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4인치 + 21:9 + 곡면 = LG전자 34UC97
요즘 모니터나 TV 등 디스플레이 기기를 구매할 때 선택지가 제법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크기나 가격 정도가 구매 조건의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여기에 디자인, 화질, 패널 종류 등이 더해졌다. 크기는 30인치 이상의 대형 제품도 등장하고 있으며. 화면 비율 역시 16:9. 16:10, 21:9 등 사용자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TV 시장에 등장했던 '곡면 디스플레이'까지 적용한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34인치 모니터다. 그리고 21:9 모니터다. 마지막으로 곡면형 모니터다. 세 종류의 모니터가 아니라 이들을 모두 합친 34인치 곡면형 21:9 모니터, LG전자 34UC97이다.
곡면형 디자인으로 콘텐츠 소비에 어울려
LG전자는 올해 초 34인치 21:9 모니터를 선보인 바 있다(http://it.donga.com/18529/). 독특한 화면비율과 3,440 x 1,440이라는 높은 해상도를 통해 다중작업에 유리하며, 특히 동영상이나 음악 편집 그리고 파노라마 사진 관리 등 전문적인 작업을 하는데 적절한 제품이었다.
얼마 전 선보인 34UC97은 이와 비슷한 사양에 곡면형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모델이다. 기존의 장점이던 전문작업은 기본이고, 곡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화면 몰입도까지 높였다. 덕분에 영화, 게임 등 콘텐츠 소비에 적절하다.
우선 게임이다. 21:9 화면비를 지원하는 게임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일반 모니터와 달리 가로로 넓게 볼 수 있다는 특징 덕분에 시야가 확 트인다. 예를 들어 21:9를 지원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경우 RVR(종족간 전투) 등 대규모 전투 시 마우스로 시점을 옮기지 않고도 주변 상황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예는 리그 오브 레전드다. 2차 포탑과 1차 포탑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어, 적의 공격이나 아군의 합류 등을 한 눈에 보고 적과 싸울지 아니면 후퇴할지 등을 판단할 수 있다. 특히 '소환사의 협곡'에서는 파랑팀 바텀(bottom) 라인을 방어할 때, 보라팀 탑(top) 라인을 방어할 때 유리하다. 덧붙여 가로로 구성된 '뒤틀린 숲' 의 경우에도 이 화면비율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특히 모니터 자체의 높은 해상도 덕분에 앤티 앨리어싱(3D 물체의 대각선이나 곡선이 계단처럼 나타나는 현상을 줄여주는 기능)을 적용한 듯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게다가 살짝 휘어진 곡면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는 사람에게 몰입감까지 제공한다.
고해상도에 맞는 그래픽카드가 필요
34UC97로 게임을 구동하려면 그래픽 카드의 성능이 뒷받침돼야 한다. 34UC97의 해상도는 3,440 x 1,440으로, 세로 해상도는 QHD(2,560 x 1,440)와 동일하고, 가로 해상도는 UHD(3,840 x 2,160)와 맞먹는다. 때문에 하이엔드급 그래픽 카드가 아니라면 화려한 그래픽 효과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필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필자의 PC 구성은 코어 i7-4770 프로세서, 8GB 메모리, 지포스 GTX 650 Ti 등이다. 평소 필자가 즐겨 하는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탱크'의 경우 해상도를 풀HD로 맞추고 대부분의 그래픽 설정을 '높음'으로 설정하면 40~50 fps 정도로 쾌적하게 구동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스템에 34UC97을 연결하고 최대 해상도(3,440 x 1,440)로 맞추면 15~25 fps 정도로 급격하게 떨어진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엔비디아 지포스 GTX 650은 이 모니터의 해상도를 지원하는 가장 낮은 등급의 제품으로, 최대 주사율로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 이상의 그래픽 카드와 선더볼트 혹은 DP 케이블이 필요하다.
영화 감상 몰입도를 높이는 화면과 스피커
다음으로 영화 감상이다. 34인치의 대형 제품이라 시야가 확 트인 느낌이며, 앞서 말한 것처럼 곡면형 화면을 통해 몰입감까지 높였다. 게다가 21:9(약 2.137:1) 화면 비율은 극장 상영용 영화의 화면비율인 시네마스코프(2.35:1)와 비슷하다. 이런 영화를 일반적인 16:9(약 1.78:1) 모니터로 본다면 영상 위아래에 검은 여백(레터박스)이 생기지만, 21:9 모니터에서는 이런 여백이 최소화된다.
내장 스피커의 음질 역시 몰입감을 높여준다. 일반적으로 모니터 내장형 스피커는 물리적 크기의 한계 때문에 출력이 낮으며, 저음역을 가볍게 그리고 고음역을 거칠게 표현한다. 34UC97은 소형 스피커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Waves MaxxAudio 음장효과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전반적인 음질의 선명함을 높였으며, 특히 중저음을 강조했다. 액션 영화나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가 좋아할 소리다.
사무직 종사자, 전문 작업자에게도 적절
21:9라는 화면 비율과 QHD 이상의 해상도는 각종 업무 및 전문 작업에도 유용하다. 일반적인 문서 작업을 예로 들면 화면 하나에 창 3개를 열어놓고 작업할 수 있을 정도다. PDF 파일의 경우 스크롤을 내리지 않더라도 페이지 하나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을 만큼이다. 이런 점은 일반 문서 작성 작업 외에도 번역 작업, 금융 업무, 인터넷 강의 수강 등 여러 창을 동시에 열어놓고 작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유용하다.
참고로 LG전자는 화면 분할 소프트웨어인 '스크린 스플릿(Screen Split)'을 기본 제공한다. 총 9종의 화면 분할 레이아웃을 기본 제공하고, 이 중 하나를 선택한 뒤 사용자가 해당 영역에 창을 마우스로 끌어다 놓으면 설정된 레이아웃에 맞게 창 크기가 자동 조절된다.
다중 모니터를 사용하는 전문 작업에도 유용하다. 예를 들면 동영상 편집, 음악 편집, 사진 편집 등이다. 동영상과 음악 관련 작업은 가로로 긴 화면이 필요하다. 편집 작업 시 타임라인이나 트랙은 가로방향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다중 모니터를 사용한다면 베젤(화면 테두리) 때문에 화면 중간이 끊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반면 21:9 모니터는 모니터 하나만으로 듀얼 모니터를 구성한 것과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런 점은 파노라마 사진을 볼 때도 유리하다. 파노라마 사진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으며, 다중 모니터가 아니기 때문에 끊어진 느낌도 적다.
사진 편집 소프트웨어의 경우도 비슷하다. 화면을 둘로 나눈 뒤 한쪽에서는 편집 작업을, 다른 한쪽에서는 편집할 사진을 선택하거나 기타 소스 파일을 확인하면서 가져올 수 있다.
이밖에 화면 깜빡임 현상을 줄인 '플리커 세이프' 기능, 화면에서 나오는 청색 파장(블루라이트)를 줄여주는 '독서모드 등 시력 보호 기능을 갖춰, 모니터를 장시간 사용하는 사람의 눈의 피로를 줄여준다.
하지만 전문 작업에 사용하기에 한 가지 부족한 점이 있다. 모니터 스탠드가 화면 기울기를 조절하는 틸트 기능(-5도 ~ +15도)만 지원하는 점이다. 화면 좌우 각도 조절 기능인 스위블, 높이 조절인 엘리베이션, 수평/수직 조절 기능은 피벗 등은 지원하지 않는다.
곡면이라 화상이 왜곡되거나 바깥 부분 색이 이상하게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선 색상에 관한 문제는 시야각이 넓은 IPS 패널을 사용해 해결했다. IPS 패널은 시야각이 178도 정도라 옆에서 비스듬하게 보더라도 정확한 색상으로 볼 수 있다. 화상의 경우 모니터를 위나 아래에서 내려다보면 화상이 곡면으로 휘어져 보인다. 하지만 일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니터를 정면에서 바라보는 일이 대부분이니, 일상 사용에는 지장이 없다.
사양과 디자인
이제 제품의 사양과 외형을 간단히 살펴보자. 화면 응답 속도는 5ms로 LCD 모니터 중에서는 빠른 편에 속한다. 명암비는 1,000:1로 일부 전문가용 고급 모니터보다는 조금 낮은 수치다. sRGB 색공간을 100% 지원해 디자인 작업 등 정확한 색상이 필요한 사용자에게 유용하다.
입출력단자는 DP, HDMI 2개, 선더볼트 2개 등을 갖췄으며, USB 3.0 업링크 단자를 통해 모니터를 USB 허브처럼 사용할 수 있다. 제품 후면에 단자는 덮개로 덮을 수 있는 디자인을 적용해, 각종 케이블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제품 하단에는 조이스틱 형태의 조작 버튼이 있다. 일반적인 모니터가 4~5개의 버튼을 갖춘 것과 달리, 이 제품은 조이스틱을 누르거나 네 방향으로 움직여 각종 설정 항목(OSD)을 조정할 수 있다.
사실 이 제품은 큰 단점이 보이지 않는 제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격이 2014년 11월 중순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145만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분명히 사용자에게 최적의 몰입감과 기능/성능을 제공하는 제품이지만, 일반 사용자에게는 그만큼 부담스러운 가격인 것도 사실이다.
이 제품의 가치는 희소성이라 할 수 있다. 해상도나 화면 비율 등 일반 모니터와는 차별화한 성능/기능을 제공한다. 거기에 곡면형이라는 특수성까지 더했다. 이런 차이에 투자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