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버린 노키아, 그들의 다음 행보는 '네트워크'

"노키아 망한 것 아니었어요?"

요즘 이런 질문 참 많이 듣는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정확하게는 틀린 말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노키아는 모바일 부문(휴대폰 등)을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에게 판매하고, 나머지 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체제로 바꿨다. 다만, 워낙 모바일 부문이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졌기에, 모바일 부문 매각 이후 기존 노키아가 없어진 것으로 오해 받았던 것. 이에 노키아가 리브랜딩을 선언하며, 이 같은 사실을 바로 잡기 위해 나섰다.

지난 2014년 7월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노키아의 2분기 순익은 25억 1,000만 유료(약 3조 3300 억 원)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에 2억 2,600만 유료에 달하는 적자를 냈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이는 MS에 판매한 모바일 부문 매각 금액 32억 유료(약 4조 2,500억 원)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대폰 매각 금액을 제외한 2분기 영업 이익만 살펴봐도 2억 8,400만 유로(약 3,700억 원)다. 기존 시장 기대치인 1억 9,700만 유로를 웃돈 실적이다.

모바일 사업부문을 MS에 판매한 노키아는 총 3개 부문으로 사업부를 재편했다. 조직 개편의 첫 단계로 지난 2014년 4월 30일, NSN(Nokia Solutions & Networks)의 CEO였던 라지브 수리(Rajeev Suri)를 노키아의 CEO로 임명했으며, 지난 5월 1일 공식 취임했다. 노키아의 신임 CEO 라지브 수리는 1995년 입사해 2009년 10월부터 NSN의 CEO로 재직했으며, NSN이 통신 인프라 업계에서 성장하는데 기여한 바 있다.

노키아 01
노키아 01

NSN은 노키아 네트웍스로

노키아가 내세운 비전은 '네트워크로 연결한 세상 구축'이다. 이를 위해 네트웍스(Networks, 통신 장비 및 이동통신기술 등), 히어(HERE, 맵 기술), 테크놀로지스(Technologies)로 사업 부문을 나눴다. 향후 노키아는 대용량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할 할 수 있는 네트워크 기술, 가상세계와 실제세계를 연결하는 위치 기반 서비스, 센서, 라디오 및 저전력 기술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노키아 02
노키아 02

모바일 부문을 매각한 노키아에서 가장 주요 사업 부문으로 떠오른 것은 네트웍스다. 네트웍스 부문이 차지하는 회사 내 매출 규모는 90%에 달한다. 이 네트웍스 사업 부문은 기존 NSN이 담당했던 것으로, 모바일 부문 판매 이후 노키아 내 주요 조직 중 하나로 바뀌었다. NSN이었던 명칭 자체도 노키아로 바꿨다. 명칭만 바뀌었을 뿐, 기존에 담당했던 통신 네트워크 인프라 사업은 그대로 지속한다. 참고로, NSN은 당초 노키아와 지멘스의 합작 형태였으나, 지난해 노키아가 지멘스 보유 지분을 17억 유로에 인수해 청산했다.

네트웍스 부분은 매년 전 세계 무선 테이터 전송량이 2배 이상 증가하는 현실에 맞춰, 통신 사업자에게 제품과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모바일 브로드밴드 및 관련 분야,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 등 미래에 대한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사실상, 기존 NSN이 담당하던 일을 그대로 계승하는 셈이다. 노키아는 네트웍스 관련 매출은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데이터 트래픽 증가로 유럽 및 아프리카, 중국 등 전세계 이동통신사들이 4G 통신 장비를 도입하고 있고, 차세대 5G 이동통신 기술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키아 03
노키아 03

위치 기반 플랫폼 '히어', 구글 맵에 대적한다?

노키아 히어 부문은 스마트카, 개인용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위치 기반 정보 등을 다루는 사업 부문이다. 한마디로 지도다. 노키아는 히어를 iOS, 안드로이드 등 모바일 운영체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운영체제 및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위치 기반 서비스로 개발 중이다. 지도와 위성 데이터, 7,500만 개 이상 관심사를 검색할 수 있는 기능, 자동차와 도보 내비게이션 데이터, 대중교통 정보 등도 포함한다. 이미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스템 제조사와 아마존, 오라클 등 기타 IT 업체들과 지도 라이선스를 맺고 협력하고 있는 단계다. 차량용 미러링 기술인 미러링크 등도 히어 부문에 포함된다.

노키아 04
노키아 04

증강현실 기술도 지도에 더했다. 노키아 시티 렌즈(Nokia City Lens)에 사용한 증강현실 플랫폼을 공개했는데. 라이브사이트(LiveSight)라고 불리는 이 플랫폼은 소프트웨어 엔진을 통해 사용자가 휴대폰을 들고 있으면, 휴대폰 카메라를 통해 주변 모습을 실시간으로 겹치는 이미지로 볼 수 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노키아의 히어맵은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타이젠폰, 스마트시계 '기어S' 등에 탑재할 것이라고 보도해 관심을 끌고 있다. 참고로, 미국과 유럽 자동차의 80%는 히어맵을 사용한 내비게이션을 달고 있으며, BMW와 도요타 등 자동차 제조사도 히어맵으로 만든 내비게이션을 장착하고 있다.

노키아 05
노키아 05

테크놀로지스, 노키아의 특허 관리

테크놀러지스 부문은 노키아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관리한다. 일각에서는 노키아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 포트폴리오의 총 가치가 500억 유로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노키아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에 대한 라이선스 및 크로스 라이선스 등을 관리하는 것이 테크놀러지스 부문이다. 요즘 노키아의 특허에 대해서 설왕설래 말이 많다. 삼성전자, 애플, 구글, MS 등 주요 IT 공룡 업체들과 얽힌 특허 라이선스 및 크로스 라이선스 시나리오가 연일 이슈다. 또 다른 특허 괴물이라는 말도 들린다.

특히, 삼성전자와 관련한 특허 라이선스에 대해 관심이 높다. 이는 노키아가 기존 크로스 라이선스 관계에서 모바일 부문을 MS에 판매하고 난 뒤 크로스 라이선스 관계가 없어졌기 때문에 생긴 오해다. 서로 상대방에게 필요한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을 때, 각자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공개하고 이에 합의해 양사간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맺는 것이 크로스 라이선스다. 하지만, 노키아가 모바일 부문을 MS에게 판매한 뒤, 크로스 라이선스 관계는 깨졌다. 더 이상 휴대폰을 제조하지 않는 노키아는 상대 업체(여기서는 삼성전자)의 특허가 필요하지 않지만, 상대 업체는 여전히 노키아의 특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키아 06
노키아 06

이럴 때 양사는 서로의 계약 내용을 확인하고, 다시 합의하는 절차를 가진다. 비단 삼성전자-노키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일한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를 보유한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노키아로부터 모바일 부문을 구매한 MS도 관련 특허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일정 비용을 지불한다. 노키아뿐만 아니라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라면 어디든지 이 같은 과정을 거친다. 휴대폰 제조사뿐만 아니라 MS, IBM, NEC, 도시바, AT&T, 알카텔루슨트 등 비 휴대폰 제조사도 노키아와 특허 라이선스를 맺고 조건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거나 크로스 라이선스로 합의한다.

휴대폰 제조 및 이동통신에 관련 특허는 언제나 민감한 사안이다. 이처럼 특허에 관련된 사안과 다른 업체와의 라이선스 문제 등을 다루는 것이 테크놀로지스 부문이다.

이제 노키아는 네트웍스, 히어, 테크놀로지스로 사업 부문을 재편한 뒤, 이를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얼마 전, 노키아코리아 마케팅 총괄로 부임한 박정훈 실장도 이를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노키아는 세 사업 부문을 통해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및 플랫폼 개발 기업으로 재편할 예정이다"라며,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장 이후 네트워크 관련 기술의 중요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새로운 모습으로 재편한 노키아를 지켜봐달라"라고 자신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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