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잉크가 손목 위로, 소니 '스마트밴드 톡'
손목 위에 감긴 스마트 시계가 더는 어색하지 않은 이때, 소니가 조금 다른 모습의 스마트 시계를 내놨다. '스마트밴드 톡(SWR30)'은 디스플레이에 차별화를 둔 제품이다. 킨들 등 전자책 리더기에 주로 쓰이는 그것, 바로 E잉크 디스플레이를 채용했다.
일단 색다른 모양새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같은 시기에 발표된 소니 '스마트워치3'와 스마트밴드 톡 중에 기자가 먼저 후자를 리뷰하고자 택한 것도 그 이유다. E잉크가 더해진 스마트밴드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약 한 달간 소니 엑스페리아Z3와 스마트밴드 톡을 페어링해 사용해봤다. 스마트밴드 톡은 차분한 느낌의 E잉크, 24g의 가벼운 무게, 방진방수 기능 덕에 부담감 없이 쓸 수 있는 제품이었다. 아래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한 번 충전해 약 3일을 버틸 정도로 배터리 효율이 좋고, 무게가 가벼워 찬 듯 안 찬 듯 거추장스럽지 않다. 방수 기능으로 항상 착용해야 하는 시계의 역할도 충분히 해낸다. 만보계, 알림 표시, 전화 등 스마트 시계의 보편적인 기능에도 충실하다.
디자인은 깔끔하고 무난하다. 스마트 시계 특유의 차갑고 무거운 느낌을 지웠다. 밴드는 다른 색상으로 교체해 쓸 수도 있다.
스마트밴드 톡은 안드로이드 4.4(킷캣) 이후 버전을 탑재한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호환된다. 다시 말해, 소니 엑스페리아Z3든,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든, LG전자 G프로2든 가리지 않고 연동된다는 뜻이다. 자사의 특정 스마트폰만 연동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몇몇 스마트 시계와는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가격은 19만 9,000원이다. '소니'라는 브랜드와 '스마트 시계'라는 제품 분류를 생각하면 꽤 경쟁력있는 수준이라 할 만하다.
E잉크로 달라진 것… 배터리 효율
스마트밴드 톡은 1.4인치 커브드(Curved) E잉크 디스플레이를 채용했다. 손가락 두 마디 길이의 화면에서 오색찬란한 그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스마트밴드 톡의 흑백 화면은 간략한 정보를 표시하는 용도다.
E잉크 디스플레이는 전자책 리더기에 많이 쓰인다. 한 번 화면에 내용을 표시하면 별다른 전원 공급 없이도 이것이 그대로 유지된다. LCD나 OLED 디스플레이처럼 빛이 필요한 디스플레이도 아니기에 전력 소모가 거의 없다. (따로 백라이트 기능을 추가하지 않는다면) 화면이 눈부시지 않아 눈의 피로도 적은 편이다.
직접 써보니 완전 충전했을 때 3일은 너끈히 버텼다. 매일 저녁 스마트폰과 함께 충전기에 꽂아둬야 했던 경쟁 제품들보다 사용 시간 면에서 우월했다. 배터리 용량은 70mAh. 충전 시간은 1시간이 조금 덜 걸렸다.
스마트밴드 톡은 1분마다 화면이 깜빡이며 시각을 고친다. 밝게 빛이 번쩍거리는 것은 아니라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다만, 아무래도 E잉크 디스플레이의 잔상 때문에 초 단위까지 표현하기는 기술적으로 어려워 보였다.
E잉크 디스플레이의 특징은 배터리가 다 닳았을 때 여실히 드러난다. 배터리 부족 아이콘은 스마트밴드 톡의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화면에서 없어지지 않고 유지된다. 한 3일간 충전하지 않았는데도 그대로였다. 한 번 '잉크를 화면에 쏘면' 이를 다시 지우지 않는 이상 그대로 지속되는 것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충전 시 따로 전용 독이 필요하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들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동일하게 제품 뒷면의 마이크로USB 포트로 바로 충전할 수 있다. 몇몇 스마트 시계는 전용 독이 있어야만 충전할 수 있다. 거기다 이 독을 따로 팔지 않아 분실에 주의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E잉크 디스플레이의 가독성은 어떨까. 앞서 말했듯이 스마트폰과 연동해두면 앱 알림이 뜬다. 메일, 메시지, 전화부터 카카오톡, 라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다음 카페 등 스마트폰에서 받는 알림은 대부분 표시할 수 있다.
한글은 선이 군데군데 거친 느낌이 있긴 해도 복잡한 글자까지 무리 없이 표현한다. 알파벳, 숫자, 히라가나, 카타카나, 한자 등은 조금 더 깔끔하다. '손가락' 등의 특수 기호도 뭉개지 않고 잘 나타낸다.
그렇다 해도 이 디스플레이로 세밀한 표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카카오톡 아이콘을 보면 'TALK'가 알아보기 어려운 형태다. 물론 메시지 내용 등을 확인할 때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화면의 야외 시인성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밝은 낮에도 글자가 잘 보였다. 다만, 따로 백라이트가 없어 밤, 어두운 실내 등 빛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글자를 잘 확인하기 힘들었다. E잉크 디스플레이의 이러한 단점 때문에 몇몇 전자책 리더기는 백라이트 기능을 따로 갖추고 있다.
E잉크의 잔상 부분이 걱정될 수 있다. 직접 써보니 무리해서 빠르게 버튼을 눌러 메뉴를 바꿔야 잔상이 조금 남는 수준이었고, 이 또한 1초도 되지 않아 정상화됐다. 잔상을 포착해 촬영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였다. 당연히 사용 시 거슬리지도 않았다.
진동으로 알림
알림을 진동으로 알려준다. 이게 은근히 편하다. 기자는 보통 업무 중에는 스마트폰을 무음으로 해놓을 때가 많다. 책상 위에서 '징징'거리며 울리는 소리가 시끄럽기 때문. 그렇기에 간혹 중요한 전화를 놓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스마트밴드 톡은 조용히 사용자의 손목 위에서만 진동이 울린다. 주변 사람들은 특별히 귀 기울이지 않으면 이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오직 사용자만 이 알림을 알아챈다. 기자도 덕분에 스마트밴드 톡을 차고 있을 때는 꼬박꼬박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요즘 웬만한 스마트 시계라면 기본으로 있는 '내 스마트폰 찾기'와 '스마트폰과 멀어지면 알람 울리기' 기능도 갖췄다. 쇼파 쿠션 사이, 이불 안, 노트 아래 등 어딘지 모를 구석에 처박혀 있을 스마트폰을 매번 찾아 헤매는 사람이라면 이같은 기능이 유용할 듯싶다.
전화, 받을 수는 있지만 받고 싶지는 않다
스마트밴드 톡은 '스피커폰' 기능으로 통화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굳이 이 제품으로 전화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손목을 입 가까이 대고 첩보원 마냥 이야기하는 모습이 우습기도 했고, 스피커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통화 내용이 낱낱이 다 들렸다. 거기다 꽤 크게 얘기했는데도 상대방이 '감이 좋지 않다'고 해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되풀이해야 했다.
얼마 전, 스마트폰을 책상에 둔 채 화장실에 가고 있던 적이 있었다. 몇십 발자국을 걸었을 때 스마트밴드 톡에서 전화 알림이 울렸다. 그 짧은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책상과는 약 3m 거리. 스마트밴드 톡으로 전화를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결국 기자는 책상 쪽으로 뛰어가는 쪽을 택했다. 이 제품은 전화가 오는 것만 알려줘도 매우 기특하다.
만보계, 녹음 등 소소한 기본 기능들
기본 기능들은 단출하다. 시계, 만보계, 날씨, 녹음, 카메라 셔터 버튼 기능 등이다. 스마트폰 앱에서 기능을 추가하고 순서를 바꿀 수 있다. 활용할 수 있는 서드파티 앱(애플리케이션)은 조금 부족한 편이다. 기본 기능에 충실한 제품이기에 여러 '잡다한' 부가 기능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겠다.
화면은 정전식 터치가 아니므로 '진동'이 울릴 정도로 좀 더 '꾹' 눌러야 인식한다. 화면과 버튼을 눌러 여러 기능을 켜고 끌 수 있다.
가장 자주 확인했던 것은 만보계. 그날 몇 보를 걸었는지, 얼마나 걷고 뛰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매번 손목에 차고 다니니 스마트폰으로 측정할 때보다 나은 정확도를 기대할 수 있다. 소니의 라이프로그(Lifelog) 앱에 정보도 보낸다.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기록하는 라이프로그의 '북마크' 기능도 조금 더 업그레이드해 활용 가능하다. 북마크 버튼을 누르면 약 10초간 주위 소리를 녹음한다. 그 외에도 녹음한 것을 에버노트에 저장하는 기능도 있다. 음성 메모를 할 때 편리하다.
블루투스 리모컨의 역할도 한다. 한창 인기를 끌었던 '셀카봉'과 함께 쓰면 좋을 기능이다. 이 때는 스마트밴드 톡을 손목에서 풀러 한 손에 잡으면 더 다양한 포즈를 취할 수 있다. 적당히 구도를 잡은 후 스마트밴드 톡의 화면을 누르면 사진이 찍힌다. 다만, 이는 스마트폰의 기본 카메라 앱하고만 연결되니 참고할 것.
똑똑한 모닝콜
모닝콜을 설정해둔 1시간 사이에 수면 주기를 살펴 가장 적절할 때 깨워주는 '스마트 웨이크업' 기능이 눈에 띈다. 오전 8시부터 9시 사이에 모닝콜을 설정해두면 스마트밴드 톡이 그 사이 사용자의 뒤척임 등을 감지하고 있다가 제일 얕은 잠에 들었을 때 알람을 울리는 것이다. 만약 그때도 일어나지 않으면 9시에 다시 깨운다.
사실 이는 이미 여러 스마트폰 앱으로 나와 있는 기능이다. 기자도 유명한 유료 앱을 설치해 써봤던 기억이 난다. 결론적으로 이것에 놀랄만한 효과는 기대하지 말자. '그나마 이때 일어나서 좀 덜 피곤한가?'싶은 느낌만 들 뿐이었다. 어느 때 깨우든 잠은 항상 부족하다.
스마트 웨이크업보다 높은 점수를 준 것은 'Xperia 휴대폰 알람' 기능이다. 이 기능이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간파한 부분에서 놀라움을 느꼈다. 매일 아침 '5분만 더'를 되뇌는 사용자라면 이 알람 기능 덕에 지각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같이 추운 겨울이면 아침마다 따뜻한 이불 밖으로 나오는 게 고역이다. 아침마다 '조금만 더 자자'며 스마트폰 알람을 끄고 뭉그적대며 자다 보면 어느새 일어나야 할 시간을 놓쳐 허둥지둥 준비하곤 했다.
스마트밴드 톡을 차고 자던 어느 아침, 여느 때처럼 알람이 울렸다. 참고로 알람은 스마트폰과 스마트밴드 톡 모두에서 동시에 울린다.
스마트폰은 침대 아래에 뒀기에 기자는 손목 위 스마트밴드 톡에서 울리던 알람을 껐다. 그때까지만 해도 '여기서 바로 알람을 끌 수 있으니 편하군'싶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10분이 지나자 다시 또 알람이 울렸다. 졸다가 깜짝 놀라 깨서 다시 스마트밴드 톡에서 알람을 끄고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그런데 이내 울리는 알람에 다시 깨길 반복해서 세 차례. 그제야 깨달았다. 알람은 스마트폰에서 해제해야만 제대로 꺼진다는 것을. '똑똑한 소니 같으니라고. 많은 사람이 스마트밴드 톡의 알람만 끄고 다시 잘 거란 걸 알았던 것이냐'고 생각하며, 분하지만 침대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만약 알람을 완전히 종료하고 싶다면 화면을 3초가량 누르고 있으면 된다.
소니, 역시나 방수 기능
스마트밴드 톡도 소니의 모바일 제품답게 IP68 등급의 방진방수 기능을 갖췄다. 1.5M 수심에서까지 방수가 되며 이는 엑스페리아Z3와 같은 수준이다. 실생활에서 느꼈던 건 손을 씻을 때였다. 방수가 되지 않는 시계는 매번 풀었다 찼다를 반복해야 한다. 스마트밴드 톡은 착용한 채로 씻을 수 있어 번거롭지 않았다.
그럼에도 조금 아쉬운 것들
직접 써보니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보였다. 첫째, 한 번 도착한 메시지, 메일, 카카오톡 등의 알림을 확인하고 나면 이를 다시 불러내 확인할 수가 없다. 따로 메시지함 등이 없기 때문. 화면을 잘못 터치해 해당 내용이 넘어가 버리면 지나간 버스가 다시 오지는 않듯 그대로 끝이다. 둘째, 생긴 건 영락없는 헬스케어 제품인데 관련 기능은 만보계, 걷거나 뛴 시간 체크밖에 없다. 이러한 정보마저도 현재로서는 라이프로그 말고는 갖다 쓸 권한이 없다. 방진방수 기능도 있으니 피트니스 부분을 조금 더 추가해도 나쁘지 않았을 듯싶다. 셋째, 앞서 언급했듯이 백라이트 기능이 없어 어두울 때 화면을 확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평가했을 때 스마트밴드 톡은 간편하게 쓰기 좋은 스마트 시계다. 무엇보다 3일의 넉넉한 사용 시간은 작은 단점들을 만회하기에 충분하다. 잡다한 기능 없이 스마트폰 알림 확인, 만보계 등 가벼운 용도 위주라면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낄 만하다. 스마트밴드 톡의 가격은 19만 9,000원이며 자세한 정보는 소니 공식 홈페이지(http://store.sony.co.kr/handler/ViewProduct-Start?productId=50148303)에서 볼 수 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