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니콘이 만든 고급형 VDSLR 'D750' 써보니

이상우 lswoo@itdonga.com

VDLSR이라 불리는 카메라가 있다. 동영상 촬영에 특화한 DSLR 카메라다. 캠코더와 비교해 이미지 센서가 커서 아웃포커싱(배경을 흐리게 처리하는 촬영 기법)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또한, 호환 렌즈가 많아서 다양한 화각으로 촬영할 수도 있다.

최초로 동영상 기능을 탑재한 DSLR 카메라는 니콘 D90이다. HD급(720p, 1080i) 동영상을 최대 5분간 녹화할 수 있으며, 내장 마이크(모노)로 소리까지 녹음할 수 있었다. 최초라는 단어가 최고를 의미하지는 않듯, 몇 가지 단점도 있었다. 우선 동영상 촬영 중에는 자동초점 기능을 사용할 수 없으며, 노출 설정도 자유롭게 제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초라는 타이틀과 캠코더로는 얻기 어려운 화질 그리고 아름다운 아웃포커싱 효과 등으로 아마추어 UCC 제작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필자도 그중 하나다).

니콘 D90
니콘 D90

D90 이후 등장한 DSLR 카메라는 제법 괜찮은 동영상 기능을 갖추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니콘 D5100은 동영상 촬영 시 필터 효과(특정 색상 살리기, 흑백, 컬러 스케치 등)를 적용할 수 있었으며, 지난해 캐논이 시한 EOS 70D는 '듀얼픽셀 CMOS AF(이미지 센서의 촬상소자 전체를 위상차 검출 자동초점 센서로 사용하는 이미지 센서)'라는 기술로 동영상 촬영 시 피사체 추적, 자동 초점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올해에는 파나소닉이 4K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갖춘 루믹스 GH4를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DSLR 카메라의 동영상 기능은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니콘은 고성능 VDSLR에서 비교적 약한 모습이었다. 이랬던 니콘이 제대로 된 신제품을 선보였다. 바로 D750이다. 니콘 풀 프레임 DSLR 카메라(FX 포맷) 중 최초로 틸트 액정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니콘 D750
니콘 D750

틸트 액정으로 동영상 촬영에 제격

앞서 말한 것처럼 D750은 니콘 FX 포맷 카메라 중 가장 '잘빠진' 동영상 특화 DSLR 카메라다. 물론 D600 시리즈나 D800 시리즈 등 기존 FX 포맷 제품들도 동영상 촬영 기능이 있었지만, D750과 비교하면 몇몇 부분에서 부족한 모습이다.

우선 D750은 틸트 액정을 갖췄다. 이를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피사체를 바라보며 촬영할 수 있다. 틸트나 플립 등을 적용하지 않은 제품은 동영상 촬영을 대부분 눈높이에서 해야 하며, 낮은 각도나 높은 각도로 촬영할 때 고개나 몸을 숙이거나 젖혀야 한다. 액정 화면을 계속 바라봐야 하기 때문. 하지만 움직이는 액정 화면을 적용하면 카메라를 눈높이에 맞추지 않더라도 화면을 바라보며 촬영할 수 있다.

니콘 D750
니콘 D750

필터 기능으로 색다른 동영상을

FX 포맷 카메라 최초로 필터 기능도 탑재했다. 이 기능은 D5000 시리즈나 D3000 시리즈 등 보급형 DSLR 카메라에만 탑재하던 기능으로, 고급형 카메라에는 없었다. D750은 이러한 필터 효과를 통해 특정 색상 살리기, 컬러 스케치, 흑백, 미니어처 등 다양한 효과를 적용해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특정 색상만 살리기를 통해 영화 '씬 시티(Sin City)' 느낌의 동영상을 쉽게 촬영할 수 있으며, 컬러 스케치를 통해 만화(혹은 수채화) 느낌의 동영상을 만들 수도 있다.

흑백 효과를 적용한 모습
흑백 효과를 적용한 모습

풀 프레임 카메라에 크롭 바디용 렌즈도 호환?

동영상 촬영 시에는 포맷을 변경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D750은 FX 포맷이지만, 동영상 촬영 시에는 DX 포맷(크롭 바디)으로 이를 변경할 수 있다. 이 경우 화각이 줄어들고, 약 1.5배 확대한 모습으로 촬영할 수 있다. 게다가 DX 포맷의 렌즈를 장착해도 *비네팅 현상도 일어나지 않는다.

*크롭 바디용 렌즈는 크롭 바디 이미지 센서 크기에 맞게 상이 맺히도록 설계된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풀 프레임 바디 이미지 센서에 크롭 바디용 렌즈를 장착하면 주변부가 잘려서 검게 나온다. 이를 비네팅 현상이라 부른다.

비네팅 현상
비네팅 현상

<비네팅 현상이 나타난 모습(위)과 포맷 변경 기능으로 비네팅을 제거한 모습(아래)>

만약 DX 포맷용 렌즈를 다수 갖춘 사람이라면 FX 포맷 렌즈를 별도로 구매할 필요 없이, 기존에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D750에 연결해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또한, FX 포맷 렌즈를 연결하더라도 포맷을 변경하면 약 1.5배 줌을 한 효과도 낼 수 있다.

풀HD 동영상은 10분까지

동영상은 풀HD(1080, 60p)까지 지원한다. 최대 화질로 설정 시 연속 촬영시간은 10분이며, 가장 낮은 화질(720, 50p)로 설정하면 30분까지 연속 촬영할 수 있다. 10분이 짧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아니다. 동영상 촬영 방식은 크게 오랜 시간 녹화해 편집 없이 사용하는 '롱 테이크'와 짧은 장면(샷) 여러 개를 촬영해 이어 붙이는 비선형 편집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롱 테이크라 하더라도 2~3분 내외가 대부분이다. 한 공간에서의 장면이 이보다 길게 이어지면 시청자는 지루함을 느낀다. 그러니 연속 녹화 5분은 상당히 긴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제브라 패턴 기능도 있다?

동영상을 촬영할 때는 과노출(over exposure)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제브라 패턴'도 나타난다. 제브라 패턴은 동영상 촬영 중 지나치게 노출이 큰 부분(밝은 부분)을 사선 모양으로 표시해주는 기능이다. 이 사선 모양이 얼룩말 무늬처럼 보이기 때문에 제브라 패턴이라 부른다. 이 제브라 패턴을 통해 과노출을 확인하고, 조명을 줄이거나 카메라 노출 설정을 높일 수 있다. 물론 이 사선 무늬는 녹화한 동영상 파일에 나타나지 않으며, 촬영 중 후면 액정에서만 볼 수 있다.

제브라 패턴
제브라 패턴

<제브라 패턴이 나타나는 모습>

오디오 녹음 기능도 강화

동영상 촬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오디오도 제법 신경 쓴 모양새다. 기본적으로 스테레오 마이크를 내장했으며, 마이크 감도(입력 레벨) 조절 기능을 갖췄다. 또한 바람 소리 감소 기능이나 목소리 강조 기능 등도 있다. 기본 마이크는 전방 지향이다. 조용한 공간이라면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나는 소리도 선명하게 녹음한다.

하지만 내장 마이크기 때문에 초점을 변경하면서 AF 모터를 움직이거나 줌 링을 돌릴 때 '징~' 하는 소리가 바디를 타고 마이크로 전해진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외장 마이크를 따로 구매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주변이 시끄러운 곳에서는 장착형 외장 마이크보다는 무선 마이크나 핸드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외장 마이크
외장 마이크

사실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영상은 액정 화면으로 볼 수 있지만, 소리는 자신의 귀로 듣는 것이 전부다. 때문에 동영상에 소리가 제대로 녹음했는지 확인할 수단이 필요하다. D750 옆면에는 음성 출력 단자가 있다. 여기에 이어폰 등을 연결하면 동영상을 촬영하는 동시에 소리가 제대로 녹음되고 있는지 모니터링도 할 수 있다.

음성 출력 단자
음성 출력 단자

설정 항목에서는 동영상 촬영 관련 메뉴가 따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동영상 화질, 저장할 매체, 촬영 포맷 변경, 마이크 감도 등 촬영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이런 항목이 사진 촬영 설정과 함께 있어 변경이 번거로웠지만, D750은 이런 항목을 한곳에 모아 편의성을 높였다.

사진 촬영용 카메라로도 제격

지금까지 동영상 관련 특화 기능을 소개했지만, 사진 촬영용 DLSR 카메라로도 훌륭한 제품이다. 우선 성능을 먼저 살펴보자. 유효 화소 수는 2,432만 화소로 D610보다 높으며, 연사 속도는 초당 6~7매로 D810보다 빠르다. 이미지 처리 엔진은 D810과 같은 EXPEED 4를 적용했다. 초점 포인트는 D4S와 같은 51개다. 상용 ISO는 100 ~ 12800이며, 확장 시 최소 50에서 최대 51200까지 조절할 수 있다. 다만, 최대 셔터 속도는 기대 이하다. 1/4,000초로 D610과 동일한 수준.

니콘 D750
니콘 D750

이밖에 인터벌 촬영(일정 간격으로 사진을 오랜 시간 연속 촬영하는 기능)이나 타입랩스(Time Lapes, 인터벌 촬영으로 찍은 사진을 동영상처럼 이어 붙여 보여주는 기능) 등을 갖췄다.

저장 매체는 SD카드며, 두 개의 슬롯을 갖췄다. 이 슬롯 역시 고급 카메라다운, 다양한 저장 기능을 갖췄다. 예를 들면 메모리카드 오류나 데이터 손실에 대비한 백업, 메모리카드가 꽉 찼을 때 대체할 수 있는 공간, Raw 포맷으로 촬영 시 Raw와 JPEG 분할 저장 등이다. 또한, 동영상과 사진을 각각의 메모리 카드에 따로 저장할 수도 있다.

니콘 D750
니콘 D750

지금까지 니콘 카메라 중 가장 반듯한 동영상 특화 DSLR, D750을 살펴봤다. 이 제품은 어떤 사용자에게 좋을까? 우선 니콘 제품을 오래 사용하면서, 다양한 전용 렌즈를 구매한 사람이다. 특히 필자처럼 고성능 VDSLR을 구매하고 싶지만, 호환 렌즈 때문에 다른 제조사 제품으로 옮기지 못한 사람에게 탁월한 제품이다.

기존에 보급형 카메라를 충분히 익힌 뒤, 수준을 높이려는 사용자에게도 어울린다. 보급형 카메라처럼 장면 모드나 필터 효과 등의 기능이 외부 다이얼로 나와 있어 익숙하다. 또한, 작동 원리만 알면 보급형 카메라보다 조작이 빠르고 간편한 것이 고급형 카메라다(2개의 조작 다이얼, 외부 조작 버튼 등).

제품 가격은 바디만 238만 원이다. D610과 D810 가운데 있는 가격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