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구글맵이 아닙니다. 모두의 브이월드입니다"
지난 2012년 12월 국토교통부는 대한민국의 모든 지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정보산업 포털 '브이월드(http://www.vworld.kr/po_main.do)'를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세간의 반응은 냉랭했다. 구글, 네이버, 다음 등 민간 포털 사업자가 지도 사업을 잘 진행하고 있는데 괜히 정부가 나서 민간의 영역을 침범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브이월드 자체적으로도 문제점이 많았다. 구글 어스처럼 도시의 지형을 3차원 그래픽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유용했지만, 이를 활용하려면 웹 브라우저에 플러그인을 설치해야 했다. 크롬, 파이어폭스 등 인터넷 익스플로러 이외의 웹 브라우저에선 이용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많은 민간 홈페이지와 스타트업은 여전히 구글과 네이버 등이 제공하는 지리정보를 이용하고 있다.
정녕 브이월드는 세금 낭비에 불과한 걸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그렇지 않다. 정부가 왜 직접 나서서 공간정보를 구축하는지, 정부가 공간정보를 구축하면 어떤 이점이 있는지, 그리고 브이월드는 앞으로 어떤 형태로 발전해 나갈지 등을 브이월드 개발을 총괄하는 공간정보산업진흥원 이창훈 팀장을 만나 물어봤다.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지도라고 부르지 않고 반드시 공간정보라고 부르고 있다. 공간정보는 지도와 무엇이 다른 것인가?
- 마차가 자동차로 발전한 정도의 차이가 있다. 공간정보는 지도의 명백한 상위버전이다. 우리가 지도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한 지리 정보(GIS)에 불과하다. 지도에선 알 수 없는 정보가 너무 많다. 예를 들어 시설물의 형태, 기후, 주변 환경 등을 표현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용자들의 요구에 맞춰 다루는 정보의 범위가 확장됐다.
공간정보는 다양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직관성이다.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을 글로 설명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읽어보면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조심해야겠다는 느낌이 잘 오질 않는다. 공간정보는 다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라고 표시해 누구나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생산성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왜 국가가 나서서 공간정보를 제공하는 것인가. 민간 사업자가 제공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 민간 사업자가 먼저 지도를 제공하기 시작한 이유가 뭘까? 국가에서 공간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도를 만드는 작업은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 대형 포털 및 지도공급사가 아니면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런데 사실 지도 자체는 그렇게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 것에 불과하다. 사용자가 요구하니까 어쩔 수 없이 자체 구축하고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도 지도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갱신하고 있지만, 여기에 많은 부담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영상 제공 같은 경우 점점 그 갱신 간격이 길어지고 있다. 지도야 지도사업자와 계약을 해서 빠르게 갱신하고 있지만...
지형이 바뀌는 것은 사실 국가가 다 알고 있다. 나라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임의로 지형을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가가 정보를 다 보유하고 있음에도 공개하려는 의지가 없었던 것이 과거의 문제였다. '정보를 제공했다가 문제가 생기는 것 아냐'라는 보신주의가 팽배해 공간정보를 잘 제공하려 하지 않았다.
공간정보 사업을 민간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직접 구축한다고 가정해보자. 공간정보 사업의 밑바탕인 지도를 구축하는데 전체 사업 비용의 90%가 드는 것이 현실이다. 남은 10%로 다른 서비스와의 차별화를 시도해야 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다행히도 이번 정부에 들어와 정부 3.0을 추진하며 국가가 다양한 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공간정보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한다면 민간사업자가 직접 지도를 만들어서 쓸 이유가 없다. 제공하는 정보를 그냥 가져다 쓰면 된다. 민간 사업자는 이처럼 정부가 무료로 제공하는 데이터를 가져가 그것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 기초는 국가에서, 더 가치있는 서비스는 민간에서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간정보산업진흥원은 어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가?
- 이름에 역할이 다 적혀있다. 공간정보 산업 발전이 목표다. 일단 공간정보 오픈 플랫폼 브이월드를 구축했다. 브이월드는 단순히 위치만 파악할 수 있는 지도에서 벗어나 지형과 건물의 구조까지 파악할 수 있는 3차원 입체 공간정보다. 구글 어스를 생각하면 된다. 2011년 사업을 개시한 이후 현재 서울시를 포함한 6대 광역시와 12개 지방자치단체의 입체 공간정보를 완성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대한민국 전 국토의 입체 공간정보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제 반 정도 완성한 듯하다.
전국의 입체 공간정보를 완성하려면 매우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일단 인구 밀집 지역 위주로 구축하고 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한다. 기존에는 항공사진을 촬영한 후 3차원화를 진행했지만, 기술 발전을 통해 구축에 필요한 비용을 감축할 수 있을 것이다.
예산 감축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현재 100% 중앙정부의 예산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자체적으로 공간정보를 구축하고 있다. 그들과 손잡고 겹치는 부분을 최대한 줄여나갈 것이다.
브이월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는 어떤 것이 있나?
- 브이월드 API를 적용한 사례는 현재 60개 정도 존재한다. 부동산 정보 서비스에서 브이월드를 활용해 매물 주변의 공간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한 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로 들 수 있겠다. 무료인 만큼 여러 민간 사업자가 가져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해냈으면 좋겠다.
자체적으로도 다양한 활용방안을 연구 중이다. 대표적인게 가상현실 플랫폼인 오큘러스 리프트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활용해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브이월드가 구글 어스보다 우월한 점은 무엇인가?
- 모든 게 무료로 공개돼 있다는 것이다. 구글 어스나 애플 맵의 입체 공간정보 API는 무료로 이용하려면 제약이 많다. 본격적으로 활용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 간다는 뜻이다. 비용문제로 고민하는 민간 사업자에게 대안으로 다가갈 수 있다. 해상도도 5배 더 뛰어나다. 100m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으로 3차원 공간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고해상도 텍스처로 교체하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플러그인을 설치해야만 정상적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개선할 계획은 있는가?
- 현재는 플러그인을 설치해야 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플러그인을 설치하지 않아도 볼 수 있도록 HTML5 전환을 연구 중이다. 다만 이 부분은 속도 및 성능에 관한 문제가 존재한다. HTML5를 활용해 입체 공간정보를 구현하려면 웹GL을 지원하는 웹 브라우저가 필요하다. 고속 3차원 렌더링을 진행하는데 웹GL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익스플로러11과 최신 크롬 사용자 외에는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셈이다.
때문에 구형 인터넷 익스플로러, 크롬, 파이어폭스, 오페라 등 모든 웹 브라우저를 지원하기 위해 웹GL과 플러그인 설치 방식을 병행할 계획이다. 구형 웹 브라우저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감안해야 한다.
모바일에서 접근하면 2D 지도 데이터만 보인다. 3차원 공간정보를 보고 싶다면 브이월드 모바일 앱을 설치하면 된다.
브이월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 브이월드는 목표는 모든 공간정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허브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단 교통 상황, 기후, 지리 변화 등 국가에서 나오는 실시간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 다음 공시지가 등 사용자가 흥미를 가질만한 데이터도 확인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브이월드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은 사라지고, 그 대신 브이월드 API를 적용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조한 민간 서비스만 남게 될 것이다.
브이월드 API를 적용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되는가?
- 개인, 사업자, 스타트업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브이월드 홈페이지(http://map.vworld.kr/map/maps.do)에서 오픈 API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궁금한게 생기면 공간정보진흥원(1661-0115)으로 연락하면 된다. 브이월드 오픈 API의 활용법에 대해 자세히 안내해주고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