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음질은 이제 화질만큼 중요합니다" - 오디오매거진 이현준 대표
오디오 전문가가 들어 본 LG전자 울트라HD TV '84UB9800'의 사운드
우리나라 의학계와 약학계에 정설(定說)로 받아들여진 철칙이 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다. 그렇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아 그대로 따르면 적어도 손해는 보진 않는다. 차량 점검은 자동차 정비사에게, 주택 구입은 부동산 중개인에게, 컴퓨터 문제는 이른 바 '아는 오빠'에게, 그리고 LG전자 울트라HD TV '84UB9800'의 사운드는 바로 이 전문가에게 물어야 한다. AV(Audio & Visual) 전문 매체인 '오디오매거진(http://audiomagazine.co.kr)'의 편집인이며 발행인인 이현준 대표다.
오디오매거진은 국내외 영상/음향기기 및 IT기기 등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온라인 전문 매체다. 오디오 평론가로서 첫 발을 뗀 후 최연소로 AV 평론가로 업계에서 인정 받으면서 자타공인 오디오 전문가로 20년 가까이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매체 활동 외 오디오와 관련된 다양한 온라인/오프라인 세미나, 강연 등을 통해, 오디오와 사운드에 대한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84UB9800 TV(이하 9800)가 '하만/카돈' 기반의 걸출한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한 만큼, 화질도 화질이지만 TV가 들려주는 '고품격 사운드'에 대해서는 이현준 '오디오 전문가'의 평가를 참고할 만하다.
이에 이현준 대표와 함께 LG전자 베스트샵 강남본점을 방문해 84UB9800을 하나하나 직접 확인하며 점검했다. 역시 오디오 전문가답게, 본 인터뷰어가 이 제품을 리뷰하면서 놓쳤던(혹은 몰랐던) 몇 가지 기능적, 음질적 특징을 단박에 잡아냈다.
"우선 스피커 크기가 작은 상태에서 이런 수준의 음질을 출력한다는 점에 놀랐다. 스피커 크기가 작으면 소리가 축소될 수 밖에 없는데, 슬림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사운드를 출력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긍정적으로 본 것은 디자인이다. 대개 TV용 스피커는 TV 내부에 우겨 넣거나 부자연스럽게 장착되는데, 이 제품은 스피커와 TV 라인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맞춰 제작해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유지했다. 그리고 스피커가 정면이 아니라 좌우 방향으로 45도 기울어지게 설치된 오케스트라 폴 디자인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이 때문에 사운드가 좌우로 치고 나가 귀에 들어오는 멀티채널 효과가 느껴진다. 또한 이는 정면에서 소리를 받아들일 때보다 청력 손상도 덜하다."
이 대표는 상당 시간을 사운드 평가에 할애했다. TV 메뉴 중 사운드 관련 항목을 집중적으로 설정, 테스트했고, 자리도 이곳저곳 바꿔가며 귀를 쫑긋 세웠다. 베스트샵 현장이 상당히 넓고 방문객들로 인해 웅성거리긴 했지만, 그에게는 세밀한 사운드까지 다 들리는 모양이었다. 이는 흡사 오래된 폐가를 방문해 혼령의 흔적을 조사하는 심령사를 연상케 했다.
"사실상 이 정도의 사운드 품질이라면 우리 같이 '오디오로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닌 일반인들도 충분히 기존 TV와는 다른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을 듯하다. LG전자의 제조력과 하만/카돈의 기술력이 합쳐져 음질 자체는 내가 들어도 만족할 만 하다. 여기에 '스마트 사운드 모드'는 상당히 인상적으로 들렸다. 스마트 사운드 모드는 영상 장르별로 특화하여 들려 주던데 제법 효과적인 듯했다. 초보자에게는 스마트 사운드 모드가, 우리와 같은 영상/음향 전문가에게는 이퀄라이저 기능이 각각 유용하리라 본다. 하여튼, 최근 들어 사운드에 유독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제조사가 LG전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TV가 왜 사운드에 취약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가 앞서 언급한 대로, 지금까지의 TV는 스피커나 울림통의 크기보다는 슬림한 디자인을 위해, 혹은 제조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작은 크기의 스피커를 내장했다. 아울러 'TV는 소리만 나오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사운드 출력과 음질에 관해서는 별다른 개선 활동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TV 사운드를 개선하는 방법을 묻는 일반 사용자들이 예전보다 확실히 많아졌다. 화질은 좋아질 만큼 좋아졌으니 이제 음질도 챙기고 싶다는 말이겠다. 하만/카돈 같은 전문 사운드 기술이 내장된 TV를 구매하길 권장한다. 물론 아직은 그런 TV가 거의 없지만…."
이 대표에 따르면, 일반 사용자들에게 가장 민감하게 들리는 대역이 중역대다. 이 중역대에는 일반적으로 음악 중 보컬 사운드나 사람의 목소리가 해당되는데, TV가 얇아지면서 스피커 크기도 작아지고 그 때문에 중역대 사운드를 제대로 출력하지 못하는 게 현재의 TV 사운드의 한계라 한다. 그래서 그는 TV 사운드 상태를 테스트할 때 음악이나 영화가 아닌 뉴스를 들어보라 제안한다.
실제로 그는 84UB9800을 청음하며 영화보다는 뉴스 방송에 더 귀를 기울였다. 본 인터뷰어가 듣기에도 일반 TV의 뉴스 보도 음질과 84UB9800의 그것은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일반 TV 속 앵커의 목소리가 정면에서 직선으로 나왔다면, 84UB9800의 목소리는 오른쪽, 왼쪽, 아래쪽에서 퍼져 나와 울림 없는 공간적 입체음으로 또렷하게 들렸다.
"더구나 최근에는 TV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하기 때문에 TV 사운드가 더욱 중요해졌다. IPTV 등으로 영화를 보거나 블루레이 플레이어로 인기가수 콘서트도 듣는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노트북 등과 연결해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재생하거나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그러니 이제 TV는 84UB9800처럼 화질뿐 아니라 음질에도 신경 써야 한다."
사운드 관련 설정을 하나하나 조작하던 이 대표는 또 하나의 특징을 건져 올렸다. 바로 영상출력의 'ISF 모드' 지원이다. ISF는 'Image Science Foundation(영상과학협회)'의 약자로, 영상 및 AV기기, 홈씨어터 등에 대한 기술표준을 연구하는 미국 기관이다. 영상 기기에서 'ISF 모드'는 영상전문가들이 영상 출력을 좀더 미세하고 전문적으로 조정(캘리브레이션)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기능이다.
"ISF 영상 모드를 지원하니 이 TV는 일반 사용자는 물론 영상/음향마니아나 영상편집 전문가들이 사용하기에도 적합해 보인다. 이 ISF 모드와 함께 HDMI ARC 연결 기능을 넣어둔 건 일부 전문가들을 위한 배려로 보인다. 이 밖에 하만/카돈의 사운드적 DNA가 잘 반영되어 깔끔하게 튜닝 된 음질을 느낄 수 있다. 사운드에 있어 튜닝은 정말 대단히 중요한데, 하만/카돈에서 튜닝을 담당했다면 믿을 만할 것이고, 또 그런 믿음직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오디오 전문가지만 울트라HD 화질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내릴까? 오디오매거진은 음향기기뿐 아니라 영상기기 관련 정보나 리뷰 등을 다루고 있으며, 이 대표 역시 영상기기에 관해서도 상당한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오디오매거진 사무실에도 화질 계측을 위한 수천 만 원대의 측정장비를 구비해 뒀다.
"울트라HD의 화질과 84UB9800의 구현 능력에 대해서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특히, 인치의 차이는 있지만 작년에 비해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져 가격 장벽으로 망설이는 이들을 포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쉽게도 아직 오디오매거진 사무실에는 울트라HD TV를 마련하지 못했다. 여기 둘러보니 하만/카돈 사운드의 사운드를 내장한 50인치급 모델 등도 다양하니 조만간 구매를 고려하겠다."
화면 크기에 대해 이 대표는, TV 크기 84인치와 (빔프로젝터용) 스크린 100인치는 크기에 있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TV와 같이 본체에서 빛을 내는 (직시형) 기기가 동일 크기의 스크린보다 훨씬 커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홈씨어터 마니아들도 빔프로젝터+스크린보다는 대형 크기의 TV를 더 선호하는 추세라 한다. 스크린은 적어도 150인치 이상의 디스플레이를 원하는 경우 유용할 수 있다.
"80인치 이상의 TV도 일반 가정에 권할 만하다. TV는 스크린과 달라서 화면이 크더라도 멀리 떨어져 보지 않아도 된다. 특히 게임과 같이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TV용 콘텐츠를 이용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84인치 크기인 이 제품을 10평 이내의 거실에 설치해도 전혀 불편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여담으로, TV 내 주요 메뉴를 남녀노소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사용하도록 한 구성도 남다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웹OS' 인수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평가하고 싶다."
TV는 전통적으로 화면과 화질, 크기에만 집중해 온 게 사실이다. 흑백에서 컬러, 기본 화질(SD)에서 HD화질, 이후 풀HD 화질, 3D입체영상 화면과 스마트TV 기능, 지금의 울트라HD 화질과 곡면 디스플레이 등 TV 발전은 '좋은 화질과 큰 화면'을 토대로 흘러왔다. 이제는 사용자들이 '화면이 얼마나 큰가' 내지는 '화질이 얼마나 좋은가'와 함께 '얼마나 풍부하고 섬세한 소리를 내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훌륭한 사운드 기기가 내장된 TV를 선택한다면 비용절감에 있어서, 사용편의에 있어서 대단히 유리하다. 한편으로, TV제조사가 오디오 전문메이커인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제품과 같이 TV제조사의 화질 기술력과 오디오 전문메이커의 음질 기술력이 조합되는 사례는 다분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만하다. 아마도 머지 않아 다른 TV제조사도 유사한 형태의 협업을 통해 음질이 가미된 TV를 출시하게 될 것이다."
이현준 대표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음질이 강화된 전자기기가 다양하게 출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뮤지션이나 음향전문가 등은 수백, 수천 만원의 장비를 동원해서 혼신을 다해 사운드를 만들지만, 음원이 가진 본연의 느낌과 감성, 그리고 뮤지션/음향전문가의 노고를 느끼기 위해서는 좋은 기기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준 / 오디오 평론가
오디오 전문 미디어 '오디오매거진(www.audiomagazine.co.kr)' 대표
클래식 음악 전문공간 '풍월당(www.pungwoldang.kr)' 오디오 총감독
월간 '오디오', '스테레오사운드', 'LEON', '네이버 뮤직' 등에 1,600여 편의 리뷰 기고
MBC라디오 '써니의 FM데이트', KBS 1TV 'T타임' 고정 출연 중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