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뱅크월렛카카오'
쉽다. 이렇게 쉬울 수가 없다.
돈을 송금하려고 공인인증서, 보안카드(혹은 OTP),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준비했던 과거는 잊자. 단 4자리의 비밀번호 하나면 내 카카오톡 친구에게 바로 돈을 부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1월 다음카카오가 발표한 '뱅크월렛카카오(이하 뱅카)' 덕이다. '폰뱅킹'과 '인터넷뱅킹'은 뱅카의 손쉬움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다.
뱅카는 금융결제원의 뱅크월렛에 다음카카오의 플랫폼을 더한 것이다. 직접 뱅카를 설치해 카카오톡 친구에게 돈을 부쳐봤다. 스마트폰에 공인인증서를 넣을 필요도, 과도하게 긴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수고도, 지갑에서 보안 카드를 꺼내야 하는 귀찮음도 없었다. '이렇게 쉽게 보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가입부터 송금까지,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필요 없어
뱅카를 이용하려면 인터넷뱅킹에 먼저 가입해야 한다. '인터넷뱅킹 가입자 = 휴대폰 명의자'여야 한다. 현재 15개 주요 은행이 뱅카와 연계되어 있다. 뱅카 앱에서 휴대폰 본인 인증을 거쳐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공인인증서는 쓰이지 않는다.
직접 설치해봤다. 뱅카는 '간편형'과 'NFC형' 두 종류다. 간편형은 대부분의 아이폰, 안드로이드폰에서 가입할 수 있는 형태다. NFC형은 NFC 기능을 지원하는 단말기와 NFC 유심(USIM)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송금은 간편형으로도 충분하다.
기자는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간편형에 가입할 수 있었다. 실명, 주민번호,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인증번호를 넣으니 가입이 끝났다. 알뜰폰 이용자도 실명인증만 가능하다면 문제 없다. 기자도 현재 헬로모바일을 쓰고 있는데 무리없이 가입할 수 있었다.
금액 충전과 이체... 4자리 비밀번호면 끝
이제 자신의 은행 계좌를 뱅카에 연결해야 한다. 이또한 무척 쉽다. 계좌번호와 계좌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연결 끝이다.
참고로 뱅카에는 단 하나의 계좌만 연결할 수 있다. 연결 계좌를 바꾸려면 해당 계좌를 해지한 후 다른 계좌를 설정해야 한다.
이외에 두 가지 비밀번호를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 첫째, 지갑 비밀번호다. 이는 앱을 시작할 때 매번 묻는 6자리 숫자 비밀번호다. 둘째, 뱅크머니 PIN번호다. 이 비밀번호는 돈을 부칠 때 쓰인다. 따라서 주민번호, 계좌 비밀번호, 휴대폰 번호의 연속된 숫자, 같은 숫자 등은 지정할 수 없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지정했다가는 등록 과정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니 조심할 것.
뱅카는 돈의 흐름에 있어 중간 다리와 같다. 은행 계좌의 돈은 뱅카를 거쳐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된다. 따라서 일단 내 은행 계좌의 돈을 뱅크머니(뱅카에서 돈을 일컫는 말)로 충전해야 한다. 수수료는 없다. '실제 돈 1원 = 뱅크머니 1원'이다.
충전도 간단하다. 충전할 금액과 계좌 비밀번호를 적으면 바로 충전된다. 다시 내 은행 계좌로 넣으려면? '내 계좌로' 버튼을 누르면 다시 바로 돈을 넣어준다. 이 또한 수수료가 없다.
카카오톡 친구에게 돈을 보낼 때도 마찬가지. 앞서 설정한 뱅크머니 PIN번호 4자리면 바로 돈을 보낸다. 내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서 보낼 사람을 선택하기에 매번 친구에게 계좌번호를 물어보는 번거로움도 없다. 돈을 보내면 카카오톡 메시지로 알림이 온다.
받은 사람이 뱅카를 설치한 후 돈을 받는 것을 수락하면 이것이 친구의 뱅크머니로 적립된다. 친구는 마찬가지로 '내 계좌로'를 눌러 실제 계좌에 이를 넣으면 된다.
(그럴 일은 별로 없겠지만) 만약 친구가 돈 받기를 수락하지 않으면? 그 금액은 3일 후에 다시 내 계좌로 들어온다. 거기다 친구가 받을지말지 결정하기 전에는 내가 보낸 것을 취소할 수도 있다. 다만, 이미 받기를 눌렀다면 그걸로 끝이다. 은행에서 돈을 잘못 이체했다고 다시 취소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혹시 돈을 잘못 보냈다면 상대방이 받기를 누르기 전에 얼른 취소하자.
송금은 '토끼', 입금은 '거북이'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 친구가 보내온 돈은 다음 날 12시가 지나야 내 계좌로 넣을 수 있다(농협 등은 익영업일 17시 이후). 일분일초를 다투며 '급전'이 필요한 친구에게 뱅카로 돈을 보내는 것은 약을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음카카오 정성열 매니저에 따르면 은행이 해당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다음날 12시까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뱅카 Q&A
'돈'에 관련된 것이니 아무래도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이용 시 궁금할 수 있는 세세한 부분까지 짚어봤다.
1.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되나?
몰라도 된다. 받는 사람이 카카오톡 친구로만 등록되어있으면 가능하다.
2. 상대방이 뱅카를 설치 안 했으면?
상대방의 스마트폰에 뱅카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도 일단 내가 돈을 보낼 수는 있다. 돈을 보낼 때 뱅카 미설치 사용자라는 알림이 뜬다.
다만, 그 사람이 돈을 받으려면 무조건 뱅카를 설치해야 한다. 뱅카를 설치하지 않거나, 돈을 받는다고 수락하지 않으면 송금한 지 3일 후에 해당 금액이 보낸 사람 계좌로 환불된다.
3. 다른 사람이 돈을 받는다고 했어도 다음날 12시 전에 이를 취소할 수 있나?
안 된다. 은행에서 돈을 이체했을 때 다시 취소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다만, 그 사람이 수락하기 전에는 취소할 수 있다.
4. 하루 충전 한도는 얼마인가?
1회 30만 원, 하루 최대 50만 원까지 충전할 수 있다. 최소 충전 금액은 은행마다 다르지만 대개 1,000원이다.
5. 하루 이체 한도는?
10만 원이다.
6. 받을 수 있는 한도는?
50만 원이다. 하루에 받은 금액이 50만 원이 넘으면 더 받을 수 없다.
7. 충전 및 송금 시 수수료는?
무료다. 다만, 수수료 부분은 개별 은행 고유의 권한이다. 지금까지는 은행들이 무료로 제공하지만 나중에 올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8. 뱅카에 충전된 금액은 어느 시점이 지나면 다시 환불되나?
아니다. 충전된 상태 그대로 있다. 따라서 충전해놓은 금액을 잊지말고 쓰는 것이 중요하다.
9. 미성년자도 이용할 수 있나?
만 14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다.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돈을 보낼 수는 없고 받는 것만 가능하다.
10. 이체 내역을 인쇄해 증빙 자료로 쓸 수도 있나?
다음카카오에 따르면, 해당 은행에 요청해 송금 내역을 인쇄할 수 있다.
11. 보안 이슈는 없나?
뱅카 시스템 자체는 은행들이 모여 구성한 금융결제원이 담당한다. 따라서 은행의 보수적인 시스템이 적용되어있다. 또한, 다음카카오에 따르면
뱅카 앱 자체에 보안용 백신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돈을 부치기 위해 계좌 비밀번호 등을 입력할 때는 스마트폰 스크린샷조차 찍을 수 없다.
12. 뱅카가 피싱 등에 악용될 가능성은 없나?
이를 염두해 다음카카오는 뱅카 카카오톡 메시지에 인증 마크를 띄우고 있다. 이 마크가 있어야만 공식적으로 발송된 메시지다.
13. 다음카카오의 수익은 어디서 나나?
뱅카는 전자지갑 서비스다. 전자지갑은 송금뿐 아니라 결제, 멤버십, 쿠폰 등의 서비스도 포함한다. 현재는 송금 기능 위주로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지만 나중에는 다양한 부가 기능들이 추가될 예정이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