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언론이 직면한 도전과제

강일용 zero@itdonga.com

인터넷과 모바일의 대두는 독자들의 콘텐츠(뉴스) 소비 방법과 언론의 콘텐츠 공급 방법을 송두리째 바꿨다. 인쇄물(신문, 잡지)과 TV로 콘텐츠를 접하던 독자들은 이제 PC와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최초의 인터넷 뉴스 매체가 등장하고 20년이 지난 지금, 모든 언론은 당연하다는 듯이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독자들의 콘텐츠 소비 방법이 변함에 따라 언론도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영국의 경제 매체 파이낸셜타임즈(FT)의 리사 맥러드 FT.COM 대표는 "창사 이래 116년 동안 겪은 변화보다 지난 16년 동안 겪은 변화가 훨씬 더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 바람 속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언론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세계신문협회(WAN-IFRA, http://www.wan- ifra.org) 질스 뎀토스(Gilles Demptos) 싱가포르 지사장이 언론의 변화 방향에 대해 들려줬다. 그는 먼저 디지털 시대가 언론에게 어떤 위협으로 다가왔는지 설명했다.

세계신문협회 질스 뎀토스 싱가포르
지사장
세계신문협회 질스 뎀토스 싱가포르 지사장
<세계신문협회 질스 뎀토스 싱가포르 지사장>

"디지털 시대가 열리고 언론은 네 가지 위협에 직면했습니다. 첫째, 감시에 대한 범위가 확장돼 정보원 보호가 어려워졌습니다. 오늘날에는 정보원 보호가 기술적으로 너무 어렵습니다. 때문에 시사고발성 기사를 작성할 때 어려움이 많습니다. 가디언이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를 받아 NSA의 감시 활동에 대한 기사를 작성할 때의 사례를 들어볼까요.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스마트폰에 스파이 앱이 설치돼 기자의 모든 개인/취재 정보가 탈취 당했습니다."

"둘째, 콘텐츠에 대한 독자들의 피드백(반응)이 실시간으로 이뤄집니다. 댓글, SNS 등 피드백의 형태도 다양합니다. 때문에 언론은 독자들의 긍정적인 피드백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피드백에도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셋째, 신뢰성 유지가 어렵습니다. 콘텐츠는 독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넷에는 정보가 넘쳐 흐르고, 그 속에 진실과 거짓(노이즈)이 섞여 있습니다. 비록 환경은 이렇게 혼탁하지만, 그럼에도 언론은 신뢰를 구축해야 합니다. 독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를 SNS 상에서 점유해야 합니다. 또한 독자뿐만 아니라 광고주에게도 신뢰를 심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넷째,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합니다(기자 주: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광고에 기대는 전통 수익 모델은 한계가 명백합니다. 기존 수익 모델을 대신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수익 모델을 발굴해야 합니다."

이렇게 디지털 시대의 위협에 대해 설명한 뎀토스 지사장은 역설적으로 디지털 시대가 언론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화에는 위협과 기회가 공존한다는 의미다. 그는 위협이 네 가지이듯 기회도 공평하게 네 가지라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는 언론에게 네 가지 기회를 가져다 줬습니다. 첫째, 기자의 역할을 확장시킬 수 있는 다양한 도구가 등장했습니다. 둘째, 기술의 발전 덕분에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셋째, 콘텐츠를 배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더욱 다양해졌습니다. 때문에 사용자는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콘텐츠를 접할 수 있습니다. 넷째,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방법으로 독자와 소통할 수 있습니다."

신문
신문

언론이 이러한 기회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뎀토스 지사장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 스스로 디지털 시대에 맞게 새로 태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언론이 디지털 시대에 맞춰 살아남으려면 언론사 내부에 문화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기자는 기존의 단순 정보 전달자의 역할뿐만 아니라, 사실 관계를 분석(Context)하고 독자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을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역할을 병행해야 합니다. 모바일과 영상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FT에 따르면 온라인 독자의 62%가 모바일로 뉴스를 읽고, PC로 뉴스를 보는 비율은 38%에 불과합니다. 모바일이 콘텐츠 전파의 확고한 수단으로 굳어졌다는 것입니다. 단, 광고 수입 비율은 여전히 인쇄물 > PC용 웹 페이지 > 모바일용 웹 페이지 순이기 때문에, 모바일에 맞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고민해야 합니다. 영상 콘텐츠가 유용하다고 해서 막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독자층, 언론사의 방향과 일치하는 영상 콘텐츠를 생성해야 합니다. 성공하는 영상 콘텐츠는 보통 둘 중 하나입니다. 굉장히 웃기거나, 아니면 하이 퀄리티 저널리즘(심층취재)을 표방하고 있거나."

"빅데이터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독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보고 싶어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기자는 자신이 쓴 기사가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할 수 있고, 회사는 어떤 독자가 유입됐는지 그리고 그들에게 어떤 광고를 보여줘야 할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분석의 허상에 빠져서는 안됩니다. 어떤 독자는 콘텐츠 페이지를 열어 놓고 다른 일을 합니다. 이러한 허수 때문에 독자들이 콘텐츠를 얼마나 관심 깊게 읽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차트비트 토니 헤일리 최고경영자는 독자의 55%가 특정 콘텐츠를 읽는데 15초 미만의 시간만 투자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독자의 절반 이상이 콘텐츠를 제대로 읽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돼, 허수를 정확히 걸러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편집부(News room) 자체가 혁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편집자의 역할도 변해야 합니다. 기사의 형태, 노출 위치 등을 결정할 수 있는 문지기(Gatekeeper)에서 벗어나, 기자와 독자를 연결해주는 가교(Gate opener)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뎀토스 지사장은 한국 언론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언론은 TV 시장에 진출하는 등 변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미디어 수용 속도가 느린 것이 현실이다. 또한 모바일 앱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네이버에 대하 의존도가 너무 높은 점도 문제다"며,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유럽이나 미국의 언론처럼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독자가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는 고품질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세계신문협회는 120개 국가의 1만 8,000개의 신문과 1만 5,000개의 온라인 언론이 가입한 비영리재단이다. 뎀토스 지사장은 스페인의 언론 'Service de Presse'에서 기자 생활을 한 후 세계신문협회에 합류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언론 환경을 연구하고 있다.

글 / 타이베이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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