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전문가를 위한 진짜 4K 모니터, LG전자 31MU97

강일용 zero@itdonga.com

LG전자가 사진, 영상 전문가를 위한 4K 모니터 '31MU97'를 출시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정말 놀라운 제품이다. 일단 140만 원을 호가하는 높은 가격에서 놀라고, 가격에 걸 맞는 온갖 고급 기능이 들어있는 데서 한 번 더 놀라고, 시중에 몇 없는 '진짜' 4K 해상도 모니터라는 것에 또 놀란다. 31MU97이 어떤 제품인지 자세히 살펴보자.

31MU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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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D 아닙니다, 4K입니다

많은 사용자가 UHD 해상도와 4K 해상도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시중의 최신 스마트TV에 널리 사용되는 UHD 해상도는 풀HD 해상도(1,920x1,080)의 4배인 3,840x2,160(16:9 화면비)를 의미한다. 반면 4K 해상도는 화면 가로 해상도가 4,000을 넘는 경우를 말한다. 아무리 봐도 UHD는 4K가 될 수 없다. 단지 둘을 구분하기 귀찮으니(정말이다) 혼용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시중의 4K 모니터도 실제론 대부분이 UHD 모니터다. UHD 해상도를 채택해놓고, 사용자에게 자세하게 설명하기 귀찮으니 그냥 4K 모니터라고 부르는 게 현실.

하지만 31MU97은 다르다. 4,096x2,160 해상도(19:10 화면비, 디지털시네마)를 채택해 4K 모니터라고 부를 자격을 갖추고 있다. 자 그러면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31MU97은 왜 이렇게 독특한 해상도를 갖추고 있는 걸까? 일단 곧 등장할 디지털시네마 비율의 4K 영상에 대응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드라마 등 TV채널에서 생성된 동영상은 16:9 비율로 제작되고 있고, TV나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 역시 이에 맞춰 16:9 또는 16:10 화면비를 채택했다. 하지만 풀HD를 넘어 4K 시대가 열림에 따라 동영상 콘텐츠의 화면 비율이 변하고 있다.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 높은 선명도를 요구하는 동영상 콘텐츠를 중심으로 19:10 화면비의 콘텐츠가 생성되고 있는 것. 향후 4K 영상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시점에는 (적어도 영화만큼은) 19:10이 16:9를 밀어내고 주류 화면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31MU97는 이러한 흐름에 가장 먼저 대응한 모니터인 셈이다.

(LG전자는 31MU97를 17:9 화면비(4,080x2160)의 모니터라고 부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기사에선 시중에서 널리 사용되는 규격인 19:10 화면비(4,104x2,160)로 부르도록 하겠다. 31MU97의 실제 해상도(4,096x2,160) 역시 19:10 화면비에 더 가깝다.)

31MU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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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LG전자 측의 설명이고, 31MU97가 출시된 이유는 따로 있다. 시중의 전문가용 모니터는 대부분 32인치 UHD 해상도의 산화물(IGZO)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샤프에서 개발한 이 디스플레이 패널을 델, 에이수스 등이 납품받아 전문가용 모니터를 출시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32인치 UHD 해상도의 PLS 디스플레이 패널을 직접 개발한 후 전문가용 모니터를 출시했다.

LG 디스플레이의 입장에선 이러한 샤프와 삼성전자의 움직임을 좌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전문가용 모니터 시장에서 샤프와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패널과 경쟁할 고급 IPS 디스플레이 패널을 개발했다. 31인치 4K 해상도 IPS 디스플레이 패널, 바로 31MU97에 채택된 패널이다. 31MU97은 LG 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전문가용 디스플레이 패널의 성능을 검증받기 위한 제품인 셈. 물론 이 디스플레이 패널을 LG전자에게만 공급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용 모니터 시장에서 입지가 탄탄한 에이조에게도 함께 공급했다. 때문에 현재 전문가용 모니터 시장은 샤프의 패널을 채택한 델, 샤프, 에이수스와 삼성 디스플레이의 패널을 채택한 삼성전자 그리고 LG 디스플레이의 패널을 채택한 LG전자와 에이조로 삼분되어 있는 상태다.

31MU97의 진짜 4K 전략은 후발주자인 LG 디스플레이가 전문가용 모니터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꺼내든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UHD 모니터보다 표현할 수 있는 정보가 더 많은 4K 모니터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략이다.

전문가용 모니터는 뭐가 달라요?

31MU97은 전문가용 모니터다. 전문가용 모니터는 일반 모니터와 무엇이 다른걸까.

가장 큰 특징은 색상 교정(캘리브레이션) 기능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모니터는 색상을 5000K, 6500K, 7000K 등 특정 색 온도에 맞춰 변경하는 것만 가능하다. 때문에 사진을 모니터로 볼 때와 프린터로 뽑은 후 볼 때 색감이 전혀 다르다. 소프트웨어적으로 색을 교정해 얼추 비슷하게 맞출 수는 있지만,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사진을 업으로 삼는 전문가에겐 크게 거슬리는 부분이다.

31MU97은 모니터 하드웨어 자체적으로 색상을 정확하게 교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모니터와 출력물의 색상을 일치시킬 수 있다. 색상 교정을 하려면 캘리브레이터라는 주변 기기와 색상 보정용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ACB8300이라는 캘리브레이터와 트루 컬러 프로라는 색상 보정용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했다.

사용법도 쉽고 간단하다. 먼저 PC에 트루 컬러 프로를 설치한 후, 31MU97과 PC를 USB로 연결한다. 그 다음 31MU97의 USB 단자에 ACB8300을 연결한다. 마지막으로 모니터 설정 > 입력 모드 > 캘리브레이션을 선택한 후 모니터 화면 전체를 캘리브레이터로 스캔하면 색상 교정작업이 마무리된다.

31MU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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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컬러 프로는 모니터와 함께 제공하지만, ACB8300은 별도로 구매해야 하니 주의할 것. ACB8300 외에도 '스파이더 엘리트' 같이 시중에서 널리 사용되는 캘리브레이터도 연결할 수 있다. (스파이더 일반 제품군이나 코니카 미놀타의 캘리브레이터는 호환성을 보장할 수 없다. 31MU97을 구매할 계획이라면 ACB8300과 스파이더 엘리트만 눈 여겨 보자)

그렇다면 31MU97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색상 교정을 진행해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31MU97은 공장에서 출하될 때 이미 전문가의 색상 교정을 거쳐서 나온 제품이다. 그냥 사용해도 실제와 상당히 근접한 색감을 보여준다. 색상 교정을 진행해본 결과 기존 색상 프로파일과 교정된 색상 프로파일 간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31MU97의 화면은 일반 사용자 입장에겐 '물빠진 색감'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사용자들이 일반 TV나 모니터의 과도한 색감과 명암에 적응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와 유사한 색을 표현해주는 것은 일반 모니터가 아니라 31MU97임을 잊지말자)

31MU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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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색공간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색공간인 sRGB는 워낙 오래된 규격이라 표현할 수 있는 색의 범위가 좁다. 때문에 어도비(Adobe)와 디지털 시네마 모임(Digital Cinema Initiative)이 어도비RGB와 DCI-P3라는 새로운 색공간을 제시했다. 어도비RGB와 DCI-P3는 표현할 수 있는 색이 약간씩 다르지만, 둘 다 sRGB보다는 훨씬 많은 색을 표현할 수 있다. 어도비RGB는 사진 촬영에, DCI-P3는 영화 촬영에 사용되고 있다.

31MU97은 sRGB뿐만 아니라 어도비RGB와 DCI-P3도 지원한다. 덕분에 두 색공간으로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도 색감 왜곡 없이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색을 표현할 수 있는 범위도 훨씬 넓다. 일반 모니터나 TV는 약 1,600만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8비트). 반면 31MU97은 10억 7,000만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10비트). 물론 인간의 눈으로 둘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의 눈으로 구별할 수도 없는데 10비트 컬러를 표현하는 이유는 뭘까. 답은 그라데이션(Gradation, 계조)이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이미지는 sRGB 수준에 머무르지만, 자연이 만들어내는 색상은 무한하다. 그런데 정작 하늘 사진을 찍어놓고 일반 모니터로 보면 뜬금없이 색상이 변하는 경계가 보인다. 모니터의 색상 표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0비트 컬러를 지원하면 이 경계가 한층 자연스럽게 보인다. 사람의 눈으로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때문에 사진이 한층 실물에 가깝이 보이는 장점이 있다.

10비트 컬러를 이용하려면 몇 가지 전문가용 장비가 더 필요하다. 일단 PC에 10비트 컬러 출력을 지원하는 그래픽 카드를 장착해야 한다. 엔비디아 쿼드로나 AMD 파이어프로 같은 전문가용 그래픽 카드만이 10비트 컬러를 출력할 수 있다. 엔비디아 지포스나 AMD 라데온같은 게이밍용 그래픽 카드는 10비트 컬러 출력을 지원하는 경우가 드물다. 31MU97 사용자는 그래픽 카드를 구매하기 앞서 10비트 컬러 출력을 지원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한 10비트 컬러 출력을 지원하는 전문가용 소프트웨어도 준비해야 한다. 다행히 전문가용 소프트웨어는 사용자에게도 친숙하다. 어도비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프리미어 등이 10비트 컬러 출력을 지원한다. (일반 이미지 뷰어는 10비트 컬러 출력을 지원하지 않는다)

사실 시중의 사진 및 동영상 콘텐츠는 8비트 컬러로 제작되어 있다. 10비트 컬러를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 딱 한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 바로 디지털 카메라의 RAW 파일이다. RAW란 이미지 센서에 기록된 이미지를 아무런 압축 없이 고스란히 저장한 파일이다. 8비트 컬러인 JPG와 달리 RAW 파일은 12비트(687억 색상) 또는 14비트(4조 3,000억 색상)로 저장된다. 10비트 컬러 출력을 이용하면 RAW 파일을 더욱 원본에 더욱 가까운 색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작업 능률 향상을 위한 다양한 편의 기능

31MU97은 전문가의 작업 능률 향상을 위해 다양한 편의 기능을 품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듀얼 컬러 스페이스'다. 화면을 세로로 반으로 갈라 두 가지 색공간을 동시에 표현해주는 기능이다. 한쪽은 평소 사용하는 sRGB 또는 어도비RGB를 띄워놓고, 다른 한쪽은 색상 교정을 진행한 사용자만의 색공간을 띄워놓은 후 둘을 비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어느쪽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더 실제 색상에 가까운지 판단할 수 있다.

31MU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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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양쪽에 다른 색공간을 적용한 모습, 색감이 확연히 차이난다>

두 대의 PC를 한 화면에 동시 출력할 수도 있다. 화면을 세로로 반으로 갈라 두 PC 화면을 동시에 띄워놓고 여러 가지 작업을 쾌적하게 수행할 수 있다. 한 화면에는 PC 다른 화면에는 맥을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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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PC와 맥을 한화면에 동시에 출력하는 모습>

의료분야에 종사하는 사용자를 위해 DICOM(디지털 의료영상) 표준도 지원한다. DICOM은 엑스레이 사진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감마 값의 표현 범위를 확장한 의료용 표준이다. DICOM이 적용된 화면은 흑과 백의 명암차가 또렷하다. 31MU97의 DICOM 기능을 활성화시키면 엑스레이 사진을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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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DICOM 미적용, 우: DICOM 적용>

오랜 시간 화면을 쳐다보면 발생하는 눈의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리더 모드'도 제공한다. 눈을 쉽게 피로하게 하는 푸른 빛을 제거해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모드다. 오랜 시간 웹 서핑을 해야 하거나, 전자책이나 논문을 읽어야 할 경우 편리하다.

다양한 부가 기능을 제공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화면을 세로로 세우거나(피봇), 위 아래로 움직일 수 있다(엘리베이션). 다만 제품이 크고 무겁다 보니 화면을 좌우로 돌리는 것(스위블)은 지원하지 않으니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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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 단자도 넉넉히 제공한다. HDMI 단자 2개, DP 단자 1개, 미니DP 단자 1개 USB 3.0 단자 3개로 구성돼 있다. 다만 모든 단자가 제품 뒤에 모여 있는 점은 아쉽다. USB 단자나 SD카드 슬롯이 측면에 없어 캘리브레이터를 연결하거나 편집할 사진을 교체해야 할 때 조금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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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사용하려면 전문가급 사양이 필요

31MU97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최신 그래픽 카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AMD HD7800, 파이어프로 W5000과 엔비디아 지포스 GTX 780, 쿼드로 K6000 이상의 그래픽 카드를 갖춰야 4K 60프레임 영상을 제대로 출력할 수 있다. 그 이하의 그래픽 카드는 화면 프레임이 50으로 제한되거나, 4K 출력 자체를 지원하지 않는다.

윈도7의 경우 31MU97의 고해상도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다. 아이콘 등이 깨알만해져 읽기 힘들다. 선명함을 유지하면서 화면을 확대할 수 있는 윈도8.1 이상의 운영체제가 필요하다.

맥의 경우 아직 연결이 불완전하다. 썬더볼트로 연결할 경우에 한해 4K 50프레임으로 연결할 수 있고, 픽셀 4개를 하나로 뭉쳐 화질을 향상시키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적용되지 않는다. 다른 UHD 해상도의 전문가용 모니터와 연결하면 UHD 60프레임으로 정상 출력되고,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적용된다(썬더볼트2, OS X 요세미티 기준). 31MU97 역시 맥과 제대로 연결할 수 있다는 인증을 받은 만큼,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적용될 수 있도록 애플의 운영체제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맥 사용자라면 31MU97 구매를 조금 미루는 편이 좋겠다.

31MU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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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MU97은 PC와 연결할 때 반드시 DP 단자를 사용해야 한다. HDMI 단자를 사용화면 화면 프레임이 24로 제한된다. HDMI 1.4 단자를 채택했기 때문. HDMI 2.0 단자를 채택하지 않은 것이 아쉬울 수 있겠으나, HDMI 2.0의 컬러 출력 표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 HDMI 단자로 10비트 컬러 출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31MU97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가용 모니터 역시 DP로 PC와 연결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고, HDMI 단자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달아놓고 있다.

사실 31MU97은 LG전자의 플래그십 모니터답게 제품 자체로는 흠잡을 데가 전혀 없다. 전문가용 모니터가 갖춰야 할 모든 것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 다만 31MU97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 일반 사용자가 접근하기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실제에 가까운 색을 원하는 사진, 동영상 편집 전문가와 보다 높은 해상도에서 게임을 즐기길 원하는 하드코어 게이머만이 31MU97의 진가를 알아보고 선뜻 지갑을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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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게임을 즐길 때도 좋다. 당신에게 엔비디아 GTX 980이 있다면 말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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