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클래식 카메라의 재발견, 후지필름 X30
유행은 돌고 도는 법이다. 이를 증명하듯 복고풍 의상이나 옛날 물건 같은 외형의 제품이 인기를 끌 때가 있다. 기능이 디지털로 완전히 바뀐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이미지 센서나 프로세서 등의 부품은 물론, 화상을 기록하는 매체도 메모리 카드 등으로 바뀌었다.
많은 기능과 부품이 디지털화됐지만, 외형만큼은 기계식 SLR 카메라나 RF 카메라를 떠올리게 하는 제품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이런 제품은 외형뿐만 아니라 조작 방식까지 비슷해, 사용자에게 추억 혹은 색다른 조작감을 전해준다.
후지필름은 자사의 고급 카메라 제품군인 X 시리즈에 이런 복고풍 카메라를 꾸준히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SLR 카메라를 닮은 X-T1이나 RF 카메라를 닮은 X-Pro1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후지플름 X30이다. 지난해 초 국내 출시한 X20의 후속작으로, 외형을 유지하면서 각종 성능과 기능이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지금부터 어떤 제품인지 살펴보자.
X30은 제법 준수한 성능을 갖춘 콤팩트 카메라다. 2/3인치 크기의 1,200만 화소 이미지 센서와 28~112mm 렌즈(35mm 환산, 약 4배 줌) 등을 갖췄다. 조리개 최대 개방 값은 F2.0(광각)~F2.8(망원)으로 밝은 편에 속한다.
렌즈 캡은 렌즈를 완전히 덮는 금속 캡을 사용했으며, 제품 좌측에는 팝업 플래시를 내장했다. 상단에는 모드 다이얼, 노출 보정 다이얼, 셔터 버튼 등을 RF 카메라 느낌이 나도록 배치했다. 여기까지는 이전 제품인 X20과 큰 차이가 없다.
지금부터는 달라진 부분을 살펴보자. 뷰파인더는 광학식 뷰파인더를 적용한 이전 제품과 달리, 전자식 뷰파인더(이하 EVF)를 사용했다. 이 뷰파인더는 동급 제품보다 큰 편이며, X20의 광학식 뷰파인더와 비교해도 배율이 0.65배 높아져, 더 확대한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또한, EVF의 특성상 시야율은 100%(뷰파인더로 본 장면과 사진에 찍힌 장면이 똑같다)에 이른다.
EVF의 단점인 느린 반응속도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후지필름이 밝힌 EVF 반응속도는 0.005초 내외며, 실제로 사용하는 동안에도 밝기가 심하게 변하는 상황만 아니라면 불편함 없이 쓸 수 있었다. 또한, 플래그십 카메라인 X-T1에 처음으로 적용했던 '수직 모드'도 적용했다. 이 기능은 카메라를 세워서 촬영할 때 EVF 내부에 나타나는 촬영 정보, 노출계 등이 세로 화면에 맞춰 표시되는 기능이다.
EVF 옆에는 센서가 있다. 뷰파인더에 눈을 대면 뷰파인더가 켜지고, 눈을 떼면 자동으로 후면 액정 화면이 켜진다.
후지필름 카메라의 특징 중 하나는 '필름 시뮬레이션'이다. 이 기능은 과거 SLR 카메라에 쓰이던 필름의 색감을 재현해 사진에 적용하는 기능이다. 기존 후지필름 카메라는 프로비아, 벨비아, 아스티아 등 3가지 효과를 갖췄는데, X30은 여기에 시리즈 최초로 클래식 크롬이라는 효과를 추가했다. 클래식 크롬은 부드러운 색감과 깊이감 있는 표현으로, 다큐멘터리 사진에 적합하다.
<클래식 크롬 모드로 촬영한 사진, 출처: 후지필름 홈페이지>
참고로 프로비아는 자연스러운 색상으로 피사체 종류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고, 벨비아는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등을 생기 있게 표현해 풍경과 자연에 적합하다. 아스티아는 따뜻한 색상과 콘트라스트(대비)로 부드러운 느낌을 줘 인물 사진에 적합하다.
조작 성능이나 촬영 방식 역시 이전 제품보다 개선됐다. 우선 후면 액정 화면은 틸트 방식을 적용했다. 위로 90도, 아래로 45도까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각도에서 정확한 구도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렌즈에는 두 개의 조작링이 있다. 앞에 있는 줌 링은 전원을 켜고 끄거나 수동으로 줌을 조절하는 데 사용하며, 뒤에 있는 컨트롤 링은 수동 초점 시 초점을 맞추는 데 쓴다.
이 컨트롤 링은 설정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이트 밸런스 조절 기능을 등록해놓으면 이 링을 돌리는 것만으로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 이밖에 필름 시뮬레이션 선택, 드라이브(연사) 모드 선택 등을 등록할 수 있으니 사용자 편의에 따라 선택하면 되겠다.
X20에는 없었던 원격 제어 기능까지 생겼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무선으로 연결해 카메라의 각종 기능을 조작하거나(줌인/아웃은 지원하지 않음), 사진을 촬영하고 전송할 수 있다. 또한, 연결한 기기의 GPS 정보를 사진에 저장할 수도 있다. 만약 후지필름의 포토 프린터 '인스탁스 쉐어'가 있다면 촬영한 사진을 그자리에서 출력할 수도 있다(인스탁스 쉐어 리뷰: http://it.donga.com/18059/).
X30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제품이지만, 한가지 아쉬움도 있다. 바로 작은 이미지 센서 크기다. 요즘 등장하는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는 1인치 이상의 대형 이미지 센서를 장착하는 추세지만, X30은 이보다 작은 2/3인치 이미지 센서를 적용했다. 이미지 센서는 클수록 사진이 선명해지며, 노이즈 억제력이 우수하다(물론 가격도 비싸진다).
한편으로는 작은 이미지 센서를 통해 얻은 장점도 있다. X30의 최대 연사속도는 초당 12장이다. 이미지 센서 면적이 작기 때문에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적고, 그만큼 빠른 연사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아웃 포커싱(배경을 흐리게 처리하는 촬영 기법) 사진을 만드는 데는 작은 이미지 센서가 조금 불리하지만, X30의 밝은 조리개와 5cm 내외의 촬영 거리는 아웃 포커싱 사진을 만들기 충분하다.
이제 X30으로 촬영한 사진을 보자.
X30의 가격은 2014년 12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 59만 원 정도다.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로 알맞은 가격이다. 이미지 센서가 조금 작은 것이 흠이지만, 사진 결과물에 대한 불만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평범한 콤팩트 카메라보다 성능이 좋으면서, 디자인까지 개성적인 제품을 원하는 사람에게 어울린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