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음질이 남다른 84인치 울트라HD TV, 'LG 84UB9800'

이문규 munch@itdonga.com

그동안 TV는 '보여지는 것', 즉 시각적인 요소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 옛날 흑백TV에서 출발해 컬러TV, HD TV, 풀HD TV, 3D TV의 수순을 밟으며 최근에는 풀HD 화질의 4배 정도 선명한 울트라HD(Ultra HD, UHD) TV가 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화면을 휘게 하여 시청 시 집중도를 높이는 이른 바 곡면 혹은 커브드(curved) TV도 점차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이후로는 어떤 형태의, 어떤 기능의, 어떤 모습의 TV가 새롭게 등장할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TV는 이렇게 보여지는 것에 집중하며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TV는 영상만 나오는 게 아닌데 말이다. 이제는 '들리는 것', 음질/사운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물론 음질/사운드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AV기기(스피커, 리시버 등)나 홈시어터 등을 추가 구성해도 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AV마니아에게 적합한 시스템으로, 일반 사용자가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좋아질 대로 좋아진 화질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우수한 사운드가 이젠 대중에게도 필요하다. 본 리뷰어는 이에 울트라HD 화질에 걸맞은 사운드 지원을 갖춘 LG전자 울트라HD TV, 84UB9800에 관심을 가졌다. 84인치라는 어마어마한 화면 크기도, 눈을 의심케 하는 울트라HD의 초고해상도 화질도 충분히 욕심 나는 사양이지만, 무엇보다 '들리는 것'에도 제법 신경을 썼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어떤 음질을 들려주는지 직접 확인해 봤다.

울트라TV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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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만큼 디자인, 크기, 화질, 음질 모두 챙긴 '울트라HD 프리미엄' TV
이건 차라리 '벽'에 가깝다. 화면 대각선 길이 84인치, 즉 약 213센티미터. 거실에 들여 놓으려면 집이 웬만큼 커서는 감당이 안되겠다. 정말 엄청 크다. 화면 앞 2m 거리에서 화면을 보니 사실상 극장이 따로 없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위해 TV 본체와 연결된 받침형 스탠드를 적용했다. 물론 벽걸이 설치를 위해서는 이를 떼어낼 수 있다. 안정적인 배치는 물론이거니와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초점을 두고 설계된 듯하다.

울트라TV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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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인치 IPS 패널은 시원하면서 광활하다. 화면 가장자리를 말하는 베젤도 1센티미터 수준이라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긴다. 전반적인 디자인 역시 가격 대에 걸맞게 품격 있다. 배치될 장소가 분명 '대궐' 같은 공간일 테니 그 인테리어에 잘 어울리는 분위기다.

화면 좌우측으로는 받침대 프레임과 연결된 대형 스피커가 배치됐다. 방향이 앞쪽이 아니라 좌우측으로45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소리를 보다 공간적으로 퍼트리기 위함이겠다. 이 리뷰를 작성하는 계기가 된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후에 다시 한다.

울트라TV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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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는 받침대 프레임이 있어 두툼해 보이지만 패널 자체는 대단히 얇다. 벽걸이로 설치한다면 정말 벽처럼 보이겠다. 워낙 큰 TV다 보니 화면 각도를 조절하거나 높이를 변경할 순 없다. 시야각이 180도에 가까운 IPS 패널이니 높이나 각도를 변경할 필요도 없겠지만.

뒷면은 다른 TV와 별반 다를 거 없다. 몸집이 크니 뒷면이 정말 휑하게 느껴진다. 요즘 TV는 스마트 미디어 기기의 역할까지 담당하기에, 기본적인 AV 단자(HDMI, 콤포넌트 등) 외에도 USB 3.0 포트, 유선 랜 포드 등도 제공된다. 84UB9800에는 울트라HD 해상도를 지원하는 HDMI 단자 4개, USB 포트 3개(3.0 포트 1개 포함), 유선 랜 포트 1개, 헤드폰 단자 1개, 콤포넌트/콤포지트 단자 1개, TV 안테나 단자 1개 등이 달려 있다. 현존하는 웬만한 AV 기기(셋탑박스 등), 외부 연결 기기(비디오 게임기 등)는 대부분 연결 가능하다.

울트라TV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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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UB9800에는 다른 TV와는 달리 특이하게도 TV 조작 버튼이 없다. '오케스트라 폴'이라 칭하는 수려한 디자인에 아무래도 걸림이 될 것이기 때문일 테다. 대신 '조이스틱'이라는 버튼을 TV 뒷면에 넣어 리모컨이 (당장 손 안에) 없을 경우 TV를 기본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단 전원 켜기 끄기, 볼륨 조절, 채널 변경만 가능하다).

끝으로, 본체 상단에는 TV로서는 이례적으로 내장 카메라가 달려 있다. TV에 웬 카메라가 필요할까 하지만, 제품설명서를 보니 스카이프 같은 영상 통화나 동작인식 프로그램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위를 눌러 집어 넣을 수 있다.

울트라TV05
울트라TV05

아무튼 가격대가 증명하듯 84UB9800은 현 시점에서 TV에 집어 넣을 수 있는 최상의 사양과 성능을 집대성한 TV임을 외형과 디자인, 기본 기능 등을 통해 깨닫게 된다.

울트라HD TV + 3D TV + 스마트TV, 현존하는 TV의 모든 것
알려진 대로 울트라HD TV, 84UB9800은 기존 풀HD TV 해상도(1920 x 1,080)의 최소 4배 수준의 3,840 x 2,160(4K) 해상도로 출력한다. 화질은 눈으로 직접 보지 않는 이상 그 능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아직 울트라HD의 놀라운 화질을 체험할 만한 콘텐츠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만 최근 들어 케이블TV나 위성TV 쪽에서는 울트라HD 방송을 개시하거나 시험방송을 송출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서도 4K 울트라HD 영상도 속속 게재되고 있으니 기대해 봄직하다. 아울러 울트라HD는 차세대 TV 시장을 견인할 제품이기에 믿고 구매할 만하다.

울트라TV06
울트라TV06

울트라TV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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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HD TV 시험방송을 84UB9800으로 시청>

84UB9800은 울트라HD 영상이 아닌 일반 HD급 영상을 울트라HD에 비슷한 화질로 끌어 올려 출력하는 '울트라HD 업스케일링'을 지원한다. 이에 풀HD 영상(1920 x 1,080 해상도)을 USB 외장하드에 저장하여 TV 뒷면 USB 포트에 연결해 재생해 봤다.

20인치대 모니터에서 보던, 혹은 40인치대 일반 TV에서 보던 동일한 영상임에도, 84인치 울트라HD 화면으로 보니 확실히 뭔가 달라진 느낌이다. 화질도 그리 깨지지 않고 제법 깔끔하고 부드럽게 재생된다. 이게 아마도 업스케일링 기능 때문이겠다. 물론 화면에 다가가면 뭉그러짐, 계단현상(앨리어싱) 등이 어느 정도 보이긴 하지만, 84인치 화면은 적어도 2m 이상 떨어져서 봐야 하니 이로 인한 불편은 없다.

업스케일링이 아니더라도 84인치 화면의 위용은 실로 대단하다. 공중파 HD 방송도 84인치로 보니, TV에서 화면 크기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갖게 된다. 그런데, 84인치 화면이라 해서 그리 멀리 떨어져서 봐야 하는 건 아니다. 본 리뷰어가 테스트하는 공간도 5평 남짓인데, 화면에서 2m 정도의 거리면 시청에 큰 무리 없는 듯하다. 즉 20평 대 아파트 거실에도 들여놓을 만하다는 뜻이다.

울트라TV08
울트라TV08

<공중파 HD방송을 출력해도 충분히 볼 만하다>

84UB9800은 스마트TV이기도 해서 유선랜, 무선랜을 모두 지원한다. 인터넷/온라인 콘텐츠를 원활하게 시청하려면 아무래도 유선랜을 연결하는 게 좋다. 이후 리모컨의 홈 버튼을 누르면 화면 하단에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 목록이 출력된다. 스마트TV 기능은 요즘 출시되는 다른 TV도 지원하는 기능이라 딱히 특별한 건 없다.
한편 3D 입체영상 출력이야 LG전자가 이전부터 강력히 밀고 있던 기능이라 이 역시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다. 다만 예전보다 3D 화질이 좀더 밝아지고 좋아졌다는 점, 3D 안경 모양이 세련됐다는 점, TV에서 기본 제공되는 3D 콘텐츠가 좀더 많아졌다는 점, 오래 봐도 어지럽지 않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울트라TV09
울트라TV09

<필요에 따라 영상모드를 변경할 수 있다>

이밖에 LG 스마트폰, 태블릿PC 등과 연결해 사진, 동영상을 출력하는 '스마트쉐어'도 지원하고, 스마트폰 화면을 TV로 출력하는 '미라캐스트', MHL 케이블(스마트폰-TV연결) 및 와이다이(WiDi) 무선 연결 등도 모두 지원한다.

하만/카돈 사운드의 확실한 후방 지원
LG 울트라TV 84UB9800에서 본 리뷰어가 가장 관심을 가진 부분은 다름 아닌 '사운드'다. TV라면 으레 사운드에 취약하기 마련인데, 84UB9800은 이를 보완하면서 '하만/카돈(harman/kardon)' 사운드 기술을 접목했다. 그리고 다른 TV와는 남다른 스피커를 좌우 날개로 날았다.

자, 우선 이 하만/카돈이 무엇인지 간단하게나마 알 필요가 있다. 하만/카돈은 '시드니 하만' 박사와 '버나드 카돈'이 1953년에 설립한 오디오 기기 전문기업으로, 지난 해 5조가 넘는 매출을 기록한 명실공히 세계 유수의 오디오 브랜드다. 이들은 주로 극장이나 공연장 등에 배치되는 대형 스피커나 오디오 기기(하이파이, Hi-fi)를 다뤘기에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이외에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의 고급 자동차 카스테레오용 오디오 시스템, HP, 델 등의 고급 노트북 내장 스피커도 공급하고 있는, '소리'에 관해서는 명품의 반열에 오른 브랜드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믿고 들을 만한 사운드 기술이다.

울트라TV10
울트라TV10

그런 하만/카돈 사운드 기술이 TV에 들어갔다. 84인치 TV라면 극장과도 같은 영상을 출력할 테니 극장 사운드에 익숙한 하만/카돈이 어찌 보면 가장 적합하다. 과연 별도의 스피커나 사운드 시스템을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84UB9800은 어떤 사운드를 들려줄까?

처음 봤을 때는 전혀 스피커인 줄 몰랐던 좌우측 날개에서, 길이는 길지만 폭이 좁아 스피커라고 애써 봐준들 얼마나 좋은 소리를 낼지 반신반의했던 그 곳에서, 예상과 기대를 완전히 벗어나는 사운드가 '뿜어져 나왔다'. 그렇다. '뿜어져 나왔다'는 표현이 가장 현실적이다. 음질에 대한 평가를 글로 적는 게 가장 어려움에도 어떻게 해서든 최대한 이 소감을 전달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 리뷰 테스트는 5평 남짓의 밀폐 공간에서 이뤄졌고, 볼륨 수준은 최대치의 1/4 정도인 '25'였다. 분명히, 홈시어터나 사운드바(TV에 간단히 부착하는 외장 스피커) 등의 오디오 기기를 연결하지 않은 일반 TV로는 그동안 들어 본 적 없는, 시쳇말로 정말 빵빵하고 섬세한 사운드가 밀폐 공간을 꽉 채웠다. 불륨을 더 올렸다면 옆 사무실에서 뛰어들어왔을 법했다. 홈시어터까지는 못되더라도 사운드바를 따로 장착한 것 같은 느낌이다. 역시 하만/카돈! 예전에 하만/카돈 오디오를 통해 경험했던 음질적 명성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울트라TV11
울트라TV11

<필요에 따라 음향모드 역시 변경할 수 있다>

하만/카돈 같은 전문 사운드 기술이 적용됐다고 사용이 번거롭고 복잡하진 않느냐고? 본 리뷰어는 수 많은 기기를 만지고 다루고 사용하고 있지만, 일반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번거롭고 복잡한 건 딱 질색이다. 리모컨의 '설정' 버튼 눌러 '사운드' 항목에서 상황에 따른 사운드 설정을 선택하면 된다. 영화면 영화, 음악이면 음악, 스포츠면 스포츠를 고르면 된다. 이마저도 귀찮다면 '스마트 사운드' 모드를 사용하면 된다. 그럼 TV가 알아서 상황에 맞게 자동 설정한다. 참고로, 영화를 스포츠 모드로 놓고 보고 듣는다 해서 사운드가 부자연스럽거나 이상하게 들리는 건 아니다.

다른 건 몰라도 영화 모드와 스포츠 모드는 다른 모드에 비해 확연한 차이를 들려준다. 사운드의 공간적인 배치 때문이다. 이를 테면, 스포츠 모드에서 관중의 함성과 선수들의 현장음을 분리해 관중의 함성을 보다 앞쪽으로 배치해 출력한다.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면 과한 표현이지만, 일반 TV보다는 현장감이 확실히 강하다. 영화 모드도 마찬가지다. 극장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실을 극장과 비슷한 사운드 구성으로 채울 수는 있다.

평가의 결론은, '프리미엄 울트라HD TV'가 84UB9800의 지향점이라면, '하만/카돈'이라는 사운드 기술은 지극히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글로는 아무리 강조해 봐야 소용 없으니, 가까운 LG전자 대리점(베스트샵)을 방문해 직접 보고 들어 보길 권한다.

'이 TV, 갖고 싶다'
사운드에 있어 84UB9800의 또 하나의 관심 사항은 블루투스 이어폰/헤드폰 연결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즉 소파에 앉아 무선 이어폰/헤드폰으로 사운드를 들을 수 있으니 늦은 밤에도 얼마든지 소리 높여 영화 등을 시청할 수 있다. 다만 모든 블루투스 이어폰/헤드폰을 지원하는 건 아니고, 주로 LG전자 자사의 제품을 우선 지원한다. 더구나 최근 출시된 LG전자 블루투스 이어폰 역시 하만/카돈 기술이 적용되어(HBS900) 작은 이어폰이라도 풍부한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다.

이 제품의 단점은 없느냐고? 글쎄, 제조사에서 작정하고 만든 '완전 프리미엄' TV에서 과연 어떠한 단점을 찾을 수 있을까? 물론 AV전문가나 마니아들이 역시 작정하고 덤벼들면 뭔가 나오긴 나올 테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낸 단점이 이러한 프리미엄 TV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플래그십(flagship) 제품답게 디자인이든 화질이든 음질이든 기능이든, 눈에 확 띄는 단점을 발견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84인치, 79인치, 65인치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상황과 기호에 맞는 모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울트라HD에 비관적인 이들도, 업스케일링 화질을 지적하는 이들도, 하만/카돈 사운드를 비평하는 이들도 막상 84UB9800 앞에 앉으면 어쨌든 본 리뷰어와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되리라.

끝으로, 84인치 울트라HD TV 84UB9800은 2014년 8월 현재, 인터넷 쇼핑몰 최저가가 1,700만 원대다. 만약 베스트샵 등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한다면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어쨌든 본 리뷰어 같은 소시민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라 그저 갖고 싶다는 바람만 남는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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