휴대폰을 바꾸는 '과소비'도 울며 겨자먹기로 줄어들었습니다.

방통위의 평가는 긍정적입니다. 방통위가 지난해 12월 밝힌 바에 따르면, 저가 요금제의 가입율이 늘고 고가 요금제 가입율은 떨어졌습니다. 쓸데 없는 부가 서비스 가입율도 지난 10월부터 26.2% 감소했습니다. 중고폰으로 가입하는 사람들은 88.6% 증가했고요. 단통법이 궁극적으로 가계통신비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고 방통위는 판단했습니다. 글쎄요. 시간이 흘러 시장이 조금 더 안정된다면 지원금 상한도 올라갈 수 있으려나요?

Q. 도저히 어떻게 사야 싼 건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가입해서 쓰고 계세요?

찾아보면 길이 없는 건 아닙니다. 알뜰폰은 어떠세요? 저는 아이폰5 공기계에 알뜰폰 유심 요금제를 결합해 쓰고 있습니다. CJ헬로비전 헬로모바일의 '조건없는 USIM LTE31' 요금제입니다. 기본료 3만 1,000원에 음성 35분, 데이터 6GB가 제공되고 약정도 없습니다. 언제든 위약금 없이 해지할 수 있답니다. 해지할 때까지 기본료는 변함 없고요. 매달 4만 원도 안 되는 요금 고지서를 볼 때마다 뿌듯합니다. 이 요금제 말고도 최근 알뜰폰 업체들이 혜택 좋은 요금제를 많이 내놓고 있어요.

만약 꼭 이통 3사에 가입하고 싶다면 KT 순액 요금제를 추천할 만합니다. 요금 할인율이 알뜰폰만큼 크지는 않지만 약정 없이 이전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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