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폰 1,500원'... 해도 너무한 우체국 중고폰 매입가
폴더폰 1,500원, 아이폰4(16GB) 4만 원, 갤럭시S3 LTE가 5만 원...
어느 악덕 휴대폰 대리점의 중고폰 매입가인가 싶겠지만, 사실 이는 얼마 전 중고폰 매입 대행 서비스를 시작한 우체국(우정사업본부)의 매입가다. 이마저도 휴대폰에 이상이 없었을 때 받을 수 있는 가격이다. 디스플레이가 깨지거나 와이파이 및 카메라 불량이 발견되면 가격은 몇만 원씩 더 깎인다. 화면이 깨진 아이폰4의 매입가는 2만 원이다.
우체국 중고폰 매입이 4일 만에 1,500대를 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하지만 우체국의 중고폰 매입가가 최근 시세보다 턱없이 낮다는 불만이 퍼지고 있다. '접근성'과 '신뢰성'을 빌미로 시장에 어두운 중장년층이 휴대폰을 헐값에 팔도록 간접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것.
시세의 반도 안 되는 매입가도 있어...
실제 '휴대폰을 팔려고 우체국에 갔다가 가격이 너무 낮아 다시 돌아왔다'는 네티즌 의견을 온라인상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중고나라' 등 온라인 중고 매매 커뮤니티의 휴대폰 거래가는 우체국 매입가와 괴리가 상당히 큰 편. 우체국 가격이 시세의 반도 안 되는 모델도 상당히 많다. 참고로 중고 사이트에서 아이폰4(16GB)는 평균 7만 원대에, 갤럭시S3 LTE는 10만 원 초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갤럭시노트3의 우체국 매입가는 20만 원이지만 중고 시세는 30만 원이 넘는다.
거기다 우체국은 모든 폴더폰을 1,500원에 사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우체국까지 가는 왕복 차비도 안 나오겠다', '1,500원 받을 거면 추억삼아 남겨두는 편이 낫겠다'고 쓴소리를 뱉었다.
의외로 중고 시세가 몇만 원은 되는 폴더폰도 많다. 참고로 LG전자 와인폰4는 현재 중고 판매가가 6만 원대에 형성되어 있다. 1,500원이면 6만 원의 2.5% 수준이다.
우체국이 매입하는 모델도 한정적이다. 어떤 기종을 얼마에 매입하는지는 웹 페이지(http://olivar.co.kr/online/post.asp)에 나와있다. 여기서 확인할 수 없는 스마트폰은 우체국에 갖고 가도 판매가 불가능하다. 우체국 관계자는 "매입 업체가 판단하기에 중고 가격이 너무 낮은 모델은 아예 매입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갤럭시골든은 어떨까? 이 모델은 삼성전자가 출시한 폴더형 스마트폰이다. 언뜻 보기에 폴더폰처럼 생겼지만 엄연한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매입가를 확인하는 웹 페이지에는 갤럭시골든이 나와있지 않다. IT 지식에 어두운 중장년층이 중고가 30만 원대의 갤럭시골든을 우체국에 1,500원에 팔 가능성도 있다.
물론 우체국 중고 휴대폰 매입 서비스가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일일이 중고 거래자를 찾아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또한, 전국 221개 주요 우체국을 찾아가 휴대폰을 판매하면 바로 계좌에 현금이 들어온다. '내 휴대폰 속 개인정보가 유출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도 덜 수 있다. 우체국은 휴대폰 속 개인정보를 데이터 삭제 솔루션을 통해 지우고 있다. 삭제한 개인정보 내역은 이메일로 전송해준다.
우체국은 어디까지나 중고폰 매입 업체 올리바라는 곳의 '대행'을 해주고 있다. 업계 소식에 따르면 매입한 폴더폰은 모두 폐기 처분되고 스마트폰은 동남아 국가 등으로 수출되거나 알뜰폰 업체를 통해 중고폰으로 재판매된다고 한다.
우체국은 분명 장롱 속에 잠들어있는 중고 휴대폰을 판매하기 좋은 최적의 통로다. 누구나 쉽게 가까운 우체국에 안 쓰는 휴대폰을 믿고 판매한다면 국내 중고폰 시장은 훨씬 활성화될 것이며 이로써 가계 통신비 경감에도 일조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체국의 매입가는 중고폰 시세와의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 우체국이 그간 국민으로부터 쌓은 신뢰를 생각한다면 더 그렇다. 휴대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제값을 받고 판매할 수 있도록 우체국의 매입가가 현실을 더 반영하길 바란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