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디오에도 이지리스닝이 필요할 때" - 하이파이클럽 한창원 대표
오디오 전문가 한창원 대표가 평가한 LG전자 '스마트 오디오'
LG전자가 최근 선보인 무선 오디오 기기, '스마트 오디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노트북 등이 주축이 되는 '스마트 라이프'에 어울리는 디지털 음향기기다. 스마트폰을 통한 음악 감상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남녀노소 누구라도 쉽고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일상형 디지털 음향기기의 인기도 최근 들어 급격히 높아졌다.
이와 같은 디지털 기기의 발전과 진화는 사용자에게 편리함과 신속함을 가져다 주지만,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일부 특징과 장점은 포기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사운드 관련, 즉 '음질'이다. 디지털이 아무리 좋다 해도 적어도 음향기기에 있어서는, 아날로그가 제공하는 음질 경험과 감성 분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 음향기기/오디오 전문가들의 견해다).
물론 스마트 오디오는 음질의 미세한 차이에 중점을 둔 마니아용 음향기기는 아니다. 일반적인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어려움 없이 음악을 출력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음향기기인 건 분명하니 음향기기로서 음질적, 기능적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그래서 스마트 오디오를 들고 오디오 전문가들을 찾았다. 물론 그들이 늘 다루는 수천만 원대의 고급 음향기기(하이파이, Hi-Fi)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음향기기와 음질에 관해서는 날카로운 평가를 기대할 수 있을 테다.
첫 번째 만난 오디오 전문가는, 음향기기 전문 매거진인 '하이파이클럽(www.hificlub.co.kr)'을 2000년 이후 14년간 운영하고 있는 '한창원 대표'다. 그는 90년 대 PC통신 시절부터 하이파이 오디오 커뮤니티를 이끌면서 자타공인 오디오 전문가로 입지를 굳힌 인물이다. 또한 오디오 관련 다양한 대외활동, 행사, 이벤트, 컨설팅 등을 수행하며 하이파이 및 AV(Audio Visual)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참고로, 하이파이, Hi-Fi란 High Fidelity의 준말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인 16Hz 저음부터 20,000Hz 고음까지 완벽하고 균일하게 출력할 수 있는 고급 음향기기를 말한다.)
수천만 원대의 고급 하이파이 기기를 다루는 그에게, 10~30만 원대 보급형 음향기기를 품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스마트 오디오의 의미와 대상 사용자를 파악한 그는 흔쾌히 제품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F1 카레이서가 소형 승용차를 시승하는 격이다. 한 대표는 하이파이클럽 내 청음실에서 여러 장르의 음악을 재생하며 스마트 오디오의 출력 상태와 음질, 기능 등을 면밀히 점검했다.
"일단 가격대와 주요 사용자 층을 고려했을 때 만족할 만 한 스피커 임은 분명합니다. 특히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로 간편하게 연결해 이 정도 수준의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일반 사용자에게 충분히 유용하리라 싶어요. 최근 들어 스마트폰 거치형 도킹 오디오나 무선 스피커 등을 자주 접하는데, 동급 사양 혹은 유사 가격대의 국내외산 제품보다 우수한 음질을 들려줬습니다."
"무엇보다 중역 음역대가 생각보다 맑게 들렸습니다. 중역 음역대는 쉽게 말해, 사람의 목소리 톤을 출력하는 대역인데요. 이런 크기의 소형 오디오 기기는 저역 음역 (베이스 음)만 강조해서 그저 '둥둥' 거리는 소리만 강조하기 마련인데, 스마트 오디오는 음질 튜닝에 신경을 썼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음질'이라는 단어를 말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스마트 오디오는 분명 썩 괜찮은 수준의 음질을 들려 주지만, 이 제품은 '음질'만으로 총평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음질을 쫓는 사운드 마니아가 아닌,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음악을 들을 일반 사용자를 위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각종 스마트 앱을 사용해 쉽게 관리하며, 와이파이로 집안 어디서나 편하고 자유롭게 음악을 들을 수 있어, '뮤직 라이프 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제품임에 동의했다. 그리고 그는, 적어도 음향기기에 있어 '디지털화(化)' 혹은 '스마트화(化)'는 어쩔 수 없이 '음질'과는 조금씩 멀어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로 완전히 변환된 MP3 음악만을 듣고 자란 세대는 제대로 된 '음질'을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디지털 음원이 제 아무리 음질이 좋아도 아날로그 형태로 출력되는 사운드를 흉내 내지 못합니다. 귀는 눈과 달리 직관적이지 못해서 감정적/감성적인 느낌이 대단히 크게 좌우합니다. 그런 면에서 디지털 음원에 익숙해짐으로써 좋은 음질의 사운드를 경험하지 못한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한창원 대표도 과거에는 음향기기 분야를 전공하거나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게 아니었다. 일반 사무직에 종사하다 오디오/음향기기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으로 PC통신 시절, 오디오 커뮤니티를 개설했는데 예상보다 회원들의 반응과 충성도가 높아 이 분야를 개척해 보기로 결심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오디오 커뮤니티 운영에 전념하면서 2005년부터 본격적인 오디오 관련 전문 콘텐츠 공급자(CP)로 활동했다.
"오디오/음향기기는 다른 가전제품과 달리 다루는데 변수가 상당히 많습니다. 전기 신호나 노이즈 등에 아주 민감하기 때문에 기기 본체뿐 아니라 케이블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케이블 한 쌍에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제품도 있을 정도죠. 그러니 전기 공급 상태부터 케이블 품질, 케이블 연결 상태, 기기간 튜닝 수준, 밸런스 (음 균형) 조정 등 챙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오디오 전문가로서 그가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청음 조건은 바로 '환경'이다. '어떤 기기로 듣느냐'보다 '어디에서 듣느냐'가 우선이라는
뜻이다.
"스마트 오디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환경,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정도 사운드를 내는 기기를 이곳 저곳으로
옮겨 들을 수 있다는 건 역시 '디지털'만의 장점입니다. 스마트 오디오는 그걸 잘 반영한 듯하고요. 이를 테면, 가정주부가 주방에서
설거지하며 간편하게 음악을 듣는 환경, 소형 카페나 판매매장 등에서 잔잔하게 음악을 깔아두는 환경 등이 해당되겠죠. 그런 환경이라면 스마트
오디오와 같은 포터블 오디오가 적격입니다. 음악을 즐기시는 소비자라면 구매하셔서 사용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스마트 오디오 같은 디지털 음향기기가 많이 출시된다면 기존의 오디오 시장을 잠식하거나 하이파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축소시키지는 않을까?
"결코 그렇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 특히 LG전자가 스마트 오디오를 비롯한 다양한 대중적 음향기기를 개발, 생산하고 있는 점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그럼으로써 디지털 음원에 익숙한 세대들에게도 좋은 음질에 대한 욕구를 자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그들 중에는 이후에 하이파이의 강렬한 매력에 빠질 이들이 있을 것이고, 그로 인해 하이파이 시장도 현재의 상태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 테니까요. 최근에는 그래도 음질을 고려한 디지털 음향기술과 기기가 등장하고 있어 오디오 전문가 입장에서 다행이라 봅니다."
한 대표가 지적한 대로, 스마트 오디오는 음질보다는 기능적, 활용적 특징을 강조한 제품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블루투스나 와이파이로 연결해 간편하게 들을 수 있다. 그는, 최근 오디오 시장이 스마트폰을 토대로 한 스마트 오디오 기기가 급부상 했고, 네트워크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음질/고품질 스트리밍 환경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스마트 오디오가 디지털 음향기기지만 음질에 공을 들였다는 증거를 '와이파이' 연결에서 확인했습니다. 일반 블루투스 무선 연결은 속도나 대역폭의 한계로 사운드 전송에는 적합하지 않은데, 스마트 오디오는 블루투스 외 와이파이 연결도 지원하니 무손실 디지털 음원을 재생하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인 디자인도 마음에 듭니다. 개인적으로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는데, 스마트 오디오도 간결하고 모던한 디자인이 주변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그는 지금의 디지털 음악을 편의점의 '삼각김밥'에, 그리고 하이파이 아날로그 음악을 '최고급 세트요리'에 비유했다. 삼각김밥은 편의점에 따라, 브랜드에 따라 맛의 (품질)차이가 거의 없다. 그냥 그날 먹고 싶은 김밥을 사 먹을 뿐이다. 그래도 스마트 오디오 같은 음향기기가 출시되니 그런 삼각김밥 같은 인스턴스 디지털 음악도 나름대로 풍성하고 세밀한 음질로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LG전자가 사운드에 더욱 신경을 많이 쓰는 듯합니다.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울트라HD TV나 사운드바, 그리고 이 스마트 오디오까지, 전신인 금성전자가 최초의 라디오나 하이파이 오디오를 출시하며 사운드 분야에 공을 들였던 것처럼 LG전자의 행보가 국내 오디오 시장에 활력이 되기를 기대하고요. 특히 스마트 오디오는 가격대에 비해 음질 튜닝에 상당히 노력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음향기기 전문업체가 아닌 대형 가전제조사도 이제 음질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는 걸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한 대표는 또 한 명의 오디오 전문가를 찾아 가볼 것을 제안했다.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오디오 평론가 '오승영' 씨다. 기자에게도 귀 익은 이름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스마트 오디오를 들고 하이파이클럽을 나섰다. (인터뷰 2부에서 계속)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