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볼펜을 포기할 수 없다면, 네오 스마트펜 'N2'
제아무리 비싼 스타일러스와 태블릿PC라도 펜과 종이의 역할을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다.
기자도 '종이를 없애겠다'며 수없이 디지털 문서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매번 결국 '넘을 수 없는 벽' 앞에 무릎을 꿇었다. 종이와 펜은 20년 넘게 오른손에 닿아있던 존재일뿐더러 그 자유로운 표현범위와 정밀함은 키보드, 마우스, 손가락 터치 등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에 있었으니까. 펜은 유일하게 글씨에서 그림으로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도구이다.
아직 여러 기술적인 문제로 정전식 스타일러스는 볼펜만큼의 만족도를 못 내고 있다. 큰 맘 먹고 산 기자의 스타일러스도 책상 서랍 안에 처박혀 있다. 4만 원짜리 스타일러스의 표현력은 500원짜리 볼펜의 반조차 쫓아가지 못했다.
디지털 문서화와 볼펜의 익숙함, 두 가지를 모두 잡고 싶다면 네오랩컨버전스가 출시한 '네오 스마트폰 N2(이하 N2)'를 눈여겨보자. N2는 일반 펜 모양의 스마트펜이다. N2로 전용 노트에 필기하면 그것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해 디지털화되어 저장된다. 필기와 동시에 노트를 스캔해 백업하는 효과가 있다.
일반 펜과 비슷한 크기의 N2
직접 써보니 N2는 가히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만남이라 할 만했다. 글씨를 쓰는 족족 해당 내용을 디지털 이미지로 만들어 스마트폰/태블릿PC 등에 저장했다.
생긴 것은 그저 조금 큰 펜이다. 4색, 5색 볼펜과 비슷한 수준이다. 무게는 22g인데 들어보니 살짝 묵직한 만년필 느낌이다. 스마트펜이라고 디자인이 너무 사이버틱하고 부담스럽지는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색상은 흰색과 검은색 두 가지다. 색 조합이 은근히 아이폰을 닮았다. 아이폰5 옆에 리뷰 중인 흰색 N2를 놓으니 마치 세트처럼 어울린다.
N코드 적용된 전용 노트 필요... 가격은 일반 노트 수준
N2를 제대로 쓰려면 전용 노트와 스마트폰(혹은 태블릿PC)이 필요하다. 가장 챙겨야할 부분은 역시 전용 노트. 네오랩 컨버전스의 'N코드'가 적용된 전용 노트를 써야만 N2에 쓴 내용이 디지털화된다.
노트의 종이를 잘 살펴보면 작은 점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이것이 바로 N코드다. 이 점들은 선의 위치를 알려주는 좌표와 같다. N코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를 참고하자.
*참고 기사
네오랩컨버전스 이철규 부사장, "소리펜, 우리 아들딸을 위해 개발했습니다"(http://it.donga.com/19986/)
다행히 전용 노트의 가격은 일반적인 노트 수준이다. 공식 홈페이지(http://www.neolab.kr/smartpen/)에서 판매 중인 스프링 노트가 2,800원이고 메모 패드 속지는 1,900원이다. '전용 노트가 비싸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내려놓아도 좋다.
노트의 디자인도 세련됐다. 특히 메모패드는 여느 디자인 문구 브랜드의 것과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 다만, 아직 아무 문구점에서나 전용 노트를 구할 수 없는 점과 제품 종류가 한정적인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반 볼펜 심과 호환
N2의 펜촉은 일반 볼펜 심과 호환된다. 젤(gel) 잉크 타입이 아닌 D1 사이즈의 미니 볼펜 심이면 어떤 것이든 쓸 수 있다. 구성품으로 들어있는 것도 Zebra 사의 0.7 흑색 심이다.
문구점에서 사용자 취향에 맞는 볼펜 심을 쉽게 구매해 N2에 끼워 쓸 수 있는 것은 큰 강점이다. 기자도 펜촉의 굵기, 필기감, 선의 마무리감 등을 많이 따지는 편이라 이 부분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처음 사용하기 전에 'Neo notes' 앱을 내려받아 펜을 등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N2와 스마트폰은 블루투스 4.0으로 연결된다. 간단히 펜을 등록한 후 전용 노트 앞의 'V' 부분을 체크하면 준비가 끝난다.
그 후에는 N2의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 전용 노트에 자유롭게 필기하면 된다. 굳이 매번 앱에 연결할 필요는 없다. 데이터는 펜 자체에 약 1,000장까지 저장되어 있다가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백업된다.
전원 버튼을 눌러 켜도 되지만, (앱에서 설정해두었다면) 종이에 펜을 '콕' 누르는 것만으로도 펜에 전원이 들어온다. 일일이 전원을 끌 필요도 없다. 10초 이상 입력이 없으면 대기 상태로 들어가고 20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전원을 끈다. 전원이 꺼지는 시간은 앱에서 설정할 수 있다.
한 번 충전하면 약 1시간씩 5일 정도 쓸 수 있다. 기자는 하루 2-3페이지 정도 메모하는 수준으로 사용하기에 일주일이 넘어도 충전할 필요가 없었다. 충전은 마이크로USB 케이블로 한다. 직접 재보니 약 2시간이면 충전이 끝났다.
일반 펜처럼 필기하자
N2의 용도는 일반 펜과 일치한다. 수업 필기, 낙서, 회의록 작성, 그림 그리기 등에 쓰면 된다.
기사 작성에 필요한 메모는 주로 노트북을 이용한다. 따라서 기자는 떠오르는 생각이나 할일 등을 메모할 때 주로 N2를 썼다. 장 볼 목록, 그날 처리해야 할 일, 낙서, 단상 등이 그 대부분이었다.
회의할 때 메모한 것은 회의에 오지 못한 다른 직원에게 해당 내용을 바로 메신저나 메일로 전송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 디지털화된 노트가 원본보다 더 깔끔하다. 이미지로 바뀌며 지저분한 글씨 끝의 날림 등이 생략되기 때문인 듯싶다. 마치 태블릿으로 쓴 듯하다. 덕분에 노트를 블로그 등 SNS에 올리려 할 때 확실히 편했다. 노트를 스캔하거나 사진을 찍었다면 후보정 작업을 거쳐야 했을 것이다.
평소 메모지를 한 장씩 뜯어서 쓰기에 백업 기능이 더 없이 유용했다. 글씨를 끄적거린 후 해당 페이지를 찢어 버려도 앱에는 그 데이터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갖고 있기도 버리기도 모호한 '계륵'같은 메모들을 백업을 믿고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었다.
N2는 꼭 꼬박꼬박 충전하길 바란다. 얼마 전 회의록을 작성하다 중간에 N2의 전원이 꺼지는 바람에 뒷부분은 백업할 수 없었다. 물론 노트에는 해당 내용이 남아있기는 하다. 그래도 앱에서 노트를 확인할 때 그 부분이 비어있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배터리 잔량은 전용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에버노트로도 백업
N2의 장점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다. 노트를 자동으로 에버노트로 백업할 수 있다. 평소 자료 수집과 기록에 에버노트를 애용하고 있기에 이 기능이 더 없이 반가웠다. 앱에서 에버노트 계정을 연결하면 N2 속 데이터를 백업할 때마다 자동으로 에버노트에도 저장된다. N2를 쓰기 전에는 노트나 메모를 일일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놨었다.
앱에서 녹음, 글자 인식, 메일 전송 등도 가능
Neo notes 앱에서 다양한 부가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필기하는 것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실시간으로 보거나, 그전에 어떤 순서로 글씨를 썼는지 확인하고, 동시에 녹음도 하며, 선의 색깔 및 두께도 바꿀 수 있다. 다만, 선의 색깔이나 굵기는 글을 쓰는 도중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해 바꿔야 하므로 조금 귀찮아서 잘 활용하지는 않았다.
노트 위 봉투 모양에 체크하면 해당 페이지를 바로 메일로 보내는 기능도 기발하다. 다만, 이는 N2가 앱에 연결된 상태일 때만 가능하다.
필기 인식 기능도 있다. 사용자가 쓴 글씨를 디지털 텍스트로 바로 변환해준다. 또박또박 쓰기만 한다면 인식률은 꽤 높은 편이다.
실시간으로 글씨를 촬영해 처리하는 원리
N2의 작동 원리를 대략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펜촉 아래에 있는 카메라 센서가 선이 그어질 때마다 120PPS의 속도로 연속해서 사진을 찍는다. 그 이미지들을 펜 안의 프로세서가 실시간으로 처리해 하나로 저장하는 것이다. 작은 펜 안에 컴퓨터 한 대가 들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N2는 한 달이 넘도록 만족하며 써온 제품이다. 단 한 가지, 쓰면서 약간의 '아쉬움'이자 '소망'이 생겼다. 전용 노트 외에 새해를 맞아 산 다이어리에도, 지인에게 보내려고 준비한 연하장에도, 주변에 널려있는 이면지 뒷면에도 N코드가 적용되어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것이다. 더 다양한 전용 노트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자 그만큼 N2의 성능이 마음에 들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네오랩컨버전스 장은영 실장은 "기존 노트 제작 시 여기에 N코드를 추가한다 해도 아주 미미한 추가 비용밖에 발생하지 않는다"며, "언젠가는 모든 종이에 N코드가 기본으로 인쇄된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N2의 가격은 17만 8,000원이다. 네오랩 컨버전스 공식 홈페이지(http://storefarm.naver.com/neosmartpen)나 1300K, 10X10, 펀샵 등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