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끝판왕' 공유기 등장, ASUS RT-AC87U

IT기술 중에 편의성이 높은 것은 상대적으로 성능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유선 인터넷과 무선 인터넷(와이파이)의 속도 차이다. 비슷한 조건이라면 무선은 유선을 능가하기는커녕 비슷한 속도도 내기 힘들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은 이런 편견을 점차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2012년을 기점으로 보급을 시작한 802.11ac 규격 와이파이는 최소 433Mbps의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을 발휘하며, 안테나 및 단말기의 구성에 따라 최대 6.93Gbps까지 발휘가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2014년 현재 가장 흔히 쓰이는 기가비트 유선랜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수치일 뿐이긴 하다. 지금 시중에서 팔리는 802.11ac 규격 공유기나 무선랜카드의 대부분은 433~600Mbps 사이의 대역폭을 발휘하며, 좀 고급제품이라 해도 800~900Mbps 남짓이다. 일부 제품의 경우, 복수의 AP에서 발휘되는 각각의 대역폭을 모두 합쳐 2,000~3,000Mbps의 대역폭을 발휘한다고 광고하는 제품도 있으나 사실 이는 그다지 의미가 없는 수치다. 어차피 1개의 AP에만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이수스(ASUS)에서 2014년 10월 현재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유무선공유기를 출시했다. 바로 이번에 소개할 RT- AC87U가 그 주인공이다. 5GHz 단일 AP에서 최대 1,734Mbps(2.4GHz는 600Mbps)로 접속이 가능하며, 개인용 클라우드 공간 구축, 해킹 차단 등, 다양한 부가기능도 갖춘 이 제품을 살펴보자. 참고로 이 제품은 에이수스코리아가 아닌 이엠텍에서 국내 유통 및 A/S를 담당하고 있다. 정식 유통 제품이 아니면 A/S를 받을 수 없으니 구매 전 참고하자.

일반 공유기 치고는 제법 큰 덩치, 2개의 USB 포트 눈에 띄어

요즘 워낙 소형 제품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에이수스 RT-AC87U의 덩치는 매우 커 보인다. 좌우 폭은 거의 29cm, 상하 너비는 17cm에 달하는데, 크기만 봐선 유무선공유기라기보단 중소형 네트워크 스위치에 가깝다.

물론 제품 후면을 살펴보면 유무선공유기가 맞다. 와이파이 신호를 전달하는 안테나 4개, 그리고 기가비트를 지원하는 4개의 LAN 포트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암호 입력 없이 보만 와이파이 접속이 가능한 WPS 버튼, 그리고 프린터나 저장장치를 연결하는 USB 2.0 포트도 1개 있다. 네트워크 기능이 없는 프린터라도 여기에 연결하면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만 하다. 그리고 외장하드나 USB메모리를 연결, 개인용 클라우드 공간처럼 쓸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선 다음에 다시 설명하도록 하자.

제품 전면에도 몇 가지 인터페이스가 있다. 좌측에는 상태 표시 LED나 와이파이를 켜거나 끌 수 있는 버튼 2개, 그리고 우측에는 USB 3.0 포트가 1개 달려있다. 만약 USB 3.0 방식의 저장장치를 가지고 있다면 후면의 USB 2.0 포트보다는 이곳에 연결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속도 테스트, 유선과 무선의 속도차이 거의 없어

제품의 대략을 살펴봤으니 다음인 직접 써볼 차례다. RT-AC87U의 최대 성능을 내려면 최근 보급이 진행되고 있는 기가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겠지만, 사정상 일반 광랜 환경에서 테스트 했다. 테스트에 이용한 기기는 802.11ac를 지원하는 노트북인 LG전자의 탭북2와 HP의 ENVY 15-q003tx, 그리고 LG전자의 스마트폰인 G3다. 이들 기기들이 지원하는 최대 대역폭은 433~867Mbps 수준이지만 현재로선 이 정도가 최선이다. RT-AC87U의 성능을 완전히 발휘할 만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나오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우선 RT-AC87U를 연결하지 않은 직결상태에서 발휘되는 기본 인터넷 속도를 NIA 사이트를 이용해 측정한 후, 다음에는 RT-AC87U를 연결한 상태에서 유선 속도와 무선 속도(근처)를 측정했다. 이렇게 한다면 직결 > 유선 > 무선의 순으로 속도가 측정될 것인데, 이 차이가 적을수록 우수한 공유기라 할 수 있다. 참고로 무선 연결은 5Ghz AP 접속 기준이다.

측정 결과, 직결 상태에서 다운로드 / 업로드 속도는 137.47Mbps / 138.04Mpbs로 측정되었다. 그리고 RT-AC87U에 유선으로 연결한 상태에서는 138.55Mbps / 135.08Mbps, 무선으로 연결한 상태에선 133.13Mbps / 136.00Mbps로 측정되었다. 공유기를 거친 상태에서도 속도 저하가 거의 없는 수준이며, 특히 무선 연결 시에도 거리가 2~3m 내외라면 거의 오차범위 수준으로 비슷한 속도를 낸다는 것이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참고로 G3 스마트폰을 이용했을 때도 노트북 무선 접속시와 비슷한 속도를 냈다.

커버리지 테스트, 30미터 밖에서도 원활한 접속 가능

다음은 커버리지 테스트다. G3 스마트폰을 이용, 거리를 조금씩 벌려가며 벤치비 앱을 통해 와이파이 속도를 측정했다. 우선 RT- AC87U에서 합판 벽 하나를 두고 1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속도를 측정했다. 결과는 131.0Mbps / 122.0Mbps로 속도저하가 거의 없었다. 20m 떨어진 곳까지 이동해 봤지만 속도는 118Mbps / 116.0Mbps 수준을 유지했으며, 30미터나 떨어진 곳에서도 89.9Mbps / 61.2Mbps로 여전히 속도가 양호했다.

다음은 장애물이 많은 환경에서 커버리지 테스트를 해봤다. 우선 합판 벽 3개와 콘크리트 벽 1개로 가로막힌 30미터 거리에서 속도 측정을 해봤는데, 이 상태에선 63.0Mbps / 28.2Mbps의 속도를 발휘했다. 업로드 속도가 다소 저하되긴 했지만 여전히 쾌적한 접속이 가능한 상태다.

다만, 합판 벽 1개와 콘트리트 벽 2개로 가로막힌 30m 거리에선 32.0Mbps / 14.2Mbps로 속도저하가 제법 있었으며, 합판벽 1개와 콘트리트 벽 3개로 가로막한 35m 정도의 거리에선 한자릿수 수준의 속도를 내다가 종종 접속이 끊어져 제대로 이용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이 정도의 성능이면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유무선공유기 중에서 정말로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외장하드 연결, 개인용 클라우드 공간 구축

에이수스 RT-AC87U는 속도와 커버리지 뿐 아니라 부가 기능면에서도 상당히 충실하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이라면 역시 USB 포트에 저장장치를 연결, 자신만의 클라우드 공간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외장하드를 이용한다면 마치 NAS를 이용하는 것처럼 인터넷이 되는 것이면 어디서나 접속, 공유기에 달린 외장하드로 자유롭게 접근이 가능하다.

외부 인터넷에서도 곧장 RT-AC87U에 접근할 수 있는 주소를 부여하는 DDNS 설정 역시 에이수스를 통해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더욱이,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무료로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에이수스 AiCloud 앱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도 접속이 가능하므로, 고용량 외장하드만 있다면 말 그대로 자신만의 테라바이트급 클라우드 저장소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

PC없이 토렌트 등의 다운로드 가능

그 외에 눈에 띄는 기능은 PC 없이도 각종 P2P 서비스를 통해 파일을 다운로드, RT-AC87U에 연결된 외장하드로 저장할 수 있는 다운로드 마스터(Download Master) 기능이다. Bit Torent, NZB, aMule 등을 지원하며, 이를 이용하면 PC를 켜두지 않아도 파일의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다운로드 마스터는 모바일용 앱도 제공하므로, 스마트폰으로 다운로드하고자 하는 파일을 지정, RT- AC87U에 연결된 외장하드로 저장할 수도 있어서 편리하다.

성능만큼이나 높은 가격, 하지만 돈값은 확실

에이수스 RT-AC87U는 여러모로 뛰어난 제품이다. 시중에 팔리는 유무선공유기 중에서 정말로 최고 수준의 속도를 제공하는데다 커버리지도 대단히 우수하다. 이 점만으로도 충분히 구매가치가 있는데, 여기에 다양한 부가기능까지 제공한다는 점이 칭찬할 만하다. 특히 외장하드 연결을 통한 개인 클라우드 공간 구축 기능, P2P 서비스 지원 기능은 사용자들에게 호평을 받을 것 같다.

다만, 가격 때문에 누구에게나 부담없이 추천하긴 어렵다. 한국 내 판매 가격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해외 가격은 280달러다. 정말로 성능이 좋긴 하지만, 공유기를 30만원 이상 주고 사려면 제법 큰 결심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워낙 고성능 제품이기 때문에 현재 시중에서 쓰이는 대다수의 기기(노트북, 스마트폰 등)에선 RT-AC87U의 성능을 완전히 이끌어낼 수 없다는 점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하지만 누군가 이 제품을 사려한다면 말리진 않겠다. 그 정도 가격을 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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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