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달 표면도 찍는 콤팩트 카메라, 캐논 SX60 HS
렌즈는 초점거리에 따라서 크게 광각/표준/망원으로 나눌 수 있다. 초점거리가 35mm 이하인 렌즈를 광각, 50mm 정도를 표준, 85mm 이상을 망원 렌즈라고 부르는데, 이 초점 거리에 따라서 사진의 원근감이나 수평선 왜곡 정도가 조금씩 달라지며, 망원 렌즈로 갈 수록 배율(확대되는 비율)도 커진다(참고: http://it.donga.com/15359/).
망원 렌즈 중에는 일명 '초망원'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렌즈와 달리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을 촬영할 때 쓰이는데, 렌즈의 크기가 일반 렌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런데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중에는 아주 작은 크기로도 이 초망원을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 캐논이 얼마 전 선보인 '파워샷 SXS60 HS'는 현존하는 콤팩트 카메라 중 배율이 가장 높은 카메라다. 광학 줌 65배, 디지털 줌을 4배 적용하면 최대 260배까지 확대해 촬영할 수 있다. 지금부터 어떤 제품인지, 그리고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살펴보자.
광학 65배줌과 제법 선명한 디지털 130배 줌
우선 다음 사진을 먼저 보자. SX60 HS와 삼각대만으로 달 표면을 촬영한 사진이다. 첫 번째 사진은 광학 65배로, 두 번째 사진은 디지털 줌을 2배를 적용해 130배로 촬영한 사진이다. 달 표면을 살펴보면 분화구의 세부적인 모습이 잘 살아 있으며, 특히 상현달의 그림자가 지는 부분을 잘 묘사했다.
<65배 줌으로 촬영한 상현달, 14.11.03>
<130배 줌, 14.11.03>
참고로 이 제품은 2단계의 디지털 줌을 지원한다. 캐논은 첫 번째 단계(130배까지)를 '줌 플러스'라고 부르는데, 이 단계까지는 사진이 제법 선명하게 나온다. 하지만 두 번째 단계(260배까지)부터는 디지털 사진을 단순히 확대한 것에 불과하니 큰 의미가 없다.
덧붙여, 초망원 촬영에는 삼각대가 필수다. 조금만 움직여도 사진이 크게 흔들리기 때문에, 손에 쥐고 촬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작고 가벼운 초망원, 비결은 이미지 센서
앞의 사진에서 본 것처럼 이 카메라의 가장 큰 특징은 21~1,365mm(35mm 환산, 약 65배 줌)에 이르는 초망원 촬영이다. DSLR 카메라를 사용해 이와 비슷한 배율로 촬영하려면 '대포'만한 렌즈가 필요하다. 게다가 이런 렌즈의 가격은 수백~수천만 원에 이른다. 정밀한 광학장비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초망원을 어떻게 크기가 작은 렌즈로도 구현할 수 있을까? 이미지 센서 크기 때문이다. SX60 HS는 콤팩트 카메라에 널리 쓰이는 1/2.3인치(5.8mm x 4.3mm) 이미지 센서를 적용했다. DSLR 카메라에 쓰이는 APS-C(크롭 바디, 23.6mm x 15.7mm)나 풀 프레임(36mm x 24mm)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크기다. 콤팩트 카메라용 이미지 센서는 해상력이나 아웃포커싱 효과 등이 DSLR 카메라와 못 미치지만, 초점거리가 같은 렌즈를 사용했을 때 훨씬 확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보자. APS-C는 풀 프레임보다 약 1.5배 작다. 만약 두 이미지 센서 모두 초점거리를 100mm에 맞추고 촬영했을 때, APS-C에는 1.5배 확대한, 150mm의 결과물이 나온다. 이 확대 비율은 이미지 센서가 작을수록 더 커진다. SX60 HS의 경우 실제 초점거리는 3.8~247mm지만, 35mm(풀 프레임)로 환산했을 때 최대 망원 21~1,365mm라는 엄청난 수치로 확대된다.
편법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도 1,300mm에 이르는 사진 촬영 장비를 맛볼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크기까지 작아서 기존 DSLR 사용자가 보조용 망원 카메라로 사용하기에도 제격이다.
작은 이미지 센서에서 오는 약점들
하지만 작은 이미지 센서 때문에 생기는 단점도 있다. 사실 앞서 말한 이미지 센서는 보급형 콤팩트 카메라에 널리 쓰이며, 최근 등장하는 고성능(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는 이보다 큰 이미지 센서를 사용하는 추세다. 덧붙이자면 소니 엑스페리아Z3, 삼성전자 갤럭시줌2 등의 스마트폰은 SX60 HS와 동일한 규격의 이미지 센서를 사용한다.
이미지 센서가 작아서 사진의 전반적인 해상력, 즉 선명함이 떨어진다. 같은 크기의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면적이 훨씬 작기 때문이다. 또한, 고감도 촬영에서 노이즈도 비교적 많이 발생한다.
아웃포커싱(배경을 흐리게 처리하는 촬영 기법) 사진을 촬영하기도 까다롭다. 보통 이런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큰 이미지 센서나 밝은 조리개가 필요한데, SX60 HS는 두 가지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웃포커싱의 또 다른 조건인 줌을 통해 이런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같은 초점거리와 조리개 값에서 APS-C(좌)와 1/2.3인치(우)의 아웃포커싱 비교>
망원을 제외한 기능과 성능은 평범해
지금까지 제품의 주요 특징을 살펴봤으니, 이제 세부적인 모습을 살펴보자. 우선 사양이다. 최대 화소 수는 1.610만 화소로, 사진 결과물의 크기는 4,608 x 3,456 픽셀이다.
연사속도는 초당 약 6.5매로 비교적 빠른 편이며, 최대 셔터 속도는 1/2000초로, 보급형 DSLR 카메라 수준이다. 빠른 연사 속도와 셔터 속도로 스포츠 등 움직임이 빠른 장면을 쉽게 촬영할 수 있다. 게다가 배율이 높아서 대형 경기장에서 선수의 모습을 촬영할 때도 유리하다. 이런 특징은 작은 이미지 센서 덕분이다. 처리해야 할 정보가 적어서 처리 속도가 빠르다.
조리개는 가변 조리개다. 최대 광각에서 F3.4까지 개방할 수 있으며, 최대 망원에서는 F8.0까지 개방할 수 있다. 사실 그리 밝은 렌즈는 아니다. ISO 감도는 최소 100에서 최대 3200까지 조절할 수 있는데, DSLR 카메라와 비교해 고감도 촬영에서 노이즈가 많이 발생한다.
전자식 뷰파인더와 플립형 액정으로 넓어진 촬영 환경
180도로 회전하는 플립형 액정과 전자식 뷰파인더(이하 EVF)를 모두 갖춰 다양한 환경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우선 EVF를 통해 주변이 밝은 곳에서도 피사체를 또렷하게 보면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주변이 너무 밝으면 후면 액정 화면이 어둡게 보이기 때문. 특히 DSLR 카메라와 비슷한 촬영 자세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카메라 보유자들의 거부감도 적다.
후면 액정 화면은 다양한 각도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촬영 방식의 폭이 넓어진다. 예를 들면 머리보다 높게 카메라를 들고도 액정 화면을 보면서 촬영하거나, 반대로 바닥과 가까이 놓고도 화면을 보면서 촬영할 수 있다. 특히 앞서 말한 월면 촬영처럼 높은 곳을 향하는 촬영도 쉬운 자세로 할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연출한 상황임>
하지만 여기서도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우선 EVF의 반응 속도가 느리다. EVF는 렌즈를 통해 이미지 센서로 들어온 정보를 처리해 뷰파인더에 보여주는 개념인데, 카메라를 빠르게 움직이거나, 주변 밝기가 심하게 변하면 이를 표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반응형 EVF가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EVF라도 고급 카메라는 센서를 장착해 사용자가 뷰파인더에 눈을 가져가면 EVF가 켜지고, 눈을 떼면 액정 화면이 켜지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 이 제품은 이런 기능이 없으며, 외부 버튼을 눌러 EVF를 사용할지 액정 화면을 사용할지 선택해야 한다. 버튼 하나의 차이지만, 은근히 번거롭다. 아마도 제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해당 기능을 갖추지 않은 듯하다.
피사체 추적 기능이 우수한 자동 모드
모드 다이얼에는 M(수동), Av(조리개 우선), Tv(셔터 우선), P(프로그램) 등 DSLR 카메라와 유사한 기능이 있으며, 이밖에 장면 모드, 스포츠, 자동, 동영상 등 콤팩트 카메라에서 사용자가 주로 쓰는 기능도 다이얼로 선택할 수 있다.
여러 모드 중 필자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모드는 완전 자동(AUTO) 모드다. 이 모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추적 AF라는 기능 때문이다. 이름 그대로 화면에서 지정한 피사체를 자동으로 추적해 초점을 맞추는 기능이다. 추적 속도가 빨라서 한번 지정한 피사체는 대부분 놓치지 않으며, 이 위치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도 비교적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다. 날아가는 새나 달리는 자동차 등을 촬영할 때 이 기능을 사용하면 유용하다.
<손가락을 추적하도록 설정해 추적 성능을 시험해봤다>
스마트폰과 연동으로 원격 촬영
스마트폰과의 연동 기능도 갖췄다. 와이파이를 통해 연결할 수 있으며, 전용 앱을 사용하면 원격에서 줌을 하거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NFC 기능이 있지만, 이는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연결하는 용도가 아니라 스마트폰에 설치한 전용 앱을 바로 실행하는 기능이다. 사실 조작 기능은 촬영과 줌인/아웃 정도가 전부다. 촬영 모드나 노출 등을 변경할 수는 없다. 플래시 발광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 있지만, 애초에 손으로 카메라에 부착된 플래시를 열어야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사진 전송 기능은 쓸만하다. 카메라(정확히는 메모리 카드)에 있는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바로 가져올 수 있으며, 이를 통해 SNS 등에 실시간으로 게시할 수 있다. 전용 앱은 안드로이드와 iOS 모두 지원한다.
SX60 HS를 전반적으로 살펴봤을 때, 65배 줌을 제외하면 큰 특징이 없는 제품이다. 성능이나 기능이 대부분 평범하거나 비슷한 가격의 다른 제품보다 조금 못한 수준이다. 하지만 65배 줌 하나만으로도 나머지 모자란 부분을 모두 채울 수 있다. 제품 가격은 2014년 11월 초 인터넷 최저가는 52만 원 정도다. 이 제품은 DSLR 카메라 사용자 중 망원 렌즈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 평소 육안으로는 보기 어려웠던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다음은 SX60 HS로 촬영한 사진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