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저전력에 4K 게임도 거뜬, 지포스 GTX 980
PC시장의 활기가 예전만 못하다곤 하지만 열기가 여전한 곳도 있다. 바로 GPU(그래픽카드의 핵심 칩) 시장이다. 특히 엔비디아 지포스 시리즈와 AMD의 라데온 시리즈는 어느 한쪽이 좀더 앞서간다 싶으면 곧장 다른 한쪽에서 따라잡는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기존에 이어져온 규칙을 살짝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9월에 발표된 엔비디아의 데스크탑용 지포스 900 시리즈도 그러하다.
지포스 700 시리즈가 출시된 것이 작년부터이니 지금 시기라면 지포스 800 시리즈가 출시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곧장 900 시리즈를 데스크탑 시장에 출시했다. 800 시리즈는 노트북용으로만 소수의 모델을 내놓았을 뿐이다. 그만큼 이번 지포스 900 시리즈에 많은 변화를 가했다는 것을 엔비디아는 강조하고 싶은 것 같다.
이번에 살펴볼 지포스 GTX 980은 일단 2014년 11월 현재 지포스 900 시리즈의 최상위급 제품이다. 인터넷 최저가로 따져도 70만원 정도는 줘야 살 수 있다. 이전 시리즈가 그러했듯, 시간이 지나면 보다 상위 제품도 나오겠지만, 사실 100만원대를 넘는 그런 제품들은 많이 팔려고 내놓는다기 보단 업체의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 리더 격에 가까운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그나마 살 '꿈'이라고 꿀 수 있는 최상위급 제품이 바로 지포스 GTX 980같은 제품이다.
고성능과 고효율을 동시 추구하는 맥스웰 아키텍처의 2세대 기술 적용
지포스 GTX 980을 비롯한 지포스 900 시리즈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기술은 바로 맥스웰(Maxwell) 아키텍처다. 맥스웰 아키텍처 자체는 이미 지포스 700 시리즈의 후기 제품(지포스 GTX 750,750Ti 등)부터 적용된 바 있다. 이들 제품의 판매량은 나쁘지 않았고, 특히 소비전력이 낮다는 점에 대해서는 호평을 받았지만, 아무래도 중급형 제품이다 보니 성능 면에서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된 지포스 900 시리즈는 기존의 1세대 맥스웰 아키텍처를 한층 발전시킨 2세대 기술이 적용되었으며, 특히 기존 제품에 비해 성능 대비 에너지 효율이 2배나 좋아졌다고 강조하고 있다.
IT동아에서 테스트한 지포스 GTX 980 레퍼런스(표준 규격) 제품은 하위 제품인 GTX 970과 동일하게 52억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된 GPU, 4GB의 GDDR5(256비트) 메모리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각종 그래픽 연산을 처리하는 셰이더 유닛의 수가 GTX 980은 2,048개, GTX 970은 1,664개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GPU의 클럭(동작속도)도 GTX 980은 기본 1126MHz, 부스트 시엔 1,216MHz로, 기본 클럭 1,050MHz, 부스트 클럭 1,178MHz로 구동하는 GTX 970에 앞서기 때문에 확실히 나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수준의 그래픽카드가 500W 출력의 파워서플라이로도 구동 가능?
지포스 GTX 980의 외관은 전형적인 고급형 그래픽카드다. 기판의 길이가 27cm로 제법 길고 기판 전체를 덮는 커버 및 쿨러 역시 금속 재질을 다수 사용해 고급스런 느낌을 냈다. 보조전원 케이블을 꽂는 포트는 6핀 + 6핀 구성인데, 8핀 포트를 이용하는 상당수의 고급형 그래픽카드와 차이점이 느껴진다. 소비전력 면에서 이점이 있는 맥스웰 아키텍처의 장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참고로 엔비디아에선 지포스 GTX 980 탑재 시 정격 500W 출력의 파워서플라이라면 무리 없이 구동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전원을 넣으면 쿨러 상단의 'GEFORCE GTX' 문구에 LED가 점등되는 점도 눈에 띈다.
영상 출력 포트는 DVI와 HDMI가 1개씩 밖에 없는 대신 DP 포트가 3개나 있다. 포트의 구성은 그래픽카드 제조사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아무래도 DP 포트의 지원을 늘리고 있는 최근의 추세를 잘 따르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 외에 복수의 그래픽카드를 연결해 성능을 높이는 SLI 모드를 4-way까지 지원하며, 최근 보급이 진행되고 있는 PCI-E 3.0 슬롯도 지원하는 점이 눈에 띈다.
3DMARK 점수 및 소비전력 측정
제품의 대략을 살펴봤으니 다음은 직접 성능을 체험해 볼 차례다. 인텔 코어 i7-4770 CPU에 8GB 메모리를 갖춘 에이수스 Z97-PRO 메인보드 기반의 윈도7 64비트 시스템에 지포스 GTX 980를 꽂아 구동했다.우선 PC의 3D 그래픽성능을 측정, 대체적인 게임 구동능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인 3DMARK의 최신 버전을 이용, 가장 많은 부하를 주는 'FIRE STRIKE' 항목의 점수를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지포스 GTX 980은 11867점을 기록했다. 이전에 IT동아에서 테스트했던 그래픽카드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던 제품은 9269점을 낸 AMD 라데온 R9 290X 였으니 지포스 GTX 980의 성능이 확실히 한 수 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지포스 GTX 980은 70만원 정도를 줘야 살 수 있고, 라데온 R9 290X은 50만원 정도로 가격이 떨어진 상태라 '가성비' 까지 생각한다면 조금 고민이 될 수도 있겠다.
맥스웰 아키텍처 기반 그래픽카드의 가장 큰 장점인 시스템 소비 전력 역시 주목할 만하다. PC 전체의 소비전력을 측정해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파워서플라이를 이용, 3DMARK 구동 시 과부하가 걸리는 구간의 소비전력을 관찰했다.
테스트 결과, 지포스 GTX 980 기반의 시스템은 과부하 구간에서 약 210W 남짓의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이전에 테스트해 본 라데온 R9 290X은 같은 구간에서 240W 정도의 전력을 소비했다. 지포스 GTX 980는 고성능에 비해 소비전력이 낮은 편이라는 점이 매력이다.
4K 게임 구동 테스트 1: 디아블로3
다음 테스트부터는 직접 게임을 구동하며 평균 초당 프레임을 측정해봤다. 대략 30 프레임 정도면 무난하게 게임을 구동할 수 있으며 60프레임 이상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는 수준이다. 이번 테스트에선 특히 최신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4K(UHD) 모니터를 이용, 3,840x2,160의 4K 해상도에서 각종 게임을 구동해봤다.
사실 이 정도의 초고해상도 모드의 게임은 어지간한 PC에선 원활한 구동이 힘들다. 흔히 쓰는 풀HD(1,920 x 1,080)에 비해 4배나 많은 정보량을 처리해야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번 테스트에선 화면의 계단 현상을 억제하는 안티앨리어싱(이하 AA)를 최고 수준까지 적용한 최상위 그래픽 옵션 및 AA를 제외한 최상위 그래픽 옵션을 번갈아가며 측정했다. 사실 AA는 화질 향상에 비해 프레임 저하가 크며, 3,840x2,160 수준의 고해상도 모드에선 AA의 효과가 미미하다. 하지만 그래픽카드의 한계 성능을 측정하기 위해 이런 방식의 테스트를 했다.
가장 먼저 플레이 해본 게임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액션 RPG인 '디아블로3'다. 이 게임은 최적화가 잘 되어있어 그래픽 품질에 비해 비교적 낮은 사양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면 해상도 3,840x2,160에 그래픽 품질은 모두 '높음'으로 맞추고 대성당 지하 2층에서 20여분 정도 플레이 했다.
테스트 결과, AA를 해제한 상태에선 150~170 프레임 정도의 극히 원활한 구동이 가능했으며, AA가 걸린 상태에서도 140~150 프레임 수준을 유지했다. 역시 디아블로3 정도의 게임은 굳이 지포스 GTX 980 수준의 그래픽카드가 필요하지 않다.
4K 게임 구동 테스트 2: 블레이드&소울
다음으로 테스트 해 본 게임은 MMORPG 중에서도 제법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블레이드&소울'이다. 게임 초반 '망자의 숲'에서 20여분 정도 사냥을 하며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다. 화면 해상도는 3,840x2,160, 그래픽옵션은 모두 최상급인 5단계로 높였다.
테스트 결과, AA를 걸지 않은 상태에서 평균 50프레임 이상의 원활한 구동이 가능했는데, AA를 최대로 적용한 상태에서도 45~50 프레임을 유지했다. AA를 적용하고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4K 게임 구동 테스트 3: 배틀필드4
다음으로 테스트 해 본 게임은 FPS인 '배틀필드4'다. 그래픽카드의 한계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화면 해상도 3,840x2,160에 모든 그래픽 옵션을 '최고'로 높인 상태로 설정한 후 초반 20여분 정도의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AA를 걸지 않은 상태에선 50~52 프레임 수준의 원활한 구동이 가능했다. 다만, AA를 적용한 상태에선 27~30 프레임 정도로 성능이 저하된다. 물론 이 정도 수준에서도 스트레스 없이 게임을 할 만한 수준은 되지만, 웬만하면 AA에 대한 욕심은 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4K 게임 구동 테스트 4: 씨프
마지막으로 테스트 해본 게임은 액션게임인 ‘씨프(Thief)’다. 이 게임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자랑하며, 시스템의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는 벤치마크 메뉴도 제공하므로 최신 그래픽카드의 면모를 확인하는데 적합하다. 화면 해상도 3,840x2,160에 모든 그래픽옵션을 '최고'로 높인 상태로 벤치마크 메뉴를 실행했다.
테스트 결과, AA를 적용하지 않은 상태에선 평균 47.7 프레임, AA를 적용한 상태에선 평균 28.1 프레임으로 측정되었다. 배틀필드4와 마찬가지로 AA에 대한 욕심만 버린다면 4K(UHD) 환경에서도 제법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엔비디아의 야심작인 지포스 900 시리즈, 그 중에서도 지포스 GTX 980은 기대만큼의 좋은 성능을 발휘하는 그래픽카드다. 특히, 풀HD에 만족하지 못해 4K(UHD)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게이머라면 이만한 물건도 없을 것이다. 더욱이, 단순히 성능이 좋은 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도 상당히 우수하다는 점은 향후 엔비디아의 움직임에 한층 기대를 더하게 한다. AMD의 대응도 주목된다.
- 해당 기사에 대한 의견은 IT동아 페이스북(www.facebook.com/itdonga)으로도 받고 있습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