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의 수장이 본 대한민국

강일용 zero@itdonga.com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크롬 브라우저(크롬OS 포함)를 진두지휘하는 구글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 수석 부사장이 한국에 왔다. '구글 캠퍼스 서울' 발표회장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가 한국의 스타트업을 위해 입을 열었다. 인도에서 태어나 공부하고,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로 생활한 그는 한국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또, 국내 스타트업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1문 1답의 형태로 간단히 정리했다.

구글 선다 피차이 부사장
구글 선다 피차이 부사장
<구글 선다 피차이 안드로이드 및 크롬 총괄 수석 부사장>

Q. 만나서 반갑습니다. 현재 모바일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웃음) 그렇지 않습니다. 실질적인 힘을 가진 사람은 개발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Q. 스마트폰의 보급은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까요?

- 저는 대학에 가서야 처음 컴퓨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컴퓨터를 접하자, 얻을 수 있는 지식의 양과 학습 방법이 송두리째 달라졌습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입니다. 강력한 컴퓨터인 스마트폰이 20억 인구의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지식에 접근하기 쉬운 때가 없었습니다. 이는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Q. 실리콘밸리와 아시아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실리콘밸리에는 리스크를 감당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진행하면서 실패하지 않을까 두려워합니다. 실리콘밸리는 다릅니다.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환경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이디어, 자본 등이 실리콘밸리로 끊임없이 공급됩니다. 이를 십분 활용해 창업가들은 도전을 할 수 있습니다. 대학교나 스타트업 지원가들도 많죠. 그들의 도움도 큽니다.

아시아는 변화에 익숙합니다. 한국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50년 전 한국엔 아무것도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게 가득합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80%가 넘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5,000만 인구 가운데 4,000만 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합니다. 이는 개발자들에기 큰 기회로 다가올 것입니다.

Q. 크롬 브라우저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사실 크롬 브라우저를 개발할 당시에도 시장에는 온갖 웹 브라우저가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차별점을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나온 답이 웹 브라우저도 앱을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앱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면 사용자도 좀 더 편리하게 웹 브라우저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한 웹 브라우저는 간단하고, 보안성이 뛰어나며, 신속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겁니다. 크롬은 독특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기본에 충실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을 진행하면서 가장 최악의 상황은 실패하는 것입니다. 모든 개발자들이 이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구글 내부에서도 (크롬이) 실패하지 않을까 많은 개발자가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실패하는 게 두렵다고 리스크가 크다고 도전하지 않으면 발전도 없습니다.

Q.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오픈 플랫폼'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안드로이드는 많은 창업가가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열려 있습니다. 나 혼자, 구글 혼자 진행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개발자와 사용자가 함께 생태계를 일궈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안드로이드는 지금까지 오픈 플랫폼 전략을 추진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입니다.

Q. 크롬과 안드로이드, 성공한 두 제품(플랫폼)의 공통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춘 것이 주효했습니다.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개발을 진행하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을 개발하면 다른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입니다.

Q. 한국의 스타트업이 오픈 플랫폼에 참여하려면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요?

- 오픈 플랫폼은 매우 유연합니다. 거창한 아이디어와 대규모 자본이 없어도 됩니다. 작은 아이디어와 리소스로도 전세계 많은 사용자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 큰 영향력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합니다. (편집자주: 피차이 부사장은 올해 초 발생한 하트블리드 사태를 염두에 두고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트블리드 사태로 리눅스 서버를 이용하는 홈페이지 대부분이 보안 업데이트를 진행해야 했지만, 정작 오픈SSL 관련 핵심 개발자는 4명에 불과했다)

Q. 왜 구글 캠퍼스를 한국에 설립한 건가요? (구글 캠퍼스 서울은 어떤 곳인가요? 기사 참고)

- 한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스마트폰 업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발전이 곧 한국 IT의 발전이기도 합니다. 지난 2년 동안 한국의 안드로이드 개발자수는 3배나 증가했습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많은 국가 5개를 뽑으면 그 안에 한국이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에 구글 캠퍼스를 설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Q. 다른 나라에는 없는데, 한국에는 있다고 느낀 게 있습니까?

- 저는 10년전부터 한국에 종종 방문했습니다. 공항에서 택시를 이용했죠. 그런데 운전기사가 핸드폰만 3개를 사용하더군요. 다른 나라는 이제 막 핸드폰을 도입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만큼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데 익숙합니다. 변화에 익숙합니다. 그것이 바로 한국의 힘입니다.

Q. 한국은 창조경제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혁신의 본고장 실리콘밸리와 한국 사이의 간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실리콘밸리는 작은 개발팀도 업계 전체에 큰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한국도 그렇게 변해야 합니다. 또한 한국 개발자들도 실리콘밸리 개발자처럼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함께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구글 선다 피차이 부사장
구글 선다 피차이 부사장

Q. 한국에서 실리콘밸리로 진출하려 할 때 발생할 만한 장벽은 무엇이 있을까요?

- 일단 언어는 아닙니다. 실리콘밸리에는 여러 국가의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에 대한 준비도 되어 있죠. 핵심은 인지도입니다. 또한 다른 국가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파악해야 합니다. 다문화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Q. 한국의 스타트업에게 캠퍼스 서울은 어떤 도움이 될까요?

- 핵심은 정보교환입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려면 동업자, 친구, 파트너 등을 만나 만나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환해야 합니다. 캠퍼스 서울이 바로 그렇게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Q. 한국 개발자들에게 조언을 해주세요.

- 성공한 제품과 서비스는 대부분 다른 사람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타인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창업가 자신은 성공할 것이라고 굳건히 믿은 것도 특징입니다. 그렇지만 이와 함께 외부의 지원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러한 두 가지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Q. 창업을 꿈꾸는 한국의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세요.

- 창업을 위한 창업을 하지 마세요. 취직이 되지 않아서, 공부를 더 이상 하기 싫어서 창업을 해서는 안됩니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자신의 분야에 대해 깊이 공부한 이후 구글을 창업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정도 있어야 합니다. 또한, 경력(커리어) 상에서 나보다 나은 사람과 일할 수 있게 노력하세요. 나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사람과 일해야 합니다. 열정과 동료가 제일 중요합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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